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어째서 호주의 식량 생산량이 급감한 것일까?
진아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원인을 규명했다.
그리고 원인을 찾아냈다.
‘배급이 문제였군·····.’
그렇다···. 문제는 바로 공산주의 식으로 배급되는 분배제도였다.
지금 이 시대에서 모든 농장은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니 농장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생산하든지 그 농장에서 일하는 프리의 여성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되게 일해도 얻는 것이 똑같은데 누가 힘들게 일을 하겠는가?
진아는 대환란 전의 자료를 조사해서 공산주의라는 것의 패망에서 지금의 문제점을 찾았다.
인간은 보답이 없으면 힘들게 일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않으면 작업의 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아는 지금 이 시대에는 매우 파격적인 결정을 하기로 했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다.
정부에서 주는 간신히 먹고 살만큼 주는 그런 배급이 아니다.
따로 농장에서 생기는 이득에서 일한 만큼 급여를 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급여를 주는 것은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여자에게 그런 대가를 주는 것은 에러가 아닌 이상은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후한 조건에서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붙임성 있고, 똑 부러진 성격의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진아는 은하를 선택한 것이다.
‘은하는 생각보다 애가 다부진 면이 있으니까····. 잘 할거야.’
원래 은하에 대한 진아의 느낌은 착하고 활발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좀 맹한 소녀였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수정된 것은 예전에 은하가 진아를 도와준 후 부터였다.
진아가 일본 슬레이브들에게 린치를 당할 때 은하가 나타나서 진아를 구해준 일.
그때 진아의 안에서 은하의 평가는 대폭 수정되었다.
평소의 머릿속에 꽃동산이 가득한 이미지가 사라졌다.
따귀를 올려붙이고 앙칼지게 호통을 치는 모습에서 진아는 은하에 대한 이미지를 바꿨다.
그리고 이 산업을 구상했을 때 진아는 은하야 말로 이 산업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은하의 활기찬 성격과 야무진 강단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착하기만 해서는 곤란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앞에서 이끌수 있는 인망은 있어야 했다.
만인에게 금방금방 친해지는 은하의 재능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아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자~, 오늘도 활기차게 갑시다~!!”
아침부터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일을 나가는 은하의 얼굴에는 가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얼굴로 프리인 여성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은하님도 참····.”
“언제나 밝다니까···.”
그런 은하를 바라보는 프리인 여성들은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원래 여자들 사이에서는 슬리에브와 프리는 사이가 나빴다.
프리인 여성들은 슬레이브를 남자들에게 빌 붙어서 사는 기생충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슬레이브는 프리인 여자들을 보면서 자기들을 질투하는 못난이쯤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은하가 농장의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왔을 때도 농장에서 일하던 프리의 여성들은 은하를 싫어했다.
하지만 은하의 발랄함과 친근함은 거의 초능력의 수준이었다.
진아의 지적인 능력이나, 지선의 인간을 다루는 능력에 버금가는 것일 것이다.
은하는 관리직이라고 거드름 피우고 다니지 않았다. 농장의 힘든 일을 마치 즐거운 작업처럼 선두에 서서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작업하고 있었다.
일을 배우는 것도 빨랐고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은하와 일하면서 근무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어머~? 여러분들의 키우는 소인데 여러분들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고요? 말도 안 돼.”
은하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음날부터 바로 농장에서 나는 고기와 식품을 먹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절대 그런 적 없었는데 말이다.
“어머~? 다쳤잖아요? 그럼 쉬어야죠.”
은하의 그 말 한마디에 다친 사람이 쉬고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그녀들의 인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은하를 친동생처럼 여기기 시작했고, 그녀의 말에 활기차게 움직였다.
덕분에 이제까지 억지로 일하던 시늉만 하던 농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산량도 그에 못지않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말이다.
그 모든 것은 온건히 민재의 힘으로 돌아왔다.
초능력이 절대적인 가치로 작용하는 이 세계에서 아직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민재는 확실하게 자신의 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확실하게 민재의 세력이 결속력을 다지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슬레이브를 그냥 막 외출 시키는 주인은 별로 없었다.
법적으로야 타인의 슬레이브를 폭행하거나 하면 불법이었지만 그 불법은 종종 자행되고는 했다.
그래서 함부로 슬레이브를 외부로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민재는 달랐다.
민재의 집의 슬레이브들은 모두들 자유롭게 외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민재에게 감화되어서 슬레이브에게 자율적인 외출을 허가한 남자들이 제법 늘어났다.
보통 슬레이브와 사이가 좋아진 남자들의 경우가 그런 일이 많았다.
그러다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 이건····.”
“미··· 미안해요. 주인님···. 흑···. 흑흑···.”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정규군중에 한 명은 울고 있는 자신의 슬레이브를 발견했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했던 슬레이브 였고, 또 그녀는 최근 들어서 매우 헌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는 그녀에게 많은 자유와 더 나은 대우를 줬었다.
이번에 자유롭게 외출 할 수 있게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 보니 그녀가 울고 있었다.
얼굴은 맞아서 부어 있었고, 옷은 찢어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뻔했다.
“주인님···. 효정이를 버리지 마세요.”
“예. 제발요···. 효정이 잘못이 아니었어요. 부탁 드릴게요.”
멍하니 굳어있는 그에게 다른 슬레이브들이 매달려서 호소했다.
