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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57화 (57/176)

59화

그날 저녁~.

거하게 취한 최우진은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를 땅땅치고 있었다.

“봤냐? 짜식들아. 내가 바로 대한민국 십천, 홍련의 최우진이다.”

“크하하하~. 조장 최고~.”

“일본의 육대천왕이라는 것들도 무서워서 못 오는 것 아니유?”

“크하하하~. 당연하지~.”

모든 전선에서 대한민국의 연전연승.

그리고 이번 부산의 전투를 포함하면 일본의 능력자 사망수는 이미 1000을 넘는다.

그저 그런 능력자도 아니고 정부에서 전력으로 취급할 정도의 초능력자를 이만큼 잃는 것은 큰 문제였다.

거기에 비해서 한국의 피해는 고작 100남짓.

이 정도면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좀 이상한걸?”

“·····뭐가? 아니 그보다···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말입니까?”

내 옆에 다가와서 양주병을 나발로 불고 있는 최우진은 그대로 자리 깔고 앉아 버렸다.

“뭐하는 거요?”

“아~. 너 나 싫어하는 것은 아는데 좀 봐줘라.”

“뭘요?”

“안에서 분위기 맞춰 준다고 정신 나간 척 하느라 피곤하거든?”

“···········.”

피곤한 것과 양주 병나발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싫어하는걸 알면서 다가오는 이유가 뭐요?”

“아~, 그게 나도 가끔씩은 뇌가 있는 생물하고 대화를 하고 싶거든?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중에 하나지.”

“·············.”

이 인간 겉하고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자신도 생각없는 인간처럼 미친 듯이 놀아재끼고 있었으면서····.

그는 여전히 술을 마시면서 말했다.

“저 안에 있는 우리 이기고 있으니까 만세~. 라고 늘어져 있는 병신들하고 동족 취급하지 마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럼 왜 저 병신들하고 동족으로 취급받게 놀았는 데요?”

“위에 선 사람은 윗사람 나름의 도리와 의무라는 게 있거든? 공포로 지배하든가? 살살 구슬리든가···.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잘 알겠지?”

“··············.”

역시 어느정도는 머리가 돌아가는 인간이다.

부대의 사기를 위해서 본인 스스로가 주도해서 정신줄 놓고 노는척 한 것이다.

뱃속에 들어있는 능구렁이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아~, 간단해···. 네가 보기에 이 전쟁 어떠냐?”

“뭐가요?”

“내숭 떨지 말고····. 네가 보기에도 정부에서 떠들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연전연승하고 있는걸로 보이냐?”

“··········.”

“솔직하게 말해 봐. 어디가서 꼰지르지 않을 테니까.”

꼭 이렇게 말하는 인간들이 뒤통수 치는 법이다만···. 그래도 한 번 말해볼까?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시작도 안한 걸로 보입니다.”

“큭····, 그러냐? 실은 나도 그래.”

그는 그대로 병나발을 꿀꺽 꿀꺽 비우고 다시 말했다.

“파하~. 십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일본의 육대천왕이라는 것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있단 말이야······.”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죠.”

한국의 10천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걸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건 일본의 육대천왕이라는 강대한 적이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의 초능력자가 1,000명이나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최강의 6인이 있는 이상 일본은 본격적으로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이 아닌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상한 일이다.

놈들이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했다면 우리나라도 이렇게 승승장구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십천중에 몇 명 정도는 명을 달리 했을 지도 모른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

독백하는 최우진과 상념에 빠진 나는 동시에 이 전쟁에서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챙그랑~.

“어머~, 괜찮으세요? 시아 아가씨?”

“아~! 예···. 괜찮아요.”

설거지를 하던 시아는 그녀답지 않게 그릇을 깨트려 버렸다.

그런 시아에게 메이드 몇 명이 황급하게 달려와서 깨진 그릇을 치우려고 했다.

시아는 본인이 직접 치우려 했지만·····.

“시아야~. 잠깐 이리 좀 와 봐.”

“········예.”

시아를 부른 것은 최지선이었다.

그녀는 시아를 불러서 이마에 손을 얹고는····.

“열이 좀 있네···. 피부도 건조해졌고···. 잠은 확실히 자고 있어?”

“··············.”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시아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민재가 전쟁에 나간 이후로 시아는 하루에 2시간도 채 못자고 있다.

컨디션이 안 망가지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최지선은 그런 시아를 보고 말했다.

“네가 여기서 맘 고생한다고 주인님이 안전해 지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이러면 어떻게 해?”

“하지만 선생님····.”

“됐어. 일단 지금 당장 침실에 가. 그리고 수면제든 뭐든 먹고 자도록 해. 일어나면 식사. 그때까지 집안일이나 공부는 일절 하지 마. 알았지?”

“············예.”

최지선의 단호한 말에 시아는 결국 어개를 늘어트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 시아를 보면서 최지선은 중얼 거렸다.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이 세계에서 여자는 강해야 하는 거야.”

민재가 전쟁터에 나간 이후로 이 집을 이끌고 있는 것은 최지선 그녀였다.

