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89화 (89/176)

91화

한국의 외교관은 선선하게 자신의 권한 부족을 인정했다.

여기서 무리하게 끌려가지 않으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뭐····.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죠. 우리는 의견을 전달한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추후에···.”

“아~! 참고로······.”

“············.”

“우리는 열매가 아프리카든 호주든 상관없습니다. 영국의 국왕도 나름 현명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

“···········!!!!”

순간 우리측의 모든 인물이 입을 다물었다.

저 놈이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저 말 뜻은 설마····?

‘한국이 거부하면 영국하고 똑같은 협상을 하겠다는 건가? 아프리카 대신 호주 진출을 걸고?’

빌어먹을····. 이건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똑같았다.

우리 말을 들어라.

안 그러면 전쟁이다.

이것이 놈의 말의 핵심이었다.

우리에게 핵폭탄급 발언을 마친 미국의 외교관은 유유하게 자리를 일어났다.

그리고 애덤스 마이클스는 우리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에 보자. 원숭이들····. 아~!! 너희들 입장에서는 안 보는게 좋을까? 하하하하하······.”

저 새끼가·····.

난 이를 갈면서 놈을 노려봤다.

“진정하게····.”

“저도 알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지금 놈을 공격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이번 외교의 건수가 너무 커서 내가 나대기에도 무리다.

오늘 호주의 캔버라에서 벌어진 비공힉 회견···.

내 예감에 이것은 틀림없이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사건의 단초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애덤스 저 자식은 다음에 만나면 죽여 버릴 테다.

“주인님~. 별일 없었어요?”

“그래···. 잠깐 회견만 좀 했을 뿐이야.”

“·····그런데 옷은 왜···?”

“아···? 이거···. 그냥 좀···.”

제길, 몸은 치료했지만 옷을 깜빡했다.

시아은 여기저기 찢어진 내 옷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눈치챈 모양이다.

“별일 없었어. 그래도 멀쩡하잖아? 응?”

“········조심하세요. 주인님···. 알았죠?”

“그래 잘 알아····. 이제 내 혼자만의 몸도 아니니까····.”

난 시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해 줬다.

단순한 내 슬레이브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연인 민시아라는 자각을 하고 나니까 키스 하나도 감각이 새롭다.

“거기 염장 커플.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좀 적당히 하지?”

수진이가 키스중인 우리에게 태클을 걸었다.

“뭐 어때서 그래? 우리끼리 키스 좀 한 것 가지고····.”

“애도 보잖아?”

난 그제야 수진이가 품에서 눈을 가리고 있는 혜미를 발견했다.

“수진이 언니? 혜미는 언제까지 눈 가리고 있어야 되요?”

“응? 아~! 미안, 이제 됐어.”

혜미는 눈이 풀리자 나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말했다.

“민재오빠? 안녕히 다녀 오셨어요~?”

난 혜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그래···. 착하게 잘 있었니?”

“예~. 수진이 언니가 실뜨기 가르쳐 줬어요.”

“그랬니? 재미있었어?”

“예~. 짱~ 재미있어요.”

수진이가 그런 여성스런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의외지만···. 그것과 별개로 애 말투가 수진이를 닮아가는 것은 내 착각일까?

잠시 쉬고 있는데 이 집의 슬레이브들이 나를 불렀다.

“민재님? 저희 주인님이 부르십니다.”

“예. 알겠습니다.”

난 김수경씨가 기다리는 거실로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아~. 그래···. 여기 앉게.”

내가 자리에 앉자 김수경씨는 직접 차를 타주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래···. 오늘 소감은 어떤가?”

“글쎄요···. 워낙에 스케일이 큰 얘기가 오고 가서····.”

“그래··· 그것도 그러지···. 하지만 국가간의 외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네.”

난 실소를 하면서 말했다.

“····초능력으로도 할 수 없는게 있기는 있네요.”

“그렇게 말일세····.”

김수경씨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애덤스 마이클스를 직접 본 소감 일세? 어떻던가? 할 만 하던가?”

“·················.”

애덤스라·····.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가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그렇게 쉽게····.”

