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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31화 (131/176)

133화

내 말에 지선이가 불러온 것은 오늘 내가 나가면서 시아의 마사지를 맡긴 두 사람이었다.

그녀들은 내가 잔뜩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불쌍할 정도로 파르르 떨고 있었다.

실제로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 그녀들에게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화가 난 것은 이 빌어먹을 상황 그 자체일 뿐이다.

“너희들에게 물어보자. 너희들 오늘 내 지시로 시아의 마사지를 지시 받았지?”

“예. 그랬습니다.”

“예. 저희는 주인님의 지시로····.”

“그만~, 나무라려고 부른게 아니다. 너희들 마사지를 마친게 몇시 쯤이지?”

“예···. 아··· 오후 세시 쯤이었습니다.”

“세시라·····. 그럼 시아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그때 쯤이었나?”

“예. 그랬습니다.”

“그때 시아의 주변에 뭔가 이상한 일은 없었고?”

“예. 없었습니다. 시아 아가씨는 그대로 정원으로 산책을 나가신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정원으로 산책····. 알았다. 모두들 물러가라.”

난 그녀들이 물러가고 생각에 잠겼다. 정원으로 산책을 갔다라··.

이 집의 정원은 넓다.

원래 넓은 공원이었던 것을 개조한 저택 부지이기 때문에 사람이 숨어들려고 작정하면 숨을 곳은 얼마든지···.

‘잠깐 숨어?’

난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만약에···. 만약에 납치 당한게 아니고 시아가 숨었다면····?

“그렇다면······.”

난 순간 시청각실이 떠 올랐다.

이 저택에서 거기에 출입 가능한 것은 나하고 시아 뿐이다.

“이런 머저리····.”

“어머, 주인··· 꺅~.”

난 고속 텔레포트로 날아갔다. 그런 나를 보고 지선이가 살짝 비명을 질렀지만 지금은 시아가 더 급했다.

시청각실의 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간 나는 거기서 시아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아는 들어온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어머~? 주인님. 갑자기 왜?”

“갑자기라니? 연락도 안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건 저기·····.”

“쓸데없이 뭐 한거야? 하다못해 연락이라도 했어야지.”

내 말에 머뭇 거리던 시아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없는 것 아니에요.”

“응?”

시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나에게 빽 소리쳤다.

“쓸데 없는 것 아니란 말이에요~~!!!!”

“················.”

“민재 바보~~!!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아는 빽 소리치고 도망가 버렸다.

그런데···. 지금 민재라고 한 건가?

뒤에 씨 자도 안 붙이고····.

시아가 저렇게 화 내는 것도 저렇게 막 나가는 것도 처음 봤다.

뭐지···? 걱정 시킨 것은 시아인데 왜 내가 잘못한 것 처럼·····.

시아 실종 사건은 약 2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밖으로 순찰을 나갔던 부하들은 돌아오고 별일 없었던 일로 무사히 끝났다.

그래···. 겉으로는 말이다.

[주인님 출입금지.]

시아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사과하는 편이 나았다.

어쨌든 그래서 시아의 방에 왔지만 문앞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한숨을 쉬는 나를 보고 옆에서 수진이가 말했다.

“왜 그래? 시아가 왜 이러는 건데?”

“잘은 몰라. 하지만 시아가 자기 방에 이글을 쓸 때면 정말로 삐진 거야.”

“········내가 한 번 들어가 볼까?”

“그렇게 해 줘. 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잘못 했고, 다 시아를 사랑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해줘.”

“·············.”

“왜? 왜 그렇게 사람을 불쌍한 강아지 쳐다보듯이 바라보는 건데?”

“아니 뭐···. 비굴함의 정점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럽게 이런 시선이 되네···. 하아~, 내가 이런 남자한테 반했다니····.”

그거야 네 사정이지.

“어쨌든···. 시아 화 좀 풀어줘. 응?”

