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정원에 나가자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오랜만에 흥이 올라서 따라주는 술 마다하지 않고 주는데로 다 마셨다.
모처럼 좋은 분위기인데 내가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취기가 들었을 때 난 그냥 잠들어 버렸다.
‘왜 난 술 취하면 자는 걸까?’
잠들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아~! 주인님 주무신다.”
민재가 술에 골아 떨어진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은하였다.
“원래 술 취하면 주무시거든?”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주인님하고 자주 마셨죠.”
“그래···. 그랬지. 사실 오늘도 오랜만에 같이 마실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아련한 표정을 하고 있는 최지선을 보고 은하가 물었다.
“왜 그렇게 아련한 표정을 지어요?”
“응? 아무것도?”
“·············.”
뭔가 수상한 기색을 느낀 은하였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쨌든 주인인 민재를 야외의 찬바람에서 재울 수는 없었다.
“나 주인님 방에 모셔다 드릴게요.”
“아~! 나도 도와줄게.”
어느새 시아도 다가와서 민재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방으로 데리고 갔다.
“에구~, 허리야····. 주인님도 의외로 무겁단 말이야.”
은하는 민재를 침대에 눕히고 허리를 쭉 펴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넌 나가서 계속 즐겨. 난 주인님을 보살피고 있을게.”
“·······아니야. 시아 너야 말로 나가서 놀아. 내가 주인님하고 있을게.”
“·············하하하···.”
“·············호호호···.”
뭔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쟤가 주인님 자는 틈에 뭘 하려고·····.’
‘시아도 드디어 주인님하고 섹스 했다고 했지? 수진님한테 듣기는 했지만 벌써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이야.’
둘 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서로 어색하게 민재만 사이에 두고 불편하게 서 있었다.
그때····.
똑똑···.
“주인님··· 들어갈게요.”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그리고 그 순간 시아와 은하는 자신들도 모르게 옷장 안으로 숨어 버렸다.
진아는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서 보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시아랑 은하가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나갔나?”
물론 둘은 나가지 않았다.
둘은 옷장 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소근 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우리가 여기에 숨은 거야?>
<나도 몰라. 어쩌다 보니 갑자기 이렇게 됐어.>
<지금이라도 나갈까?>
<이제 와서? 어색하지 않을까?>
<······그냥 숨어 있자.>
<그래···. 진아 언니도 금방 나갈 거야.>
하지만 둘의 예상과는 달리 진아는 금방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내 팽겨쳐진 민재를 보더니····.
“얘들은···. 주인님 주무신다고 하는데 옷도 안 벗기고······.”
진아는 민재가 불편하게 평상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것이 거슬린 모양이다.
아니···. 그게 왜 거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진아는 민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기자 민재의 탄탄한 가슴팍과 잘 단련된 복근이 드러났다.
“··········.”
진아는 잠깐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민재의 복근을 피아노 건반을 스치듯이 건드려 봤다.
<진아 언니 뭐하는 거지?>
<글쎄? 평소하고는 이미지 차이가 좀 깨는데?>
설마 진아가 저럴 줄은 몰랐던 시아와 은하는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진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본근을 희롱하던 진아가 민재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가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쪽~, 쭈우읍~.
“주인님······. 하아~.”
진아도 술기운 때문일까?
상당히 흥분한 것 같았다. 그런 진아의 모습에 시아와 은하는 동시에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똑똑···.
“민재야. 안에 있니?”
밖에서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동시에 진아는 두리번 좌우를 두리번 거리다가 정면의 옷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뭐야? 아무도 없네?”
수진이가 방안에 들어 왔을 때는 정말 민재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옷장 안으로 들어온 진아는 거기에 있는 시아와 은하를 보고 기겁을 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우·· 우리는 옷장 청소 하고 있었어요.>
<마·· 맞아요. 청소 중이었어요.>
<··········.>
누가 봐도 궁색한 변명이었다.
은하는 얼굴을 확 붉히고 반대로 따져 물었다.
<진아 언니는 여기서 뭐하는 데요?>
<맞아요. 그리고 방금 전에는 뭐 한 건데요? 역 성추행? 여자가 하는 것은 처음 봤네.>
이제야 자신이 한 일을 이 둘이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진아는 얼굴이 확 붉어 졌다.
