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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95화 (95/176)

97화

원래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꾸준하게 운동을 해온 은하는 보통 여자들 보다 훨씬 손이 매웠다.

아케미는 순간 뺨이 화끈 거리는 것을 넘어서 머리가 어질 어질해 지는 것 같았다.

“이익·· 뭐하는··.”

“닥쳐~!!!”

짝~!!

따지고 들려는 아케미에게 은하는 다시 한 번 소리치면서 따귀를 날렸다.

얼마나 강하게 날렸는지 아케미의 목이 휙~, 돌아갈 정도였다.

입술이 터지면서 쓰러지는 아케미를 보고 다른 여자들이 말리려고 은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도 은하의 분노를 피하지는 못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짜작~~!! 짝~! 짝~!

살쾡이처럼 날카로운 은하의 움직임에 그녀들은 영문도 모르는 새에 고개가 쉭 돌아갔다.

은하는 아케미에게 가담했던 여자들도 따귀를 날려 버린 것이다.

한 대 한 대에 여자들은 픽픽 쓰러져 버렸다.

여자가 여자한테 맞은 것 치고는 너무나 쉽게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은하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의 신체 스팩은 대환란 전의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급의 스펙이었다.

그런 은하가 작정하고 따귀를 날리면 평범한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남자 주먹하고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은하는 쓰러진 여자들을 매섭게 내려 보면서 말했다.

“모두 바로 서.”

“············.”

“············.”

“············.”

“빨리~~!!!”

은하의 고성에 여자들은 잽싸게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은하가 순서대로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아케미를 비롯한 그녀에게 동조했던 여자들은 얌전히 따귀를 맞았다.

자기들이 숫자가 많으면서도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원래 싸움이라는 것은 기선 제압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초반에 매섭게 기선을 제압한 결과 여자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버린 것이다.

한 대씩 맞을 때 마다 쓰러진 여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또 따귀를 날리고···.

그걸 몇 차례를 반복 했을까?

어느새 소동을 듣고 시아와 지선이가 달려왔다.

“은하야? 너 뭐하는 거야~!?”

시아와 지선이는 달려와서 은하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고 기겁을 했다.

은하가 2기 메이드들을 거의 폭행하다 시피 때리고 있고, 그 서슬이 너무 퍼래서 다른 메이드들은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케미 그룹의 여자들은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고운 얼굴이 엉망이 될 정도였다.

간신히 은하를 말린 시아와 지선은 일단 상황을 진정 시켰다.

그리고 일단 은하를 데리고 가서 사정을 물었다.

잠시후····.

은하와 지선이에게 상황을 모두 다 들은 최지선은·····.

“그것들이 감히·····.”

성깔 하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최지선이었다.

그녀의 고운 눈꼬리가 순식간에 확~ 올라갔다.

‘배부른 줄 모르고 감히·····.’

최지선은 오랜 세월동안 밑 바닥에서 평범한 슬레이브의 인생을 살아본 여자였다.

그래서 지금 민재가 당연하다는 듯이 해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슬레이브에게 이렇게 많은 편의를 봐주는 주인은 거의 없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인생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했다.

하지만 아케미와 다른 그녀들은 지금 이 상황에 감사하기는커녕 이 이상을 바라고 자기들끼리 멋대로 반발해 버렸다.

“이것들을 그냥·····.”

최지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진아가 그녀의 소매를 잡았다.

“참아요. 지금 더 맞으면 정말 다칠 거예요.”

“다치라지~!! 어디서 감히····.”

최지선은 평소의 도도함과 여유로움은 저 멀리 날려 버렸다.

소위 시쳇말로 꼭지가 돌아 버린 것이다.

“주인님이 부재중에 애들이 더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까득~.”

진아의 말에 최지선은 이를 갈면서도 냉정을 되 찾았다.

확실히 민재의 부재중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뒷 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민재가 좋은 주인이라고 해도 슬레이브들 끼리 심각한 폭행이 생기면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친절하고 좋은 주인인 민재이기에 더욱더 심각하게 반응 할 지도 몰랐다.

‘일단은 참아야 하나?’

최지선은 화를 가라앉히고 나중에 민재가 오면 사건을 풀기로 했다.

하지만····.

“책임은 제가 질게요.”

의외로 강경한 말을 한 것은 이제까지 얌전하게 듣고만 있던 시아였다.

“시아야····.”

평소의 그녀 답지 않게 과격한 그녀의 말에 은하와 최지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님이 뭐라고 하시면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러니 그녀들은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야겠어요.”

“괜찮겠어? 정말····.”

“집안의 질서를 흔들었어요. 주인님의 집의 질서를···. 이걸 그냥 넘기면 후일에 더 큰일이 납니다.”

시아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벌을 주는 것을 망설인 이유는 혹시라도 나중에 민재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내까 봐서였다.

하지만 시아는 담담하게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진다고 하면서 처벌을 내리겠다고 했다.

“처벌은···. 어떻게 할 거야?”

확실히 시아라면 민재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벌은 어떻게 하느냐?

보통 그녀들이 생각한 것은 육체적인 고통···. 그러니까 매를 든다거나 강제로 힘든 일을 시키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아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집에서 쫒아낼 겁니다.”

“시··· 시아야?”

“괜찮아? 정말? 나중에 혹시라도 주인님이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원래 슬레이브라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재산이다.

그런데 시아가 멋대로 그런 슬레이브들을 쫒아낸다는 것은 민재의 재산을 시아가 멋대로 유출한다는 것이다.

