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후우~, 어찌어찌 이기기는 이겼군····.”
솔직히 육대천황을 이기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너무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 같다.
그때 부산에서 패왕 쿠로카와 한조를 상대했을 때의 그런 감각을 항상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좀 더 쉽게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정말····. 그때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감각이 돌아오지를 않는다. 마치 내가 나 스스로가 아닌 듯한 그런 감각····.
‘관두자.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지.’
난 흘긋 시아들이 들어가 있는 방공호 쪽을 바라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안에 들어가서 시아를 껴안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들리는 굉음은 틀림없이 수왕 마사키 신지가 날뛰고 있는 소리였다.
상대하고 있는 것은 십천 세 명이라고는 해도 하위 넘버들이다.
‘솔직히 그들에게 지켜야 할 의리는······ 있나?’
창공의 최수경.
그가 나를 부산에서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나는 시아를 잃었을 지도 모른다.
“쯧~, 죽으면 두고두고 찝찝하겠지?”
난 보통 남자 놈들은 싫어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욱더 여기서 빚을 남겨 두기는 싫다.
“내가 갈 때까지 버텨라.”
난 텔레포트를 반복해 가면서 굉음이 울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건 무슨····. 괴수 영화도 아니고?”
현장에 도착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수왕 마사키 신지.
그의 능력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신체의 야수화라는 전 세계에서 한 명밖에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신체의 일부를···, 혹은 몸 전체를 야수로 바꿔서 싸우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놈은 거대한 티라노 사우르스처럼 변해서 한강 여의도 부근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놈의 주변에 김수경을 비롯한 십천 세명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제길~. 이건 인간하고 싸우는게 아니고 고질라 실사판하고 싸우는 기분이잖아?”
“불평하지 말고 막아. 이 새끼가 63빌딩 쪽으로 가잖아?”
“젠장~ 비켜~!!!”
피유융~~~!!! 쿠우웅~!!!
김수경이 멀리 날아갔다가 선회에서 음속으로 놈에게 부딪혔다.
그러자 그 거대한 대가리가 잠시 뒤로 휘청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쿠워어어어어~~~!!!!!!”
놈은 괴성을 지르면서 그대로 63빌딩 쪽으로 걸어갔다.
“빌어먹을····. 이거나 먹어라~!!”
“내 것도 같이 먹어~!!!”
콰쾅~~!! 쿠르릉~~!!
랭킹 7위 섬멸의 김철웅의 광선 다발이 놈의 몸에 적중했다.
그리고 랭킹 9위 강폭의 한종호의 능력으로 놈의 지면에 국소 지진이 일어나서 놈을 흐트러트렸다.
하지만 놈은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전진했다.
그때 하늘에서 선회하던 김수경이 나를 발견했는지 내려왔다.
“박민재? 너 여기에는 어떻게?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걸요? 명왕 카자마 아키라는 죽었습니다.”
“정말이냐?”
“목이라도 잘라 올 걸 그랬나요?”
내 말에 김수경은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내 어두워진 얼굴을 하고 나에게 말했다.
“지금 저 녀석을 처리 할 힘은 남아 있냐? 저렇게 거대화 한 이후로 어지간한 공격은 전혀 듣지를 않고 있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 하겠네요.”
“그래? 얼마나?”
“·····모르겠어요. 한 10분 정도만 쉬면·····.”
카자마 아키라와의 전투는 장기전이었다.
힘의 소모가 상당했고, 그 전투가 마치고 나서 바로 텔레포트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오고 나서야 안 건데 몸의 피로가 상당해서 소멸의 힘이 나오지를 않았다.
염동력과 뇌전의 능력도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위력 밖에 안 나오고 말이다.
“10분이라····. 알았다. 그 정도 시간은 벌어주마.”
“괜찮겠어요?”
“으음·····. 사실 저 놈이 저렇게 되고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저 자식 저렇게 되고 나서 인간의 의지가 사라져 버렸거든? 덕분에 지금은 그냥 야수처럼 날뛰기만 하고 있지.”
