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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94화 (94/176)

96화

목욕 후에 난 시아와 복도를 걸어가면서 대화했다.

“그럼 지금 수진이는 김수경씨의 집에 있는 거야?”

수진이가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자기 나름대로 수련을 하기 위해서 김수경씨의 집에 갔다고 한다.

“예. 거기서 수진이도 수련을 한다고 했어요.”

“수진이가·····?”

이건 좀 의외다.

원래 수진이의 실력은 랭커급이다.

한 90위권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반년 정도 수련해서 늘면 얼마나 늘까?

내가 이런 말 하기는 좀 낮이 간지럽지만 지극히 개관적으로 평가 했을 때 난 천재다.

고작 반년 정도의 수련으로 그런 성과를 거둘 줄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수진이는?

그녀는 천재라기 보다는 연구가로 보인다.

그녀의 주요 능력인 결빙은 근거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위하는 공방 일체의 능력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타고난 노력에 꾸준한 연구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능력이다.

즉, 나 같은 천재 타입은 아닌 것이다.

‘뭐····. 그래도 옆에 김수경씨가 붙어 있으니 그냥 아무 성과가 없지야 않겠지.’

내일이면 김수경씨도 온다고 하니까 그때 그녀의 성과를 확인해 보면 되겠다.

“그럼···. 오늘은 같이 자자. 시아야.”

내가 시아를 데리고 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시아가 살짝 손을 뺐다.

“큼~, 미안하지만 오늘 전 안 돼요.”

“응? 왜?”

온천에서 한 번 하기는 했지만 오늘 내 기분 같아서는 내 혼이 달아날 때까지 시아와 살을 섞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정작 시아가 뒤로 살짝 뺀다.

“이유는 들어가 보면 아실 거예요.”

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내 방 앞에서 배웅하듯이 살짝 웃었다.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아의 말 대로 들어가 보면 알겠지.

“정말 같이 안 갈 거야?”

“후후···. 안녕히 주무세요.”

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총총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가 버렸다.

“하아~. 어쩔 수 없나···.”

난 내 방으로 혼자 들어갔다.

내 집까지 와서 다시 독수공방을 하게 될 줄이야···. 어라?

“주인님····.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밤 시중을 들겠습니다.”

“·····진아야?”

방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늘하늘한 네글리제를 입고 있는 진아였다.

민재가 없는 동안 가장 가슴앓이를 한 것은 누구일까?

물론 민재를 사랑하는 모든 여자들이 민재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거의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에까지 갔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아였다.

시아가 민재와 첫날밤을 경험한 이후 민재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이제는 별 거부감 없이 다른 여자들을 안아 줬다.

과거에 수진이 때문에 자포자기 하고 아무 여자나 닥치는 대로 안을 때하고는 달랐다.

정말 다정하게··.

남자의 여유를 가지고 여자들을 사랑해 준 것이다.

은하와, 수진이, 그리고 지선이와 몇몇 1기 메이드들 까지····.

그런 와중에 민재의 측근이면서도 민재에게 한 번도 안기지 못한 여자가 바로 진아였다.

그런 진아에 대한 소문은 점점 더 저택 내부에서 퍼져갔고·····.

결국 결정타가 터졌다.

원래···. 집안이든 나라든 사람의 집합이라는 것은 비대해지면 여지저기에 문제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민재의 집안은 시아를 톱으로 해서 확실한 계급이 잡혀 있어서 비교적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민재에게 상대적으로 소외 받은 메이드들도 슬레이브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할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익숙해지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는 여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2기 메이드들 중에 몇몇에게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

2기 메이드 중에 타치바나 아케미라는 메이드가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 불만족하고 더 위를 노리는 메이드의 전형이었다.

원래 그녀는 일본 일왕을 가까이서 모시던 슬레이브였다.

슬레이브가 아무리 천대받는 시대라고 해도 일본의 왕을 모시던 슬레이브라서 그런지 보통 슬레이브들 보다는 대우가 훨씬 나았다.

물론 지금 민재만큼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녀가 말 도 안 되는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일본의 왕부터 수많은 고관들의 총애를 받아온 선택 받은 여자. 시아 아가씨의 자리는 내가 있어야 마땅해.’

