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민재와 수진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문리향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애썼다.
‘무슨 꿍꿍이지?’
민재의 예상대로 이제까지 문리향에게 부드럽게 다가간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는 모두들 좋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문리향의 능력, 혹은 그의 여동생의 미모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증스러운 배신을 숱하게 겪은 문리향은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민재가 무슨 꿍꿍이인지 파악 하려고했다.
‘도망가기를 유도하고 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도망가면 그 후에 뭔가를 할 생각인 거야? 그렇다면······.’
문리향이 내린 결론은 일단 도망가지 않는다. 였다.
“·····이화야. 컨디션은 어떠니?”
“응? 오빠····. 무슨····.”
“‘그건’ 할 수 있겠니?”
“응···, 응 지금 당장이라도···. 해 줄까?”
“아니····. 기다려라. 내가 말하면 해 다오.”
“··········오빠. 저기 저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마렴.”
“오빠······.”
문이화는 민재를 믿지 않는 오빠를 안타깝게 불렀다.
하지만 문리향의 신념은 확고했다.
하나뿐인 동생의 말이다.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믿으라는 말은 예외였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타인을 믿을 수는 없다. 그게 문리향의 신념이었으니까·····.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다. 넌 이 오빠를 믿어 다오.”
“··············.”
아쉽게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그녀였다.
그녀의 오빠가 자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했는지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녀가 오빠를 져 버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 했다.
모두가 잠든 밤.
두 오누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움직였다.
“·············.”
주변을 둘러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문리향은 동생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두르렴.”
“알겠어요.”
그리고 문이화는 오빠의 잘린 팔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불어졌다.
그녀의 손에서 온화한 빛이 나면서 잘려진 오빠의 팔을 재생 시켰다.
팔 두 개를 재생 시키는 것에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좋아.”
새로 생긴 팔을 몇 번 휘둘러보던 문리향은 만족했다.
그는 자신의 팔을 만들어준 동생에게 말했다.
“컨디션은 어떠니?”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고는 있었지만 숨을 고르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상당한 무리를 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사람의 팔을 재생 시켰다.
그것도 이렇게 간단하게 말이다.
그녀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 정부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워낙에 대단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문리향이 철저하게 숨겨 왔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상당히 많았다.
능력 자체는 희귀한 것이지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런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단번에 인간의 잘린 팔을 깔끔하게 재생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치유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비전투 형이라고 해도 문이화 역시 어마어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조금 지친 얼굴을 하고 문리향에게 말했다.
“그보다 오빠····. 이대로 도망가면 또····.”
“그만하렴.”
“·············.”
“많이 지친것도 안다. 많이 힘든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명심하렴···. 이 세상에는 우리 둘 밖에 없다는 사실을·····.”
“················.”
오빠의 말에 순순히 대답하기에는 문이화는 이번 기회가 너무 아까웠다.
정부의 손에서 자유롭게 벋어나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몰랐다.
하지만 오빠의 말은 확고해 보였고, 그녀는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두 남매는 몰래몰래 텔레포트를 조금씩 반복해서 도망갔다.
안티 텔레포트 존이 펼쳐진 상황에서 누군가를 데리고 텔레포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텔레포트는 문이화가 치유의 능력 말고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그녀는 오빠와 호흡을 맞춰서 빠져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폐공장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문리향은 잠시 동생하고 떨어졌다.
“오빠·· 어쩌려고?”
“혹시 모를 추격에 대비하려는 거야.”
그리고 문리향의 머리위에 수백 자루의 검들이 나타났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이상 저것들이 가지는 파괴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놈들을 공격해서 혼란시킨다. 여기가 적지인 이산 소란이 일어나면 놈들이 날 쫒아오는 것은 불가능 할 거야.’
문리향은 그렇게 생각하고 폐공장을 막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거기 까지만 하지?”
문리향은 소름 끼치도록 놀랐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목이 부러질 정도로 고래를 휙 돌리니 거기에는 민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가려면 곱게 갈 것이지····. 뭐, 혹시 이럴까봐 미행한 것이지만·····.’
두 남매가 빠져 나가려는 것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이미 그런 낌새를 보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배웅겸 감시를 겸해서 이렇게 하이딩을 한 상태로 따라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오빠라는 인간이 엄한 짓을 하려고 한다.
아무리 정 안가는 녀석들이라고는 해도 내 부하들인데 저런 무지막지한 공격에 노출 시킬 수는 없었다.
“거기 까지만 하지?”
내가 나타나면서 말하자 놈은 나를 바라보면서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박민재·····.”
그리고 놈의 검들이 허공에서 궤도를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난 놈에게 재빨리 말했다.
“지금 여기서 나하고 싸우면 누가 가장 위험할까?”
흠칫~.
한창 전의를 충만하게 불러 일으키던 놈이 이제야 깜작 놀라면서 자신의 동생을 바라봤다.
