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난 강철의 건축 술사 형제들과 거실에서 회의를 했다.
“흐음······ 200명이 머물 수 있는 거주구라고요? 그거 참·····.”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굉장히 크군요. 제가 알기로 머물 사람은 200명 남짓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예. 물론 시작은 200명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2만 정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늘어날 내 부하들과 그들의 슬레이브까지···.
2만 명도 너무 작게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체적인 그림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여기서 여기까지는 고급 아파트 형태로 만들어 주세요.”
“고급 아파트라면 어떻게····.”
“자세한 디자인은 맡기겠지만····. 일단 복층 아파트 설계로 한 가구당 평수는 200평을 기본 베이스로 잡아 주세요.”
“····그럼···.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얼마 들죠? 한 10조?”
“····아니요. 그 정도는 대략···.”
“됐어요. 그럼 해 줘요.”
“·······알겠습니다.”
많이 든다고 해서 어느 정도인가 싶었더니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번 전쟁에서 받은 승리 수당과 앞으로 호주 전역에서 들어올 돈을 생각하면 부하들의 복지를 위해서 푼돈 정도는 아깝지 않았다.
“아파트는 그렇게 해주시고···. 여기서 여기까지는 레져 시설을 지어 주세요. 으음··. 공원하고 온천하고···, 우리 집에 지어줬던 편의 시설들 있죠?”
“예. 알겠습니다. 부족함 없이 짓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여기까지는 부하들의 훈련을 위한 연무장으로 해 주세요. 제대로 힘을 쓰려면···. 연무장 크기는 지름 1km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은데····. 너무 적나요?”
“·····사실 박민재님 같은 고위 능력자가 한 번 마음먹으면 100km로 해도 파손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정규군 레벨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의 단련을 엄하게 하고 싶으니 연무장의 강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요구 사항은 없습니까?”
“으음····. 뭐 없네요. 당신들의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세세한 것은 믿고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간은 어느 정도나 걸릴 까요?”
“항상 신속한 공사가 저희들의 모토죠. 두 달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사 의뢰비와 별개로 보너스 5,000억 이면 얼마나 앞당길 수 있죠?”
“1달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도 안 자고 해 놓겠습니다.”
“고마워요.”
한 달 정도면 부하들 훈련을 쉬어도 되겠지?
다음날부터 강철의 건축술사 형제는 미친 듯이 능력을 써가면서 내가 요구한····.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내 사병의 주둔지?
호주의 군기지?
으음···.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부하들 집이라고 하자.
부하들은 자신들의 집이 지어질 동안 별 말썽없이 지내고 있었다.
혹시나 내 슬레이브들을 상대로 흑심을 품고 엄한 짓을 하는 인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이도 아무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마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내가 무서워서 일 것이고, 또 하나는 문이화의 영향이었다.
사실 요즘 내 부하들을 보면 좀 놀라울 정도다.
나 말고 이 세계에서 여자를 저렇게 존중하는 남자를 보는게 얼마만일까?
그야 차이는 있다.
내 부하들은 여자를 존중 하는게 아니라 문이화를 존중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대부분 전쟁터에서 문이화의 능력에 크게 도움을 받은 자들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문이화에 대한 그들의 대우는 무슨····. 성녀님과 길 잃은 어린양 같았다.
나와 문리향의 말을 들을 때는 상관의 명령에 따르는 군인이었지만···, 문이화의 말에는 무슨 신탁이라도 받은 종교인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뭐···, 덕분에 내 목적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목적은 나만의 세력권에서 적어도 내가 보기에 역겨운 광경은 눈에 안 보이게 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한 여자에게만 올인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 세계의 인구 성비를 생각하면 그것은 여자들 입장에서도 지치는 일이다.
무엇보다 나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데 뭐····.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영역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를 도구처럼··, 혹은 장난감처럼···.
딱 잘라 말해서 여자를 말하는 가축 정도로 여기는 풍토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호주의 시드니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하들은 시작이 아주 좋았다.
내 부하들은 문이화를 준중한다.
문이화는 여자다.
그 말은 이들이 더 이상 여자를 막연하게 차별하지 않는다는 삼단 논법(····맞나?)이 생성 된다는 말이다.
‘앞으로 꾸준한 관찰은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니까·····.’
“주인님. 커피요.”
“아~! 땡큐.”
서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는 나에게 시아가 커피를 가지고 왔다.
시아가 원래 요리가 특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아가 끓이는 커피는 한층 더 특별했다.
“····그래서···. 하는 일은 잘 되 가요?”
“응? 으음···. 뭐 지금 상황에서는 순조로워.”
난 시아의 가는 허리를 살며시 잡아 당겼다. 그리고 그녀를 내 무릎위에 앉히고 그녀의 체온을 품에 안았다.
아····, 역시 이렇게 함께 있기만 해도 포근한 기분이 든다.
“으음···. 혹시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없어요?”
“응? 도와줄 일? 그런일 없는데?”
“·····그래요···. 아~! 부하분들 새로운 슬레이브가 오면 그녀들에 대한 원조를···.”
“아 그건 지선이가 해 주기로 했어.”
“선생님이요?”
“응.”
“전 그런말 못 들었는데····.”
“그래··. 하지만 지선이가 원래 슬레이브들 챙겨주는 일을 잘 하잖아? 그러니 그녀에게 맡겼지.”
“···그래요····. 그럼 주인··.·”
“쉿~.”
난 시아의 촉촉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서 막았다.
