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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85화 (85/176)

87화

어느 정도 진정한 김수경은 일단 여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여자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물어봤다.

여자는 담담하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김수경에게 반강제로 안긴 이후에 아이를 가지게 된 그녀는 그것을 차마 정부에 말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가진 임산부는 정부에 말하면 임신 기간동안은 상당히 후한 대우를 받는다.

모든 업무에서 제외시켜주고 아이를 위해서 영양 공급도 충실하게 해 준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는 젖 한 번 물려보지 못하고 그대로 정부에서 데려가 버린다.

그녀는 과거에 한 번 그런 일을 겪었었다.

아이를 한번만 안아보게 해 달라고 했지만 그런 말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아이를 빼앗기고 기막힌 상실감후에 다시 사회에 복귀한 그녀는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 아픔을 겪었던 그녀였기에 차라리 이 아이를 몰래 낳겠다고 결정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가 일하는 직장은 옷가게였다. 그래서 스스로 체형을 가리기 위해서 넉넉한 옷을 입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결국 산달이 되자 그녀는 가게의 작은 탈의실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젖을 물린 순간 그녀는 눈물이 나왔다.

자신의 생살을 찢고 나온 이 작고 무력한 생명체가 너무나 애틋하게 느껴졌다.

“아기야·····. 내 아기야······.”

첫 아기에게 주지 못한 애정까지 다 주고 싶었다는 듯이 그녀는 아기를 부르면서 눈물을 거듭 흘렸다.

그 모습은 지극히 성스럽고····. 지극히 비극적이었다.

아이를 낳은 이상 정부의 지정 숙소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가면 또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가게에 있는 현금을 다 훔쳐서 그대로 도망갔다.

정처 없이 아이와 자신 둘만 있는 세상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갓난아기와 정부에 절도범으로 신고 된 상태인 엄마.

이 미쳐버린 세계는 이 모녀에게 너무나 잔혹했다.

몇 달을 유리걸식하다 시피 하며 몰래몰래 살아온 그녀는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하다못해 아이는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정부에 데려가면 아이는 살릴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게 살아도 산 것일까?

이 아이는 딸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슬레이브나 프리로 배정될 것이다.

그리고 힘들고 모진 인생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

남자들의 노리개 아니면 노동력만 제공하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작은 희망을 걸었다.

어차피 정부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도박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인 김수경을 찾아온 것이다.

혹시나 뭔가 호의를 얻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말이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지금 이렇게 김수경의 집에서 누워 있었다.

말을 다 들은 김수경은 여자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말을 하는 김수경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여자의 행동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여자는 힘들게 호흡을 고르더니 김수경의 눈을 쳐다보면서 애처롭게 말했다.

“······부탁입니다. 아이를····. 아이를 저처럼···· 살게 하지 말아 주세요.”

“···············.”

순간 김수경은 뭔가 가슴속에서 뭉클하면서 뭔가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가슴을 거쳐서 머리를 거쳐서 눈을 통해서 흘러 나왔다.

“어~? 아··· 아니 이건····.”

“············.”

모정이라는 위대한 자애심을 엿본 편린인 것일까?

얼어붙은 차가운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자신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김수경은 부정하려고 했지만 여자는 떨리는 손을 들어서 그 눈물을 향해서 뻗었다.

“·······저를 위해서····· 울어 주시는 겁니까?”

“·············.”

자신의 손끝에 걸린 작은 이슬을 보고 그녀는 김수경에게 물었지만······.

김수경은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자신의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여자는 죽었다.

의사를 불러서 신체의 상태를 보이기는 했지만 무리였다.

의사의 말로는 지금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몸이 엉망이라고 했다.

결국 그녀가 죽고 김수경은 갓난아기를 키우기로 했다.

정부에 넘기거나 버릴 생각도 했었지만 도저희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죽어가면서 남긴 그 한마디···.

아이를 자기처럼 살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이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서 빠지지를 않았다.

결국 김수경은 정부에 비밀로 하고 몰래 딸을 키웠다.

오늘까지 말이다.

“····그게 당신의 비밀이었군요.”

“그래···. 저 여자는 그 비밀을 알았기에 내가 입을 막으려고 한 거네.”

김수경의 말에 한수진은 드물게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김수경은 다친 몸으로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서 한수진을 노려봤다.

몸만 움직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 눈빛이었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여자를 향해서 배려가 지나친 존재들··. 소위 남녀평등 이라고 불리는 사상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에서 애지중지하는 십천의 일원이라고 해도 자신이 딸을 비밀리에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반드시 클레임을 걸 것이다.

어쩌면 강력한 정신교육이나 재제를 가할 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가 이렇게 과민 반응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당연했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딸의 미래까지 걸려 있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차하면 우리쪽 비밀도 알려 줄까요?”

“뭐~?”

한수진의 말에 김수경은 의야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순간 민재는 그녀의 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사실 여기 민재도 당신하고 같은 과입니다.”

“그게 무슨····.”

“야~!! 수진이 너····.”

“이 자식 최근까지 동정이었고, 저기 옆에 있는 여자도 아직 처녀····· 으읍~!!”

민재가 한수진의 입을 급하게 막았지만 이미 소용 없었다.

