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들은 기겁을 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일본의 정규군들이 씨익 웃으면서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집이 하도 으리으리 하길래 정부 소속의 건물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이런 보물들이 있는걸 보아하니 제법 높은 인간의 집인가 보지?”
“··············.”
“··············.”
“··············.”
“··············.”
놈은 시아들을 보면서 군침을 삼켰다.
민재의 슬레이브들은 보통 슬레이브들 보다도 평균적으로 미모가 더 뛰어났다.
그런 미모의 여자들이 한 군데 모여 있으니까 전쟁중이라도 욕심이 든 것이다.
‘수도권의 주요 시설을 찾아서 마비 시키는게 임무긴 하지만···. 한 명 정도는 땡땡이 쳐도 괜찮겠지?’
세상 어디에나 나 하나 쯤이야 라고 생각하는 놈들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시아들의 입장에서 그런 놈이 눈앞에 있다는 것은 지극히 불행한 일이었다.
놈은 가장 앞에 있는 시아의 손을 덥썩 잡고 말했다.
“저 안이 방공하지? 모두들 따라와라. 내가 듬뿍 귀여워 해 주지.”
“···이·· 이거 놓으세요.”
시아는 남자가 손을 잡아끌고 데려가려 하자 반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남자의 주먹이 먼저였다.
퍼억~.
“쿠·· 쿨럭·····.”
시아는 복부에 주먹을 한 대 맞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시아를 보면서 놈은 생각했다.
“그 나쁜 머리로 잘~ 생각해 봐라. 지금 나한테 얼마나 적극적으로 아양 떠는게 너희들 미래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칠지 말이다.”
놈은 살고 싶으면 자기 말을 잘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시아는 복부를 부여잡고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싫어요····.”
시아에게 있어서 자신이 순종할 남자는 오로지 민재 한 명 뿐이었다.
순한 시아였지만 그것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영원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시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남자의 얼굴은 험악해 졌다.
이 미쳐버린 세계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자들에게 거절 당하는 것을 모독으로 받아 들이는 존재들이다.
더구나 전쟁터에서 약탈은 당연한 승자의 권리이기도 했다.
“좋아···. 그럼 포기··· 할 것 같냐? 강제로 안아주지. 내 맹세코 네년이 내 애를 낳는 것을 봐야 겠다.”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아를 더욱더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런 시아를 보고 다른 슬레이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시아야····.”
“시아 아가씨···.”
“어쩌지? 주인님이 없으면····.”
그녀들은 민재의 총애를 듬뿍 받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는 시아를 평소에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다른 슬레이브들의 불행을 보고 남몰래 미소 짓는 일은 이 집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인 것이다.
이 집의 모든 여자들은 진심으로 민재를 좋아했고, 민재를 좋아하는 것 만큼 시아도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진짜로 힘을 가진 존재가 필요했다.
“그 손 때라. 쪽바리 새끼야.”
그리고 그때 갑자기 나타는 포니테일의 늘씬한 미소녀는 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넌 누구····. 아아악~~!!! 읍~!!!! 으음~~!!”
“시끄럽게 떠들고 난리야····.”
한수진은 나타나자 말자 자신의 능력으로 놈의 사지를 얼려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결빙 능력이 가지고 있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상대의 입도 얼음으로 막아 버렸다.
상대는 호흡곤란으로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한수진님~~!!”
“한수진님니 오셨어?”
“수진님····.”
집안의 모든 여자들의 눈에 이 순간 한수진은 천사처럼 보였다.
한수진은 쓰러진 시아에게 가서 일으켜 주면서 말했다.
“늦어서 미안. 공습 소식들 듣고 바로 달려 왔는데도 좀 늦었네.”
“아뇨···. 구해줘서 고마워요.”
“시아야······.”
“아···· 구해줘서 고마····워. ·······수진아.”
시아의 어색한 말에 한수진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야 내 친구지.”
그리고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서둘러 방공호로 들어가려고 했다.
“일단은 몸을 숨기자. 이 놈들 오면서도 상대해 봤는데 한놈이 상당한 수준들이야.”
“응. 알았어. 빨리 들어가고 모두들 문 닫아요.”
“예. 시아 아가씨.”
그리고 여자들은 모두 문 안으로 들어가서 방공호의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여기가 어디 길래 이런 시설이 있고 심지어는 우리 대원까지 한 명이 죽은 거지?”
누군가가 닫혀가는 방공호의 문을 손으로 멈췄다.
그리고 그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녹여 버렸다.
그는 그대로 안을 들여다 보고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호오~, 제법 잘 지은 시설이군. 정부의 대피 시설이기라도 한가?”
조명에 나타난 얼굴을 보고 한수진은 침음성을 내 뱉었다.
“명왕····. 카자마 아키라?”
“자기 소개는 필요 없겠군. 그런데··· 여자들 뿐인가? 우리 대원중에 한 명이 죽었다는 말은 여기에 적이 있다는 말인데?”
놈은 여유만만하게 방공호 안으로 들어와서 사방을 둘러봤다.
육대천왕으로서의 시력에 자신이 있는 그였기에 그 태도는 실로 여유만만 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유일하게 이 중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수진이었다.
