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하앗~!!!”
콰지직~~! 퍼억~~!!
“어림없다. 얌전히 이리 온?”
“죽어~!!!”
콰앙~!!
전투의 양상은 주로 나의 공격과 명왕 카자마 아키라의 수비로 진행 되었다.
원래 육대천왕 최강의 수비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의 공격들은 놈의 실드를 전혀 뚫지를 못했다. 기본적으로 염동력으로 둘러싼 실드로는 나의 전격에 거의 효과가 없다.
하지만 놈의 실드는 나의 전격 공격을 여유있게 막아내고 있었다.
놈의 실드에 유일하게 효과적인 공격이라면 소멸이긴 한데····.
놈은 그것조차 여유있게 피해 버렸다.
“흐음···. 재미있는 공격을 쓰는군. 이것 때문에 진왕과 패왕이 당했나?”
“칫~.”
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등 뒤에서 원격으로 슬쩍 날린 소멸의 구였지만 놈은 보지도 않고 피해버렸다.
아마도 나의 미래시 같은 타인의 공격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게 확실하다.
‘소멸의 구에 하이딩을 씌워 볼까? 아니면 미래시로 도망갈 방향을 읽고 미리 거기에 소멸의 구를 둔다거나····.’
두 가지 다 이미 한 번 성공한 방법이다.
패왕 쿠로카와 한조를 그렇게 해서 잡아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고도의 컨트롤이 되지를 않는다.
그때 나는 카피까지 포함해서 거의 동시에 네 가지 능력을 발휘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어떻게 그 짓을 가능하게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다.
지금 한 번 해볼려고 하니 소멸의 구에 하이딩 스킬을 전개하는 것 부터가 무리였다.
그때 패왕을 상대 할 때는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가능했는데 어째서 안 되는 걸까?
‘제길····. 안 되는 능력에 의존 할 수는 없어. 기본으로 돌아가서 싸운다···.’
난 놈에게 꾸준하게 전격과 염동파를 날리면서 놈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좀 이리 오지 그래? 귀엽게 녹여 줄테니 말이야.”
“꺼져~~!!!”
명왕 카자마 아키라의 공격 능력으로는 가장 유명한 것이 용해와 저주였다.
용해는 문자 그대로 형체를 가진 것은 무엇이든 액체로 녹여 버리는 능력이었다.
열로 쇠를 녹인다거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고체 상태의 물건 전부를 녹여 버리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인간에게 쓰면 인간은 순식간에 그로테스크한 주스가 되어 버린다.
그게 놈의 필살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능력은 저주.
놈과 싸울 때는 아주 조그만 상처라도 금물이다.
놈은 상대의 상처에 저주를 걸어서 그 상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전에 정보가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군····.’
두 가지 다 무시무시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대응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용해는 놈의 손에 직접 닿아야 소용이 있는 것이고 저주도 상처를 입어야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일단 놈과 떨어져서 원거리전을 지속하는 한 내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쳇~!! 끈질긴 애송이일세····. 이리 오라니까?”
“크윽~~!! 꺼져. 이 변태 새끼야~!!!”
콰앙~!!!
내 뒤에서 불시에 나타난 놈을 미래시로 가까스로 읽고 피했다.
다 좋은데 저 빌어먹을 자식이 나보다 텔레포트 레벨이 한참 높은게 탈이다.
아마도 텔레포트 레벨이 7에 도달한 것 같다.
‘미래시가 없었다면 진작 잡혔겠지······.’
내가 너무 안이했던 걸까?
육대천왕을 둘이나 잡아서 한 명 정도는 손쉽게 잡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
사실 곤혹스러운 것은 민재 뿐 만이 아니었다.
‘굉장한 애송이군···. 내가 벌써 20분 넘게 잡아내지를 못하고 있어. 더구나 저 검은색 구체···. 저거에 걸리면 끝장이다.’
카자마 아키라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이 둘의 능력은 상성이 너무 맞물렸다.
미래시 VS 사이코 메트리.
둘 다 정신계 능력으로 공방에 있어서 번번히 상대의 움직임을 읽히고 있었다.
전격 VS 실드.
민재의 전격은 보통 염동력으로 펼치는 실드로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카자마 아키라의 실드는 민재의 전격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다.
소멸 VS 용해.
두 사람 다 최강의 공격용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피차간에 한 번이라도 당하면 끝장인 것이다.
하지만 최강의 공격기라고 해도 맞추지를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서로 비슷하면서도 상쇄되는 카드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는 둘이었다.
사실 카자마 아키라가 패왕이나 진왕보다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민재에게 있어서 곤란한 쪽으로 특화된 능력자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둘과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카자마 아키라는 방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첩에서 패왕과 진왕은 민재를 자기들보다 몇 수 아래로 얕잡아 보고 덤볐다.
그것이 민재의 입장에서는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육대천왕을 둘이나 잡아낸 민재였다.
그런 민재를 눈앞에 두고 명왕 카자마 아키라가 방심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싸움은 점점 지구전으로 끌려갔다.
팽팽한 실을 당기는 것처럼 누구 한 명이라도 삐끗하는 실수를 하면 그 순간 목숨이 날아가는 그런 아슬아슬한 전투가 계속된 것이다.
“하앗~~!!!”
“죽어랏~~!!!”
펑~~ 콰쾅~~~!! 쿠웅~~!!
왜 초능력을 지닌 능력자가 세상의 중심으로 떠올랐는지····.
그 이유는 지금 이 두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냥 인간 둘이서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미 민재의 집을 비롯한 이 사방의 모든 것이 융단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초토화 되어 버렸다.
