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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88화 (88/176)

90화

“그러니까···. 이 호주는 원래 우리 미국의 원조를 받아서 이렇게 발전한 우리 식민지란 말이오. 그걸 일본이····.”

“일본은 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의 소유였던 이곳을 인수했죠. 거기에 미국이 이제 와서 힘 하나 안 들이고 내 놓라고 하면 좀 넌센스 아닌가요?”

“동양인들은 도의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소만····.”

“그 도의상 이런 비상식적인 외교안은 받아 들일 수 없군요.”

외교관들은 우리와는 또 전혀 다른 세상에 있었다.

저 사람들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이 했던 얘기를 말만 바꿔서 하고 또 하고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국가간의 외교라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하나는 알겠다.

‘외교는 되게 지루한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 없었다면 난 졸았을 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우리 한국의 외교관 한명이 말했다.

“무엇보다····. 저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평화적으로 교섭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 아니오?”

그는 손가락으로 애덤스 마이클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 저 병신·····.’

난 순간 아찔했다.

눈앞에서 폭탄 해제하고 있는데 옆에서 있는 놈이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이거 봐라.’ 하는 기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 개차반은 바로 반응했다.

“헤이~. 원숭이····. 지금 나한테 한 말 다시 해 봐라.”

놈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껄렁한 태도로 말했다.

동시에 나와 김수경씨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놈에게 말했다.

“앉아라. 애덤스.”

김수경씨가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날카롭게 말했다.

그러자 놈은 씨익 웃으면서····.

“그럼 넌 죽어라. 원숭아.”

그리고 테이블 밑을 통해서 나와 김수경씨를 향해서 무언가가 날카로운 것이 솟구쳤다.

“큭~.”

“웃~~!!”

우리는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서 놈의 공격을 피했다.

“휘유~. 원숭이들은 역시 재빨라? 그렇지?”

“············.”

순간 간담이 서늘해 졌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보통 능력이라는 것은 사용할 때 뭔가 전조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특히 공격성이 강한 능력일수록 말이다.

하지만 놈의 공격은 그게 없었다.

까딱 잘못하면 이번 공격에 정말 목숨이 날아갈 뻔 했었다.

‘저것이 세계에 소문난 놈의 능력, 쇄도우 인가?’

이 세계에서 능력자들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관한 정보다.

상대의 능력이 뭔지 알고 있다면 그만큼 대처하기도 수월해 지고 약점도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의 능력자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능력을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이름값을 하는 놈들은 자신의 주력 스킬이 노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덤스 마이클스의 주력 스킬인 쇄도우.

저것은 문자 그대로 그림자를 조종하는 능력이다.

놈이 다루는 것에 따라서 그림자는 방패가 되기도 하고 무기가 되기도 한다.

공방일체에 임기응변의 여지가 많은 훌륭한 능력이었다.

‘듣기로는 암살에 특화 되었다고 하더니····.’

확실히 방금 공격도 운 좋게 피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놈은 우리를 스윽 보다가 나를 보고 말했다.

“너~. 네가 이번에 한일 전쟁에서 대활약 했다는 미라클 보이냐?”

미라클 보이?

미국에서는 날 그렇게 부르고 있나?

“·······랭킹 2위 박민재다.”

“아··· 그래 그렇군····. 저기 김수경이야 이미 아는 얼굴이고··· 넌 아무래도 초면이라서 능력이 뭔지 많이 안 밝혀졌단 말이야······.”

놈은 그렇게 말하고 순간 씨익 웃었다.

‘설마 또····.’

난 놈의 그림자에 주목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기미가 보인다면·····.

“피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김수경씨가 옆에서 날 밀쳤다.

샤아악~~!!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흩어졌다.

“아까워라···. 이걸 너희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한다며?”

놈은 어깨가 길게 찢어진 김수경을 보면서 재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김수경씨는 그런 놈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크윽····. 제기랄···.”

다행이 상처는 목숨에 지장에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방금 놈의 그림자에서 시선을 한 차례도 때지 않았는데····.

“조심하게 놈이 조종한 것은 자네의 그림자야?”

“예~!?”

“정답~. 뒤를 봐라 원숭이.”

내가 뒤를 보자 내 그림자가 칼날처럼 변해서 날 찌르려고 했다.

이건 무슨····.

급하게 몸을 옆으로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놈의 그림자 칼날은 이미 내 목에 와 닿아 있었다.

아니 애당초···. 내 그림자를 내가 피하는게 가능한가?

빛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는 이상은 무리다.

텔레포트로 피해도 한 두 번이지 결국은 잡힐 것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까다로운 능력이다····.’

“훗~, 조금은 주제를 파악했나? 애송이?”

“···············.”

놈의 그림자 칼날은 내 목에서 넘실거렸다.

이제 한순간이면 내 목이 바닥에 굴러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가만히 있을 때의 얘기지···.’

난 소멸의 권능으로 내 그림자를 지워 버렸다.

그러자 놈이 눈에 띠게 놀랐다.

“어~? 그건 뭐야?”

“뭘 것 같냐?”

난 놈에게 소멸의 구를 그대로 날려 버렸다. 그러자 놈은 그것을 그림자의 방패로 막으려고 했다.

순식간에 다섯 겹으로 늘어선 방패가 놈을 막았다.

하지만 내 소멸의 구는 문자 그대로 소멸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초능력의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슈슈슈슈슝~.

“오~!!”

놈은 자신의 방패를 뚫고 들어오는 소멸의 구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난 그런 놈을 보고 이를 갈면서 외쳤다.