민재에게 가장 총애 받고 있는 시아나, 에러인 한수진도 식객으로 머물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민재 빼고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성격들이었다.

그에 반해서 최지선은 같은 슬레이브로서 다른 여자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을 도닥이면서 마음을 굳건히 하고 집안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 집안의 분위기가 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아 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유야 짐작이 가지만······.’

슬레이브로서 살아오면서 민재 같은 주인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중의 행운이다.

민재가 전쟁터에서 죽기라도 하면 그녀들은 모두 정부에 귀속 되었다가 다른 남자의 슬레이브로 배정될 것이다.

50인의 외국인 메이드들의 경우는 아직 민재를 사랑한다거나 하는 그런 경우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재는 기본적으로 그녀들을 안락하게 해 줬고, 성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한다거나 아무 남자에게나 접대를 시킨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 한 두 번씩 민재에게 안기기는 했지만 그 정도라면 그녀들 인생에 있어서 역경도 뭐도 아니었다.

그냥 일상 업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즉, 그녀들에게 있어서 민재가 최고의 남자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민재가 최고의 주인님인 것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다른 네 명의 경우는 달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진아였는데····.

마지막에 민재가 가면서 스스로 달래고 간 시아의 경우는 좀 괜찮았다.

민재가 전쟁터에 가기 전에 한 번 시아를 위로했기 때문에 그녀는 최소한 마음의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아는 그런 최소한의 위로도 받지 못했다.

민재가 한수진을 비롯해서 다른 여자들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에 상처를 받아서 토라져 있던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민재가 전쟁터에 간다는 말을 들었다.

“주인님······. 흑·····흑흑···. 죄송해요. 잘못 했어요. 제발···· 제발 살아 돌아오세요.”

덕분에 그녀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흐느끼고만 있었다.

은하의 경우도 정상은 아니었다.

“하아~, 주인님······.”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이 장점이었던 은하였지만 요즘은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민재는 최고의 주인님이었고, 최고의 남자였고, 또 최고의 가족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전쟁터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때를 썼을 정도다.

“나도 주인님하고 같이 갈 거야~!!!”

“얘가 미쳤나? 정신 안 차려~!?”

“아앙~! 선생님 말리지 마요~.”

뭐···. 이 세계가 아무리 미쳐버린 세계라고 해도 비전투원인 여자를 전쟁터에 가져다 놓을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의 억지는 하루 울고불고 하는 걸로 끝을 맺었다.

대신에 그녀는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보내면서 민재가 무사히 돌아올 것만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지선의 경우는···.

겉 보기에는 그녀가 가장 가장 정상으로 보였다.

다른 슬레이브들을 챙기면서 집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민재가 전쟁터에 가고 나서부터는 그 좋아하던 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들은 민재가 그저 살아 돌아오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가장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터에 나간 이상 어디서 어떻게 될지를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그때를 대비해서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집안의 돈 일부를 금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에는 그것을 빼돌리고 시아를 비롯한 여자들과 함께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아는 물론이고 이제는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서 평범한 슬레이브 역할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들은 민재로 인해서 한 번 안락함과 자유라는 것을 느껴 버렸다.

하늘을 날아본 새는 새장에 가둬 놓으면 병들어 죽어가는 법이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도망갈 때 쓸 수 있는 현금과 현물을 최대한 준비중 이었다.

물론 그녀 역시 민재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최고의 해결 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모든 준비가 그냥 헛수고가 되는 것이 최고지····. 꼭 살아오도록 하세요. 주인님.”

그녀는 민재가 있을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시아는 자신의 방에 가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털석~.

“하아~. ······자야 하는데·····.”

그녀는 몸을 뒤척이면서 잠을 청했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몸은 물먹은 솜이불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그렇게 피곤한대도 불구하고 잠은 전혀 오지를 않았다.

눈만 감으면 민재의 얼굴이 보이고 잠이 들려고만 하면 불길한 상상이 밀려 왔다.

기껏 잠들어도 민재가 전쟁터에서 죽는 악몽으로 몇 번이고 깨어 났는지 모른다.

결국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서 TV를 틀었다.

TV에서는 다행이도 전쟁터에서 한국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좋은 기사만 나오고 있었다.

“주인님····. 무사하신 거죠?”

시아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TV속의 전쟁터로 뛰어 들어서 민재를 만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시아의 뒤편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TV 뚫어지겠네.”

“아~!! 아··· 저기···· 한수진님?”

============================ 작품 후기 ============================

한수진과 시아가 만났습니다.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씬을 연출하는 것은 무리겠죠? 싸우면 히로인인 시아가 초살 당할테고....

당분간은 전쟁씬이 계속될 것입니다.

주인공의 활약이나 초능력자 배틀물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연애전선만 전개하다 보면 지루해지는 법이죠.

한가지 맛만 먹으면 계속 질리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요?

그리고....

원래는 전투씬이 제 특기 분야였고, 그걸로 발탁 되서 작가로 데뷔했던 저였는데... 어느새 전투씬을 소흘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전투씬에 공을 좀 들여볼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연참을 했는데도 순위가 안 올라가요? ㅠㅠ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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