<너··· 너희들 하고는 상관없잖아?>
<상관있어요.>
<완전 상관있거든요~.>
세 명이 옷장 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수진은 민재를 보고 헛기침을 하면서···.
“큼~, 그런데···. 애는 취하면 원래 이렇게 잠드나? 옷을 어설프게 벗으면 섹시··· 가 아니고 ····그래. 감기 들지도 모르는데·····.”
민재의 반나체를 보면서 수진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일··· 일단 내가 옷을 갈아 입혀 줄게. 그러니 우선은 바지를 벗고····.”
그리고 수진이 민재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하자 옷장 속에서는 난리가 났다.
<···수진이 마저·····.>
<감기가 걱정이면 옷을 입혀야지. 왜 벗기는 건데?>
<내 말이·····.>
세 사람이 뭐라고 하던 간에 수진은 민재의 바지를 벗겼다.
“어머~, 실수로 팬티까지 같이 손끝에 걸려 버렸네?”
누가 봐도 고의라고 할 수 있는 딱딱한 변명을 하는 수진은 뭔가 홀린 것처럼 자기 상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뭐하려는 거야? 수진아 그러면 안 돼.>
<맞아 그건 절대 안 돼.>
<하려면 같이 하던가?>
마지막에 말한 것이 누구였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하지만 수진은 자신의 상의를 적당히 풀고는 민재의 몸위에 올라탔다.
“민재야······. 괜찮지?”
“··········.”
술에 취해서 골아 떨어진 인간이 대답을 할 리가 만무했다.
어쨌든 수진이 일을 저지르려는 찰나에···.
똑똑····.
“주인님 안에 있어요?”
<또~?>
<또~?>
<또~?>
옷장 안에 숨어 있는 세 사람은 한숨을 내 뱉었고 수진은 허겁지겁 난리를 쳤다.
급하게 옷 매무새를 고친 그녀는 좌우를 둘러보더니·····.
“어·· 어쩌지? 그래·· 옷장으로···.”
수진이 옷장을 벌컥 열자 그 안에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아~!! 몰라요 빨리 들어오기나 해욧~.”
“········어·· 잠깐만~?”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었을까? 은하는 그대로 수진을 끌어 당겼다.
그리고 수진이가 옷장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문이 열리고 최지선이 들어왔다.
“기분 탓인가? 누가 있는 것 같았는데····.”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리고 옷장 안에서는····.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옷장 청소중이었요.>
<····안에서?>
<요즘 그렇게 하는게 유행이래요.>
<····세 명이서?>
<······옷장이 좀 넓어서·····.>
<············.>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변명이었다.
말이 궁색해지자 진아가 따져 물었다.
<수진님은 뭐 한 건데요? 바지는 왜 벗기는 데요? 바지는?>
<난··· 난 그냥 추울 까봐······,>
<추우면 옷을 입혀야지 왜 벗기는 건데요? 그게 말이 돼 요?>
<나한테만 뭐라고 하지 마. 상의는 이미 누가 벗겨 놨더구만? 너희들이 한 것 아니야?>
<난 안 했어.>
<그럼 누가 했는데?>
<·······진아 언니.>
<난··· 난 그냥 상의만 살짝····. 바지는 안 벗겼어. 바지는····.>
<어차피 똑같이 반반이잖아?>
<상체와 하체는 전혀 다르거든요?>
옥신각신 하는 그녀들과 달리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민재를 발견한 최지선은 눈을 반짝였다.
“어머? 누굴까? 이미 먹기 좋게 까놓기(?) 까지 하고······.”
그녀는 손을 감사기도 하듯이 모으고···.
“그럼···.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민재의 몸위에 올라가려고 했다.
그것과 동시에 옷장 안에서 네 명의 여자가 튀어 나왔다.
“절대 안 돼~~!!!”
“절대 안 돼~~!!!”
“절대 안 돼~~!!!”
“절대 안 돼~~!!!”
중요한 순간에 옷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들을 보고 최지선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들 거기서 뭐 해?”
“········옷장 청소요.”
“········옷장 청소요.”
“········옷장 청소요.”
“········옷장 청소요.”
잠시 후···.
