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꺄하하····. 앞으로 잘 부탁해요. 여기 한 잔 받으세요.”
“아···. 으음··· 고맙·····습니다.‘
‘하여튼 타고 났다니까····.’
아무리 내 이름을 등에 업고 있다고 해도 고위 능력자인 문리향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사근사근하게 어울리는 저 친화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오히려 은하 같은 타입의 여자를 처음으로 본 문리향이 당황하고 있다.
여자한테 평어를 써야 하는지 존칭을 써야 하는 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적당하게 술이 들어가고 수진이는 부하들을 감독해야 한다고 문리향과 함께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은하는 놀던 상대가 자리를 피하자 어김없이 나한테 달려왔다.
“주인님~. 주인님~.”
쪼르르 달려와서 내 팔에 매달린 은하는 술기운으로 붉어진 뺨을 하고 나에게 말했다.
“왜? 무슨 일인데?”
“헤헤··. 사실 은하가 얼마전에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주인님 허락이 필요해서···. 해도 되요?”
“····그게 뭔지 모르면 허락해 줄 수 없잖아?”
내 말에 은하는 혀를 낼름 내밀면서 자기 멀리를 콩 쥐어 밖았다.
“헤헤··· 이런 실수를····.”
얼렁뚱땅 허락을 받으려는 고의성이 다분힌 실수였는데 말이야···.
그래도 하는 짓이 귀여우니까 그냥 넘어가자.
“저기 주인님····. 은하한테 주시는 용돈으로 주변에 프리 여성들과 함께 좀 일을 해보고 싶은데···. 안 될까요?”
“일? 무슨 일?”
은하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난 살짝 놀랬다.
은하의 부탁이라기에 난 분명···. 축구장을 만들어 달라던가? 육상 트랙을 만들어 달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스키장을 만들어 달라던가···?
그런 사소한(?) 부탁인 줄 알았다.
그거야 뭐 얼마 든다고 안 해주겠는가?
하지만 설마하니 일을 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걸까?
“으음·····. 최근에 읽은 책인데····.”
“책?”
“···칫~, 그래요··. 진아 언니한테 들었어요. 어쨌든 진아 언니의 말로는 이 호주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이 어마어마하데요.”
“그거야 그렇지····.”
호주는 인구에 비해서 땅이 넓다.
덕분에 지금 이 시대에서는 전 세계의 식량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라고 들었다.
“그래서 이 호주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그거라면 국가에서도 하고 있잖아?”
“예. 그런데··· 국가에서 하는 일은 아무래도 비효율 적이고 그리고 수····민성이 높고·····.”
“크큼~, 수익성.”
“아 그래 수익성이 낮아서···. 그러니 주인님의 이름으로 따로 농장을 운영해서····. 헤헤····.”
난 중간에 눈치를 준 진아를 보면서 말했다.
“둘이서 미리 짰니?”
내 말에 은하는 베시시 웃었고 진아는 먼산을 쳐다 봤다.
아무래도 진아가 은하를 통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왜 스스로 말하지 않고 은하를 통해서 말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뭐~, 괜찮겠지.”
“어머~? 정말요. 주인님~~!?”
“그래···. 하고 싶은게 있으면 해 봐.”
“꺄~ 고마워요. 잘 할게요 주인님~.”
은하는 내 목에 매달려서 폴짝폴짝 뛰면서 내 입에 키스를 날렸다.
뭐····. 은하가 왜 일을 하겠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아가 뒤를 봐주는 이상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농장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충분히투자 할 가치는 있을 것 같·····.
“················.”
“응? 시아야? 왜 그래?”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아가 어째서인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물었지만 시아는 그냥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무슨 고민거리라도 생긴 걸까?
강철의 건축 술사는 내 요구대로 훌륭한 주둔지를 만들었다.
고급스럽고 넓은 주거지.
충분한 레저 시설과 훈련 시설.
아름다운 조경까지····.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럼····. 다음에도 뭔가 지을 일이 있거든 우리 강철의 건축술사 형제를 불러 주십시오.”
“·····차라리 제 전속으로 일할 생각은 없습니까?”
농담이 아니고 이들의 이런 실력은 몹시 귀중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꼭 대환란 전의 인기만화의 주인공 같은 형제들이었다.
‘물론 그렇지야 않겠지만····.’
어쨌든 내 전속 계약 제의에 그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건···. 저희에게는 저희의 꿈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꿈~?”
“예····. 지금은 없어진 어떤 남자가 우리에게 맡긴 꿈이죠. 야망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게 뭔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필요하다면 돕겠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의 의복을 미니스커트로 만드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의 의복을 미니스커트로 만드는 것입니다.”
“···············.”
차마 내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이었다.
부하들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머물던 집보다 훨씬 더 훌륭한 주거지를 받고 크게 감사했다.
“이걸 우리한테 공짜로 주다니····.”
“돈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걸?”
“어째서 국가보다 박민재 님이 더 통이 큰 걸까?”
“그거야 당연하지. 국가는 우리를 도구로 봤지만 박민재 님은 우리를 전우로 본단 말이야. 문이화님 말씀 못 들었어?”
“하긴····. 그건 그래.”
가끔씩 옅 들은 부하들의 대화는 내가 듣기에도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내 부하들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 평소에 문이화가 나에 대한 작업(?)을 좀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이건 무슨 우상화를 시키는 단계 같아서 조금 뻘쭘 할 정도다.
어쨌든 거주지가 생기자 내 부하들은 한국에서 슬레이브들을 데리고 왔다.
