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처음 보는군····. 우리 나라의 신성을 말이야.”
“그렇게 말이오. 구국의 영웅의 얼굴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 구만.”
“허허허····. 이게 다 우리나라의 복이지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상당히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일단 띄워주고 시작하겠다 이거 같은데···.
“칭찬 감사합니다.”
오는 칭찬을 튕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절 호출하신 용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뭔지 말해 주시겠습니까?”
“성급하군. 대한민국의 진정한 실세들이 만났는데 좀 더 이런저런 좌담을 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 어려···. 역시 많은 지도가 필요하겠군.”
“우리 젊은 시절이 생각 나는 군요.”
이것들이·····.
놈들은 날 은근히 어린애 최급 하고 있었다.
소위 자연스럽게 날 길들이려는 것이었다.
난 그런 놈들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용건이 없다면 일어나겠습니다.”
“뭐···? 뭐라고?”
“전 대한민국 정부의 호출을 받고 왔지 노망난 늙은이들의 말동무로 사회 봉사를 하려고 온게 아니라서 말이죠.”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 졌다.
늙은이들은 내가 너무 강경하게 나오자 대화의 흐름을 유지하기 어색해진 모양이다.
거기다 내가 실제로 방을 나가려고 하자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만~~!!! 그 문을 열고 나가면 용서하지 않겠다.”
우뚝~.
난 그의 말에 자리에서 멈추고 뒤를 바라봤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장막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용서라·····? 그건 말이오·····.”
내가 몸에서 뇌전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뒤편에서 문리향도 허공에 검을 소환했다.
“힘이 있는 자가 약자에게 하는 말이지. 감히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냐?”
“··············.”
“··············.”
“··············.”
나와 문리향의 무력 시위에 대꾸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내가 작정하고 날 뛰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은 십천 전원을 동원해도 무리일 것이다.
거기에 내 뒤편에 문리향마저 나에게 동조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대한민국 국기를 영원히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을 거기까지 진행시킬 생각은 없지. 하지만·····.’
적어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날 졸 취급한 것은 저 개념 상실한 늙은이들이다.
권력에 오랜 세월 취하다 보니 머릿속에서 개념과 겸손이 쌍으로 손잡고 사랑의 도피라고 한 모양인데···.
서둘러 다시 부르는게 좋을 것이다.
날 상대하려면 필요 할 테니 말이다.
그때···. 전혀 인기척도 없이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자리에 앉아라.”
“넌·····. 양승모?”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나와 같은 십천이면서도 단 한번도 대화를 해 본적이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
바로 유력의 양승모였다.
‘·····정부 비장의 무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자리에 나타날 줄은 몰랐군.’
아니 그보다···. 언제 나타났지?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뭔가 능력을 쓴 건가?
난 그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 날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더구나 2대1로?”
“·············.”
나 역시 이 놈의 실력이 세상에 나타난 것하고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십천의 서열 10위를 맡고 있지만 아무도 실력을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정부의 비장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 일본에서 부상 중이던 육대 천왕 둘을 죽인 것도 이 놈이라고 했었다.
설령 부상 중이라도 해도 회복기에 접어들었던 육대천왕 둘을 동시에 소리 소문 없이 죽일 정도라면 이 놈의 실력은 절대 10위가 아니다.
진짜 실력은 훨씬 더 강할 것이다.
어쩌면 진짜 실력은 신대호 이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놈이라고 해도 날 상대로···. 더구나 문리향까지 끼워서 2대 1로 싸워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 강자였다면 정부가 나나 신대호에게 의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았으면 비켜라. 안 그러면 이 상태로 한 번 해볼거냐?”
“········난····. 승산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뭐?”
“명령이 떨어지면····. 싸울 뿐이다.”
그렇게 말한 순간 양승모의 전신에서 푸른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어라····. 이건 상황이 내가 바란 상황이 아닌데?’
정부와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블럼프를 좀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정부하고 완전히 등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정부와 등을 돌릴 거라면 충분한 준비이후에 시아들의 안전부터 최우선으로 챙겨 놓고 했을 것이다.
“·················.”
“·················.”
나와 양승모가 진지하게 대치하기 시작하고 일촉 즉발의 상황이 되었을 때···.
“그만하지. 양승모군. 자네도 자제하게.”
다행이도 내 블럼프가 통한 것일까?
내가 정말 막나가는 놈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정부의 의원중에 한 명이 양승모를 말렸다.
‘다행이다···. 통한 모양이야.’
이번 대화에서 내 목적중에 하나가 정부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너무 써먹기 편한 인간 취급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좀 나쁜 남자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진짜 싸움 날 뻔 했네····.’
어쨌든 실제로는 안 싸웠으니 다행이다.
양승모를 말린 의원이 나에게도 말했다.
“민재군···. 아니 박민재씨, 그대도 앉아 주시오.”
“······알겠습니다.”
일단 말하는 투부터 좀 바뀌었다.
어린애 취급을 싹 사라지고 나를 대등한 대화의 상대로 취급해 주기로 한 모양이다.