그제야 우리의 전투에 휘말릴 동생 걱정이 드나 보다.
‘그런 생각은 진작 했어야지····. 하여튼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모를 놈이야.’
나하고 놈이 싸우면서 상하이 시내가 거의 초토화 될 뻔 했었다.
그런데 놈하고 내가 여기서 또 사우면 저 가녀린 여성은 어떻게 될까?
안티 텔레포트존이 펼쳐져 있는 이상 멀리 도망가는 것에도 시간이 거릴 것이다.
“크윽···. 어떻게 할 생각이냐?”
놈은 결국 꼬리를 말고 나에게 의중을 물었다.
어떻게라·····.
난 놈에게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 물어봤다.
“한국으로 망명할 생각은 없는 거지?”
“거절한다.”
“그래·····. 알았다.”
난 미련 없이 놈에게 등을 돌리면서 말했다.
“얌전히 꺼져라.”
“·····뭐?”
내 말에 놈은 깜짝 놀라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놈에게 내가 말했다.
“미리 말해 두겠는데····. 중국 정부에 돌아가서 날 또 공격하면 그때는 봐 주지 않겠다.”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냥 변덕이다. 내 마음 변하기 전에 꺼져.”
“···············.”
결국 놈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자신의 동생을 데리고 야금야금 텔레포트를 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설마 또 공격하지는 않겠지?”
“글쎄····. 그거야 모르지.”
내 말에 대꾸한 것은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난 수진이었다.
‘언제 따라왔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내 하이딩과는 다른 능력.
수진이의 일루전을 이용해서 날 현혹 시킨 모양이다.
‘많이 늘었는걸?’
내 하이딩이야. 원래 내 기척과 몸을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능력이다.
하지만 일루전은 환상을 보여주는 능력이라서 은폐를 목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시전자인 수진이의 컨트롤이 중요했다.
그런데 수진이는 스스럼 없이 해낸 것이다.
그것도 이 나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레벨로 말이다.
내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수진이가 말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어느 나라에 가도 잘 대접 받을거야. 굳이 중국에 연연하지는 않겠지.”
수진이의 말에 나는 한 숨을 쉬었다.
수진이의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저 고집불통 슈퍼 황소고집이 어느 나라에 가도 순순히 복종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김수경씨가 보여준 자료에 저런 인간에 관해서 하는 말이 있었는데···. 뭐더라?’
으음···. 다른 사람 말은 죽어라 안 듣고 오로지 동생이나 누나 말만 듣는 사람·····.
그게 뭐더라?
난 한참의 고민 끝에 해답을 찾았다.
‘아~! 시스터 콤플렉스.’
그래 그거였다.
박민재의 손에서 탈출(?)한 문리향은 그대로 가까운 중국의 부대로 향했다.
중국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니다. 그의 계획은 이랬다.
이번 상하이의 전투로 중국 정부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건 어떤 의미로는 새옹지마였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 그는 전혀 다른 삼국으로 가서 얼굴을 성형 수술하고 살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동생을 제대로 보호하면서 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어디를 가도 당분간 정체를 숨기고 지내야 할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고위 능력자라고 해도 허공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재주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까운 중국의 군부대를 습격해서 돈을 갈취할 생각이었다.
그 다음에는 장시간에 걸쳐서 러시아나 인도 쪽으로 도망갈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오판이 있었다.
원래 이곳 상하이 일대의 군부대는 그와 나머지 24선 둘이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패했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은 한나절 만에 재빨리 손을 썼다.
박민재의 실력이 어느 정도 강하다는 것은 알았다.
중국의 24선 중에서도 네 번째로 강한 문리향이 패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24선들도 실력의 고하는 모두 정해져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 그것을 대외비로 정했을 뿐이지 정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군기지에는 24선 중에서도 두 번째로 강한 남자가 와 있었다.
광선 리후.
그가 지금 상하이의 임시 관리자로 부임한 상태였다.
“오빠···. 꼭 이래야 돼? 차라리 돈이 없어도 멀리 도망가면···.”
군 부대의 습격을 앞에 두고 문이화는 내키지 않는 얼굴을 했다.
아무리 중국을 싫어하는 그녀지만 그래도 바로 오늘까지만 해도 아군이었떤 자들을 상대로 강도짓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네 말대로 멀리 도망가기 위해서야. 세상 어디를 가도 돈은 필요해. 잊었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오빠···. 가서 기적의 박민재씨에게····.”
“그만~. 넌 그냥 여기 있어. 오빠가 금방 갔다 올게.”
“···············.”
============================ 작품 후기 ============================
추천이 조금 늘었군요. 덕분에 오늘은 분량을 좀 뺐습니다.
내일 오전중에 분량을 어디까지 빼느냐에 따라서 연참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