그게 그녀가 항상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확실히 그녀는 일왕궁에서 기거할 정도로 특출 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민재의 눈에 한 번만 들면 그 후에는 이 집의 여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리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어림없는 얘기였다.

그녀는 2기 메이드로 와서 정해진 시간에 집안 일을 하고 몇 번이나 민재를 유혹하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때는 민재가 시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어떤 여자의 유혹도 굳건하게 물리치던 때 였으니 당연했다.

그 덕분에 그녀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들어 왔을 때는 한 달만 있으면 가장 총애 받는 여자가 되어서 이 거대한 저택의 안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아직도 자신의 신분은 나아진 것이 없으니 짜증이 난 것이다.

거기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일본인 메이드들을 규합해서 파벌 비슷한 것 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민재를 유혹하는 것에 실패하니까 자기 나름대로 뭔가 파워를 느끼기 위해서 몸부림치다 보니 그렇게까지 한 것이다.

사실 시아와 지선이들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나라가 전쟁에서 지고 이를테면 포로처럼 팔려 왔으니 동향 사람들 끼리 친하게 지내는 정도로 안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행동은 조금씩 안하무인 처럼 변해갔다.

자기들 끼리만 모여서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실질적으로 2기 메이드들을 관리하는 1기 메이드들도 그녀들을 문제 그룹으로 보고 그냥 노터치로 일관해 버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들도 같은 슬레이브.

거슬린다고 해서 그녀들을 징벌할 권리 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다.

타치바나 아케미들의 행동이 점점 심해진 것은 민재가 수행으로 집을 비우면서 부터였다.

민재가 집에 없자 그녀들은 아애 자신들의 일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자신들의 일을 미루고 결국은 내 팽겨쳐 버렸다.

단체 생활에서 자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배척 받기 마련이다.

그녀들은 결국 자기들 끼리만 끼리끼리 모여서 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사고가 일어났다.

진아가 그녀들과 부딪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계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진아가 무거운 정원의 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아케미들이 지나갔다.

아케미 그룹의 메이드들은 진아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요즘 들어서 1기 메이드들에게도 개김성이 짱짱해진 그녀들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재의 측근으로 알려진 진아는 좀 어려웠다.

하지만···.

정작 타치바나 아케미는 이것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흥~. 민진아? 듣자 하니 주인님이 한 번도 안아 주지 않았다고 했지? 그럼 우리하고 다를 게 뭐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진아에게 고개를 꼿꼿하게 세웠다.

“············.”

물론 진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가져온 책을 읽으면서 간단히 준비해둔 샌드위치로 허기를 때울 뿐이었다.

‘뭐야? 재수 없게·····.’

그런 진아를 보고 만만하게 보였던 걸까?

아케미는 진아의 책을 잡아채서 말했다.

“이 봐요?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예요?”

“···저기·····아케미?”

“···너무 하는 것 아니야?”

아케미의 파격적인 행동에 다른 일본인 메이드들도 곤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케미는 거침없이 행동했다.

“사람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 정상이잖아요? 그런데 책만 잃고····. 재수 없게 그게 뭐예요?”

그런 아케미를 진아는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미안. 이제 됐니?”

“······어····· 뭐.”

이렇게 순순히 사과 할지 몰랐던 아케미는 되려 당황했지만 진아는 선선히 사과를 하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이제 책을 돌려줘.”

“···············.”

‘어쩌지?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아케미는 오히려 자신의 체면이 망가지는 것 같았다.

진아의 태도는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흥분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쓸데없이 오버를 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아케미처럼 말이다.

“흥~, 못해요.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제대로라···. 어떻게 말이니?”

“무릎 꿇고 우리한테 정중하게 미안하다고 절을 해요.”

“······너한테 그렇게 까지 할 이유도 마음도 없어. 책은 그냥 가지렴.”

그렇게 말하고 진아는 자신의 도시락을 들고 자리를 피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햇살을 느끼면서 책을 읽고 싶었는데 그럴 기분이 싹 달아났다.

그대로 등을 돌리고 가려는 진아에게 아케미가 한마디를 했다.

