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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97화 (97/176)

99화

“우선은 여기로 갈 거야.”

난 수진이와 단 둘이서 작전실에서 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거기는····? 베트남? 거긴 인도의 식민지야.”

“나도 알아. 하지만 중국의 식민지는 아니지.”

“···········.”

“인도 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지했어. 그러니까 우리는 베트남 쪽으로 돌아서 마카오와 홍콩을 칠거야.”

“거기를 먼저 공격하는 이유는 뭔데?”

“내 감이야.”

“············뭐라고??”

수진이의 얼빠진 얼굴을 보면서 난 피식 웃어 버렸다.

“그렇게 생각 없는 인간으로 보지 마. 원래 난 전쟁의 전략을 잘 몰라.”

“그건 알지만 그래도 감이라니?”

“어차피 내가 자세한 군략을 세워봤자 아마추어에게는 무리야. 그러니 차라리 내 감으로 움직이는 게 좋아.”

“·············하아~, 알았어. 그럼 어떻게 거기까지 갈 건데?”

“일본에서 만들어 놨던 항공모함 있지? 정부한테 그거 뺏었어.”

내 말에 수진이는 실소하면 말했다.

“항공 모함을 꼭 길거리에서 양아치 삥 뜯는 것처럼 말 하네?”

“정부에서 안 준다고 하잖아? 그래서 신경질을 내니까 억지로 주더라.”

“·······하아~, 알았어.”

난 피식 웃으면서 수진이를 데리고 회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회의실을 나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바로 내 부대에 귀속된 랭커들이었다.

“뭐지? 용건이라도 있나?”

내 말에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랭킹 22위 이종수라고 합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작전 회의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만····.”

“이미 끝냈다.”

그는 내 옆에 수진이를 흘깃 보고 말했다.

“여자하고 말입니까?”

“뭐 문제라도 있나?”

이런 놈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수진이를 가지고 시비거는 놈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장에 잡아야지.’

앞으로 수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수설에 안 걸리려면 지금 잡아야 한다.

놈은 나에게 은근하게 말했다.

“뭐···. 전쟁터에 계집을 데려온 것은 좋습니다. 보아하니······.”

놈은 말을 하다가 수진이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 봤다.

그리고는····.

“좋은 계집이군요. 하하하··. 밤에 어떤 목소리로 자지러지는지 궁금한 걸요? 안 그래? 모두?”

“하하하···.”

“하하하···. 그렇게 말이야.”

“대장님 한 번 빌려 주면 안 됩니까?”

놈들은 자기들 딴에는 분위기를 띄운다고 농담을 한 것 같다.

“··················.”

난 그런 놈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만 봤다.

그러자 놈들은 헛기침을 하면서 웃음을 멈췄다.

“안 웃기군···. 하고 싶은 말이 그런 웃기지도 않는 개그였나?”

“아··· 크큼~, 아닙니다. 저희들이 하고 싶은 말은···. 작전을 계집하고 단 둘이 짜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어째서?”

내 말에 이종수라는 놈은 황당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몰라서 물으십니까? 에러라고 해도 계집이 아닙니까? 누워서 다리 벌리는 것 말고 잘 하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

놈의 말은 이 미쳐버린 세계의 일반적인 남자들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 생각은 틀리다.

내가 보기에 엄밀하게 지금의 세계를 멀쩡하게 돌아가게 하고 있는 것은 여자들이었다.

초능력이 강력하고 유용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 전반에 걸친 자잘한 일들을 모두 처리해주고 있는 것은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의 남자들은 모두들 여자를 무시한다.

난 놈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수진이를 불러서 회의를 한 이유를 알고 싶나?”

“그렇습니다. 해명을 해 주십시오.”

“간단하다. 수진이가 우리 부대의 부대장. 즉, 너희들의 상관이기 때문이다.”

“대장님~~!!!”

“어떻게 그러 실 수 있습니까?”

“말 도 안 됩니다. 여자의 명령을 들으라니요?”