원래 다른 슬레이브들 같으면 아무리 주인의 총애가 깊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아는 그냥 슬레이브가 아니다.

그녀는 슬레이브이기 이전에 민재의 연인이었다.

그래서 이런 배짱을 튕길 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님에 관해서는 제가 잘 알아요. 집안의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은 우리 집에 필요 없어요.”

시아의 말은 단호하기 까지 했다.

결국 시아는 그녀들을 민재와는 다시는 볼 수 없는 머나먼 타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 미쳐 버린 세계에서 여자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지역을 꼽으라면 두 곳이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이다.

원래 대환란 전에도 여성의 인권이 낮았던 지역이다.

지금은 과연 어떨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그곳의 여성들은 살아가는 것이 지옥이라고 표현될 정도이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그렇게 표현될 정도니 그곳이 얼마나 험난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리고 시아가 그 사실을 통보하자 아케미 그룹의 여자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잘못 했어요. 시아 아가씨···.”

“엉엉····. 한 번만 봐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주인님한테 말하게 해 주세요. 예~. 시아 아가씨 제발요.”

“흑·· 흑흑···. 제발 살려 주세요····.”

위기가 닥치자 그제야 여자들은 조금 정신을 차렸다.

시아의 앞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설마 시아가 그렇게 강한 벌을 내릴 줄은 몰랐던 그녀들은 생명의 위기까지 느끼면서 시아에게 빌고 또 빌었다.

순간 시아는 그런 그녀들의 태도에 동정심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해야 돼···. 내가 마음을 여리게 먹어서 민재씨의 생활이 망가지면 절대 안 돼.’

민재와 연인이 된 이후에 시아는 이 집을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민재가 부재중일 때 자신의 동정심으로 일을 무르게 처리하면 결국에는 민재가 정한 룰을 우습게 여기고 민재에게 반항하는 여자가 나올 지도 몰랐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일을 지저분 하게 하지 않으려면 초반에 한 번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결국 아케미를 포함한 일본인 메이드 몇몇은 중동행 배를 타야했다.

그 후로 한동안 저택의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지선과 은하가 메이드들을 달래면서 분위기를 쇄신했다.

다행이 그 보람은 있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아케미 그룹의 잘못이었고, 이미 그녀들이 집안에서 골칫거리 취급당하고 있었기에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비온 뒤의 땅이 굳는 것처럼 가족의 유대는 한층 강해졌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케미가 이번에 진아에게 덤빈 이유는 진아가 한 번도 민재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가 컷다.

그래서 시아는 진아에게 말했다.

“진아 언니···. 이번에 주인님이 돌아오시면 첫날밤은 무조건 진아 언니가 시중을 들어요.”

“하지만····. 괜찮을까?”

“뭐가 문제예요? 주인님이 진아 언니를 싫어 할 까 봐요?”

시아의 말에 진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실제로 나만 안아 주시지 않았잖아?”

순간 시아는 진아에게서 예전의 자신을 잠깐 겹쳐 봤다.

민재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장애물이 있어서 다가가지 못했던 자신···.

그런 자신을 지금 진아에게서 발견했다.

그리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시아가 진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주인님은 진아 언니를 충분히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정말?”

“예. 어쩌면 저 다음으로?”

시아는 나름 진아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녀 답지 않은 농담까지 했다.

뭐···. 반은 진심이기도 했지만····.

“···알았어. 나 힘낼게.”

“예. 힘내세요.”

그렇게 해서 진아는 지금 민재의 침실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명을 모두 들은 난 진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음 고생이 그렇게 심했나?’

입맛이 썼다.

아까 목욕하면서 시아에게 몇몇 메이드들을 다른 나라에 보냈다는 말은 들었다.

이유에 관해서도 집안의 분위기를 더럽혀서라고 대강 들었었다.

하지만 진아가 맞았을 지는 차마 몰랐다.

‘시아가 잘 했군.’

보통 크게들 착각하고 있는데 난 딱히 여자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다.

내 가족들에게 친절한 것이다.

내가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했다면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 여자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오지랖 넓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난 그냥 여자들이 아니라 우리집의 내 식구들이 소중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 식구들 사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여자라면····. 그렇다면 그 여자는 내 식구가 아니다.

내 식구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적일 뿐이다.

‘하지만 진아가 그런 취급을 받은 것은···. 내 책임도 있다면 있는 건가?’

난 손을 뻗어서 진아를 내 품으로 끌어 당겼다.

“진아야·····. 많이 고민했니?”

“········주인님······.”

진아가 내 슬레이브가 된지 일년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같이 살을 섞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힘든 일이 었는지도 모른다.

슬레이브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통상적인 통념에는 주인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슬레이브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말이다.

난 진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그녀의 어깨에 걸린 네글리제의 끈을 치웠다.

사르륵~.

어깨끈을 치우자 그녀몸을 감싸고 있던 네글리제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진아의 태어났을 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아와 마음이 통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진아와 수진이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

수진이는 물론이고 진아 역시 나를 주인으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 둘이 날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시아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

그녀들은 나를 주인이 아니라 남자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미안해.’

솔직히 말해서 그 마음에 완전히 응해 줄 수는 없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시아다.

만약 세계가 이렇게 언밸런스하게 치우친 세계가 아니었다면 오로지 시아 한 명하고만 살았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우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2주 연속 연참이라는 대기록이 가능 했습니다.

이제 전 초심으로 돌아가서 매일 연재 주기로 바꾸려고 합니다. 연참이 끝나고 아쉬워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량에 허덕이면서 퀄리티를 떨어트리는 것은 피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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