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절대로 인정 할 수 없지?”
“당연하지. 여자 따위의 명령을 들으라고?”
“차라리 죽으·······.”
주변을 돌아본 남자는 민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저 말했다.
“죽어라고 하지? 응?”
그런 남자에게 주변에서 한심한 시선이 쏟아 졌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은 이 부대에 배속된 랭커들이었다.
그들은 일전에 한수진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민재에게 크게 데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 다였다.
부대가 본격적으로 꾸려지고 항공 모함에 몸을 실은 후 부터는 또 마음이 변했다.
변심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 랭커들도 욕구가 쌓인 와중에 수진이를 보면 상관이라기 보다는 성욕의 대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 남자들 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들과 화려한 생활을 해온 그들이기에 그런 캡차는 더욱더 컷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들의 가치관이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물이다.
만약 어린 시절부터 평생 동안 폭력이 당연한 미덕이라고 가르키면 그 사람은 폭력을 미덕이라고 여기게 된다.
실제로 몇몇 원시적인 부족 사회에서는 그런 경향들이 있었다.
단순한 폭력을 용맹함, 배짱, 등으로 미화 시켜서 그것을 하나의 가치관으로 성립 시키는 것이다.
그만큼 한 번 정해진 가치관이라는 것은 좀처럼 변하는 일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여자는 성욕과 착취의 대상이지 절대로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작당 모의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년이 우리 배에 순찰을 올 시간이 다 되어가오. 그때 계획대로 움직이는 거요.”
“알겠습니다. 모두들 입 막음은 확실한 거죠?”
“흐흐흐···. 당연한 거죠.”
지금 여기에 모인 자들은 5명.
그들 하나하나가 랭커였다.
특히 전에 민재하고 해운대에 같이 있던 남자들 세 명이 모두 이 음모에 동참했다.
그들은 민재의 행동에 멋대로 배신감(?)을 느끼고 수진이에게 해꼬지를 해서 민재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민재에게 직접 덤빌 배짱은 없으니까 민재의 여자인 수진을 겁탈하고 살해할 생각으로 말이다.
‘크크크···. 감히 날 무시해·····.’
‘후회하게 해 주지····.’
전시에 동료를 살해하는 것은 매우 무거운 중죄였지만 놈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것을 신경 쓰기에는 이미 이성이 너무 무뎌져 있는 놈들이었다.
“온다~. 모두 준비해.”
“좋았어.”
수진이는 배안을 순찰하면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 상대가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들의 시선은 신경 쓰였지만····, 그건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가 밖을 돌아다니면 항상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녀는 지금 무방비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무방비 상태의 그녀에게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의 염동파가 다중으로 작렬했다.
“받아랏~!!!”
퍼퍼펑~!!!
갑작스럽게 작렬한 공격에 수진이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렇다···. 그야 말로 전혀 의식하지 못한 불시의 일격인 것이었다.
“크하하하··· 어떠냐? 이 계집아··.”
“꼴보기 싫었는데 잘 됐군····.”
“이제 죽이기 전에 재미나 좀 봅시다.”
남자들은 그렇게 말하면 충격파로 인한 연기가 걷히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결과는 경악적이었다.
“····이건 뭐하자는 거지?”
그들의 염동파는 수진이 결빙의 능력으로 만든 얼음 방벽에 그대로 막혀 버렸다.
“어···? 어떻게?”
“설마 알고서?”
자신들이 불시의 일격이 실패하자 랭커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가한 불시의 일격이었는데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막아 버렸지 않은가?
그들은 수진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큰일 날 뻔 했네···.’
사실 수진이도 속으로는 제법 놀란 상태였다.
왜냐 하면 방금전의 공격은 적중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 스스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공격을 막았다.
그렇다··. 이게 바로 수진이가 이번 여름에 특훈으로 얻은 성과중의 하나.
전방위 전자동 결빙 실드.
라고 하는 능력이었다.
김수경과의 수련에서 수진이는 이제 와서 자신이 새로운 능력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피땀 흘려서 유일하게 X의 경지에 이른 결빙의 능력을 더욱더 갈고 닦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취약한 방어력을 더욱더 갈고 닦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전보다 훨씬 두꺼워진 결빙의 실드였다.
그녀의 능력으로 만든 얼음 방패는 단단하고 견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만드는 것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얼음의 실드를 치는것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초 정도···.
이 정도면 고위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100번은 죽고 죽이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김수경한테 도움을 청했다.
“나보고 진짜 그 짓을 하라고?”
“예.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수련에 도움을 청하는 수진을 보고 김수경은 의아하게 물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왜 나인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그게 뭐지?”
“당신은 저에게 있어서 민재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남자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또 하나는?”
수진이는 얼굴을 슬쩍 긁적이면서 말했다.
“·······혜미한테 또 온다고 약속해 버려서·····.”
그런 그녀를 보고 김수경은 그녀를 도울 것을 결심했다.
그녀는 우선 그 실드를 순식간에 생성 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먼 거리에서 김수경이 어택해오는 것을 막는 것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법 떨어진 장소에서 김수경이 어택을 시작하고 그녀가 실드로 막았다.