“흥? 뭐 잘났다고····. 어차피 주인님한테 한 번도 안겨 보지 못했으면서·····.‘

멈칫~.

처음으로 진아가 아케미의 말에 반응했다.

그런 진아를 보고 아케미는 그제야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말했다.

“주인님이 십천이 되기 전부터 모셨다는 사람이 한 번도? 오~~. 맙소사······. 나라면 부끄러워서 혀깨물고 죽었을 걸?”

“·········그 입 다물어.”

“어머~? 찔리나 봐요? 하지만 생각 해 봐요. 왜 자신이 주인님에게 안기지 못했는지?”

“········입 다물라고 했어.”

“당신 원래 주인님을 모시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보통 남자의 슬레이브였다고 했죠? 그래서야 주인님이 당신한테 매력을 느낄 리가 없어요.”

“··········세 번째야. 입 다물어.”

“고귀한 남자는 그에 걸맞게 우아한 여자를 안고 싶은 거예요. 저처럼 왕족을 모시던 여자라던가 말이죠. 정말····. 주인님의 동정으로····.”

짝~.

이 자리에 민재가 있었다면 크게 놀랐을 것이다.

세상에···. 그 얌전하고 지적이던 진아가 다른 여자의 뺨을 때리다니····.

“이·· 이게 때렸어?”

아케미도 진아에게지지 않고 덤벼 들었다.

그녀도 어디 가서 맞고 얌전히 있지는 못할 정도로 한 성깔 하는 여자였다.

진아나 아케미나 완력은 평범한 보통 여자였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아케미에게는 자기 편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잡아. 이 더러운 계집을 잡으라고~!?”

구경만 하던 여자들은 얼떨결에 아케미의 말에 동조해서 진아를 잡았다.

그리고 진아의 양쪽에서 팔이 잡히자 아케미는 씩씩 거리면서 진아에게 다가갔다.

“감히····.”

짝~. 짝짝짝짝짝····.

아케미는 마치 신들린 것처럼 진아의 뺨을 거세게 때렸다.

진아의 고운 뺨이 빨갛게 변하고 입안이 찢어질 정도였다.

“흥~? 감히 나한테 까불어? 어디···. 그 반반한 얼굴이 망가져도 까불 수 있나 보자.”

아케미는 근처에서 나무 가지를 가져와서 뾰족하게 꺽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진아의 뺨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넌 주인님이 안 안아주는 여자잖아? 응?”

“··················.”

진아는 대답하지 않고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

이런 여자하고는 대화하는 것조차 불쾌한 진아였다.

“흥? 끝까지 잘 난 척은···? 어디?”

“너희들 거기서 뭐해?”

아케미가 진아의 얼굴을 긁기 직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런닝 중이던 은하였다.

항상 생긋 거리는 밝은 미소와 활발하고 사근사근한 성격.

은하는 이 집에서 모두의 인기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은하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진아 언니····. 세상에·····.”

은하는 진아의 잔뜩 부어있는 얼굴을 보고 기겁을 했다.

민재가 봤다면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은하는 진아를 양쪽에서 잡고 있는 여자들에게 앙칼지게 외쳤다.

“당장 놓지 못해~!!?”

“예···. 예.”

은하의 말에 그녀들은 반사적으로 존댓말로 대답하면서 진아를 풀었다.

그리고 은하는 이 일의 원흉으로 보이는 아케미를 지목했다.

“이거 네가 이랬지?”

“······먼저 시비를 건 것은 내가 아니·····야.”

짝~!!

“어따 대고 반말이야~!!?”

은하는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다.

하지만····. 진아 처럼 물렁한 성격은 절대 아니었다.

아케미의 입에서 반말이 나온 순간 번개 같은 따귀가 날아갔다.

============================ 작품 후기 ============================

제가 학창 시절... 그러니까 중학교 시절에 모 여고생 누님들이 싸우는? 혹은 후배 군기 잡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날 부로 여자에 대한 환상 한조각이 산산조각 났죠.

겁나게 패더군요.

어쨌든 스레이브들 끼리 너무 룰루랄라 하는게 아닌가 해서 살짝 트러블을 심어 봤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아마 네 시까지는 안 자고 글써야 할 것 같으니까 댓글 달면 바로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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