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내 염동파를 맞은 놈은 제 딴에는 제법 충격을 받았는지 입가에서 피를 흘렸다.
‘그걸 몸으로 때우냐? 염동력으로 실드만 쳐도 반감 시킬 수 있는걸?’
이 녀석 약하다.
그것도 굉장히····.
이 정도면 랭커는 고사하고 한국의 정규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긴····. 이렇게 약한 놈이니까 전쟁에 소집되지 않고 이렇게 있는 거겠지.’
난 놈을 상대하면서 최대한 파워를 줄였다.
펑~!! 콰앙~!!
“꺄악~!!”
“싸움이다~!!”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점원들은 남자들의 싸움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다.
그리고 잠시후에 중국의 치안을 유지하는 공안이 올 때까지 난 놈과 힘 조절을 하면서 투닥 거렸다.
“꼼짝하지 마라. 공안이다.”
“·········제길···.”
“··············.”
한창 싸우던···. 내 경우에는 싸우던 척 하고 있던 우리는 싸움을 멈췄다.
공안들은 우리를 보고 즉시 제압해서 우리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계획 대로군····.’
난 잡혀가는 와중에 수진이와 눈빛을 교환했다.
이제 남은 것은 계획대로 사태가 흘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안 되면 그냥 힘으로 빠져 나오고····.’
공안들은 나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했고 난 미리 만들어둔 가짜 신분증 중에 하나를 제시했다.
“흐음···. 홍콩 출신이군. 어째서 상하이까지 왔지?”
“얼마전에 거기 난리가 난건 알잖습니까? 그래서 도망왔죠.”
“그래···. 저 슬레이브가 네 것이란 증거는 있느냐?”
“내참···. 상하이가 망가지면서 죽은 남자의 슬레이브요. 그걸 내가 챙겨서 좀 가지고 놀았다고 그게 죄요?”
내 말에 취조를 하던 공안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주인이 죽은 시점에서 모든 슬레이브는 정부의 소속이다. 알 텐데?”
“그러니까 이렇게 가져왔잖소. 그 전에 재미 좀 본거고····.”
내 말에 공안들은 머리를 손으로 짚으면서 말했다.
“한동안 들어가 있는게 좋겠군. 머리가 좀 식으면 꺼내주던가 하지.”
공안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날 끌고 유치장에 집어넣었다.
‘들은 것하고 다른 걸? 유치장은 안 되는데···.’
그때 옆에 다른 공안이 말했다.
“뭐하는 거야? 공문 내려온 것 못 봤어?”
“아~!! 그랬지···. 귀찮게 시리···.”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날 밖으로 데리고 가더니 차에 태웠다.
“어디 데려가는 거요?”
“시청의 관사에 있는 유치장.”
“거··· 거기는 왜? 별것 아니잖소. 그냥 싸움좀 했고···. 주인 없는 슬레이브 좀 가지고 논게 다인데···.”
내 말에 놈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운이 없군. 평소라면 몰라도 전시에는 모든 범죄자를 시청의 유치장에 가두고 엄중하게 체크하라는 공문이 왔어.”
“이건··· 이건 불공평해.”
난 겉으로는 화를 냈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걸 위해서 식당에서 그 쇼를 한 것이다.
‘그나저나 수진이는 멀쩡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뭐 수진이 실력이면 걱정은 별로 안 되는군.’
민재가 공안에 의해서 밖으로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 수진이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무슨 계획이 뜻대로 돌아가지를 않으니···.’
수진이는 중간에 무너질 뻔한 계획을 간신히 성공시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청의 일은 민재에게 맡겨 두면 된다.
자신은 다른 일을 해야 할 차례였다.
“흐흐흐····. 그래···. 주인을 잃었다고?”
수지이를 데리고 있던 공안은 민재가 나가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수진이에게 한걸음씩 다가왔다.
“정부의 시설에 넘기기 전에 재미 좀 볼 수 있겠군. 이 정도 미모는 드물어.”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중국이나 한국이나···. 아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 미쳐버린 세계의 남자들은 여자를 성욕의 대상으로 밖에는 보지 않았다.