보통 한 명당 2~3명 정도의 슬레이브를 데리고 있었고, 많은 사람은 7명 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난 슬레이브가 도착하고 본격적인 생활이 시작되자 문이화를 통해서 정식으로 군율을 정했다.
그것은 대강 이랬다.
1.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순종한다.
(내 말 잘 들어라. 안 그러면 죽는다.)
2. 군의 품위와 권위를 흐트러트리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
(밖에서 어깨에 후까시 넣고 거들먹거리다 사고 치면 죽는다.)
사실 여기까지야 별것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이런 말은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군의 특이한 군율은 그 다음부터 였다.
3. 타인의 슬레이브를 강제로 범하거나 폭행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
(사실 이거야 비일비재해서 그렇지 법적으로는 원래 금지라서 그나마 괜찮았다.)
4. 프리인 여성을 함부로 범하거나 폭행하는 자는 군율에 의거해서 전우의 명예를 실추 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엄벌에 처한다.
(프리인 여성의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내 부하들이 아무 여자나 닥치는 대로 범하거나 폭행하는 일을 막으려고 전우의 명예 운운하면서 금지 시킨 것이다.)
5. 에러인 여성들은 국가의 중요한 재원이니 예의를 다하라.
(사실 이것은 수진이와 문이화의 예가 있기 때문에 내 부하들에게 바로 먹힐 사항들이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자잘한 규율들을 모두 합하면 50개가 넘어갔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우리만의 특이한 군율이라고 할 만한 것은 3번부터 5번 까지였다.
사실 말을 꼬고 비틀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여자들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 간단한 말을 이 미쳐버린 세계의 상식으로 들어도 어느 정도 통용될 것처럼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말을 꼬은 것일 뿐이다.
처음에는 좀 웅성거리던 부하들이었지만 문이화가 간절하게 나서서 부탁하듯이 말하자 반드시 지킬 것을 맹세했다.
‘뭐····. 앞으로 두고는 봐야 겠지만···. 저 놈들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바꿔 가야지····.’
고작 200명.
세상에 넘쳐날 정도로 많은 쓰레기 남자들에 비하면 한 방울도 될까 말까한 숫자였다.
하지만 저것이 시작일 될 것이다.
적어도 내 땅에서는 더 이상 여자들이 눈물을 ㅎ흘리게 하는 일은 없게 할 것이다.
난 부하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루에 4시간 씩은 반드시 연무장에서 훈련을 시켰다.
십천의 NO.2인 나에게 직접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부하들은 크게 감격했다.
사실 초능력이라는 것은 누구에게 배우는 것 보다는 개개인의 재능과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부하들을 가르쳐 보니 의외로 사람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문리향의 경우는 전의 내 충고를 들은 이후에 실력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부하들이 나에게 훈련 받는 동안 한가해진 것은 바로 내 부하들의 슬레이브들 이었다.
훈련중인 주인을 기다리면서 집을 지키는 그녀들도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내 부하의 슬레이브로서 그에 어울리는 품위를 지녀야 한다. 라는 핑계로 교육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슬레이브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집 슬레이브들의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최지선이었다.
원래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교사였던 그녀였기에 가르치는 일은 매우 익숙했다.
다만, 이번에 그녀가 가르치는 것은 공부가 아니었다.
가르치는 것은 마음가짐과 행동가짐 이었다.
슬레이브로서 주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그 설명이라는 것이 좀 미묘했다.
주인에게 마냥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말하는 법.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는 법.
그리고 나한테 말은 안했지만 테크닉도 가르친다고 했다.
어쨌든···. 그런 교육을 시키는 한편 주인의 행동에 관해서도 은근히 체크를 하고 있었다.
혹시 주인이 때리지는 않는지?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지?
식사나 의복은 충분히 배정하고 있는지?
부하들 본인에게는 문이화를 시켜서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하게 대할 것을 끊임없이 어필하는 한편 여자들 쪽에서도 자신들의 주인···.
아니 남자를 향해서 다가가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아주 은밀하게 서서히···.
본인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자각하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교육은 행해졌다.
한편으로는 약간 의심스러운 기분도 들었다진아와 김수경씨에게 조언을 받아가며 행하고 있는 교육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게 통할까?
물론 통한다.
세뇌라는 것을 들으면 보통 사람들은 약물이나 고문에 의한 세뇌를 떠올릴 인간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뇌하는 것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고문으로 없는 죄도 토해내게 하는 것.
자백제로 굳건한 군인의 정신을 흐트려서 기밀을 말하게 하는 테러리스트들.
그 예는 실제로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먹히는 세뇌는 약물이나 고문 따위가 아니다.
이 세상 최고의 세뇌.
그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인간의 사상적 방향의 흐름의 결과.
이른바 여론이라는 것이다.
인간 99명을 모아두고 99명에게 하루에 한 번씩 기도를 하면 천국에 간다고 해 보자.
그리고 거기에 전혀 상관없는 1명을 더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틀만 내버려 두면 그 1명은 따라서 기도하는 흉내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열흘만 지나면 자발적으로 신을 찬양하고 열성적으로 믿기 시작할 것이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인간은 99명과 1명은 사라지고 온전한 100명만이 남는다.
그게 여론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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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간이라는 것이 상당히 단순한 생물이죠.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쓰레기로 교육받은 남자들의 재교육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생각보다 글을 많이 못 섰지만...
괜찮습니다.
밤 새려고 커피 끓이고 있으니까요.ㅋㅋㅋ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저겡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