“그래···. 사실 미국의 NO.2라고 불리지만 전 세계의 능력자를 다 뒤져도 파이널 파이브 안에는 들 인간이라고 하니까·······.”

“··············.”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인간이 엄두가 나지 않아. 과거에 일본의 육대 천왕이나 중국의 24선인들과도 싸워 봤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24선인과도 싸워 봤죠?”

“으음···. 하위 서열이었지만····.”

김수경씨의 전투 경험은 생각보다 풍부했다.

단순히 나보다 나이만 많은게 아니라 해쳐온 전장의 숫자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전쟁터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이 중요하지···. 난 과거에 나보다 강한 존재가 나타나면 만사 제쳐두고 바로 퇴각했네. 만용은 부리지 않았지.”

“별로····. 그게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홍련의 최우진처럼 자신의 부대를 이탈하는 것은 병신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작전상 퇴각을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번에 놈을 보고도 딱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절대 이길 수 없다. 바로 튀어라. 라고 말이지···.”

“·················.”

“그런데 자네는 의외로 좀 더 달라붙더군. 첫 수에서 사실상 승부는 났었는데 말이야····.”

난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으면서 대답했다.

“제가 좀 끈질깁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자네 혹시 그 와중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서···· 뭔가의 여력이 남아 있다거나·····.”

“················.”

이런게 연륜이라는 건가?

눈치 빨이 장난이 아니다.

확실히 난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진 것은 두 번 다 졌지만···. 그래도 ‘그때’ 같은 힘이 나오기만 한다면·····.

김수경씨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하네. 더 강해져 주게. 난 이미 한계야. 우리를 위해서는 자네가 더 강해져야 하네.”

“·······알겠습니다.”

난 그날···.

이 미쳐버린 세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를 신뢰 할 수 있었다.

회담이 끝난 이상 우리도 캔버라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시드니의 우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김수경씨와 산뜻하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산뜻하게 헤어지·······.

“으아아아앙~~!!! 싫어~~!!!!”

지 못했다.

왜냐 하면 우리가 간다는 것을 알고 혜미가 울고불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자자··. 혜미 아가씨? 진정하셔야죠.”

“울지 마세요. 제가 아가씨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 만들어 드릴게요.”

“자요. 아이스 크림 드실래요? 혜미 아가씨···.”

평소에 혜미를 키워주던 유모들이 나서서 말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혜미는 수진이의 치맛자락을 꼭 잡고 놓치않았다.

“수진이 언니 집에 가는것 싫어~~!!! 싫단 말이야.”

“저기 혜미야····.”

수진이도 자기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혜미를 보면서 곤란해 했다.

많이 친해진 줄을 알았지만 저 정도로 친해졌을 줄이야····.

보다 못한 김수경씨가 나서서 근엄하게 말했다.

“혜미야. 손님들한테 억지 부리면 안 된다. 어서 사과하고 보내 드리렴~.”

“싫어~!!! 아빠 바보. 똥구멍 벙청이~!!”

똥구멍 벙청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그 한마디에 김수경씨가 상당히 상처 받은 것 같다.

한국의 십천 중에 한명이 저렇게 상처 받다니···.

‘굉장하구나 딸이라는 건····.’

아무 능력도 없는데 십천을 좌절하게 할 정도라니·····.

“수진이 언니 가지 마. 응? 여기서 혜미랑 같이 살아····.”

혜미는 이제 수진이한테 매달려서 애원했다. 수진이는 곤란한 듯이 날 바라봤지만····.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언제까지 집을 비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뜩이나 집의 식구들도 걱정하고 있을 텐데····.

결국 수진이는 앉아서 혜미하고 눈높이를 맞추더니····.

“저기 혜미야···.”

“히끅···, 흑··· 언니····.”

“여기는 혜미 집이잖아···. 언니는 언니의 집에 가야 된단다.”

엄밀히 말해서 내 집이지만·····.

“언니··· 흐···흑··· 가지··· 으앙····.”

“혜미야··. 혜미야··· 언니 봐. 언니··· 자·· 울면 예쁜 얼굴 다 망가지잖니? 응?”

