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전쟁의 시작.>
베트남을 통해서 몰래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쉽게 성공할 것 같았다.
베트남은 인도와 중국이 번갈아 가면서 지배를 하는 식민지였다.
그래서 치안이 어지럽고 또 중국에 대한 반발심도 강했다.
항구의 관리관에게 몇 푼 쥐어주면서 부탁하니 간단하게 레이더망의 허점을 가르쳐 줬다.
항공 모함을 버린 우리는 베트남에서 몇 대의 버스를 마련했다.
버스를 한 꺼번에 수백대나 구입하는 것을 보고 우리를 의심 스럽게 바라보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들은 세상에 믿을 건 돈 밖에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뭐···, 우리 입장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 구할 수 있는 무법의 나라라서 편했다.
결국 브로커는 명백하게 우리가 위험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물품을 판매했다.
우리는 수백대의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국경의 검사관에서 우리를 보고 수상하게 여기기는 했다.
하긴 버스 수백대가 오는데 안 수상하게 여기면 그 새끼 특수 능력은 병신일 것이다.
뇌물 몇 푼 쥐어주자 아주 간단하게 중국의 내부로 진입 할 수 있었다.
‘뇌물이 통하는 국경 수비대라···. 이건 뭐 거저 먹기군.’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시 중이다. 그런데도 뇌물이 통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중국 정부에 미안할 정도였다.
“한심하기는···. 안 그래?”
내 말에 수진이는 태연하게 땅콩 과자를 집어 먹으면서 말했다.
“아마도··, 전쟁중인 우리 나라하고는 잔뜩 떨어진 장소에서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겠지.”
“그런가? 뭐·· 어쨌든 편하게 왔으니 됐어.”
“그런데···. 우리 싸우기는 언제 싸우는 거야? 이미 중국 땅에 왔는데 군사 시설이라도 한 두 개 터트려 줘야 하는 것 아니야?”
“글쎄····. 그런 것 터트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응?”
“중국하면 물량인데 나 혼자서 군사 시설이나 깔짝깔짝 거려서 어느 세월에 데미지를 입히겠어?”
“그럼 어떻게 하려는 거야?”
“글쎄····. 일단 다른 전선은 어때?”
내 말에 수진이는 한 숨을 쉬면서 통신으로 들어온 내용을 보여줬다.
“일단 본토는 지켜내고 있어. 백두산 부근에서 큰 전투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막아낸 모양이다.”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필리핀인 반쯤 넘어간 모양이야.”
“필피핀이? 이런····.”
중국이 바닷길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피리핀의 지형상 중국이 과거부터 노리고 있던 곳이기는 했다.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덤빈 모양이다.
필피핀, 타이완, 한반도와 일본 열도.
이 네 개의 라인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고 있는 중요한 라인업이었다.
그 중에 하나인 필리핀이 넘어 갔다는 것은 그렇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정해졌군.”
내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기도 했다. 첫 목표를 주저 없이 정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수백대의 버스를 움직이고 있다 보니 대도시 부근으로는 함부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부대를 마카오의 서쪽 외각에 체류 시켰다. 그리고 부대원들에게 이번 목표를 서명했다.
“잘 들어라. 우리 목표는 마카오와 홍콩의 항구를 궤멸 시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홍콩과 마카오를 노린다는 말에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 대원들이 술렁 거렸다.
그 중에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대장님. 거기는 군사 시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곳을 공격해도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봐라. 우리가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안티 텔레포트 존이 펼쳐져 있는 이상은 이동을 문명의 이기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저 망할 고물 버스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 말에 몇몇 대원들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베트남에서 대량 구매한 저 중고 버스들은 승차감도 안 좋았고, 중국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보니 한층 더 안 좋았다.
오는 내낸 차라리 날아서 다니자고 나에게 하소연 하는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난 묵살했다.
‘전투를 대비해서 최대한 능력을 온전해야 하는데 안 될 말이지···.’
결국 우리는 버스를 타고 왔어야 했고, 이제야 첫 전투를 시행한다.
