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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58화 (58/176)

60화

“그냥 수진이라고 불러. 나이도 동갑이잖아?”

“아니 하지만·····.”

망설이는 시아의 면전에 한수진이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말했다.

“말하라고~.”

“······예. 수····진아.”

“흥~. 너 같은 애 뭐가 좋다고·····.”

“예?”

“이름은 그냥 부르면서 존댓말을 계속 하겠다고? 하나만 하지 않을래?”

“····미··· 미안.”

“·····후우~. 착해 빠져가지고···. 차라리 좀 매서운 성격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안.”

“네가 사과할 일은 하나도 안 했어.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는 수진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진은 잠시 비장한 표정을 하다가 시아에게 말했다.

“사실····. 너한테 진작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예? 아니아니···· 응?”

‘착실한 아이구나···. 거기다 어벙이 짓도 가능하다니····.’

어째 사랑받을 요소를 두루두루 가기고 있어서 질투하기도 버거운 아이라고 느끼는 한수진이었다.

그리고 한수진은 시아에게 다가가서 정중하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면서 말했다.

“미안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뭐?”

“일전에···, 내가 학교 복도에서 널 때린 적이 있었잖아? 그리고····. 민재하고 내가··· 너보다 먼저 섹스하기도 했고····.”

한수진의 말에 시아는 얼굴을 조금 붉히더니 말했다.

“아니 난···. 다 잊어 버렸어. 그리고····. 섹·······스는·······거니까····.”

“응? 뭐라고?”

‘섹’자 다음부터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는 시아의 목소리였다.

시아는 얼굴을 사과처럼 빨갛게 하고는 필사적으로 힘내서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그건···· 주인님이 널 택했을 뿐이니까····. 내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럼 내가 학교 복도에서 너 때린 것은?”

“그것도···. 괜찮아. 난 다 잊어 버렸어.”

“·······너 말이야····.”

한수진은 시아를 보고 한 숨부터 절로 나왔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 어떻게 자라면 이런 천사표가 나올수 있는 것일까?

“너 그렇게 손해보는 성격으로 살면 봉취급 하는 사람이 주변에 늘어날 거야.”

“·········괜찮아. 주인님만 옆에 있어주면···.”

그런 시아의 말에 한수진은 생각했다.

‘이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건가?’

승산이 눈꼽 만큼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한 한수진은 분함조차 느낄 수 없었다.

민재에게 반하고 수작을 부려서 민재에게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그의 첫여자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

자신의 첫 남자가 민재고, 또 민재의 첫 여자도 자신이었다.

그런 관계라면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저 민시아 못지 않은 유대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틀렸다.

동정을 잃은 민재는 그냥 여자와의 관계를 즐거운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슬레이브들 중에서도 시아와 진아 빼고는 모두 안아 버렸고···.

정작 특별한 관계를 원했던 한수진 조차 민재에게 단순한 섹스 파트너 정도의 위치 밖에는 되지 않았다.

사실 이것은 동정을 잃은 바로 다음날 최지선이 손을 쓴 이유가 컸다.

민재는 여자를 함부로 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태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자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게 민재였다.

하지만 그런 민재라고 해도 하루도 안 되어서 두며의 여자와 섹스를 하고 나면····.

그것도 자기가 주도한게 아니고 여자들이 주도한 상화에서 벌어진 섹스를 하고 나면···.

가치관이 좀 변하는 법이다.

한수진의 순결을 가져간 죄책감이 퇴색되고 그 대신에 이제까지 거부만 했던 섹스를 그냥 하나의 커무니케이션의 수단 정도로 받아 들이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식구들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섹스가 더해졌을 뿐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라고 유도한 것이 바로 최지선이었다.

한수진이 한 일을 듣고 바로 행동에 나서서 민재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비중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그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사실 그 후로 메이드 몇몇에게 몰래 언질을 해서 민재를 유혹하게 한 것도 그녀였다.

민재가 여자를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었던 것이다.

에러인 한수진이라고 해도 인생의 겸험치라는 면에서는 험난하게 살아온 최지선을 이길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한수진은 최지선이 그렇게 뒤에서 사태를 조종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그저 자신이 쓸데 없이 나서서 민재가 변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아에게 죄책감까지 든 것이다.

어차피····. 첫사랑에 눈이 먼 10대 계집아이였을 뿐. 한수진도 사랑 때문에 독하게 누군가를 미워하기에는 독기가 모자란 여자였던 것이다.

“하아~. 관두자····. 그냥 깔끔하게 해결하는데 차라리 편해. 시아야.”

“응?”

“자~. 네 마음대로 해.”

한수진은 양팔을 등뒤로 돌리고 남자들이나 좋아할 법한 대사를 시아에게 했다.

“···········응?”

당연히 시아는 몹시도 당황했다.

마음대로 하라니? 뭘 어떡하란 말인가?

“네가 괜찮다고 해도···. 그런 천사표 용서를 받을 생각은 없어. 그러니···. 날 있는 힘껏 때리든지 아니면 뭔가로 후려치든지···. 네 마음대로 해.”

“저기·······.”

“하라니까? 안 그러면 내 맘이 안 편하단 말이야.”

“···········.”

살다 보면 꼭 있기 마련이다.

성의가 너무 지나쳐서 되려 받는 쪽이 피곤하거나 부담감을 느끼게 하는 타입의 인간들···.

한수진의 경우가 딱 그랬다.

시아는 고사리 같은 자기 주먹을 쥐고 생각했다.

‘이걸로 때리라고?’

