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동생에게 그렇게 말한 문리향은 군부대를 털기 위해서 단신으로 내려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실패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자신은 중국에서도 가장 강한 능력자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습이나 잠입 같은 수단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콰쾅~!!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비상~!!!”
사방팔방에서 정규군들이 난리를 피웠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토끼들이 부산을 떤다고 신경 쓰는 사자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시끄럽기는····.”
그는 허공에서 검을 수십 자루 꺼내서 한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퍼펑!!! 쾅~!!
“아악~~!!”
“크아악~!!”
단 일격에 몇 백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갑작스런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서 달려들려던 정규군들은 저마다 얼어붙은 것처럼 발을 멈췄다.
감히 자신들로서는 어쩌지 못할 강자를 만났을 때 약자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발악하거나 복종하거나···.
이 경우에는 발악도 무의미 했다.
왜냐하면·····.
“어차피 살려둘 생각은 없다. 일초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면 조용히 있어.”
문리향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선고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쓰고 얼굴을 가리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어차피 중국 정부에 쌓인 것도 많은 그였기에 이 기회에 제대로 한 방 먹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상공에서 눈부신 빛줄기가 그를 덥쳤다.
콰아앙~!!!!
“큭···. 이 능력은····?”
간신히 막아내기는 했지만 뒤로 한참 밀려잔 문리향은 눈 앞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거기에는 자기도 익히 아는 얼굴이 있었다.
“리후·····.”
“오랜만이다. 문리향. 죽었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멀쩡한걸?”
광선 리후.
중국의 24선들 중에서도 두 번째로 강한 남자로 과거에 문리향은 이 남자와 몇 번이나 싸운 적이 있었다.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의 처참한 패배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런데···· 멀쩡한 것이야 둘째 치고····. 이건 뭐하자는 거냐? 자국의 군기지를 공격하다니 말이야.”
“············.”
“대답하지 않겠다는 거냐? 그렇다면····. 대답하게 해 주마.”
“제길···. 어디 해 봐라~!!!”
허공에서 나타난 수백자루의 검들과 수백 다발의 빛의 입자가 충돌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시작으로 24선들 중에서도 에이스에 해당하는 두 사람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광선 리후의 능력은 빛이다.
정식 몇칭은 광자화라고 하는 능력이다.
텔레포트와 염동력도 쓸 수는 있지만 그의 주력 스킬은 그대로 파괴의 빛이었다.
자신의 신체를 광자로 감싸고 싸우거나.
혹은 빛으로 광선이나 광구를 날리기도 한다.
능력 자체는 단순하지만 무서운 것은 무시무시한 화력이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배경이 끼치는 감수성의 영향이랄까?
중국의 고위 능력자들은 능력 자체가 숫적으로 의존하는 영향이 강했다.
문리향의 능력 백검 역시 수많은 검들을 조종하는 능력이고, 민재의 어퍼컷 한 방에 털렸던 인선 제갈후도 수많은 인간을 조종하는 능력이었다.
질 보다는 양.
그게 중국의 고위 능력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광선 리후라는 남자는 양에 있어서 절대적인 정점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하느냐? 쥐새끼처럼 도망만 갈 생각이냐?”
리후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한차례 휘둘렀다. 그러자 수백 개의 빛의 입자가 빠른 속도로 문리향을 덮쳤다.
“제길···.”
문리향은 자신의 검들을 주변에 빼곡하게 둘러서 그 공격을 막았다.
퍼펑~~!!! 펑~ 펑~~!!
마치 융단 폭격이 자신한테만 핀포인트로 집중되는 느낌이 이럴까?
방어가 풀리는 순간 박살날 것만 같은 충격이 연속으로 그를 덥쳤다.
‘안 좋아···. 이러면 또 못 이길 거야.’
이제까지 이 둘의 결투는 항상 이랬다.
리후가 막대한 공격으로 공격하고 문리향은 방어에 급급했다.
그리고 힘이 빠지면 자신의 패배.
쭉 이런 스토리의 공방만 계속해 왔었다. 어쩔 수 가 없었다.
화력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나다 보니까 달리 뭔가를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큭···. 이렇게 되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상황에 지지부진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사방으로 쏟아지는 공격을 최소한의 방어로 견디면서 문리향은 적을 향해서 검을 날렸다.
몇군데 비는 허점을 통해서 적의 공격을 허용해야 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노려봐야 했다.
하지만····.
퍼퍽~.
“애쓰는군····.”
문리향의 광검은 그대로 리후를 관통해서 뒤로 빠져 나갔다.
“어떻게···?”
“아~! 너 나한테 공격한게 처음이지? 항상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만 했으니 말이야.”
“·············.”
“미안하지만 난 몸을 광자로 바꿀 수 있거든. 물리공격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리후를 보면서 문리향은 허탈해졌다.
물리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고 절대 통하지 않는 능력자.
그런걸 어떻게 이긴다는 건가?
“절망 다 했나? 그럼 다시 맞아라.”
슈슝~!! 콰콰쾅~~!!
다시 리후의 광자폭격이 시작되고 문리향은 다시 방어 일변도로 돌아갔다.
언제나의 필패 팬턴으로 말이다.
“어쩌지? 오빠가·····.”