내 말에 놈들은 거칠게 반발했다.

개중에는 극단적으로 말을 하는 놈들도 있었다.

“차라리 죽으라고 하십시오.”

“그래? 그럼 죽어.”

“············.”

“왜? 죽으라니가 왜 안 죽지? 내가 죽여줄까?”

“·····아니 대장님·····.”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뭐라고 변명하려는 놈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내 앞에서 책임질 말 아니면 하지 마라. 알겠냐?”

“·············.”

퍼억~!!

“커억~!!”

대답 없는 놈은 가슴팍에 내 발도장을 찍고 나가 떨어졌다.

“대답을 꼬박꼬박 해라. 알겠냐?”

“알··· 알겠습니다.”

역시 가장 조성하기 쉬운 분위기는 공포 분위기였다.

놈들의 시선이 바짝 얼었다.

그때 한 놈이 발악하듯이 외쳤다.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

“····뭐가?”

“우리는 함께 싸웠던 전우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대우를 하면 어떻게 서로 신뢰 하겠습니까?”

“전우? 아~~ 그러고 보니 넌····.”

이제까지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저 놈은 나하고 그때 해운대에 같이 있었던 놈이었다.

“큼··· 그래··. 기억하시오?”

짝~.

“누가 하오체로 쓰래? 죽고 싶냐?”

은글슬쩍 말을 놓으려고 하길래 싸대기를 날려 버렸다.

이것들은 하여튼 틈을 줄 수가 없는 놈들이다.

“해운대라···. 그리고 전우라····. 잘도 그따위 말이 나오는 군.”

“·····그게 무슨···.”

짝~.

그때 생각하니 짜증이 나서 반대쪽도 한 대 갈려 버렸다.

“잊어 버렸다면 생각하기 쉽게 해 줄까? 그때 최우진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기억하나?”

“··············.”

놈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제야 내가 왜 이렇게 빡 쳤는지 이해를 한 모양이다.

“그때···. 최우진이 사라지고 일본의 육대천왕이 둘이나 왔을 때···. 난 정규군인들과 함께 놈들을 막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지.”

“···············.”

“그때 너희들이 뭘 했지? 응? 대답해 봐라.”

“그때는·········.”

“그게·······.”

당시 해운대에 있었던 놈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보다 훨씬 약한 정규군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는 동안 너희들은 뭘 했냐? 아~. 이제 기억난다. 호텔안에 술에 잔뜩 취해서 쓰러져 있었던가?”

“···············.”

“···············.”

“···············.”

침묵하는 랭커 놈들에게 내가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놈들이 감히 전우 운운해~!!!?”

“···············.”

“···············.”

“···············.”

“내 부관은 한수진이다. 이게 싫은 놈들은 정부에 말하고 꺼져라. 쓰레기들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난 그렇게 말하고 수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이제 놈들이 오건 말건 그건 자기 마음이다.

뭐···. 올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십천 이라면 혹 모를까? 랭커 짬밥으로 전시에 정부에 항의해서 이빨 들어가기는 어렵지.’

세 대의 항공 모함에 올라탄 우리는 그대로 해역을 넓게 돌아서 베트남 쪽으로 향했다.

내 예상대로 랭커 놈들은 다 나를 따라왔다.

표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달리 피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선장이 베트남 까지는 3일 정도 걸릴 거래?”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수진이의 보고를 받으면서 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안전하게 상륙하기 위해서 해역을 빙 돌아서 가고는 있지만 너무 늦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 내지 마. 정작 중국 본토에 도착한 후에는 쉴 틈도 없을 테니까····.”

“나도 알아.”

난 의자에 뒤로 비스듬하게 기댔고 수진이는 그런 나에게 다가와서 내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난 키스 후에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어냈다.

“지금은 안 돼.”

“····흥? 뭐··· 뭐가? 그냥 키스 한 번 한건데?”

‘·······당황하기는···.’