“·····알았어. 최선을 다 해 볼게.”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시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시아야···. 뭐하··· 니?”

수진이가 안에 들어가자 시아는 대접에 고추장과 나물을 넣고 맛있게 비벼먹고 있었다.

“응? 수진아···. 너도 먹을래?”

“···지금 이 시간에는 안 먹을래? 넌 괜찮아?”

“저녁 안 먹었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식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수진이는 모르겠지만 시아는 화가 나면 먹는 걸로 푸는 경향이 있었다.

워낙에 온순한 성격이라서 어지간하면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화가 나면 먹고 먹고 한계까지 또 먹었다.

수진이도 시아에게 이런 취미가 있는줄은 이제야 알았다.

“자~, 그만···. 많이 먹었어.”

“아~. 아직 남았단 말이야.”

아깝다는 듯이 밥그릇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시아에게 수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여자애가 이 늦은 시간에 야식으로 밥을 한 대접이나 먹니? 몸매 다 망가진다?”

“·······칫~, 가끔씩은 어때서····.”

시아의 태도를 보고 수진이는 피식 웃었다.

남자를 적대시하고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살아온 수진이었지만 정작 여자애들 중에 친구라고 부를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집에 와서는 진짜 친구들이 생겼다.

시아 뿐만 아니라. 진아와 은하에 최근에 합류한 문이화까지 수진이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친구들이었다.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폭식하는 거야?”

“····내 밥을 뺏어가는 사람에게는 말 안 할거야.”

시아의 귀여운 삐짐에 수진이는 시아의 양 뺨을 잡고 있는 힘껏 옆으로 늘렸다.

“이 입이야? 나 한테 반항 하는게 이 입이냐고?”

“아아····. 우이아~.(아파···. 수진아~.)”

시아의 양 볼을 찰떡처럼 쭉쭉 늘이는 수진이는 시아가 고집을 피우자 수를 바꾸기로 했다.

“시아야···. 우리 술 안 마실래?”

“응? 술···. 나 안 마셔. 난 미성년··· 자가 아니네. 이제.”

사실 이 세계에서 미성년자 음주 따위는 그렇게 특출난 일도 아니었지만 시아는 한 번도 음주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시아를 보고 수진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탄수화물이 아니라 알콜을 섭취 해야지. 안 그래?”

“·········알았어.”

시아도 조금 생각하다가 한 번 술을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았어. 그럼 내가 술 가져올····.”

“내가 이미 가져왔어.”

수진이의 말을 끊고 대답한 것은 술병을 가지고 나타난 최지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편에는 진아와 은하와 문이화까지 대동해 있었다.

“모두들 어떻게 된 일이야?”

수진의 말에 그녀들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시아가 기분이 안 좋다길래···.”

“같이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수다라도 떨까 싶어서···.”

“우린 친구잖아? 그러니까····.”

“예. 그러니까····.”

여자들의 어색한 태도에 시아는 정답을 직감 적으로 알아챘다.

“주인님이 보냈지?”

“·············.”

“·············.”

“·············.”

저 어색한 표정과 침묵과 딴청의 삼단 콤보는 정답이라는 리액션이었다.

어쨌든···. 여자들끼리 모여서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마시는 술은 최고급 버본과 진이었는데 처음 술을 마시는 시아에게는 너무 독한 것들 뿐이었다.

“선생님···. 왜 와인이나 맥주같이 약한 술로 안 가져 왔어요?”

“응? 그런 약한 술이면 취하기 어렵잖아?”

“···········이미 취할 목적으로 작정하고 왔군요.”

“당연하지.”

“하다 못해 샴페인 정도로 가져오시지·····.”

시아는 독한 술을 콜록 콜록 거리면서도 조금씩은 홀짝 거렸다.

처음 마셔보는 술이지만 조금씩 마심으로 인해서 기분이 알딸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정도 취한 시아는····.

“주인님 바보~~~.”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아는 술 취하면 화내는 타입이었나?”

“그렇게 말이에요.”

