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새로운 생활>
그런데 정말로 최우진이 현명하게 미래를 생각해서 그런 위험한 모험을 한 것일까?
아니다. 절대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
그럼 여기서 진실을 살짝 엿보자.
그때 놈은 100% 국외로 도망가려고 했었다.
사실 놈은 그때 이미 중국으로 가는 루트의 배를 타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부산에 발령 받았을 때부터 준비했던 배였다.
그것을 타고 중국으로 향하던 그는 부산에서 일어난 이변을 듣게 된다.
설마 자신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부산을 지키고 육대천왕을 둘이나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 그는 생각을 바꿨다.
이대로 중국으로 간다고 해도 자신이 받을 대우는 뻔했다.
자신도 어느 정도 능력은 있지만 중국역시 강력한 능력자는 많았다.
무엇보다 한 번 배신자 딱지가 붙은 자신을 그렇게 중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도박을 하기로 했다.
배를 돌려서 일본의 교토로 향했다.
‘쪽바리들 생각하는 것이야 뻔하지····.’
천황이 도쿄에 없다는 것은 이미 한 번 발각 되었다. 그렇다면 천황은 어디에 있을까?
최우진은 주저 없이 교토를 직감했다.
원래 일본의 오랜 수도였기도 했고,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그들이라면 듣보잡 지방 도시에 천황을 놔 두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딱히 무슨 초능력은 아니지만 최우진은 자신의 직감을 잘 믿었다.
그래서 도쿄 공습에서도 괜한 핑계를 대고 빠진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 그의 직감이 교토에 일본의 천왕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교토로 잠입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서울의 공습에 일본의 육대 천왕 둘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천황을 잡아서 정부에 데려 온 것이다.
상황을 살펴보면 오로지 자기 보신에 눈치 살피는 짓 밖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번 전쟁에 있어서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순수하게 공적만 따지면 민재 다음에 가까웠다.
좀 억울한 감은 들지만····.
흔들리는 시대에서 요령껏 욕심을 부려서 찬스를 부여 잡는 인간은 항상 나오기 마련인 모양이다.
전쟁은 간단하게 끝났다.
일본은 자랑하던 육대천왕중 넷을 잃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도 아직 몸이 회복 단계에 있었고 일본의 일왕은 전면 항복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일왕과 그 일족 전체를 관리. 혹은 감금했다.
그리고 나머지 육대천왕 둘은 치료중 불연 듯 사고가 발생해서 죽었다고 한다.
‘훗~. 개가 웃을 일이지····.’
멀쩡히 치료하고 있던 일본의 육대천왕들이 갑자기 사고로 한꺼번에 죽었다는 것은 좀 이상한 것을 넘어서 거의 확신범이었다.
최근에 승전연회에서 정부 관계자가 랭킹 10위였던 유력의 양승모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을 슬쩍 들었었다.
그때 아마 뭔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일본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것에 성공한 한국은 일본을 식민지로 선포했다.
이제 공식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먹은 것이다.
이것은 일대 거대한 사건이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나라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나라.
다른 나라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관리 당하는 나라.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일본과 일본이 지배하고 있던 파푸아 뉴기니와, 호주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여러 가지로 한국에 은근한 눈치를 주고 있었다.
“뭐··· 내 알바 아니지.”
태블릿 PC를 접어버리는 나에게 시아가 다가와서 말했다.
“주인님~. 뭐 하세요? 하루 종일 뉴스만 보시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새집은 아직 멀었나?”
“후후···. 이 집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시아는 정말로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과거에 나와 시아가 살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집에서 50명의 메이드들을 모두 데리고 사는 것은 무리였기에 그녀들은 정부의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집에 살고 있는 것은 시아와 진아와 은하와 지선이, 그리고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수진이도 같이 살고 있다.
메이드들이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 이사은 정말 무리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시설에 잠깐 맡긴 것이다.
물론 내가 엄중하게 말해서 자유롭게 지내게 하라고 정부에 언질을 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상 정부의 시설이라고 해도 내 식구들에게 뭔가 엄한 짓을 하는 놈은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괜찮겠어? 네가 싫다면 난 거절해도 되는데?”
“전 괜찮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괜찮데요.”
“·····미안해. 나 때문에 학교도 그만둬야 할 텐데···.”
“괜찮아요. 공부는 마음먹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걸요?”
“···········.”
시아는 저렇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난 좀 미안해하고 있다.
왜냐 하면 우리는 몇 주 후면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냐 하면···.
바로 호주의 시드니로 가야 한다.
정부에서는 나에게 일본이나 호주, 두 개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그곳에 영지를 내린다고 했다.
이번 전쟁의 1등 공신은 나와 최우진이다.
그 자식이 나 다음으로 공신 취급 받는 것은 배아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지금 내 공식적인 위치는 십천의 랭킹 2위 기적의 박민재다.
참고로····.
