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그날 우리는 첫 전투에서 마카오와 홍콩의 항구를 박살났고 24선인 중에 세 명을 물리쳤다.
그 중에 두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사로잡았다.
그리고 중국의 정규군도 5만이나 죽었다.
단순 계산으로 우리 보다 열 배는 많은 적을 죽였으니 초전의 전과로는 매우 괜찮은 것이었다.
‘이래서 고위 능력자가 무섭다는 거겠지···.’
과거 중국이 제이 도미니스 단 한명에게 초토화 되는 것을 보고 난 그를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 한명에게 중국 전체가 체면을 왕창 구겼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나도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정해진 후퇴 포인트에 도달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부하들을 발견했다.
“오셨습니까?”
“음····, 아까 보낸 포로는?”
“지금 버스 안에 가두고 감시를 붙여 뒀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어차피 나한테 당한 부상이 다 나으려면 제대로 치료를 받아도 몇 주는 필요할 것이다.
난 놈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놈이 감금당한 버스로 갔다.
거기에 놈은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크윽···. 날 살려둔 목적이 뭐냐?”
“글쎄? 너라면 내가 무슨 목적으로 적을 살려두는 것 같으냐?”
“············.”
머리 나쁜 놈이군.
적의 말에 바로 생각에 빠지다니····.
“난 너에게 정보를 원한다.”
내 말에 놈은 흠칫했다.
“무슨 정보를 말이냐?”
“글쎄···. 결과적으로는 모든 정보를 알아야겠지만 우선은 너희들 24선들의 현재 위치 정도와 그들의 능력 정도일까?”
내 말에 놈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그런 것을 말해 줄 것 같으냐~!!?”
“말해 주고 말고를 떠나서···. 말 안하면 죽는 것은 확실하지.”
“············.”
놈은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난 놈의 얼굴에 나타난 삶에 대한 미련의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죽는 것은 누구나 두렵다.
보통 죽음을 겁내지 않는 자들을 보면서 용감하다고 하는 일이 많은데···.
내가 보기에 그건 별로 용감한게 아니가.
정확하게 말하면 무모한 것이지···.
나 역시 목숨을 아낄 수 없는 상황은 있다.
내 가족···. 그러니까 내 연인인 시아가 위험에 처했다면 나 역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상황이라면 나 역시 내 목숨이 소중하다.
그게 당연한 인간이니까 말이다.
“자~ 어쩔 거냐? 죽을 테냐? 살 테냐?”
내 말에 놈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난······· 나에게는 명예가 더 중요하다. 어디 줄일 테면 죽여라.”
“·············쯧, 피곤하게 하는군.”
한참을 치열하게 고민하더니 나오는 말이 그따위라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파고 들 틈은 있는 것 같다.
짝~ 짝~ 짝~.
난 박수를 치면서 놈에게 말했다.
“제법이군····. 그래도 기개가 있어.”
내가 스스로 말하고도 이런 쪽 팔리는 대사가 내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영구히 삭제해 버리고 싶다.
하지만 정작 놈은 내 말에 웃음을 띄고 ‘내가 이겼다.’ 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대 치고 싶네····.’
구타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놈의 상판에 관해서는 나중에 고민하고···.
일단 난 놈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좋다···. 그럼 네 명예에 흠이 가지 않는 선에서의 정보라면 어떨까?”
“뭐?”
“난 너희 24선인들에게 이번 전쟁에서 결투를 청할 생각이다. 그러니···. 그들의 위치만 알려준다면 네 목숨은 살려 주겠다.
“그게 무슨 헛 소리냐?”
“말 그대로다. 듣고도 모르겠나?”
“·············.”
놈은 내 말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은 모순 덩어리라는 말을 말이다.
명예에 흠이 가지 않는 한에서의 정보라고 했지만····.
전쟁중에 아군의 작전 배치도나 다름없는 것을 유출하는 것은 당연하게 명예에 흠이 간다.