눈을 지그시 감고 당당하게 처벌(?)을 기다리는 한수진을 보고 있으니 때릴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 시아였다.

하지만 상대는 무조건 한 대 때리라고만 하고 있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

시아는 마음을 굳게 먹고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에잇~!”

시아가 주먹을 있는 힘껏 뻗었다.

그리고···.

빡~.

“아··· 아야····.”

되려 시아가 자기 손을 잡고 아파했다.

“이 바보···. 이마를 치면 어떻게 해?”

“어··· 얼굴은 아플 것 같은걸?”

“사람을 때리면 당연히 아프라고 때리는 거지? 이마를 때리니까 오히려 네 주먹만 아프잖아?”

“····미안.”

“····풋····. 푸하하하하····. 안 되겠다. 너···· 넌 진짜····. 쿡···. 졌다. 졌어.”

“······응. 그럼 내가 이긴거야?”

“그래···. 네 승리야.”

뭐가 이긴 건 지도 모르고 어쨌든 다 좋게 해결된 것 같으니 환하게 웃는 시아를 보면서 한수진은 생각했다.

‘정말로····. 못 이길 것 같아.’

그날 시아는 민재가 전쟁터에 가고 최초로 푹 잘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 한명을 얻었다.

승승장구 하는 전투에 두려움이 사라진 것일까?

한국은 일본의 수도 도쿄를 직접 공습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랭킹 1위. 멸천의 신대호.

랭킹 2위. 패강의 김종수.

랭킹 3위. 사음의 장태수.

랭킹 5위. 은룡의 주영민.

랭킹 6위. 광검의 최상현.

이상의 5인이 이끄는 한국의 정예 초능력자 군인 2,000이 일본의 도쿄를 공습하기 위해서 뭉친 것이다.

원래는 상위 5인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랭킹4위였던 홍련의 최우진이 모집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6위까지 해서 상위 5인을 모은 것이다.

이 정도로 전력을 집중 시킨 것은 이번 기회에 전쟁을 확실하게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문제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서울에 급하게 모인 그들은 그 문제에 관해서 토론하고 있었다.

“일본의 도쿄라면 100% 육대천왕이라는 왕재수들이 있는 곳이지? 거기를 우리 다섯이서 공습하라니 좀 너무한걸?”

“흐음····. 서두를 것 없이 차근차근 전방위에서 압박 하는게 좋지 않나? 전선은 우리한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잖아?”

상위 능력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역설하면 자신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취급받고 있는 일본의 육대천왕이라는 것들의 강함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전선의 유리함은 일본에서 놈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컸다.

하지만 도쿄에 공습을 가면 그때는 좋든 싫든 분명히 놈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막연하게 도쿄에 공습을 하러 가기는 좀 불안했던 것이다.

정부가 오늘 이들을 소집한 것은 그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사실 정부에서도 잡자기 도쿄를 습격하려고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시죠.”

정부의 관리관이 보여준 자료는 한 장의 정밀한 위성사진이었다.

그 사진에는 한명의 능력자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이거 혹시?”

랭킹 2위인 박철구의 의문구에 정부의 관리관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 사진에 나온 것은 일본의 육대천왕중 한명인 호왕 오오야마 타케시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호주의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로 오늘 아침에 찍은 것이죠.”

“·····육대천왕이 호주에 있다고? 우리하고 전쟁하는 중에? 이것들이 정신이 나갔군.”

호주는 일본의 식민지이다.

특히 식민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식민지였다.

방대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자연 환경까지····.

거기에 육대천왕이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시아 NO.3인 한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중요한 전력인 육대천왕을 외국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관리관의 말에 의하면 사실이라고 했다.

“그 사진을 잘 보면 전투를 방관하고 있는 사람 둘이 보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술부에 맡겨서 사진을 해석한 결과가 이 둘이었습니다.”

[패왕 쿠로카와 한조.]

[명왕 카자마 아키라.]

화면에 나타난 둘을 보면서 관리관이 안경을 스윽 들어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둘에 관해서는 새삼 설명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다.

저들 역시 일본의 육대천왕들이었다.

얼굴만 봐도 누가 누군지 모두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일본에는 육대천왕중에 세 명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호왕, 패왕, 명왕. 이 세 명은 호주의 식민지에서 일어난 반란을 정리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웠다고 합니다.”

정부의 관리관의 말에 십천들은 의심 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호주에서 반란?”

“잠깐···. 그거 이상하지 않나? 기껏 호주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 정도로 육대천왕이 움직인다니? 그것도 세 명이나?”

웅성거리는 십천들에게 정부의 관리관이 안경을 슥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이것은 우리 정부에서 극비로 입수한 정부입니다만····. 지금 호주의 반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미국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아~~~!! 미국이····.”

“과연···. 그렇단 말이지····.”

미국이 나섰다는 말에 십천들은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납득했다.

============================ 작품 후기 ============================

전쟁에 관해서 디테일한 지적을 해 주신 겜마스터 님에게 우선 감사합니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이용한 기동 전술이 어째서 없는지는 좀 더 읽어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보통 세계관에 관해서 세세하게 설정하고 넘어가는 작가분이 있고 읽다보면 깨알같이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제 겨우는 양쪽 다 하기는 하지만 궂이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습니다. 좀 더 읽어 보시면 궁금하신 부분이 해결되실 겁니다.

그런데.... 흑~, 전쟁씬으로 넘어가고 나서 순위가 확 떨어졌습니다.

주인공이 맹 활약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 좀 나을려나?

부디 추천 좀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벤트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12시 30분 까지는 공지에 올려 놓을테니 확인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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