안니 텔레포트 존만 없다면 그때는 단번에 베이징으로 진격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지금 중국은 필피핀을 공격하기 위해서 다수의 부대를 필리핀에 투입 시키고 있다. 그럼 이 인간들이 어떻게 갈까? 어디서 갈까?”
“아~!! 홍콩의 항구.”
이제야 내 목적을 이해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필리핀에서 가장 가까운 홍콩과 마카오에서 부대를 보내고 보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희들의 목적은 보급 라인의 붕괴입니까?”
“그렇다. 그래서 뱃길을 막기 위해서 항구를 부수는 것이다. 물론 놈들도 군수 장비를 항구에 집중 시키고 있는 이상은 거기에 대비를 해 놨을 것이다. 어쩌면 24선인이라는 놈들도 거기 있을지 모른다.”
내 말에 부하들이 좀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24선인은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지만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는 잘 모르고 있다.
하지만 난 해운대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해도 사기가 중요했다.
난 가슴을 탕탕 치면서 말했다.
“날 믿어라. 설사 24선인 중 24명이 전부 저기에 있다고 해도 이 기적의 박민재가 있는 이상 두려워 할 것은 없다.”
가당찮은 자신감이었지만 부하들에게는 이게 먹힌다.
자신들의 목숨을 책임질 대장이라는 인물이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내가 출전 전에 말했을 것이다. 출세의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날 따라와라. 날 따라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라. 기회는 지금 너희들의 눈앞에 있다.”
“오오~!!!”
“기적의 박민재 만세~!!!”
부하들의 사기는 충만하게 끓어 올랐다.
좋다···. 이제는 승부 만이 남았을 뿐이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무렵···. 우리는 해변을 통해서 하늘을 날아서 마카오에 잠입하기로 했다.
사실 말은 24선인이고 뭐고 다 상대해 준다고 했지만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항구의 제반 시설만 재깍 파괴하고 튀는게 최고였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바다를 끼고 날아가면 해안에서는 어지간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난 이윽고 부하들과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인 마카오의 항구가 보였다.
“좋아···. 시간은 1시간 준다. 그 안에 전부 부셔라. 그리고 이쪽으로 후퇴해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말에 부하들 중에 1,000명이 항구로 날아갔다.
랭커가 뒤 섞인 그들은 항구를 충실하게 부술 것이다.
“나머지는 대기. 혹시 모를 적들의 반격에 대비한다.”
“예. 대장님~.”
“예. 대장님~.”
“예. 대장님~.”
조는 두 개로 나눴다.
항구를 파괴하는 파괴조, 실질적으로 적이 나타났을 때 맞서 싸울 전투조.
난 당연히 전투조였고, 파괴조는 랭커들 몇몇에게 맡겼다.
항구를 부수는 것에는 그들도 충분했다콰앙~!! 펑펑~!! 콰아앙~!!
“시작했군····.”
난 멀리서 터지는 불꽃와 화염을 보면서 슬슬 주변을 경계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라 후에 저쪽에서도 병력을 가지고 반격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항구의 시설을 다 파괴한 후에 적들이 나타나면 바로 이쪽으로 유인해 오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하지만 오지 않고 있는 것을 봐서는 아직 항구의 시설을 완전히 부수지 못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모두 가자. 아군을 돕는다.”
“예~. 알겠습니다.”
쯧, 빨리빨리 좀 움직일 것이지 결국 우리까지 나서게 하다니····.
“죽어라. 이 오랑캐들아~!!”
“뒈져라 짱개들~!!!”
가서 보니 이미 판이 거하게 벌어진 상태였다.
욕설과 전투가 난무하는 와중에 전투는 전체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적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위험하기도 했다.
“하여튼····. 이 놈의 나라는 믿을게 물량이지···.”
난 손에 뇌전의 채찍을 만들어서 적들이 밀려오는 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후웅~~····. 펑~!!
고압의 전류가 한곳에 작렬했다.
그러자 그곳에 뭉쳐 있던 놈들이 단체로 불꽃 놀이의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쓸만 한 걸?”
난 손에 들려 있는 뇌전의 채찍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내 주력 스킬인 뇌전은 유용하고 좋은 스킬이기는 했지만 그 동안 개발을 너무 등한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예전에 내가 해운대에서 했던 것을 착안해서 뇌전의 기운을 채찍처럼 모아두는 훈련을 했다.