“아~!!!!”
제길···. 그런 놈이었다면 차라리 저 놈하고 내가 싸우는게 낳았을 텐데····.
파괴력과 맷집에 올인한 신체강화의 최강형태.
결코 위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
저것은 그야 말로 최강의 육체를 가진 야수니까 말이다.
오~! 불도 뿜어?
하지만···. 나하고는 상성이 나쁘다.
맺집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내 소멸의 능력이라면 구멍 투성이 치즈처럼 만들어 줄 수 있다.
‘저런 타입은···. 나한테 봉이었는데····.’
지금 체력이 떨어진게 정말 아깝다.
안 그랬으면 10초 만에 해결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시간을 벌테니까 넌 회복에 전념해라. 알겠냐?”
“알겠습···· 저건 뭐죠?”
대답하려는 나의 눈에 멀리서 보이는 이상한 것이 있었다.
“저거라니? 응? 저건······?”
김수경도 그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작은 점으로 보이던 그것은 처음에는 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가까워 지면서 그것이 새가 아니고 인간인 것을 알았다.
그 인간은 그대로 날뛰는 수왕의 뒤통수에 다가갔다. 그리고 난 그 직후에 그 인간이 누구인지 알았다.
퍼어어어엉~~!!!!!!
“크윽···. 이 능력은····?”
“이럴수가? 지금 여기에 그 인간이 왜?”
거대한 야수로 변한 수왕의 뒤통수에 갑작스럽게 거대한 불길이 피어 올랐다.
마치 붉은 연꽃처럼···. 혹은 작은 태양처럼 피어난 저 불길을 나는 본적이 있다.
부산의 앞바다에서 말이다.
“홍련의 최우진? 저 새끼가 여기에 왜 왔어?”
지금 놀라지 않으면 언제 놀랄까?
부산 대첩 직전에서 우리 조원은 유일한 십천의 상위 멤버였던 최우진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려고 했다.
뭐····. 그때는 내가 육대천왕하고 싸울 생각도 없었고, 무엇보다 육대 천왕이 두 명이나 부산으로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우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대응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조장이라는 새끼가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몰래 튄 것이다.
그때 난 시아와 관련된 사건들을 빼고는 인생 최대치의 분노를 느꼈다.
그랬던 최우진이 지금 다시 여기 서울에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상당히 열심히 싸우고 있다.
이미 십천 세 명이 입혀 놓은 데미지기 있기 때문일까?
놈은 수왕 마사키 신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쿠워어어어어~~!!!!!”
거대한 불꽃이 연쇄 폭발을 하면서 거대한 야수를 숯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서울을 침공한 마지막 육대천왕이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
문제는 내가 이런 상황이 기쁘지가 않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육대 천왕 두 명을 정리하고 나니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금방이었다.
십천들이나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이제까지 죽어 지내던 랭커들이 동분서주 하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임시 사령부는 궤멸했었지만 그래도 핵심 간부들은 회피한 상태였는지 정부의 지시와 대응도 빨랐다.
도시의 화재를 진화하고 대량의 구조, 복구 작업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내 집을 지어준 강철의 건축술사 형제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내 집도 부서졌지?’
고쳐야 하는데···.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난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최우진을 찾았다.
그리고 한가하게 음료수나 홀짝이고 있는 그 자식을 발견했다.
“최우진~~~!!!!!!”
난 크게 소리치면서 놈에게 달려가서 그대로 멱살을 잡아 올렸다.
“여어~~. 민재 아니야? 반가워라.”
“입 다쳐. 이 개자식아~~!!!”
부산에서 이 자식이 튀어버려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개고생 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이 새끼를 반토막으로 접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뭐···. 화 난 이유야 알고 있지만 일단 이것 좀 놓고 말하지? 사실 내 덕분에 넌 기회를 잡아서 큰 공도 세웠잖아?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그게 유언이냐?”
아무리 십천이 정부에서 애지중지 취급 받는다고 해도 전쟁 작전중에 도주는 용서 받을 수 없다.