민재는 침대에서 이불 덥고 자고 있었고 여자들은 이 방에서 나가지 않고 모여서 걸즈 토크를 시작했다.
“큼···, 그러니까···. 이제 시아도 드디어 주인님한테 안겨서 여자가 됐구나. 축하해.”
“축하해. 시아야···.”
“사실 네가 가장 먼저 안겼어야 했는데····.‘
“축하해···.”
다른 여자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시아는 얼굴만 사과처럼 붉혔다.
아무래도 이제 막 처녀를 벗어난 시아에게 이런 자리는 조금 미묘했다.
“아··· 그런데 선생님? 아까 하는 일 보니까 굉장히 익숙하던데?”
“그러고 보니····.”
“나··? 아·· 하하하···.”
어색하게 웃고 있는 최지선에게 은하가 마치 범인은 너다. 라는 듯한 포즈를 하고 말했다.
“선생님 주인님 술 취했을 때 몇 번이고 했죠.”
“어떻게 그런 말을····. 그래 했다.”
다른 여성들의 눈총에 결국 진실을 실토하는 지선이었다.
“선생님······.‘
“아무리 우리가 슬레이브가도 그렇지···.”
“하아~, 설마 했는데····.”
“쪼끔 쇼크네요.”
다른 여자들의 눈총에 최지선은 오히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애들아···. 난 너희들과 달리 나이가 있잖니?”
“··········그래서요?”
“조금이라도 탱탱할 때 즐겨야 하지 않겠니?”
“······말도 안 돼.”
“맨날 노화 방지 화장품을 잔뜩 사 바르면서···.”
“온갖 건강 보조 식품도 다 사고 있잖아요?”
“누가 보면 걸어 다니는 웰빙 모델인줄 알겠는데 어디서 다 죽어가는 소리예요?”
그녀들의 험난한 항의에 최지선은 고기를 돌리고 중얼 거렸다.
“쳇~, 좀 넘어갈 것이지···.”
사실 그녀가 한 달에 미용 용품으로 쓰는 금액은 5억이 넘었다.
순수하게 미용 용품 만이다.
민재니까 감당하고 있지 보통 남자들이라면 어림 없는 일이었다.
그 전에 그렇게 슬레이브에게 물품을 구입하게 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어쩔래? 그럼···. 우리 모두 오늘은 포기하고 물러나?”
최지선의 이 말에 그녀들을 생각에 잠겼다.
‘어쩌지?··· 난 민재씨하고 같이 자고 싶은데···.’
이건 시아.
‘저쪽에 있을 때는 혜미 봐준다고 한 번도 못했어···. 이제 나도 안기고 싶어.’
이것 한수진.
‘시아랑 수진님은 캔버라에서 했을 거 아니야? 나도 한참 참았는데····.’
이건 이은하다.
‘아직 나만 주인님하고 안 했잖아? 그런데 여기서 양보하라고? 절대 안 돼.’
이건 민진아였고···.
‘어쩔까? ····· 별 이유는 없지만 그냥 하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가장 널널한 최지선이었다.
결국 그녀들은 지금 민재하고 같이 있고 싶었다.
남자들 만이 아니라 여자들도 무작정 성욕이 솟구치는 때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여자들은 전원 양보 할 생각이 없었다.
“하··· 하하하····.”
“호·· 호호호···.”
그녀들은 어색하게 서로를 마주 보면서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
============================ 작품 후기 ============================
오오~, 오늘 분량이 꽁트 부분이 딱 맞게 들어가네요.
다음 편 부터는 주인공의 일상과 레벨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 전에 이런 소소한 꽁트를 사이사이에 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하겠습니다.
연참의 기록이 깨 질것 같습니다.
하루 최소 2연참을 거의 4일 부터 17일 까지 유지해 왔는데.... 흑, 추천이 줄어서 의욕도 줄었는 걸까요?
죄송합니다. 이 타이밍에 괜찮은 신작 아이디어도 한 개 떠올라 버려서....
그 아이디얼를 꼭 조아라에 시험해 보고 싶은 의욕을 떨어트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가서 가능하면 2월 중에 피로하고 싶은게 제 의욕입니다.
그 전에 지금 연재하고 있는게 세개나 있는데 말이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대로 오늘까지는 잘 하면 연참 할 수 있을까나?
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