물론 그때처럼 무식하게 크게 만들면 휘두르기 버거우니까 작게 만들었다.
작게 만들면서 그래도 최대한 고압의 전류를 넣은 이 스킬은 뜻밖으로 파괴력도 늘었다.
작렬하는 순간 뇌전이 터져나가면서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워를 발위 했다
“뭐···. 그럼 한 번 휘둘러 볼까?”
난 작정하고 종회무진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내 채찍이 맞는 곳 마다 중국의 능력자들이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피해~!!”
“저 놈은 뭐야? 제길~.”
“크아악~!!!”
전쟁터다.
그러니 독한 마음을 먹고 전투를 한 결과 난 지금 거의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불과 3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몇 명이나 내 뇌전의 채찍에 터져 죽었는지 모르겠다.
못 해도 수백 명?
아니면 수천 명?
인간을 죽이는 것에 나 자신이 이렇게 무감각해 져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쟁이니까····.’
합리화 시킬 이유는 그것 하나 뿐.
하지만····.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나의 가세로 우리부대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난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을 느끼고 몸을 피했다.
콰앙~.
내가 몸을 피하자 거기에는 손바닥 모양의 거대한 손도장이 나 버렸다.
‘이건···· 뭐지?’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보자 중년의 남자 한명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비슷한 계급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더 있었다.
“이거 너희들 작품이냐?”
내가 손가락으로 공격의 흔적을 가리켜서 말하자 가장 앞에 있는 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작품이지? 왜? 마음에 안 드나?”
“글쎄···.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일단 넌 누구냐?”
내 말에 놈들은 앞으로 지면에 착지해서 나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멸선 권백원이다.”
“참선 장중호다.”
“비선 옥천.”
·······그래··. 이 놈들이 24선인이라는 놈들인가?
전쟁 중인데 느긋도 하셔라···. 하긴 남는게 인력인 너희들이 뭐가 아쉽겠냐?
그나저나····.
한꺼번에 셋이나 나올 줄은 솔직히 몰랐다.
하지만···.
“작명 감각 하고는····.”
내 말에 놈들이 발끈 하면서 외쳤다.
“네놈이 할 말이냐? 기적의 박민재?”
“어라? 날 알아?”
“흥~? 모르면 바보겠지···. 그러는 네놈은 우리를 몰랐단 말이냐?”
“그래 몰라.”
“·············.”
“·············.”
“·············.”
내가 실제로 모른다고 하자 놈들의 인상이 험악해 졌다.
아무래도 무시당한 기분이 드는 모양인데····.
무시 할 만하니까 무시하는 거지 나 보고 뭘 어쩌라고?
“24선···? 어디서 도라도 닦았냐? 선인은 무슨····? 길거리에서 약이나 팔면 딱이겠다”
내 말에 놈들 중에 한 놈이 짐짓 여유롭게 말했다.
“흥, 소인배로군. 멋대로 지껄여라.”
아~! 그러셔·····.
“그러고 있는 중이다. 뭣 보다···. 너희들 장점이라고는 끝없이 계속 나오는 양산형 능력자가 다였을 텐데? 근 십 수년 안에 급하게 고위 능력자를 양산한다고 해서 만든게 24명? 랭킹도 없는 광고탑소리나 듣는 주제에 잘도 내 앞에 나왔군.”
============================ 작품 후기 ============================
일본의 특징이 소수 정예였다면 중국의 특징은 오로지 물량입니다. 그야 말로 저글링 개때들의 향연.....
업로드 시간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지금 슬럼프인 모양입니다. 전 원래 한 두달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슬럼프가 오는데....
이번에는 좀 오랜만에 왔네요.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서 일단 '마왕이 될 테다' 와 '끝장난 세계의 히어로'를 잠정 휴재 하기로 공지를 날렸습니다.
그나만 출판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거기다 조아라 메인작인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겠습니다.
염참은 고사하고 연재 주기도 위태위태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하루 빨리 원래 페이스대로 복귀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ㅜㅜ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