“지금 여기는 우리 둘 뿐인데···. 그런데 주인님이라고 부를 거야?”
“·····민재씨····.”
시아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가슴에 순종적으로 안겼다.
난 그런 시아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같은 인간의 머리카락인데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내 머리카락하고 시아의 머리카락을 비교하면 정말 같은 성분으로 이뤄져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내 손가락 사이에서 사라락 거리면서 흘러 내리는 시아의 머리카락은 최고급 실크가 미끄러지는 것 같은 기본 좋은 감촉이었다.
난 그대로 시아를 품에 안고 따뜻한 그녀의 체온에 안정을 찾았다.
그때····.
똑똑.
“아···· 누구세요?”
“주인님. 진아예요.”
“아~, 들어와.”
난 시아와 잠시 떨어져서 진아를 맞이했다.
진아는 서류를 한 뭉치 들고 들어왔다.
“일단···. 여기 이 정도만 결제 해 주시면 되요.”
“그래···. 하지만 그냥 네가 하면 안 돼? 어차피 다 맡기고 있는데····.”
“안 돼요.”
진아는 최근에 호주의 총독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21살이 된 진아가 총독부의 관공서에서 일을 하는 것은 어지간히 유능하다고 해도 무리였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백으로 고속 출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법이다.
내 이름을 데고 진아를 총독부의 실세로 등극 시키는 것에 내가 한일은 하나도 없었다.
진아 스스로 나서서 총독부를 다 장악하고 최근에는 호주 전체를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나서고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서 호주 총독부를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다.
굉장히 깐깐하게 굴고 있다고 하는데···.
내 백이 있어서 실무진의 여성들은 물론이고 정부의 입김이 닿고 있는 남자들 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총독부에서 진아를 보고 철혈의 마녀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깐깐하게 하길래····.’
어쨌든 대부분의 일은 진아가 처리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아야 할 일들이라고 이렇게 서류를 한가득 가지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 전 다시 총독부로 돌아가 볼게요. 거기 서류에 제 보고서도 첨부했으니까 모두 읽어 보셔야 되요.”
난 상당히 두꺼운 서류를 보고 진아에게 말했다.
“·······이걸 전부?”
“예. 대신에 잘 읽고 공부했으면····.”
진아는 얼굴을 붉히고 조금 어색하게 윙크하면서 말을 이었다.
“제···· 제가 좋은 것 해 드릴게요.”
그리고 진아는 후다닥 도망가 버렸다.
아마도 그녀의 성격상으로는 최대한 노력한 성과일 것이다.
‘요즘 들어서 묘하게 적극적으로 변했단 말이야···.’
난 한숨을 쉬면서 진아가 넘겨주고 간 숙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런 날 보고 시아가 말했다.
“저기···.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응? 아···· 괜찮아. 진아가 나보고 해야 될 일이라고 했으면 정말로 나한테 필요한 일일 거야. 그럼 내가 해야지.”
“······예. 알겠어요.”
순간 시아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좀 힘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긋 웃고 있는 시아의 얼굴을 본 순간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진아가 넘기고 간 서류들은 호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가 알아야 할 핵심들만 추리고 추려서 만든 서류들이었다.
읽다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굉장한 걸?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지?’
난 행정이나 정치를 모른다.
별로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그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고, 아마추어가 함부로 끼어 들어서 판단하기 어려운 세세한 부분이 잔뜩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아가 넘겨주고 간 서류를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지금 호주의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문가를 설득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이미 충분한 일류다.
하지만 생판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을 완벽하게 납득 시키는 것은 초일류에게나 가능한 것이었다.
진아의 보고서에 한 장 한 장 사인을 하면서 다 읽은 후에 난 한숨을 내 쉬었다.
‘진아의 능력은····. 천재라는 건가?’
수려한 미모에 한계를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레벨의 지적 능력, 거기에 고운 마음씨까지····.
진아가 대환란 전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보통 사람들의 선망을 받으면서 초일류의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시대에서 조차 내가 조금만 보조를 하자 자기 능력을 활짝 개화시키지 않는가?
더구나 총독부의 일을 하면서도 원래 목적이었던 의사로서의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초능력만 없다 뿐이지 괴물은 내가 아니라 진아가 아닌가 싶다.
저녁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먹었다.
문리향과 문이화의 환영식을 겸해서 우리집의 해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 것이다.
고기와 술을 아끼지 않고 풀었지만 사병 부하들에게는 사고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라고 주의를 줬다.
사병들이 평소에는 슬레이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을 정도로 엄중한 절제를 보이고는 있지만···.
술 마시면 꼭 사고 치는 놈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뭐···. 문이화씨가 있으면 괜찮을까?’
난 조용히 먹고 마시면서 주변의 분위기가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어울렸다.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는 내 측근들만 머물게 되었다.
시아와, 진아, 지선, 은하, 그리고 수진에 문이화와 문리향까지···.
그리고 멀리서 소식을 듣고 환영식에 합류한 김수경씨까지 합류했다.
“그럼···. 정식으로 우리 식구가 된 새로운 가족들을 환영하며~.”
“환영하며~~!”
“환영하며~~!”
“환영하며~~!”
건배를 하고 술이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분위기는 딱 좋을 정도로 시끌벅적해 졌다.
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집의 발랄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귀요미.
바로 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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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인기가 많은 은하죠.
확실히 마냥 예쁜 여자보다는 애교가 많은 여자가 남자들에게 공통된 기호가 더 많은것 같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오늘까지는 연참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추천 꾸~, 눌러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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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