하지만 난 그것을 내가 한 발 물러서서 양보 한다는 것처럼 달래서 놈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말을 한 것이다.
원래 말이라는 것이 잘만 하면 멀쩡한 사람 집 문서도 뺏어 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놈은 집문서를 넘어서 아군의 군사 기밀을 전쟁중인 적군에게 넘기기 일보 직전이다.
이 우유부단한 놈은 또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
난 끈기를 가지고 기다렸다.
‘이 새끼 정보만 받으면 두고 보자.’
그리고 한참의 기다림 끝에 놈은 나에게 말했다.
“그 결투가 정당할 것이라고 맹세 할 수 있나?”
“내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난 무인이 아니고, 무인이 아니니까 당연히 무인으로서의 명예도 없다.
“····좋다.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라.”
놈은 결국 나의 요구에 굴복했다.
뭐···. 사실은 나의 요구라기 보다는 자신의 욕구에 굴복했다고 보는게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뭔가 달변인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손쉽게 설득해서 조종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하지만 놈은 그런 내 말에 넘어갔다.
아마 놈은 치열하게 내부에서 내 말을 미끼로 자신을 합리화 시켰을 것이다.
인간은 원래 자기 자신에게는 한도 끝도 없이 관대한 인간이다.
놈의 솔직한 심정은 아마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살려고 하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내 말에 한 번 버텼다.
그러다가 내가 한 발 물러서서 낚시줄을 느슨하게 아니까 얼씨구나 하고 낚인 것이다.
뭐···. 놈의 사정이야 내 알바 아니지만···.
난 놈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다음 정보를 짜고 놈은 그대로 정부에 후송하기로 했다.
사실 계속 데리고 다니기도 그래서 마취제와 마약을 사용해서 제우면서 이대로 한국으로 후송시켰다.
“직접 안 따라가도 돼?”
“응? 괜찮아···. 저 정도야 알아서 하겠지 뭐···.”
오면서 이 나라의 국경 수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는 잘 알았다.
뇌물만 넉넉하게 주면 실제로 중국의 24선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냥 통과 시킬 지도 몰랐다.
그런 국경도 통과 못할 정도면 저 놈들을 내 부하 취급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어쩔 거야? 이제부터 다음 공격지는 어디로 정할 건데?”
“그건····. 상하이 쪽으로 가려고.”
“상하이?”
“그래···. 거기는 우리나라하고 바닷길이 가까워서 본토를 공략하기 위한 보급로의 요충지야.”
“·····해안선을 다 부셔 버릴 생각이야?”
“뭐···, 겸사겸사···. 하지만 진짜 목적은 이놈들이야.”
난 종이에서 체크한 이름을 보여줬다.
검선 문리향.
권선 백삼광.
인선 제갈후.
이들 세 명이 상하이에서 한국 군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검선 문리향은 24선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라고 한다.
딱히 서열을 매기지 않고 있는 놈들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날 이겼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가르쳐 주마. 방심하지 마라. 검선 문리향은 나 보다 훨씬 더 강하니까···. 아마 그에 맞설 수 있는 것은 24선인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라는 쪽 팔리는 대사를 옥천이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제 딴에는 그러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그 놈은 지금 우리가 전쟁중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 버린게 틀림없어.”
“응? 누구?”
“아까 그 머저리.”
“아아····. 그래. 그렇게 보이더라.”
어쨌든 그런 이유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상하이로 정해졌다.
‘검선이라는 놈 정말로 강할까?’
난 가는 버스 안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팽팽하던···.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무식한 인해전술에 고전하던 전황이 크게 변했다.
변화의 축은 역시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대 활약을 한 기적은 박민재였다.
한국 정부에서는 홍콩과 마카오의 기반 시설이 다 뭉게졌다는 소식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필리핀 쪽을 반이나 빼앗긴 것이 신경에 거슬리던 차였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하고 아군에게도 전혀 작전을 설명해 주지 않고 잠수를 탔던 민재의 대 활약으로 인해서 필리핀 쪽으로 물 밀 듯이 밀려오는 병력이 확 줄어 버렸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필리핀 전선에 섬멸의 김철웅과 강폭의 한종호를 보냈다.
