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그녀들의 일상>
호주에서의 생활을 가장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이제까지 개개인의 존재감이 희박했던 50인의 메이드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민재의 슬레이브로서 있을 수만 있다면 지구 어디라도 좋은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이곳 호주에 오고 나서는 그녀들의 생활이 한층 더 극단적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민재가 드디어 그녀들에게도 외출을 허락해 줬기 때문이다.
사실 외출 자체는 아무래도 좋았다.
집의 시설이 훨씬 더 좋았고 또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재미있게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재가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허락해 줬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정작 외부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그녀들은 외출 하가가 떨어지고도 외출을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인 비치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미셸이 말했다.
미셸 까르네. 그녀는 나이스 바디의 프랑스 출신으로 민재에게는 총 세 번의 총애를 받았다.
“애들아···. 우리 외출에 나가지 않을래?
“외출? 우리끼리?”
그녀의 말을 받은 것은 프란테스카 로렌.
이탈리아 출신으로 육감적이지만 세련미 넘치는 섹시한 몸매를 하고 있으며 민재에게는 총 다섯 번의 총애를 받았다.
“시아님들 없이 우리끼리 가자고? 그래도 괜찮을까?”
그리고 얘기에 끼어든 마지막 한 명은 록산느 위페르. 마찬가지로 프랑스 출신이며 인형처럼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재에게는 두 번 총애를 받았었다.
그녀들은 1기 메이드들 중에서도 사이가 좋은 삼총사로 항상 붙어 다녔다.
지금부터 이 세사람을 조금 따라가 보도록 하자.
미셸이 다시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래····. 외출을 하는 거야.”
“···왜? 필요한 거라면 주문하면 되잖아?”
“밖은 어쩐지 무서워서 싫어·····.”
“그러니 더욱더 외출을 나가자는 거야.”
“············.”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둘에게 미셸이 말했다.
“주인님이 기껏 우리들의 외출을 허가해 줬는데 아무도 안 나가고 있잖아? 그러니 우리끼리 가서 괜찮다는 것을 한 번 보여주면 괜찮지 않을까?”
미셸의 말에 다른 두 사람도 은근히 마음이 동하는 듯 했다.
아무리 집안의 설비가 좋고 최고급 레져 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물건을 하나하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직접 보고 고르는 것도 아니고 배송되는데 시간도 걸리고····.
이리저리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 내 계획은 이거야. 이걸 봐.”
미셸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직접 출력한 구글 지도를 펼쳤다.
“우리 집에서 5km 떨어진 장소에 맛있기로 정평이 난 제과점이 있어. 우리의 목표는 거기에 가서 맛있는 번과 커피를 마시고 친구들 몫까지 챙겨서 돌아오는 거야. 어때?”
“······정말 할 수 있을까?”
“시아님들과 같이 장보러 간적은 있지만 우리끼리는······.”
사람의 적응력이라는 것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굉장한 것이었다.
결국 그녀들이 하려는 것은 근처 제과점에 가서 빵 먹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간단한 행위조차도 이 안락한 집안에서 길들여진 그녀들에게는 대모험인 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록산느가 귀엽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좋아 난 하겠어.”
“록산느? 정말이야?”
“그래. 난 프랑스 인이야. 좀 맛있는 바게트를 먹고 싶어. 아~! 시아 아가씨의 밥이 싫다는 말은 아니야. 그것도 맛있지.”
“흐음····. 고향의 맛이라····. 좋아. 그럼 나도 갈게. 거기 파니니 팔까?”
“가보면 알겠지.”
“좋아 가자.”
“가는 거야.”
그렇게 해서 세 명의 용감한 메이드들이 출동했다.
빵집으로······.
차를 몰고 도착한 세 사람은 빵집의 근처에 차를 대고 서로 준비를 체크했다.
“지갑 가져왔지?”
“응. 혹시 몰라서 카드도 가져 왔어.”
“집에 가는 길에 기름도 아직 충분하고?”
“충분해.”
“지도에 나오는 빵집이 저것 맞지?”
“맞는것 같은데? 가보자.”
“그래····.”
그녀들은 차에서 내려서 빵집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세련된 디자인의 예쁜 빵집이었다.
가게의 안에서 프리인 여성들로 보이는 점원들이 그녀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뭘 드릴까요?”
“아····· 그러니까···. 너희들 뭐 먹을 거야.”
“아··· 난 파니니하고····, 아~ 그리시니도 있네?”
“그럼 난 바게트··· 미셸 너도 바게트 먹을 거지?”
“그래···. 나눠서 먹자. 그렇게 주시고 커피도 주세요.”
“어떤 커피를 드릴까요?”
“에····. 음··· 그러니까····.”
미셸은 당황했다.
평생을 슬레이브로 살아온 그녀는 커피의 종류를 거의 몰랐다.
상단의 메뉴판을 보니까 이런 저런 종류들이 잔뜩 있었다.
“으음···. 그럼 전 아메리카노하고··· 나머지 두 명은····.”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들은 자기한테 묻지 말라고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
“같은 걸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프리인 점원의 눈에 세 명은 주인 몰래 돈을 삥땅쳐서 커피 마시러 나온 슬레이브들로 보였다.
‘쯧쯧···, 저러다 걸리면 큰일 날 텐데····.’
프리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었다.
이 가게에서 열심히 매상을 올리는 것 만이 그녀가 정부에서 받은 지시의 전부였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그녀들은 테이블 한쪽을 차지하고 커피와 빵을 즐기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으음···. 이 집 정말 맛있다.”