멀리서 떨어져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문이화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저 번쩍이는 광자의 공격은 그의 오빠가 몇 번이고 덤볐지만 절대로 이기지 못했던 강자의 공격이다.
어째서 그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황이 나쁘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문리향이 성격상 중간에 항복할 리가 없다.
승산이 있건 없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100% 확실하게 죽음이다.
‘····도와줘야해. 하지만 난·····.’
그녀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그녀 같은 치유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유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굉장한 능력이 정작 전투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게 문제였다.
“그 사람이라면······.”
문이화는 심장이 터져도 좋으니까 텔레포트를 반복해서 상하이 외각의 폐공장으로 향했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텔레포트 만큼은 꾸준하게 트레이닝 해서 상당히 고위 수준의 능력까지 올랐다.
하지만 안티 텔레포트 존만 없었다면 3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지만 지금은 한 시간은 넘게 걸릴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서 텔레포트를 반복했다.
“도와 주세요~!! 제발 도와 주세요~!!”
난 자는 중에 깨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뭐···. 그걸 누가 좋아하겠냐 만은····.
그래도 그게 아름다운 미녀의 SOS라면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 거기에는 우리 부하들 몇 명이 안색이 파래진 문이화를 포위하고 있었다.
“뭐하자는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려주면 안 되겠지?”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놈들의 시선이 문이화의 전신을 음흉하게 훑어보는 것 같았다.
여자를 접한지가 오래 되기는 했지. 하지만···.
“거기까지다.”
“헉~. 대장님···.”
퍼억~!!
“쓰레기한테 대장님 소리 듣고 싶지 않다.”
나한테 뭐라고 말하려던 놈이 그대로 안면에 한 대 맞고 나뒹굴었다.
“대장님~?”
“갑자기 무슨···.”
콰앙~!!
“············.”
“············.”
“············.”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 하려는 놈들이 내 염동파에 한쪽 벽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아마 이 놈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것이다.
경계 서다가 침입자를 잡았고···.
그리고 그 침입자가 눈에 띠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오랜만에 재미 좀 보려고 했을 것이다.
보통 전쟁중에 타국에 들어왔으면 거기 여자들을 덮치는 것이 거의 관행이기는 하다.
자국의 남자가 자국의 프리를 덮치는 일도 비일비재한 세계이다.
타국의 여자라면 프리건 슬레이브건 에러건 가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그것을 모두 방해했다.
세계가 이렇게 미쳐버린 상황이다 보니 노골적으로 금지하지는 못했다.
그랬다가는 정부에 내가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관리하에 있는 부하라는 놈들이 아무 여자나 닥치는 대로 강간하고 다니게 놔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놈들이 행여나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도심과 떨어져서 이동하고 도심에 접촉할때도 작전중이라는 이유로 다른 짓을 아애 못하게 막아 버린 것이었다.
평소에 여자가 전혀 아쉽지 않았던 놈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 상당히 절박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봐줄 거란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불만 있는 놈들 있으면 나와라? 있나?”
“············.”
“············.”
“············.”
나오면 죽인다는 아이콘택트를 하면서 물었는데 나오는 놈은 당연히 없었다.
난 부하들을 위압해서 입 다물게 하고 문이화에게 가서 말했다.
“여긴 왜 돌아온 거요? 도와달라는 건 또 무슨 말이고?”
“········오빠가 위험해요.”
그녀는 파리한 안색을 하고 나에게 간신히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애원하듯이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도와 주세요.”
“···········.”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문리향 정도의 실력으로 위험하다는 말은 상당한 실력자와 싸우고 있다는 얘기다.
나도 슬쩍 고전했을 정도의 실력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말은 상대가 최소한 육대천왕 이상급의 실력자라는 얘기인데····.
‘지금 놈을 도와주러 가도 부하들한테 얼굴이 설까?’
아무리 내가 내 마음대로 이끄는 부대라고 해도 나중에 정부의 귀에 들어갈 보고는 신경 써야 한다.
내가 그냥 여자의 눈물에 마음을 약하게 먹고 몸을 움직였다고 하면 정부에서는 내 사상을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모든게 무너지겠지.’
그건 피해야 한다.
부와 명예를 잃어버리는 것은 무섭지 않다.
그런건 내 관심 밖이다.
하지만 시아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 부와 명예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움직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문이화가 내 발치를 잡고 애원했다.
“부탁이예요. 오빠를 살려 주세요. 그럼···. 그럼 제가 뭐든지 할 게요. 도와 주세요.”
난 순간 그녀의 말에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하면 모든게 해결 되지.’
난 몸을 숙여서 문이화의 턱을 잡아 올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뭐든지라···. 그럼 네 오빠를 내 부하로 설득시키는 것에도 협조 할 텐가?”
“·········예.”
“너 자신을 내 장난감 취급한다고 해도 동감할 텐가?”
“할게요···. 뭐든지 할 테니까····.”
상대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정부에 들어갈 말을 생각하면 이런 쇼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할 생각은 없으니 됐지 뭐···.’
어쨌든 명분은 생겼다.
난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두 연락해라. 좀 이르지만 지금 움직이겠다고.”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문리향을 구출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추천이 다시 조금 늘었습니다.
그 덕분에 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연참을 날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여러분들 덕 분입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