이 둘은 필리핀에 고립무원이 된 중국 세력을 일방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국은 다시 바닷길이 막혀 버렸고 숫적으로 열세에 있던 한국은 전선을 다시 축소시킬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요. 단 개인의 공적으로 이런 성과를 거두다니···.”
“더구나 공격한 위치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갑작스럽게 마카오와 홍콩을 공격하다니···. 중국 놈들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겁니다.”
“하하하···. 이걸로 우리도 한 숨을 돌릴 수 있겠군요.”
정부의 고관들은 민재의 대 활약에 기뻐했고 이것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필리핀을 반이나 빼앗겼을 때는 국민들에게 필사적으로 은폐했던 정부였지만 좋은 일은 재빨리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은근슬쩍 박민재 별동대를 창설한 자신들의 공적을 부각 시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효과는 전선의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하던 필리핀 전선을 회복한 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십천들이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잇달아서 한국에 쳐들어온 중국군을 막아내고 특히 홍련의 최우진은 24선인중에 한 명인 패선 송선후를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민재 말고 24선인을 잡아낸 것은 그가 최초였다.
두 시간에 걸친 격전이었고 전투지인 개성에 제법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큰 성과였다.
십천 중에서 누구보다 기회에 강하다고 평가 받는 그답게 큰 공적을 올린 것이다.
이런 십천들의 활약은 국민들의 눈에 동료의 활약에 힘입어서 분전하는 국가의 영웅들로 보였다.
뭐···· 실상은 좀 달랐지만····.
[더 이상 박민재 하나만 눈에 띠게 할 수 없다.]
그렇다···.
실은 이게 다른 십천들의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아마 유일한 예외를 꼽으면 민재와 친분이 있는 창공의 김수경과, 정부에서 꽁꽁 보호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 유력의 양승모 정도일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십천은 민재를 질투하고 있었다.
특히 유일하게 박민재보다 서열이 높은 신대호가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기랄····. 나도 뭔가 한 건 해야 하는데····.”
초조하게 방안을 서성거리는 그는 손톱을 깨물면서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 그는 인천에서 대기하면서 수도권을 지키고 있었다.
민재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가장 강한 능력자는 십천의 톱에 있는 그였다.
일전에 일본의 육대천왕의 습격 사건 이후로 수도권의 보안에 신경 쓰기 시작한 한국 정부는 그를 인천에 배치해서 서울로 오는 길목을 차단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여기서 중국의 공격을 몇 차례나 물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가?
민재는 고사하고 홍련의 최우진 보다도 공적이 떨어져 버렸다.
24선을 잡아낸 그 둘에 비해서 자신은 그냥 중국의 공격을 몇 차례 물리친 것이 다였기 때문이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민재에게 이름값이 좀 밀리기는 하지만 한국의 신대호라고 하면 사실상 아시아에서는 알아주는 이름이었다.
일본의 육대 천왕중에서도 감히 일대일로 싸워서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가 인천을 지키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중국에서 어중이 떠중이 들을 보낼 리가 없지 않은가?
중국은 신대호와 대치중인 전선에 24선을 6명이나 투입했다.
그에 딸린 정규 병력만 해도 10만이 넘었다.
그야말로 다굴이 진리라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중국이기에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한 번 쳐들어 올 때마다 24선들이 몇 명씩이나 다라 붙으니 사실 전과를 올리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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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의 떡이 커보여서 욕심 내는 인간이 사고치기 쉽죠.
그리고 소설에 궁금한 점이 있는 분은 뜰에 만들어둔 Q&A 계시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함부로 이런 저런 질문에 무작정 답변하다 보면 논쟁의 여지만 만들어 지기 때문에 후기에는 자제하려고 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