기적의 박민재라는 이름은 내가 붙인 것이 아니다. 뭐···. 십천 정도 되면 원래 이름 앞에 별칭이 붙기는 했다.
멸천의 신대호.
홍련의 최우진.
창공의 김수경.
이런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내 이름 앞에 기적이라는 쪽 팔리는 별명을 붙일 생각은 없었다.
저 별칭은 정부에서 붙여준 것이다.
불안한 국민들에게 승전의 도취감을 더욱더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서 내 이름의 앞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사실 내가 랭킹 2위에 오르기 까지는 말이 좀 많았다.
원래 정부에서는 나에게 랭킹 1위의 자리를 내려고 했었다.
나한테 고지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걸 용납하지 못할 존재가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나와 정부의 관리관의 대화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끼어든 사람은 부상을 치료하고 이제 좀 살만해진 신대호였다.
40대 초반의 나이로 20년 넘게 한국의 십천 랭킹 1위를 고수해온 남자.
한국의 십천 중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육대 천왕을 일대일로 잡을 수 있다고 평가 받던 강자였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 아카키 료를 재기 불능에 가깝게 만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그는 아직 10대인 내가 자신의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이 매우 불쾌한 모양이었다.
“큼···· 신대호님? 이것은 정부 총회의 결정으로····. 어디까지나 개관적인 평가에 따른 결과일 뿐입니다.”
“호오~, 그 마른 이 꼬마가 나 보다 강하다 이 말인가? 그런건가?”
“·········.”
관리관은 신대호의 서슬 퍼런 눈에 뭐라고 대꾸는 하지 못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알아서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한 시선이다.
‘나보고 알아서 하라면···. 그렇게 하지 뭐.’
“상관 없습니다. 제가 2위로 내려가도.”
“······정말입니까?”
내 말에 정부의 관리관은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이 물었다.
“물론이죠. 뭐···. 최우진 밑으로만 안 내려가면 됩니다.”
“아····· 예.”
사실 랭킹에는 아무런 미련도 뭣도 없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서 최우진의 밑으로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큼~, 좋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NO.2 정도는 허락해 주지.”
마치 선심 쓰듯이 허락하는 신대호를 보고 난 솔직히 좀 실망했다.
직접 대화해 보는게 이번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능력자들의 톱을 차지하고 있는 이 자에게는 내 멋대로 환상 같은걸 좀 가지고 있었다.
대범하고 호탕한 타입의 대인배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짓이 초능력만 무지 강한 주재진 같다.
‘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이 사람 개인의 성격이 어떻든 말든 나하고는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난 그렇게 랭킹 2위의 자리를 받고 영지를 받을 때 정부의 관리관이 넌지시 말했다.
일본 아니면 호주로 가라고 말이다.
아마도 막 받아들인 식민지의 폭동이나 준동을 막기 위해서 그런 지시를 내린 것 같았다.
일단 십천의 일인이 직접 거주하면 그것만으로도 억제력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 할 테니 말이다.
거부하기도 좀 그렇게 해서····.
결국 난 받아 들였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서 이사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강철의 건축술사 형제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니···. 빠르면 며칠 후면 모두들 호주로 갈 수 있을 거야.”
“고마워요. 주인님.”
“뭘 그런걸 가지고.”
“그거 말고요····.”
시아는 내 등뒤에서 나를 살며시 껴안았다.
시아의 부드러운 몸이 내 몸에 밀착해서 가슴이 두근 거렸다.
“살아 돌아와 주셔서···. 저하고의 약속을 지켜 주셔거 고마워요.”
“·········내가 할 말이지.”
난 그대로 등을 돌려서 시아의 턱을 잡고 그대로 시아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꼭 감은 시아의 눈 꺼플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난 그대로 시아의 옷 속으로 손을 서서히 밀어 넣었다.
“으음····. 음~!?”
내 품안에 있는 시아는 당황했지만 난 은근슬쩍 시아의 브래지어 컵 안에 손을 밀어 넣어서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원으로 문질렀다.
난 그대로 그녀를 침실로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주·· 주인님···. 잠시만요.”
시아는 내 손목을 꼭 잡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난 그런 시아에게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안 돼?”
“············주인님·····.”
그리고 시아는 그런 나를 보고 10배는 더 애처로운 표정으로 보답했다.
아아··· 마음이 약해진다.
오늘은 강하게 나가서 반드시 시아를 안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시아가 저렇게 가련한 코스모스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나는····.
“알았어. 내가 참을게.”
이렇게 말해 버린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면 시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마워요. 주인님····. 죄송해요. 아직 좀 무서워서····.”
“아니··· 괜찮아. 난 기다릴게·····.”
우리는 서로 가볍게 키스만 하고 멈췄다.
============================ 작품 후기 ============================
다시 연애 전선으로 복귀 했습니다.
한동안은 달달 훈훈하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연애 전선을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항상 여러분들의 응원에 감사드리고 있으며 추천해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