하지만 한수진이라고 해도 상대가 육대천왕이라면 시아들과 별 다를 것 없었다.
토끼나 고양이나 사자 앞에서는 똑같은 입장인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이게 찬스일 지도 몰라.’
한수진은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고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고양이와 사자의 전력차는 확고했지만 그래도 한수진은 제법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고양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표범 정도는 될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상대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이지만 말이다.
‘어떻게든 몰래 다가가서 순식간에 심장을 얼려 버릴 수만 있다면····. 1초도 안 걸려. 단 한순간만 접근하면 돼.’
한수진은 침을 꿀꺽 삼기고 호흡을 정돈했다.
남자들과 수시로 싸워 왔던 그녀지만 이 정도의 강자는 처음이었다.
상대는 십천 조차 눈아래로 본다는 육대천왕이 아닌가?
그때 카자마 아키라가 말했다.
“너희들 여기서 우리 대원을 죽인 남자는 보지 못했나? 솔직히 대답해라.”
“제가 봤어요. 제가요~.”
다른 여자들이 나서서 뭔가 쓸데없는 짓을 할까봐 한수진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호오~, 그래? 그게 누구지?”
“키는 180정도 되고 그리고 안경을 썼어요. 그리고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묻는 거다.”
“그게 누구인지는 저희도 잘 몰라요. 정말이에요.”
한수진은 정말로 필사적으로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 한수진에게 카자마 아키라가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채고 말했다.
“어이~. 조센징 계집. 죽고 싶은거냐? 아앙~.”
명왕 카자마 아키라.
그는 일본의 육대천왕 중에서도 잔혹하기로 유명한 인간이었다.
한국과의 필리핀 분쟁에서 이 인간은 필리핀 원주민 1만 명을 심심풀이 삼아서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이유도 기가 막혔다.
원주민들이 창과 칼을 들고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1만이라는 필리핀인을 모아서 전쟁 놀이를 시켰던 것이다.
오로지 자기가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한국이 필리핀을 일본에서 빼앗았을 때 필리핀인들은 차라리 한국이 낫다고 크게 열광했을 정도였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약소국은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것을 당연한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저 명왕이 한 짓은 정도를 한참 넘었던 것이다.
평소 집에서도 슬레이브들에게 일본도를 쥐어주고 칼싸움을 시키는게 취미라는 놈이니 오죽할까?
한수지은 그런 카자마 아키라에게 머리채를 잡혔지만 오히려 이 순간을 기회라고 여겼다.
‘찬스다. 절대 실패하지 않게····.’
그녀는 빠르지 않게·· 오히려 느리게 카자마 아키라의 가슴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남자들이 좋아할 만큼 애처로운 시선과 목소리를 하면서 말했다.
“부탁이예요. 살려 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할 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자마 아키라가 자신에게 욕정하기를 바랬다.
남자가 가장 방심할 순간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그때····.
팍~!!
심장에 한수진의 손이 닿기 직전에 카자마 아키라는 그녀를 밀쳐 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제법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네년 에러였던가? 잘못하면 크게 데일 뻔 했군.”
“···············.”
한수진은 깜작 놀랬다.
어째서 자신이 에러인 것을 알았단 말인가?
“궁금한가 보군. 내가 어떻게 네년의 검은 속셈을 알았는지 말이야.”
“··············.”
“세상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에게는 사이코 메트리 능력도 있거든? 좁촉한 대상의 사고와 기억을 읽어 내지.”
“큭~!! 죽어~~!!!”
퍼퍽~~!
한수진은 순간 염동력으로 적을 공격했다.
하지만 고작 4레벨 정도인 그녀의 염동력으로 카자마 아키라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카자마 아키라는 육대천왕 최고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었다.
염동력 자체도 7레벨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실드 능력을 따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드의 레벨 역시 7이었다.
그는 가볍게 한수진의 공격을 튕겨내고 말했다.
“흐음···, 에러 주제에 제법인걸? 특히 결빙의 능력을 거기까지 갈고 닦은 것은 몹시 놀라워.”
“····칫~!!!”
‘역시 안 되는 건가?’
정체가 들통 난 이상 실력의 차이는 비참할 정도로 확연했다.
여기서 한수진이 선택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녀의 능력인 일루전을 잘만 사용하면 도망가는 것도 가능 할지 몰랐다.
그래봤자 성공 확률은 10%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설령 도주의 성공 확률이 100%라고 해도 그녀는 도망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 그녀가 도망가면 친구인 시아를 비롯한 다른 여자들이 위험하지 않은가?
그리고·····.
[나 한동안 집을 비울 것 같으니까 내 집 좀 봐줘.]
민재가 전쟁터를 나가기 전에 한수진에게 한 말이었다.
민재는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지만 한수진에게 있어서는 이 한마디의 무게가 달랐다.
민재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한 부.탁. 이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연참했습니다.
이것도 여러분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한수진이 육대천왕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이 힘들겠지요?
아~! 그리고 제가 쓴 로맨스 판타지 출판작인 '내게 너무 과분한 그녀들'이 E북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이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 이전에 처음으로 쓴 로맨스 판타지 물이었죠.
제 특기(?)인 달달한 하렘이 나오는 작품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부디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