진실은 입 밖으로 나와 버린 후였다.

‘돌겠네. 젠장····.’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김수경씨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난 잠시 감정에 취해 있었다.

김수경씨의 얘기에 나온 여자의 위대한 헌신이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수진이가 입을 멋대로 놀리는 것을 막지를 못했다.

“민재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니 그러니까····. 저 아이가 처녀라고? 왜? 뭔가 장애라도 있나?”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럼 이유를 말해 보게.”

그의 추궁에 나는 진땀을 흘리다가 결국은 마음을 굳게 먹고 정직하게 말했다.

“····여성을····· 강제로 취하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뭐라고~!?”

그래그래···. 이번에는 저쪽이 놀랄 차례지····.

난 다 포기하고 김수경씨에게 내가 살아온 인생에 관해서 대강의 얘기를 털어 놨다.

내 얘기를 다 들은 김수경씨는 얼굴에서 아까의 적개심이 싹 사라졌다.

그 대신에 어이없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전 아직 시아하고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겁니다. 별로 이상할 것 없죠? 그렇죠?”

“완전 이상하거든?”

수진이 넌 조용히 좀 해.

“정말 완전히 이상하군.”

김수경씨 당신마저····.

“아빠~, 저 오빠 이상한거야?”

심지어는 혜미라는 작은 꼬마까지 나를 이상하게 취급한다.

빌어먹을····. 그래 나 이상하다.

그냥 이상하다고 인정하고 말자.

어쨌든 덕분에 김수경씨의 반감은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래···. 그럼 자네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인간일지도 모르겠군.”

“예?”

“자네는 이 세계의 기준에서 약간 벗어난 존재인것이야. 그래····. 어쩌면 버그나 오류에 가까울지도 모르지.”

“··········.”

결국은 내가 비정상이라는 말인가?

어느정도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직설적으로 들으니까 약간 쇼크군····.

“너무 그렇게 실망한 얼굴 하지 말게.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예·····.”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어린 아이를 들어 올려서 품에 안으면서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지 내 딸이 보이나?”

“예. 뭐·····.”

그는 자신의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몇 번인가 정부에 이 녀석의 존재를 밝힐까 생각도 했네. 하지만 하지 못했지.”

“어째서입니까?”

“자네와 마찬가지 이유지. 이 녀석이 커서 다른 남자들에게 강제로 성적으로 유린당할 걸 생각하면···. 난 달리 방법이 없었네. 그저 이렇게 숨겨서 키우는 수밖에····.”

“·············.”

“결국 자네도 나도 여자들의 고통을 외면 할 수 없게 되 버린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알 것 같습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터에서 죽을 뻔 했을 때도 시아가 다른 남자들에게 넘어가서 고초를 겪을 것을 생각하고 있는힘을 다해서 한계를 초월 했었다.

그때 수진이가 말했다.

“실례지만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도 될까요?”

“뭔가?”

“····아까 제가 창 밖에서 들은 것은 아이에게 뭐가를 읽어주는 것으로 들렸는데 그것은····?”

“아~!!”

김수경은 머리맡에서 얇은 그림책 하나를 꺼내서 수진이에게 보여줬다.

“혜미는 밤에 내가 책을 읽어줘야 잠을 자지.”

“그랬군요.”

난 순간 수진이의 얼굴을 보고 놀랬다.

남자 싫어하기로 유명한 천하의 한수진이 나 이외의 남자를 이런 얼굴로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니···. 날 바라볼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른 눈빛이다.

날 바라보는 감정이 애정과 친애였다면 김수경씨를 바라보는 눈빛은 존경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존경스러운 존재인가? 아빠라는 것이?’

아빠가 되어 보지를 못해서 알 수가 없다.

“하하···· 뭔가 굉장한 밤이네····.”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별체로 돌아가면서 오늘 있었던 놀라운 일에 관해서 말했다.

주로 나와 수진이가 말을 하고 시아는 뭔가 생각할 것이 있는지 침묵 중이었다.

“그 여자분 좀 불쌍하다····. 차라리 진작에 김수경님에게 찾아 왔으면 좋았을 텐데····.”

“김수경··· 님?”

“응? 왜? 뭐 이상해?”

“······아니 뭐·····.”

십천이 보통 극존칭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진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까 상당히 충격적이다.

수진이는 기본적으로 나 이외는 이 미쳐버린 세계의 모든 남자를 적대 하는게 기본 베이스에 깔려 있는데 말이다.

그때 시아가 말문을 열었다.

“주인님···. 주인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때요? 그 혜미의 엄마 되시는 분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세요?”

“응? 그거야 물론이지.”

“예····. 그렇군요·····.”

“············?”

왜지? 시아가 방금 한 말의 뜻은 무엇일까?

시아의 의중을 잘 모르겠다.

============================ 작품 후기 ============================

5분 안 넘었나 모르겠습니다.

으음... 원래 이런 식으로 바로 붙여서 연참 하는 일은 추천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 나름 노렸던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이번 편은 몰아서 읽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비축분이 쌓여서 연참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뭐... 덕분에 내일 또 열심히 써야 겠지만요.....

여러분들의 응원에 항상 감사드리고 추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런식으로 연참하면 항상 추천이 줄어서....^^;;;;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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