민재나 김수경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수진이는 상황을 슬쩍 살폈다.
지금 여기는 자신과 자신을 덮치려는 공안, 그리고 그것을 실실 쪼개면서 구경하고 있는 공안 몇몇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할까?’
그녀는 일어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안에게 다가갔다.
“오오···, 그래. 어디 교태를 부려봐라. 경우에 따라서는 내 전속····.”
쩌정~!!
놈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그대로 하나의 얼음 동상이 되어 버렸다.
“어···?”
“이게 무슨····.”
당황하는 주변 공안들을 보고 수진이 차갑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상황파악이 더딘 놈들이군···. 척 하면 알아야지.”
그리고 수진의 손에서 생긴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건···.”
“여자가 어떻게 설마?”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리고····.
쩡~. 쩌적~!!
주변에 구경을 하던 공안들도 모두 얼음 동상이 되어 버렸다.
수진이는 품에서 작은 무전기를 꺼내더니 주파수를 맞추고 어딘가로 연락했다.
“여기는 뻐꾸기. 탁란은 마쳤다. ············그래. 알았다. 30분 안에 여기로 오도록. 건물의 장악은 그 안에 마치겠다.”
신호를 보내고 수진은 무전의 내용대로 건물의 장악을 마치기 위해서 움직였다.
“수고 좀 해볼까?”
그녀라면 이런 건물 하나를 장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걱정은 시청에 홀로 잠입한 민재가 걱정인 그녀였다.
난 시청에서 지하에 있는 임시 감옥으로 안내받았다.
시청안에 감옥이 있는 것은 좀 이상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날 데리고 온 공안은 날 집어 넣으면서 경고하듯이 말했다.
“몇 주 동안은 여기 있어야 할 거야. 미리 말해 두겠는데 말썽 피우지 마라. 어지간한 초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감옥이니까.”
“··········그렇게 보이는 군요.”
두꺼운 강철벽에 창문도 없고 텔레포트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안티 텔레포트도 진하게 깔아 놨다.
‘감옥이란 곳을 처음 들어왔는데 이렇게 되어 있구나····.’
이 세계에서 남자들은 모두 초능력자들이다.
그래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게 아니라면 감금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이렇게 벽을 경고하게 하고 CCTV에 안티텔레포트도 몇 겹으로 깔아놓은 것 같다.
국가 전체를 봉쇄하기 위한 안티 텔레포트는 장거리 밖에 못 막지만 이렇게 좁은 범위에 집중하니 텔레포트를 거의 완벽하게 봉쇄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해도 하위 능력자들에게만 통하는 감옥이다.
당장 나만 해도 어느 정도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지금 당장 나가는 것 보다는 계획상 밤에 움직이기로 정해둔 나였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이 감옥에서 얌전하게 지내는게 좋겠다.
난 침대에 누워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설마 감옥에 가둬두고 죽이지는 않을 테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자버렸다.
“어이···· 어이·· 일어나라.”
한참을 기분 좋게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깨웠다.
그 누군가는 내 얼굴을 툭툭 쳐서 날 깨웠다.
“···뭐지? 무슨 일이야?”
내 말에 놈은 기막힌 표정을 하고 말했다.
“감옥에서 이렇게 팔자 좋게 자는 인간은 처음이군.”
“나도 감옥에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야. 그래서····. 깨운 용건은? 밥?”
내 말에 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밥보다는···. 널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시다.”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살 밖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그 남자를 본 순간 난 직감했다.
‘저 놈 강하다.’
강자에게는 강자 나름의 분위기가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떠받들림을 받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위엄이라고 할까?
저 놈에게서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베여있었다.
“흐음~, 너도 저 분을 아나 보지? 저 분이 바로 인선 제갈후 님이시다.”
‘24선? 어떻게 저 놈이····.’
난 제법 당황했다. 한숨 자고 나니 내 눈앞에 적이 있는 꼴이 아닌가?
“·············.”