“내가 살면서 먹은 바게트 중에 제일 맛있는것 같아····.”
“아아····. 여기에 스크램블 에그하고 베이컨만 있으면 완벽한 아침인데···.”
“빵은 포장해 가고 내일 아침에 그렇게 만들어서 먹으면 되잖아?”
“모르는 소리····. 하루 시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진단 말이야.”
그녀들이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미처 몰랐다.
이 가게에 남자들이 들어 온걸 말이다.
“어이~!! 너희들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어디서 여자들이···. 얼레? 제법 반반한걸?”
“호오~? 정말····. 어이 너희들 프리야? 아니면 슬레이브야?”
“············.”
“············.”
“············.”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자들의 성난 질문 공세에 그녀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과거에 시아도 이렇게 카페에서 남자들에게 시비를 걸린 적이 있었다.
그때 시비를 건 남자는 민재의 손에 죽어 버렸지만 말이다.
하여튼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여자들은 가능하면 남자들의 눈에 띠지 않는게 좋았다.
눈에 띠기만 하면 이렇게 좋지 않은 꼴을 당하니까 말이다.
“이것들이····, 남자가 물어도 대답도 안해? 저희들 프리야? 아니면 슬레이브야?”
“스···· 슬레이브입니다.”
미셸이 가까스로 대답하자 남자가 아깝다는 얼굴을 했다.
“쳇~. 어디서 못 보던 미녀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저 미모로 프리일 리가 없지···.”
“그래도 이 근처에서는 정말로 본적 없는 얼굴들인걸?”
“쩝~, 그렇게 말이야····.”
남자들은 미셸들의 주변을 살피면서 주인이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미셸이 파악하기에 이런 남자들은 위험했다. 자칫 잘못하면 성추행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강간까지 당할지도 몰랐다.
주인님이 아무리 자애로운 남자라고 해도 다른 남자에게 몸까지 더럽힌 슬레이브들에게 자애로울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겠습니다.”
미셸은 그렇게 말하고는 남자들을 지나쳐서 포장한 빵을 들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남자 한명이 미셸의 손목을 낚아 채면서 말했다.
“어이어이··· 어디를 가려고 그래? 내가 허락도 안 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이야. 버릇 없는 년들이네···. 버릇을 좀 고쳐 줄까?”
“이런 건방진 년들을 교육하는 일은 항상 즐거운 일이지····.”
남자들은 세 명을 붙잡고 비열하게 웃으면서 그녀들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근처에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남자들과 미셸들을 바라보면서 빵집 점원은 생각했다.
‘쯧~, 그러게 집에 얌전히 쳐 밖혀 있을 것이지····.’
슬레이브는 그 아름다운 미모를 살려서 남자들에게 봉사하고 그 대신에 프리인 여성들처럼 힘든 일에서는 해방 된다.
그런 슬레이브를 부러워하는 프리들이 많았지만 어떨 때는 그녀들이 프리보다 더 못할 경우들도 있었다.
재수 없게 난폭한 주인이 걸리거나···.
혹은 주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들이 추근 거리거나····.
이런 경우 프리의 여성은 그냥 체념하고 당해 버리면 된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슬레이브들의 경우는 주인 이외의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면 안 된다.
적어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말이다.
‘하필이면···, 잘 못 걸렸어····.’
빵집 점원이 알고 있기로는 저 남자들은 이 근방에서 나름 알아주는 갱들이었다.
호주는 오랜 세월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치안이 약해졌다.
그래서 남자들 중에는 갱단에 소속되어 있는 인간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저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된 이상 주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 주인을 죽여 버리고 여자들을 강간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갑자기 사고가 발생했다.
“악~. 이 XX년이~!!!”
남자 한명이 프란체스카에게 공격당해 버렸다.
남자의 손등에는 선명하게 포크의 자국이 나 있었다.
자신의 스커트 밑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손길에 프란체스카가 위기감을 느끼고 그대로 포크로 찍어 버린 것이다.
땡그랑····.
“아··· 저기··· 그···· 그게····.”
그녀는 자기 손에 있는 포크를 떨어트리고 뒷 걸음 쳤다.
미셸과 록산느는 그런 프란체스카에게 다가가서 남자들에게 고개 숙여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사실 프란체스카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그녀들이었다.
이번에 그녀들이 만난 민재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주인님이었다.
그런데 다른 남자에게 몸이 더럽혀 져서 버림 받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다른 남자의 슬레이브가 되어서 매일같이 성노예 노릇이나 하면서는 살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그녀들이었다.
프란체스카도 그래서 위기감을 느끼고 남자를 공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어쨌든 여자가 남자를 공격하면 그때는 중죄다.
남자들은 마침 딱 걸렸다는 것처럼 여자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흐흐흐···. 잘못한걸 아니 다행이군···.”
“그래···. 그럼 속죄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겠지?”
“어디 얼마나 잘 속죄하나 한 번 볼까?”
남자들은 이제 여자들을 당당하게 강간할 생각이었다.
공격을 받았으니 거기에 대한 대가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범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때····.
============================ 작품 후기 ============================
예고한 대로 이번편 부터 챕터가 바뀌었습니다.
어제 최고 신기록으로 순위가 5위까지 올랐더군요.
사실 노블의 넘사벽인 '나는 귀족이다'가 업로드가 늦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순위가 올라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기 연참을 받으시고 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