다들 취했지만 가장 멀쩡한 두 사람···.

바로 진아와 지선이었다.

항상 술을 밥처럼 마시는 지선은 둘째치고···, 진아도 자아가 강한 것인지 의외로 그리 쉽게 취하지 않았다.

뺨은 좀 붉어 졌지만 그게 다였다.

그리고 가장 약한 문이화는 그대로 구석에 가서 쪼그리고 자기 시작했고, 은하는 실실 웃었다.

수진이는 약간 몽롱한 시선으로 시아의 말에 맞장구만 치고 있었다.

“술 취한 것 보니까 다들 재미있네요.”

“그래··. 그러니 내가 술을 가지고 왔지. 그런데 넌 안 취하니?”

“으음····, 선생님 보다 먼저 취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머~, 우리 진아 많이 컷다.”

“그럼요. 건배 할까요?”

쨍~.

두 미녀가 미소 지으면서 잔을 부딪혔다.

하지만 이런 우아한 분위기의 둘과는 달리 시아는 수진이에게 불평불만을 다 말하고 있었다.

“주인님은 내가 계~~~ 속 애인 줄 안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다른 애들은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잖아? 그런데 난 이게 뭐야?”

“그러게 말이야.”

“·······아부라카타부라.”

“그러게 말이야.”

“너 안 듣고 있지~~!!?”

“똑같은 말 몇 번이나 한 줄 알아? 이 지지배야~!!!”

시아하고 수진이가 배게로 서로를 맹렬하게 구타했다.

가슴이 헐떡거릴 정도로 배게 싸움을 한 후에 시아가 침대에 털썩 누워서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도 뭔가 일을 하고 싶아는 거야.”

“·····일 하고 있잖아? 집에서····.”

“그것도 요즘은 다른 메이드들이 하는걸? 나는 거의 장식이고·····.”

“그러고 보니 시아 네 요리 먹어본지 좀 되기는 했지····.”

“그러게 말이야. 수진이 너하고 문이화씨는 군부대에서 일하지?”

“그렇지····.”

“그리고 최지선 선생님은 주인님 휘하에 있는 모든 슬레이브들을 담당하고 교육하고···.”

“칭찬 고마워 시아야.”

“그리고 진아 언니는 총독부에서 유능한 관료로서 일하고 있고.”

“나도 칭찬 고마워 시아야.”

“그리고 은하도 요즘은 주인님 직영 농장을 맡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잖아?”

“헤헤헤···. 우유 갓 짜면 되게 맛있다.”

은하는 슬슬 배터리가 다되어 가는지 의식이 깜빡깜빡 거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모두 열심히 뭔가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데 나만·····. 주인님에게 몇 번이나 뭔가 도와 줄 까라고 물었는데 이 바보 주인님은·····.”

“아~. 민재의 과보호 말이지.”

“시아 너라면 모기한테 물리는 것도 조심시키니까····.”

“뭔가 시킬 리가 없지.”

시아에 대한 민재의 과보호는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난 뭔가 일을 하고 싶어. 나도 뭔가 당당하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

“·······흐음···. 일이라··. 정 그러면 시아 너 내일부터 내 일 도울래?”

최지선의 말에 바로 진아도 말했다.

“총독부에 네 자리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둘의 제안에 시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오늘 막 찾았어.”

“뭐? 그게 뭔데?”

“그게 사실은··········.”

시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관해서 여자들에게 설명했다.

시아의 설명을 들은 그녀들을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게 직업이야?”

“처음 들어보는데····.”

“엄연한 직업이야. 매우 뛰어난 예술이라고. ·····나 가수가 되고 싶어.”

시아의 말에 진아와 최지선은 이해하지 못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녀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어마~, 나 가수하고 싶어."

"이노무 기지배가 어디서~~!!"

어느 집의 한 풍경이었습니다.^^

오늘 연참하고 반응 좋으면 내일까지는 연참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의 응원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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