원래 슬레이브가 외부에서 함부로 겁탈을 당하고 들어오면 주인들을 매우 화를 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몸을 굴렸다고 얻어맞거나 심하면 그대로 버려지거나 하는게 보통이었다.
적어도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태도가 자애롭게 변한 주인이었기에 간청을 했지만 그래도 내심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때····.
그는 성폭행을 당한 자신의 슬레이브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줘.”
“주···인님?”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사실을 말해줘. 그렇게 하면·····.”
자애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슬레이브를 위로하던 남자의 눈에 순간 살기가 맴 돌았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정규군 마크를 달았다는 것은 랭커급은 아니지만 보통 인간들 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말이었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나서면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그냥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던 효정이라는 슬레이브는 집으로 오던 길에 변을 당했다.
갑작스럽게 그녀를 덥친 남자들은 최근에 시드니로 흘러들어온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길에서 보기 드문 동양인 미녀을 발견하고 주변에 주인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자····.
주저 없이 바로 덮쳤다.
상당히 반항이 거셌기에 폭력을 동원해서 침묵시킨 후에 돌아가면서 그녀를 범하고 또 범했다.
그리고 낄낄거리면서 그들이 돌아간 후에는 만신창이가 된 불쌍한 여성만 있었다.
남자는 원래 자기 슬레이브의 정조가 더럽혀 졌다고 일일이 찾아서 복수할 정도로 법석을 떠는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자기 여자들에게 애착이 생겼고, 그런 여자들 중에 한 명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
그냥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바로 동료들에게 사실을 전했고, 도와줄 동료를 모집했다.
전쟁터에서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웠던 전우애로 뭉친 동료들은 바로 호응해 줬다.
그리고····. 민재 역시 전우였다.
“절대 용서 할 수 없지.”
사태를 보고 받은 나는 제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내 슬레이브를 건드린 놈들이 있다면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나라 한두개를 통째로 뒤집어엎어서라도 그 빌어먹을 개자식을 잡아서 작살내 버릴 것이다.
한마디로 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줄을 놔버릴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분노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이기는 했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내 부하는 내 사람이다.
그리고 내 부하의 여자도 당연하지만 내 사람이다. 난 이번 일은 적당하게 끝맺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수진아. 지시한 일은?”
“시드니를 완전히 봉쇄했어. 오늘부터 네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여기서 나가지 못할 거야.”
“좋아····. 그럼 부하들에게 전해. 쥐 잡듯이 뒤져서 찾으라고.”
“알겠어. 그리고 몽타주도 전역에 배포할게.”
“좋아····. 어디 찾을 수 있나 없나 보자고···.”
놈들을 징벌하는 것에 가장 큰 문제는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 여자를 강제로 덮치는 것은 대환란 전의 세계에서 자전거 한 대를 훔치는 정도의 범죄일 뿐이었다.
신고를 한다고 해도 접수만 할 뿐이지 실질적인 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범인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마음 먹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전거 도둑?
100원짜리 하나 훔친 도둑도 내가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었다.
몽타주를 배포하고 민재의 직속 사병들이 시드니를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범인만 잡을 생각은 버려라. 비슷한 놈들도 다 똑같이 잡아서 족친다. 알겠냐?”
“예~!!!”
“예~!!!”
“예~!!!”
어디 한 번 해보자····.
과연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대환란의 역사 이후에 시드니에 이런 일은 없었다.
콰당~.
“크윽···. 이게 뭐하는 짓이······요?”
뻐억~.
“말 함부로 까지 마라. 죽는다 이 개새끼야.”
민재의 사병들은 권력과 시력을 등에 업고 시드니를 뒤집어 업기 시작했다.
프리 여성들을 수소문해서 평소 품행이 나빴던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족치고 있었다.
족치는 것도 그냥 그저 그렇게 족치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열 받은 민재의 사병들에게 걸리면 기본이 경상이었고 보통은 중상이고···.
사망은 아직까지만 발생하지 않았을 뿐, 언제 어디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덕분에 시드니의 남자들은 하루하루를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왜냐 하면 프리든 슬레이브든 여자를 강제로 덥친 경험은 이 미쳐버린 세계의 남자들이라면 99% 가지고 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대환란 전의 세계에서 무단횡단 한 번 해보지 않은 인간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게 도대체 뭐 때문이람····.”
“몰라. 저 몽타주에 있는 놈들을 찾는 거라고 하던데····.”
“뭐 때문에? 무슨 죄를 지어서?”
“박민재의 부하의 슬레이브를 건드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열이 제대로 받았나봐.”
“·······제길, 저 새끼들 건드릴 놈들을 건드렸어야지····.”
민중의 분노는 서서히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들에게로 몰려갔다.
어쩔 수 없었다.
원망할 곳이 거기 밖에 없었으니까····.
민재를 욕하고 원망하는 것은 무리였다.
애당초 원망한다고 해 봤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산에서 낙상해 죽었다고 산을 증오하는 자는 없다.
해 봤자 어쩔 도리가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대중들에게 민재는 그런 존재였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산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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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은 내가 지킨다.
그게 민재의 스타일이죠.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달 중에 출판작이 한 권 더 나갈것 같습니다.
독한놈 미친놈 이후의 출판작이니 많은 사랑 부탁 드립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추천과 댓글로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