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그녀가 14세가 된 어느 날···.
평소에 자기 집을 가끔씩 찾아오던 남자가 어머니의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러니까 8분의 1의 확률로 자기 아버지일 지도 모르는 남자는 가끔씩 와서 어머니를 탐하고는 했다.
평소라면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돌아가는 남자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너 지금 몇 살이지?”
“예~?”
“몇 살이냐고 물었다.”
“······14살입니다.”
“그래····. 슬슬 여자 티가 나는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직 어렸던 그녀에게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쓱쓱 쓰다듬었다.
이제까지 그녀는 어머니의 말대로 남자들의 누에 뜨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고, 될 수 있는한 남자들이 있는 곳에는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오늘 남자는 오랜만에 본 문이화에게서 소녀 특유의 풋풋한 느낌을 받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일을 언젠가는 겪을 줄 알았던 그녀다.
하지만 그렇다고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
덜덜 떨리는 몸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자가 두꺼운 손으로 여기저기를 쓰다듬었다.
그때····.
“자··· 잠시만요.”
문안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어머니가 뛰쳐 나왔다.
그녀는 뛰어 나와서 남자를 부여잡고 애원했다.
“아직 어린애에요. 그러니····· 제발········.”
“엉? 뭐야? 지금 미쳤어?”
“부탁이에요. 전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 그러니 제발 딸 만큼은·····.”
애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남자는 이게 무슨 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쳐버린 세계의 상식으로 여성이 남자에게 착취당하고 유린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여인의 간절한 애원을 듣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
“이게····, 아주 미쳐가지고~~!! 이거 안 놔~!?”
“부탁 이에요. 제발 한 번만 제 부탁을 들어 주세요. 어쩌면 이 애는 당신의 딸일지도·· 악~!”
뻑~!!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있는 힘껏 때렸다.
초능력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남자의 완력은 여성에게 위험한 것이다.
“동네에서 재수 없게 애 키운다고 할 때부터 미쳤다고는 했지만 보자보자 하니까 완전히 미쳐 가지고····.”
남자는 이번 기회에 여자를 제대로 손볼 생각인 것처럼 본격적으로 패기 시작했다.
허리띠를 풀어서 그것을 채찍처럼 휘두르는데 무식하게도 버클의 쇠가 있는 부분을 여성에게 사정없이 휘둘렀다.
빠닥~. 퍼억~. 퍽~.
여성의 가녀린 몸에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다.
남자는 이대로 여자를 죽여도 양심의 가책 하나 느끼지 않을 그런 인간이었다.
“하지 마세요. 제가 잘못 했어요.”
엄마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문이화는 남자에게 가서 매달려서 사정을 했다.
자기 때문에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퉷~, 재수 없게····.”
남자는 한 번 여자를 발로 밟아놓고 그대로 문이화에게로 돌아섰다.
“너도 잘 알아먹어라. 여자란····..”
찌이익~!!!
남자의 손길에 어린 소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남루한 옷이 찢어지고 삐쩍 골았지만 그래도 여자 티가 나기 시작한 소녀의 몸매가 드러났다.
“··············.”
문이화는 덜덜 떨었지만 또 모친이 맞을까봐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몸을 딱딱하게 고정 시키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소녀의 덜 여문 몸을 보면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자란 남자의 노예. 아니 도구다. 너희는 인간이 아니야. 알겠냐?”
“··········예.”
“그래···. 그래야지····.”
마지못해 대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남자는 징그러운 손으로 그녀의 덜 여문 가슴을 만지다가 다른 한 손을 점점 은밀한 곳으로 움직였다.
그때····.
푹~!!!
“으····· 으윽········.”
남자는 갑작스럽게 신음을 토하면서 입가에서 주르륵 피를 흘렸다.
그리고 서서히 뒤를 돌아본 남자의 눈에는 손에 날카로운 손도끼를 들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너··· 이 ····미친년·····.”
“으···· 으아아~!!!”
콱~ 콱~. 콰직.
여자의 한 맺힌 소리와 함께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손도끼로 몇 차례나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혹시라도 이 악마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내리쳤다.
아무리 이 세계에서 남자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위 능력자가 아닌 이상은 이런 허점들도 보일수 있는 것이었다.
등 뒤에서 갑자기 찔린 치명상에 남자는 이미 명을 달리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머리가 깨지고 두개골이 드러나고 뇌수와 안구가 사방에 흩어질 때까지····.
그녀는 수십 번이고 그것을 반복했다.
마치 한 풀이를 하는 듯한 그녀의 그런 행동은 마당에 아들이 나타나고 나서야 멈췄다.
“어···· 어머니.”
“향아·····.”
복받친 그동안의 인생의 설움이 폭발한 그녀의 광기는 아들을 보고서야 풀렸다.
그리고 정신이 들자 그 다음으로 나타난 감정은 두려움 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걸 마을의 다른 남자들이 알면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식들 까지 모두 죽을 것이다.
어머니의 본능일까?
그녀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단은 어머니로서의 결단을 먼저 내렸다
“향이야···. 넌 이화를 데리고 이 마을을 떠나렴.”
“어머니····. 어머니는요?”
“·······난··· 난 어디를 가도 아마 똑같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 세상은 지옥이었다.
그것은 마을 밖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호적도 없는 그녀가 세상에 나가서 뭘 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뭔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아이들 중에 한 명은 남자이지 않은가?
전 세계에서 인권이 가장 낮은 중국이지만 그래도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남자는 고위 전력으로 개화할 가능성이 있는 인력이었다.
“가라···. 가서 세상을 살 거라.”
“어머니, 같이 가요. 가려면 같이 가야죠.”
“맞아요. 제가 지켜 드릴게요. 그러니···. 어·· 어머니~!?”
어머니를 설득하려던 아이들은 눈을 부릅뜨고 경악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손도끼의 날을 자기 목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라···. 빨리 가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어머니·····.”
“어··· 어머니····.”
아이들이라도 왜 모를까?
잔혹한 환경은 아이들을 아이 답지 않게 만든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자. 이화야.”
“오빠~!!?”
“가야 돼. 안 그러면·········.”
어린 문리향은 차마 말을 맺지 못했고 쌍둥이 여동생인 이화는 그냥 눈물만 흘렸다.
두 남매는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고 그대로 집을 떠났다.
그런 두 남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가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
“···············.”
걱정은 하지 말고? 그런 것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들이니까·····.
딸이니까····.
그리고 어머니니까·······.
두 아이는 떠나고 홀로 남은 그녀는 집에 불을 질렀다.
자신들이 타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자신은 집에 남았다.
불타는 집에서 스스로의 심장에 칼을 들이대고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신이여···. 당신이 있다면···, 정녕 존재한다면···, 제게 내려주셨던 시련의 100분의 1이라도 좋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행운을 주십시오.’
그리고 그녀는····.
푸욱~.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식칼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쓰러진 그녀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아이들을 떠 올렸다.
처음 아이들이 나왔을 때.
자신의 생살을 찢고 힘겹게 나온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죽을 마큼 고생해도 좋으니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다.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단 한 번도 후회는 한 적 없었다.
‘향아···. 화아야···. 사랑 한다·····.’
화르륵~.
집에서 번진 불길은 이내 그녀를 휘감았다.
마치 그녀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듯이·····.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두 남매는 위대한 선물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절대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는 아가페(agape).
바로 모성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과연 통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분량을 바꾸고 연참으로 돌리면서까지 여러분들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한 수를 노렸는데.....
혹시 코끝이라도 찡해지신 분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