더구나 이 둘은 대량파괴나 대량 학살에 특화된 능력자들이 아니다.
굳이 분류하면 대인전에 특화된 능력자들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때····.
잔잔하던 두 사람의 승부에 선명하게 파문이 번졌다.
먼저 실수를 한 것은 유감 스럽게도 민재였다.
“아차~~!!!”
민재가 텔레포트 할 타이밍을 놓치고 카자마의 염동파를 어깨에 맞아 버렸다.
퍼엉~!!!
민재는 그대로 어깨를 부여잡고 추락했다.
“찬스다~!!!”
그리고 민재가 염동파에 맞는 것을 보고 카자마 아키라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팽팽하던 실이 끊어지고 자기 쪽으로 기회가 기울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이 있는 카자마 아키라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민재를 녹여 버리기 위해서 달려 들었다.
하지만····.
후웅~!!!
민재를 잡기 직전에 카자마 아키라의 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헛손질 해 버렸다.
“함정이다. 병신~.”
그리고 카자마 아키라의 등뒤에서 텔레포트를 한 민재가 나타났다.
사실 민재는 처음부터 염동파에 맞지 않았다.
염동파가 날아오는 것을 같은 염동력으로 거의 상쇄 시키면서 일부러 맞은 것처럼 연기한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소멸의 능력으로 공격하면 설사 육대천왕이라고 해도 절대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죽어!!!!!!”
부웅~!!
하지만 이번에도 민재의 손은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민재의 목에 차가운 손이 와 닿았다.
“함정인줄 알고 거기에 한 번 더 함정을 팠지.”
“···········.”
민재의 등 뒤에서는 카자마 아키라가 목뒤에 손을 잡고
“어때? 남길 유언이라도 있나?”
“내가 염동파를 맞은 척 한 것을 들켰나?”
민재의 말에 카자마 아키라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난 너보다 두 배는 넘게 살았고, 10배는 넘게 사선을 넘었다. 당연한 일이지.”
“··········그럼···. 어째서 내 목을 잡은 시점에서 바로 나를 녹여 버리지 않았지?”
“훗~, 그게 궁금한가? 이 시점에서?”
“혹시 살려줄 생각이라도?”
민재의 말에 카자마 아키라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이건 순수한 내 개인의 취미다.”
“취미?”
민재의 말에 카자마 아키라는 얼굴에 희열과 광기가 얼룩진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난 말이지···. 지금의 너처럼 죽음의 직면에 울며 불며 소리치고 발광하는 벌레들의 꼴이 너무너무 좋거든?”
“·········.”
“그럴때면 마치 나 자신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진짜 명왕이 된 기분이 들어. 너도 알겠지? 그 압도적이기 까지 한 강자의 입장이 주는 매력을?”
그렇게 말하는 카자마 아키라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제 민재가 자신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느긋하게 즐길 생각으로 흥분한 것이다.
하지만 민재는 목숨 구걸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게 웃어 버렸다.
“큭····. 그래···. 그런가? 취미라고? 큭··· 크크하하하····”
그리고 그런 민재의 웃음 소리가 거슬린 카자마 아키라는 날카로운 눈을 하고 말했다.
“뭐가 우습지?”
“아··· 별로····. 그 지독한 취.미. 때문에 죽는 네놈이 조금 불쌍해 져서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흥미가 없어졌다. 그냥 죽어랏~!!!”
그리고 카자마 아키라는 민재의 몸을 녹여 버리려고 자신의 능력을 발동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민재의 몸은 녹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 하늘에서 소멸의 구가 내려와서 그의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골반까지를 싹 긁어서 없애 버렸다.
“크··· 커··· 어··· 어떻게····.”
“글쎄? 굳이 말하면 함정을 파고 혹시 몰라서 보험을 들었지.”
“·············?”
“못 알아들었으면 그냥 죽어라.”
마치 마우스 커서로 지워버린 사진처럼 몸의 일부가 사라진 카자마 아키라는 그대로 의문만 남은 얼굴을 하고 죽어 버렸다.
사실 민재는 연기를 해서 카자마 아키라를 유인했을 때 한 가지 능력을 카피해 뒀다.
바로 놈의 철벽같은 능력인 실드였다.
놈의 최강의 공격력은 무엇이든지 액체로 녹여 버리는 용해였다.
카자마 아키라에게 있어서 그것은 민재의 소멸처럼 필승을 가져다주는 절대적인 위력의 무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필승의 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카자마 아키라였다.
민재는 혹시나 작전이 실패했을 때의 보험을 대비해서 놈의 실드를 카피해 뒀던 것이다.
그리고 실드로 놈의 용해능력을 막고 거꾸로 소멸구로 놈을 공격한 것이다.
카자마 아키라의 패인은 두 가지 였다.
이제까지 자신에게 무수한 승리를 가져다 준 용해의 능력을 과신한 것.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사이코 메트리로 민재의 속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민재도 카자마 아키라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미래시와 사이코 메트리 같은 정신계열 능력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서로 상충되어 감각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결과는 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이미 결판이 난 후라서 아무런 소용 없는 상상이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이제 전쟁씬도 거의 막바지네요.
전쟁씬 이후에는 전후 처리. 그리고 민재는 주인공답게 여자들 품으로 돌아가서 다시 알콩달콩 염장 만렙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렇다고 전투씬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처음에는 전투씬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 와서는 이제 전투씬도 이 작품의 하나의 매력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저도 공들여서 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1월 10일 00시 00분~ 00시 30분 사이에 벌어지는 이벤트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실은 퀴즈 내용은 이미 생각해 뒀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