지금 내가 즉결로 이 자식 머리를 날려 버린다고 해도 누가 날 비난 할까?
‘할까? 해 버릴까?’
내가 이 능구렁이 멀리를 소멸의 구로 날려 버릴까 말까 생각할 때 놈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내 변명이라도 좀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야? 내 덕분에 이긴 전쟁인데 말이야.”
“····무슨 개 소리냐?”
이 새끼 설마 막판에 다 지친 수왕을 잡은 것 하나만 가지고 개기는 것은 아니겠지?
그때는 정말 주저 없이 죽여 버릴 테다.
하지만 놈의 입에서 꺼낸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내가 정부에 넘겨준 선물이 하나 있지? 그게 뭔지 알아?”
“장난칠 기분 아니다.”
“훗~, 예민하기는····. 여기 라디오를 들어봐라.”
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파수를 맞췄다.
그리고 정부의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치직·····. 그럼으로 인해서···· 치직··· 본 천왕··· 일왕은···· 무조건 항복을··· 치직····.]
“·····이건?”
“내가 정부에 념겨 준 선물이 이거다.”
“·············.”
“이해가 안가나 보지? 난 일본에 가서 천황을 아~! 이제 공식적으로 일왕인가? 어쨌든 그 새끼를 납치해서 정부에 진상한 거다.”
“·················.”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그럼··. 이 놈은 그때 부산에서 도망간 것이 아니고 일본으로 갔었단 말인가?
난 놈의 멱살을 잡고 있는 손에서 힘을 스르륵 풀었다.
그런 나에게 놈이 말했다.
“생각을 좀 해 봐라. 그때 우리가 부산에서 고군분투 한다고 이길 승산은···. 아~! 물론 넌 이겼지만···. 그래도 그때 승산은 얼마나 있었다고 생각했지?”
“··············.”
난 대답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부산대첩은 승산은 거의 희박한 상황에서 이룩한 기적이었다.
“거기서 우리가 지면 그것은 진짜로 한국의 패배 & 멸망으로 가는 길이었지. 그런데 나 보고 아무짓도 하지 말고 그 운명에 순응하라는 말이냐?”
“····그럼 ······넌?”
“그래. 난 즉시 일본으로 가서 천왕의 거처를 파악하는 것에 주력했다. 그리고 빈틈을 노려서 천왕을 잡은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일본인들의 반은 천왕의 명령에 죽으라면 죽는 자들이지.”
“·············.”
“그 천황을 잡아서 전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꾼다. 그게 내가 생각한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뭐···. 내 조원을 버린 것에 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대를 위해서 소를 버렸다고 밖에는·····.”
“·············.”
놈은 이제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나에게 말했다.
“어떠냐? 그래도 나한테 할 말이 있거든 해 봐라. 해 보란 말이다.”
“··············.”
제길···. 아무리 생각해도 할 말이 없다. 놈의 명분이 너무나 완벽했다.
실제로 놈은 일본의···· 이제는 일왕인가? 어쨌든 일왕을 잡아 왔으니 말이다.
“후우~, 앞으로 내가 지켜보겠다. 최우진.”
난 그 한마디를 남기고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래···. 얼마든지.”
내 뒤에서 깐죽 거리는 최우진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분은 놈에게 있었다.
젠장····. 찝찝하게····.
============================ 작품 후기 ============================
이제 전쟁 파트는 거의 끝나갑니다.
아니 사실상 끝났죠. 다음 편은 최우진에 관해서 조금 나오고 나머지는 전후 처리에 관해서 정리되고 그 다음부터는 스토리가 다시 연애 버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열심히 훈훈한 연애라인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전쟁 씬이 좀 길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일어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창작 의욕을 꺼트리지 않고 열심히 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추천해 주신 분들에게도 모두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벤트가 이틀 남았습니다. 이벤트에 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공지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PS. 최우진하고 이름이 똑같다고 하신분... 혹시 군대 어디 나오셨는지 한 번 쪽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 흔한 이름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