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이건 어떻게 된 거지?”
난 지금 내 침대에서 벌어진 이 참상이 궁금하다.
어제 가든 파티에서 술 마시고 뻗었던 것은 기억한다.
아마도 누가 날 부축해서 데리고 왔던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어째서 옷을 벗고 있으며 어째서 내 주변에 여자들이 모두 알몸으로 누워 있는지···.
‘설마?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내가 시아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다른 여자들과의 섹스도 그냥 친애의 표시로 받아 들일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을 정리했다고 해도···.
아직 시아하고 한 후에는 다른 여자는 한 명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술 마시고 나서 다섯 명을 한꺼번에?
‘·····내가 그렇게 욕구 불만이었나?’
민재는 알지 못했다.
욕구 불만인 것은 자신이 아니고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옷은 벗고 있었지만 어제는 여자들의 견제가 너무 치열해서 결국 아무하고도 하지 못했다.
다만 민재가 불쌍하게도 스스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지····.
시드니로 돌아오고 나서 난 하루 일과를 좀 수정했다.
정부의 관리관에는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로 날 찾지 말라고 전하고 난 스스로의 훈련을 시작했다.
“역시···· 가장 시급한 것은 기존의 능력의 강화겠지?”
초능력자가 훈련을 하면 보통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새로운 능력을 수련하는 것.
이것은 안 되는 놈은 죽어도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기존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
이것도 재능의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력과 근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
사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난 좀 자만했던 것 같다.
자만.
항상 자만하고 있는 자들은 자신이 자만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한 발 물러서서 정신이 깨어난 후에야 자신이 자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훈련을 했던게 도대체 언제인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랭킹 100위권에 들고 나서는 한 번도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애당초 내가 고강도로 훈련을 했던 이유는 시아를 지킬 힘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의 애덤스 개 자식에게 한 번 깨지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지킬 힘도 커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우선 현 내 능력을 보면···.
염동력 : 레벨 6
텔레포트 : 레벨 3
하이딩 : 레벨 5
전격술 : 레벨 7
치유력 : 레벨 4
미래시 : 레벨 7
소멸 : 레벨 X
카피 : 레벨 X
이렇게 되어 있다.
나 스스로 말 하기는 좀 뭐하지만 이 상태에 이르렀을 때가 고교 1학년 무렵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점에서 난 이미 육대천왕 급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 좀 굉장 했는걸?’
하지만 스스로의 힘에 자만해서 훈련을 게을리 한 이유가 그 꼴 이었으니····.
“쯧~, 다음에는 박살을 내 버리겠어····.”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텔레포트의 강화다.
텔레포트는 염동력과 더불어서 기초 전투 스킬로는 가장 중요한 기술들이다.
염동력은 레벨 6이면 어느정도 괜찮지만 텔레포트 레벨 3은 많이 부족한 것이다.
거리도 짧고 횟수고 그렇게 많지 않고··. 무엇보다 한 번 하고 나면 인터벌이 생기는 것이다.
내 경우는 대략 0.2초 정도의 인터벌이 생기는데···.
능력자 간의 전투에서 0.2초면 10번은 사망할 시간이다.
내 경우에는 미래시를 동원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싸우고 있었기에 통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수진이도 나보다 텔레포트 레벨이 높았지?”
분명히 레벨 5라고 들었다.
그 정도면 나 보다는 훨씬 높은 것이다.
한심하게도 대한민국의 랭킹 2위라고 불리고 있으면서 권외인 수진이 보다 못하다니····.
이건 자존심 문제다.
‘텔레포트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익숙해지는게 우선이지·····.’
일단 난 텔레포트로 시드니를 일주해 보기로 했다.
“흡~!!”
슉~.
난 텔레포트의 반복을 계속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해 갔다.
나의 텔레포트로 이동 할 수 있는 거리는 대략 15~20미터 정도다···.
고위 텔레포터들이 한 번에 몇 백 킬로씩 훌쩍 넘어서는 것을 생각하면 내 능력은 정말 미약한 것이다.
난 수 백 번에 걸쳐서 텔레포트를 반복한 끝에 어느 한 공원에서 잠깐 멈췄다.
“헉···· 헉····. 후~~.”
으으···. 토할 것 같다···.
텔레포트를 이렇게 무작정 반복해 본게 얼마만인지····.
난 잠깐 공원 벤치에 가서 앉아서 숨을 골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대략 300번 정도는 텔레포트를 한 것 같다.
한 번에 15미터씩 왔다고 쳐서 300번이면···.
‘4.5Km? 나 진짜 텔레포트 못하는 구나····.’
수진이만 해도 텔레포트에만 집중하면 한 번에 200미터는 텔레포트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난 300번이나 텔레포트 해서 고작 5Km도 오지 못하다니····.
내 텔레포트는 전투 시에 회피로만 쓸 수 있을 뿐 광역 이동 능력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하아~. 죽겠네····.”
기존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 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과거에 내 능력을 발전시킬 때도 그렇게 했으니까····.
‘그동안 게으름 피웠던 대가가 한꺼번에 돌아왔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난 아직 19살이니까 뭐····.’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니다.
그때 내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어이~. 거기 동양인? 어디 출신이지?”
“··········나 불렀냐?”
뒤를 돌아보니 세계 각국 어디에 가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양아치 티가 물씬 풍기는 놈이 있었다.
“동양인이 이 시드니에 왔으면 관광?”
“우리가 가이드 해 줄까?”
“대신 돈만 두둑이 줘. 그럼 안.전.하.게. 가이드 해 줄테니까·····.”