내가 거절하자 얼굴을 붉히고 변명하는 모습이 제법 귀엽기는 하지만 역시 지금은 안 된다.

지금은 전쟁중이다.

수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은 허락했지만 그것은 군의 전력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어지간한 랭커보다는 강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진이를 여자 취급하면서 그녀를 안아 버리면 수진이를 부관으로 앉힌 것인 정말로 내 독단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적어도 전쟁중에 수진이를 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큼····· 난 배 안을 좀 살피고 올게.”

“그래···. 수고해.”

“흥~. 너야 말로 수고해.”

“·········그게 무슨 말···.”

“몰라~!!!”

수진이는 얼굴을 잔뜩 붉히고 방을 나갔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아~ 부끄러워····.’

민재의 방에서 나온 수진이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면서 열을 식혔다.

생각 같아서는 능력으로 식히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민재를 보고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그의 체온이 그리워 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

민재가 거부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개념 없는 행동을 했는지 깨달았었다.

‘하아~. 나 욕구 불만인가?’

머리를 붕붕 흔들면서 수진이는 배 안을 시찰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녀보다 훨씬 더 욕구 불만인 인간들이 있었다.

“··············.”

“··············.”

“··············.”

배안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순찰을 돌고 있는 수진이는 남자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시선도 오랜 만인걸?’

원래 에러는 미모와는 상관없는 여자들이다.

여자들 중에 초능력을 타고난 존재들. 그것이 에러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진이는 에러이면서도 어지간한 슬레이브들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그것 때문에 남자라는 생물을 더럽고, 천박한 성욕의 덩어리쯤으로 취급 했었다.

그것 때문에 이런저런 트러블도 많이 일으켰다.

민재에게 시비 걸기 위해서 시아의 뺨을 때린 적도 있었고···.

또 김수경의 집에서 혹시 민재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김수경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친 적도 있었다.

다행이 모두 잘(?) 된 일이었지만 그것은 오로지 결과만을 봤을 때의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녀는 두 번 다 죽을 뻔 했었다.

으스스···.

‘특히 민재한테 당했을 때는 내 인생 최대의 부상이었지····.’

그때의 민재를 생각하면 수진이는 소름이 돋았다.

민재를 사랑하는 수진이었지만 그때의 민재는 생각만 해도 뭔가 무서웠다.

어쨌든····.

그런 사건들 때문에 수진이는 이제 남자들에 대한 인식을 좀 바꾸기로 했다.

예전에는····.

남자는 다 쓰레기.

였다면 이제는····.

남자는 일부를 제외하면 다 쓰레기.

정도로 바뀐 것이다.

그녀가 살아온 과거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런 인식의 변화 덕분에 지금 자신의 몸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에도 꾹 참고 있는 것이었다.

“····죽이지 않냐?”

“그렇게 말이야····.”

째릿~.

“큼··· 큼···.”

“죽이지? 이····· 배.”

“아~! 그래·· 배 말이지····. 배···.”

물론 한계선은 있었다.

수진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음담을 하던 정규군 두 명이 수진의 날카로운 시선에 말을 돌렸다.

사실 평소에 여자가 아쉽지 않았던 이 세계의 남자들의 입장에서 지금은 상당히 괴로웠다.

원래 평소에 당연히 하던 행위들도 갑자기 못하게 하면 답답한 것과 같은 원리였다.

그래서 욕구불만의 화신 같이 변한 남자들 입장에서 수진이는 사파리에 던져진 영양 같은 존재였다.

먹음직스럽고 귀여운 영양 말이다.

뭐····. 실제로 덤비면 영양이 아니라 아나콘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실제로 덤벼보면 말이다.

============================ 작품 후기 ============================

연참을 끝내니 순위가 떨어지기는 했군요. 연참 없이 상위권에 있는 분들 보면 확실히 대단합니다.

으음... 저도 신작을 준비해서 그런 작품을 연재하고 싶군요.

사실 2월 공개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업 할게 많아서 아마도 예정은 3월 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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