“죽엇~~!!”

슉~.

하지만 놈은 간단하게 텔레포트로 내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내 뒤에서 다시 한 번 검은색 칼날이 느껴졌다.

“자····. 이제 두 번 죽었다. 노란 원숭이야?”

“···········.”

빌어먹을··· 이 새끼가····.

난 다시 한 번 소멸의 구를 놈에게 날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놈의 동작이 좀 더 빨랐다.

“너무 느려.”

파파팟~.

순간 내 눈앞에 피보라가 일어났고, 난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지고 축축하게 바닥을 적시는 내 피를 보고서야 실감했다.

‘지금···. 내가 당한건가?’

놈의 공격이 은밀하고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이런 공격이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놈은 애당초 날 가지고 논 것이다.

‘이것이····. 세계 최강 미국의 NO.2인가?’

빌어먹을···. 같은 2위라도 차이가 너무 크잖아?

놈은 쓰러져 있는 나를 승자의 미소를 지으면서 내려다 봤다.

그리고 내 머리에 발을 얹고는 말했다.

“어쩔까? 이대로 밟아서 터트려 줄까?”

“애덤스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런 애덤스를 말린 것은 미국의 외교관이었다.

“아아···. 이 애송이한테 시킬 게 있다고 했지? 하여튼 정부는 흑인인 나보다 더 속이 검다니까? 하~! 웃기지? 앙?”

그딴 개그 웃기겠냐?

“쯧~, 목숨 건진 줄 알아라. 애송이····.”

놈은 그렇게 말하고 내 머리에서 발을 치웠다.

그리고 김수경씨가 다가와서 내 상태를 살폈다.

“괜찮나? 민재군.”

“예···. 쪽 팔린 것 빼면 뭐·····.”

“그래···. 나도 그렇네····.‘

정부에서 알면 난리가 나겠다.

한국의 십천 중에 두 명이나 투입했는데 미국의 NO.2 하나에 사이좋게 지다니 말이다.

더구나 내 입장에서는 최초의 패배다.

여기가 전쟁터가 아니고 이게 정식 결투는 아니었지만 패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그때···, 그때 육대천왕과 싸웠을 때의 감각만 돌아온다면····.’

그랬다면 놈에게 지지 않았을 텐데···.

아니 반드시 이겼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기선을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우리들에게 좀 더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라고···· 사실 호주를 그냥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무작정 넘기기는 체면이 서지 않을 테니 말이죠.”

‘일단은 회유책인가···.’

미국에서는 드디어 지루한 챗바퀴를 그만 돌리고 본심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은 일본을 쓰러트리기는 했지만 아직 문제가 산재해 있죠? 가장 가까운 적인 일본은 쓰러트렸지만 아직 중국과 러시아가 주변에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거야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는 강대국들이 많았다.

일본을 쓰러트리고 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중국의 존재감은 무거웠다.

그리고 러시아 역시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얕볼 수 없는 능력자였다.

특히 러시아의 미하엘 알렉산도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능력자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 밑에 받쳐주는 수준이 쳐져서 그렇지 그 하나만 두고 보면 중국의 24선인 보다 더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런 한국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미국에서 좋은 계획을 세워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외교관은 세계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설명했다.

“현재 우리 미국은 북미와 남미 대륙을 손에 넣고 세계 최강의 국력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딱 멈춰 있죠.”

“···········.”

그거야. 그렇지···.

세계의 어떤 나라도 미국이 이 이상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지금만 해도 너무 커졌지 않은가?

그래서 아시아 쪽은 한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 아~! 일본은 이제 망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단단하게 막고 있었고···.

유럽과 아프리까 쪽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영국을 필두로 해서 인도와 프랑스가 미국을 막았다.

그렇게 전 세계는 은연중에 반 미국 봉쇄막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게 못 견디게 거슬렸을 것이다.

“우리 미국은 이번 기회에 아프리카에 손을 좀 대볼까? 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 아시아 쪽이 좀 조용했으면 합니다만·······.”

“·······원하시는게 그것입니까?”

“그냥 그랬으면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호주 정도는 그냥 한국에서 가지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

미국의 속셈이 뭔지는 대강 알겠다.

미국이 아프리카를 도모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반발할 것은 아프리카에 대규모 식민지를 가지고 있는 인도와 영국일 것이다.

물론 프랑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가 넘어가면 바로 지중해를 타고 유럽으로 쳐들어 올 길이 뚫리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아프리카를 가지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삼국이 손을 잡으면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전력을 투입해서는 결판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의 모든 전력을 투입해야 승부를 볼 수 있을까? 말까?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까지 어느 한쪽에 힘을 집중 시킬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아프리카 쪽에 힘을 집중 시키면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그리고 아시아쪽에 힘을 집중 시키면 유럽의 열강들이 미국을 견제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아시아쪽을 억눌러 준다면···.

그럼 미국은 처음으로 아프리카 쪽에 모든 병력을 집중 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아슬아슬하게 잡혀 있는 시계의 균형이 흔들리겠군. 모든 것이 크게 변혁을 일으킬 거야.’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상처는 어느 정도 치유했지만 그래도 피부가 까끌까끌했다.

지금 이것은···. 스케일이 너무나 큰 얘기였다.

여기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세계가 크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건··, 제가 독단으로 결정할 범위를 한참 넘었군요.”

============================ 작품 후기 ============================

공식적인 전투는 아니었지만 민재의 첫 패배 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드디어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챕터로 인해서 세계관의 배경이 크게 움직일 것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계속해서 연참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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