물론 다른 헛기침을 하는 의원나리들은 그게 못마땅한 모양 이다만····.
그래도 실제로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을 봐서는 지금 나와 대화를 한 의원이 가장 실세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유도어를 잡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그물 안으로 들어오는 법이지.’
난 그에게 자연스럽게 포커스를 맞췄다.
“제가 좀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내가 일단 한발 숙이고 들어가자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젊은 시절의 혈기는 항상 거칠 것이 없는 법이지.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이해는 하네.”
“·············.”
“그럼··. 자네 취향에 맞게 바로 얘기를 시작하지. 우선 자네의 요구에 관한 우리 입장을 정해야 하는데·····.”
그가 서류를 몇 장 넘겨보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문리향, 문이화 남매의 신병을 자네가 책임진다고? 그리고 개인 사병을 기르고 싶으니 이번 자네 원정에 따라갔던 병사들 중에 지원자를 받겠다····. 솔직히 말하겠네. 모두 너무 파격적인 요구들이군.”
“그렇습니까?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거짓말이다.
파격적인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정직하게 대답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우리 대한민국에 사병은 없네. 고위 능력자를 개인에게 맡기는 경우는 더더욱 없고 말이야.”
“왜 입니까?”
“사회적으로 일개 개인에게 너무 많은 힘을 할양하는 것은 그리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지.”
거짓말 하고 있네.
하지만 정론이기도 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그 거짓말이 정론으로 무장하면 그냥 받아 치기는 좀 힘들어 진다.
“거기에 관해서는 몇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선 제 사병에 관해서인데····.”
난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말했다.
“이번 한국과 중국의 전쟁이 끝나면 다음 상대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음 상대라·····. 우리는 항상 평화를 원하네.”
놀고 있네.
“그렇죠···. 우리는 항상 그렇죠. 하지만 미국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
“제가 장담하죠. 그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아시아를 노릴 것입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과 자네의 사병 양성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미국이 우리 나라로 진출하기에 압서서 가장 먼저 공략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호주지.”
어린애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뻔한 대답이었다.
호주는 미국이 일본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영역 싸움을 하던 곳이었다.
이제 와서 상대가 한국으로 바뀌었다고 마냥 포기할 리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한미 동맹으로 호주의 영역권을 한국에 양도하고 있지만 그 양도의 인정은 아마도 미국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사라질 것이 뻔했다.
언제가 되어서 한국은 미국과 한판 붙어야 할 운명인 것이었다.
“그럼 호주의 방어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그거야··. 자네하고 김수경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전 여기서 요구합니다. 저에게 사병을 기를 권리와·······.”
난 잠시 멈췄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정부에 노리는 것을 말했다.
“저에게 호주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십시오.”
“··············.”
“··············.”
“··············.”
내 말에 상대는 어지간히 놀랐나 보다.
의원들 전원이 입을 다물었다.
‘하긴····, 놀랄 만도 하지? 사실상 호주 전체를 영지로 달라고 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지금 내 영지는 시드니다.
호주의 대도시인 시드니를 내 영지로 하고 있는것만 해도 이미 상당한 이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 거기에 멈추지 않고 호주 전체의 이권을 나에게 넘기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가···· 너무 과하군.”
“모든 권리를 넘기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행정권하고, 인사권, 그리고 군사 방위권 정도만 남겨 주십시오.”
“그게 ······전부군,.”
쳇~, 그래 나도 안다. 말만 바꿨지 그냥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말하고 다를 바 없었다.
‘안 통하네····.’
말만 바꾸면 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머리 나쁜 인간들은 아닌 모양이다.
난 그들에게 두 번째 노림수를 던졌다.
“대신에···. 미국과의 전쟁이 벌어지면 호주쪽의 방어라인은 제가 100%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말은····.”
“미국이 호주에 주력하다면 저 혼자서 호주의 전력만으로 미국을 막아 보겠다는 말입니다.”
“···············.”
“···············.”
“···············.”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까의 침묵과는 느낌이 달랐다.
뭔가 의원들 끼리 작은 목소리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게 실과 득을 세세하게 따져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한참의 대화 끝에 그들이 나에게 말했다.
“자네 말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본국에 손을 전혀 벌리지 않고 자네 전력만으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네의 개인 사병을 기르는 것을 허가해 달라고?”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의견이군.”
“·············.”
“하지만, 군침 도는 의견이기도 해.”
다행이다. 통했다.
‘땡큐~, 진아야···.’
이게 통할지 말지는 나도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경하게 밀어 붙인 이유는 내가 진아를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여기서 나온 대화의 80%는 내 생각이 아니었다.
그 대부분의 초안을 짜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아였다.
============================ 작품 후기 ============================
진아의 캐릭터는 원래 똑똑한 천재 소녀였죠.
이제까지는 그냥 똑똑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여성으로만 나왔지만... 슬슬 진가의 편린을 조금 보여야 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머리까지 좋으면 너무 먼치킨이니까 말이죠.
설 잘보내십시오.
미읍하지만 설 연참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