“우··· 우우·····.”

억지로 울음을 참는 혜미에게 수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언니는 가지만 또 올 거야. 그때는 우리 혜미가 좋아하는 선물 잔뜩 가지고 올게. 응?”

“·······언제 오는데?”

“으음 그러니까······.”

수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열 손가락을 다 펴서 애한테 말했다.

“백 밤만 자면····.”

‘우와 저 왕 뻥쟁이·····.’

100일 후에 우리가 여길 왜 오니?

집에서 우리 할 일 하고 있어야지····.

하지만 순진한 혜미에게는 효과가 있었나 보다.

“····백 밤만 자면 언니 와?”

“응? 혜미 좋아하는 선물 이~~만큼 가지고···.”

“······응. 그럼 혜미가 기다릴게····.”

“그래··. 우리 혜미 착하기도 하지···.”

수진이는 혜미를 다시 한 번 포근하게 안아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수경씨는 내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고맙군···. 그보다 부탁이 있는데 저 한수진이라는 여자 혹시 우리 집에서 살 생각은 없다고 하던가?”

“혜미 보모로 키우게요?”

“내 살면서 내 딸이 나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줄은 몰랐지.”

“저도 놀랬습니다. 언제 저렇게 친해 졌는지····.”

어쨌든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그리운 우리의 집으로 말이다.

“주인님. 다녀 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 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 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 오셨습니까?”

내가 집에 돌아가자 어여쁜 우리 식구들이 나를 반겼다.

“그래···. 모두들 수고 많았어.”

이것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겹기까지 하다.

300명의 2기 메이드들과 50인의 1기 메이드들, 그리고 지선이와 은하, 진아까지···.

그녀들 모두가 나와서 나를 반겼다.

“주인님~~!!! 꺄~~ 보고 싶었어요~.”

활발한 은하가 제일 먼저 나에게 달려와서 안겼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지선이와 진아가 와서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별일 없으셨어요?”

“다친곳은 없으시죠?”

난 그녀들에게 멀쩡한 몸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 걱정해준 덕분에····.”

사실 한 번 다치기는 다쳤다.

스스로 치료했으니까 멀쩡해 보이는 것 뿐이지··.

난 그녀들 하나하나의 인사를 받으면서 오랜만에 내 방으로 들어갔다.

“아아~. 어디를 가도 집보다 좋은 곳은 없어···.”

그래··. 이게 진리다.

김수경씨의 집에서 뭔가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 집 보다 더 안락한 장소는 어디를 가도 없는 법이다.

똑똑···.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내가 말하자 문이 열리고 시아가 들어왔다.

“주인님. 밖에서 사람들이 주인님을 위해서 파티를 열고 계신대··· 잠깐 나오실래요?”

파티라고? 오버다····.

“어디 전쟁터 갔다 온 것도 아닌데····.”

“그래도 모두들 걱정 많이 했어요. 정원에서 가든 파티로 준비한 것 같으니 잠깐 얼굴이라도 비춰 주세요.”

“읏샤~. 알았어. 누구 명령이라고····.”

내가 몸을 일으키자 시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다 주인님 좋으라고···.”

말을 하는 시아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막았다.

그리고 시아에게 말했다.

“지금 여기는 우리 둘 밖에 없어. 그래도 주인님이야?”

“······민재씨···.”

“시아야····.”

시아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난 행복감에 붕 뜨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하면서 난 절정의 행복감을 느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지금 내 품안에 있는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 작품 후기 ============================

으아~, 졸립니다....

빨리 분량 채우고 한 숨 자야지.....

저번 화에서 주인공이 첫 패배를 겪었죠? 역시 거기에 실망감을 느끼신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원래 먼치킨의 공식중 하나가...

패배 -> 레벨업 -> 리벤지 성공.

이라는 공식이니까 좀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애덤스는 공식 설정상 전 세계 랭킹을 따져도 5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니까 단순히 중간 보스 취급할 인간은 아닙니다.

제법 설정을 잡아 놓은 캐릭터라서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올 겁니다.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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