분위기가 이상해 졌다. 내 정체가 들킨건가?
어떻게?
‘지금 당장 공격해야 하나?’
놈이 내 정체를 눈치 챘다면 그냥 깨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의 준비를 하고 날 제압할 준비를 했을 것이다.
뭘 했지? 약? 무기? 아니면 쪽수?
잠깐·····.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놈이 내 정체를 눈치 챘다면 날 깨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잠들어 있을 때 날 공격했겠지···.
‘이런 머저리···. 무슨 정신으로 적진에서 자고 있었냐?’
순간 내가 너무 대책 없이 굴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놈은 나를 데리고 인선이라는 놈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럼···. 소관은 이만···.”
“음~, 가서 일 보도록····. 그리고 이 일은 잘 알겠지?”
“예. 물론입니다.”
“좋아····. 이건 자네 수고비로 치게.”
제갈후라는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간수에게 돈다발 하나를 던져줬다.
이놈들···.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지?
날 안내하고 돈을 준다?
이건 꼭 내가 팔려온 것 같은 기분인데···.
“큼~. 거기 않지?”
“예. ····알겠습니다.”
내가 놈의 말에 앞에 앉자 놈은 나를 보면서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너무 긴장하지 말게. 난 그냥 자네에게 좋은 제의를 하려는 것 뿐이야.”
“·············.”
놈은 내가 너무 긴장해서 얼어붙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제의라는 것은 다른게 아니야. 자네 죄목을 보니···· 흐음··. 제법 중죄군. 무단 거주지 이탈에 국가의 재산인 슬레이브도 멋대로 취했고····. 시가지에서 소란도 피웠어.”
“······죄송합니다.”
설마 나 한테 그 말하자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 잘 못했으니까 앞으로 반성하고 인생 제대로 살라고?
“흐음··· 죄송할 것까지야 있나?”
없지. 나도 그냥 해본 말이다.
“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풀어줄 수도 있는 죄지.”
놈은 그러게 말하면서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내 어깨에 자기 팔을 둘렀다.
“·················.”
이건 뭐 하자는 빌어 쳐 먹을 시추에이션이지?
놈은 그대로 한 손을 내 허벅지에 얹어서 슬금슬금 쓰다듬기 시작했다.
“내 말만 잘 들어라···. 그럼 오늘밤만 지나면 당장이라도 풀어주마.”
“···············.”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인생 최대로 재수 없는 쌍판을 하고 날 바라봤다.
이 새끼 설마···.
설마 그·····.
난 터무니없는 상상에 전신이 바짝 얼어 버렸다.
놈은 그런 나를 보고 얌전히 순종한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
“흐흐흐····· 그래··· 그래 그렇게 얌전하게···.”
“이런 C~~8 새끼가~~!!!!”
입에서 쌍욕이 자동으로 나온다는 말이 난 이제까지 허풍인줄 알았다.
하지만 난 오늘 진짜로 체감했다.
“무·· 무어라고?”
당황하는 놈에게 난 주먹을 휘둘러서 무방비하게 있는 놈의 턱주가리를 날려 버렸다.
뻐억~!!!
끝내주는 손맛과 함께 놈의 턱이 천장으로 올라갔다.
난 그런 놈에게 벌떨 일어나서 소리쳤다.
“감히 어디서 사내새끼가 대자연의 섭리를 리버스 시키려고 그래? 어디 한 번 뒤져 볼·····. 응?”
뭐지? 이 새끼?
내 라이트 어퍼컷 한 방에 의식을 잃은 건가?
“··········이 새끼 고위 능력자 맞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무방비하게 맞았다지만 능력도 아니고 어떻게 내 주먹 한 방에 의식이 날아가 버린단 말인가?
============================ 작품 후기 ============================
무심결에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빡쳐서 날린 어퍼컷에는 고위 능력자가 뻗어 버린다.
뭐... 이 놈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졌는지는 다음 편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오늘 정말로 한 글자도 글을 안 썼습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오랜만에 한 번 푹 쉬었습니다.
내일 부터는 심기일전 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