···········어디 보자···. 이건 혹시 세상에서 말하는 갈취라는 건가?
19년 살면서 처음 당해본다.
‘식민지로 지배당하는 나라출신 중에는 간혹 있다고 하더니···. 진짜구나···.’
식민지의 국민은 남자라고 해도 그렇게 까지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통 여자들 보다는 좀 낫지만 그래도 지배국의 남자들에 비하면 가난 뱅이였다.
가끔씩 좀 나은 대우를 해 주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는 극히 소수의 고위 능력자들에 한정 된다.
“·············.”
난 이 건달들에게 분노보다는 신기함을 느낀 나는 놈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이어이···. 너 사람 말 못 알아듣냐?”
놈들은 역으로 그런 내가 신기한 모양이다.
“아니 잘 알아듣고 있어. 그래·· 돈이 필요 하다고?”
“하하하··· 꼭 그런건 아니고 우리한테 돈을 주면 네가 안전 할 거라는 얘기지? 안 그래?”
“맞아 맞아. 꼭 우리가 선량한 시민한테 금품이라도 갈취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래. 우리는 그냥 가이드 비를 받으려고 하는 것 뿐인데 말이야.”
결국 돈 달라는 말은 같은 거네···.
‘신기해라··. 보통 저런 말 하는 것은 부끄러울 텐데···. 지극히 자연 스럽잖아? 이게 갈취하는 건가?’
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놈들에게 말했다.
“지금 지갑 없어. 그러니 집에들 가라.”
난 그렇게 말하고 그냥 하던 훈련이나 계속하려고 했다.
이런 놈들 상대로 시간 낭비할 수는 없지···.
그러나 놈들은 날 시간 낭비 시키고 싶은 모양이다.
“잠깐~~~.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앙~?”
이제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한다.
뭘 어쩌라는 거지?
신기한 것은 처음 뿐이고 이제 좀 지겨워 졌다.
“으음···· 지금 무진장 피곤하니까 봐 줄 때 그냥들 가라.”
원래 이렇게 나쁜 놈들은 좀 밟아줘야 하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잠깐~~!! 이 놈이 우리말이 말 같지 않냐?”
“가이드 비를 안 내명 안전하지가 않다니까?”
“아앙~!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냐?”
“············하아~. 왜 이 놈들은 살려준다고 해도 죽고 싶다고 안달을 부리는 걸까?”
“뭐라고?”
“이 자식이 죽고 싶다 이거냐?”
“지배국의 국민이라는 것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니까····.”
“··············.”
‘이 놈들을 죽여 버리는 것 하고 그냥 무시하는 것하고 뭐가 더 귀찮은 것일까?’
혹시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귀찮은 것일까?
난 앞머리를 스윽 올리면서 놈들을 바라봤다.
어쩐다·····.
그때 내가 놈들을 죽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주인님 뭐 하세요?”
“응? 은하야?”
거기를 바라보니 은하가 조깅을 하고 있었는지 뛰어가고 있었다.
“어머~. 주인님? 혹시···. 시비?”
“으음··.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와아~!! 주인님한테 시비를 누구래요? 신기해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와 은하의 대화를 들으면서 놈들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은하는 그 남자들에게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작은 가슴을 펴고 말했다.
“당신들 우리 주인님이 누군지나 알아요?”
“뭐? ·····관광객인줄 알았는데?”
“그래····. 아니 그런데 어디서 계집이···.”
“확~ 발가벗겨서 거꾸로 매달아 버릴까 보다.”
이것들이····.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내 식구를 핍박해?
결정했다. 죽이자.
내가 손을 쓰려는 찰나에 은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주인님이 이 시드니의 영주인 십천의 랭킹 2위, 기적의 박민재라구요. 당신을 뉴스는 보고 살아요?”
“흥~? 뉴스를 보면 뭘 어떻게····. 어떻게····. 어떻···· 박···민재?”
“왜~?”
“··············.”
“사람을 불러 놓고 뭘 어쩌자는 거냐?”
“··············.”
“··············.”
“··············.”
놈들은 일제히 굳어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좋다. 그럼 그대로 죽어라.
쉬이익~.
내가 이 놈들을 그냥 확 날려버리려고 하는 와중에 한 놈이 실례를 해 버렸다.
“에잇···. 더럽게····.”
“주인님. 그냥 사과만 받고 한 번 봐줘요. 어~? 이 사람은 기절했네?”
“가자 은하야. 상대하기 귀찮다.”
“예~.”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떠났고 그 자리에는 오줌 누는 동상, 기절한 동상. 그리고 그냥 동상.
이렇게 동상 세계만 남았다.
“그럼 주인님 훈련 중이었던 거예요?”
“그래···. 텔레포트 훈련? 넌 항상 여기까지 뛰어 오니?”
“아····· 항상은 아니고 가끔씩요.”
“집안에 정원 충분히 넓구만····.”
“같은 코스만 뛰면 지겹잖아요?”
하여튼 은하는 내 여자들 중에서도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다.
아무리 내 이름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자들은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인데 말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훈련도 겸해서 은하와 같이 런닝을 하면서 돌아갔다.
“헤헤헤···.”
“왜? 뭐 좋은 일 있어?”
실없이 웃고 있는 은하에게 내가 묻자 은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있죠. 주인님하고 이렇게 단 둘이서 데이트도 하고···.”
“데이트라····.”
별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작품 후기 ============================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은하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 챕터입니다.
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제 원동력입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