이것을 반복하다면서 조금씩 거리는 좁혔다.
그리고 이윽고는 100미터 앞에서까지 김수경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방패를 만들 수 있었다.
창공의 김수경이라 불리는 그의 어택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막아 낼 수 있는 상대는 별로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한수진은 더욱더 감각을 예민하게 해서 방어를 거의 조건반사처럼 체화 시켰다.
그녀가 명상을 하고 있으면 하루에 몇 번이고 김수경이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불시에 말이다.
몇 번인가 큰 부상을 입을 뻔 했을 정도로 위험한 훈련이었지만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김수경이 불시에 하는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방어를 체화 시켰다.
그녀가 의식하지 않아도 조건 반사로 위험이 닥친 것을 몸이 느끼는 순간 자동적으로 방어를 하는 것이다.
김수경의 공격에 비하면 랭커들의 공격은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남자들에게 말했다.
“전시에 상관을 공격하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나?”
“···큭~, 지랄.”
“···········.”
“어디서 감히 여자 따위가···.”
“··········.”
“상관? 여자 따위를 상관으로 모실 바에는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리겠다.”
“···········.”
남자들의 매도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수진이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그래···. 잘 알겠다. 마침 나도 너희들을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은 능력이 있던 참이다.”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들어올린 손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눈송이가 살짝 맺혔다.
그리고 엄지 손톱만한 눈송이는 점점 늘어나서 수십개의 눈송이로 변했다.
“미리 말해 두지····. 죽어도 날 원망하지 마라.”
“뭐라고?”
“이 미친년이····.”
“난 경고했다.
한수진은 그렇게 말하고 마치 민들레 씨를 날리듯이 그 눈송이를 입으로 날렸다.
“후우~.”
그러자 눈송이들이 흩날리듯이 남자들에게 날아갔다.
“흥~? 장난 치냐?”
“이까진 것···.”
남자들은 각각 방어막을 치면서 수진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그들의 선택은 틀렸다.
이것은 수진이가 피땀 흘려서 만든 또 다른 수행의 성과.
이른바 빙결의 씨앗이라고 하는 능력이었다.
이 공격의 특성은 민재의 뇌전처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었다.
왜냐 하면···.
팍~. 쩌저적~~!!
“큭~ 크아악~~·····.”
방어막에 눈송이가 터진 순간 그 사방 1미터 정도가 그대로 얼어 버렸다.
염동 실드로 막아도 소용 없었다.
냉기가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가서 일정 범위 안을 다 얼려 버린 것이다.
“이건 무슨··· 윽~!!”
“크으윽~~!”
쩌적~ 쩌저적~~!!
남자들은 팔 다리가 얼고 어떤 놈은 얼굴이나 상반신이 얼어 버리기도 했다.
수지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
수진의 이 공격은 막는게 아니라 피해야 한다.
이 능력은 민재의 뇌전 이상으로 이 공격은 상대의 방어를 무력화 시켰다.
왜냐 하면 이것의 공격은 온도의 차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한 번 눈송이가 터지면 그 사방 1미터의 온도 자체를 빙점으로 낮춰 버린다.
온도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온 효과가 없는 이상은 실드로 막는 것은 불가능 했다.
물리력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좀 더 다른 관점에서의 방어막이 아닌 이상은 막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절대 파괴 공격.
수진이는 이번 수련에서 이렇게 얼음으로 만든 최강의 창과 방패를 각각 손에 넣었다.
지금 수진의 실력은 랭커 이상. 십천 이하.
딱 그정도로 미묘한 수준이었다.
수진의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십천 급의 에러가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다.
수진은 남자들을 차갑게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빙결의 씨앗을 불었다.
“후우~.”
“자·· 잠깐만··.”
“하지 마··. 하지마란 말이야.”
남자들은 자신에게로 천천히 날아오는 눈송이들을 보고 잔뜩 겁에 질렸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늦어도 늦은 법이다.
쩌저적~~~!! 쩌적~ 쩍~ 쩍~!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눈송이들은 그대로 남자들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남자들을 보면서 수진이는 차갑게 중얼 거렸다.
“전시 항명에 상관 살해기도···. 죽어도 딱히 억울할 것은 없겠지?”
민재하고 김수경 때문에 남자에 대한 이식이 좀 부드러워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진이는 역시 남자가 싫었다.
어쨌든 이 사건 덕분에 더 이상 부대내에서 수진이를 노리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위 랭커 다섯 명을 한 번에 해치운 수진의 실력에 모두들 겁을 먹은 것이다.
오히려 수진이 지나가면 겁을 먹고 자리를 비켜주기 일쑤였다.
예전처럼 수진의 뒷모습을 음흉하게 바라본다거나 하는 일도 싹 사라져 버렸다.
‘역시 남자는 밟아야 해.’
수진이의 남성 혐오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아마도 오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 작품 후기 ============================
수진이가 죽기를 원하는 독자분들이 제법 있더군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한 가지 물어 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만약에 히로인 중에 누군가가 감동적으로 죽어야 한다면 누구였으면 좋겠습니까?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