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삐리리~. 삐리리~.
갑자기 울린 휴대폰은 병원에서 온 것이었다.
“여보세요.”
[“큰일입니다. 지금······.”]
병원 원장의 말에 의하면 지금 내 슬레이브로 알려져 있는 한수진에게 다수의 남자들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싸우고 있는데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해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확실히 초능력자들의 대전이 벌어지면 경찰들도 별 소용 없었다.
기본적으로 이 시대의 경찰들 역시 최고위층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이기 때문이다.
난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차 돌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난 차를 돌려서 바로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병원의 정원에서 여러명의 남자들에게 만신창이로 변한 한수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절체정멸의 순간에 딱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내 슬레이브가 아니라서 일까?
타이밍이 좀 많이 늦은 모양이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 이라면 아직 그녀는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그녀를 제압하고 범하려고 하는지 자기들 끼리 순서를 두고 티격태격 하고 있었다.
········비슷한 모습을 몇 번이고 봤지만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광경이다.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나 역시 저런 놈들과 같은 ‘남자’라는 종족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뭐 하는 짓들이야?”
난 놈들에게 천천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놈들 중에 한명이 나를 향해서 말했다.
“뭐? 넌 누구야? 뭔데 갑자기 끼어 들어?”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죽고 싶어서 발악하는 모양인데····.
일단 중요한게 아니니까 생까고 내 할말만 하자.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뭐?”
“저 여자 저렇게 만든게 너희들이냐?”
물으나 마나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 중에 한 놈이라도 무관계한 놈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 봤다.
그럼 그 무관계한 놈들은 그냥 보내주려고 말이다.
하지만 놈은 그런 나의 호의를····.
“이런··· 어린 놈의 새끼가···. 싸가지가 아주 바닥을 기는 구나? 확~ 그냥 아주···. 어이구 그냥····.”
말만 많고 다른 사람들 눈치만 보는게 별로 배짱은 없는 놈 같다.
그리고····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역시 이 놈들은 모두 한 패다.
즉~.
“전원 박살을 내 주마.”
“뭐···. 크하하하··· 어이~. 이봐~. 여기 이 놈이 우리를 박살을 낸다는데? 여기 좀 봐~. 빨리 와 보라고~~.”
굉장히 마음에 안드는 척하면서 나한테 먼저 덤비지는 않는 놈이다.
그리고 그런 놈의 선동 때문에 주변의 남자들은 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 한 놈이 날 보고 말했다.
“어~? 민재야?”
“뭐? 박민재?”
“여·· 여기 없다며?”
꼬라지를 보아하니 내가 아는 놈들이다.
놈들은 며칠 전에 학교 옥상에서 한수진에게 박살이 났던 녀석들이다.
아마도 찌질하게 모여서 복수를 하겠다고 힘을 모은 모양이다.
‘그렇게 한심의 만렙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냐?’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내가 원인 제공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침 그녀가 약해지지만 안았다면 저 쓰레기들이 이렇게 설탕에 꼬이는 개미때 마냥 달려 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문득 죽이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놈들을 둘러보고 외쳤다.
“주재진~. 주재진 어디 있어?”
내가 외치자 멀리서 다른 인간 뒤편에 숨어있던 주재진이 슬그머니 나왔다.
그럼 그렇지···. 네가 이런 자리에 끼지 않을 리가 없지··.
난 놈을 향해서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그러자 놈이 총알 같이 튀어 왔다.
“민··· 민재야. 불렀어? 억~.”
빡~.
난 그런 놈을 보고 바로 촛대를 까버렸다.
그리고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놈을 보고 말했다.
“꿇어 새끼야.”
“······민재····.”
새끼가 어디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민재야. 민재야 부르고 있어?
내 여자 건드렸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기분이 그리 상쾌한 것은 아니다.
난 놈에게 살기를 풀풀 날리면서 말했다.
“꿇으라고 했다. 참고로 텔레포트로 튀려면 타이밍 잘 파악 하는게 좋아. 잘못 하면 죽는다.”
“·············.”
놈은 그대로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완전히 임전 태세로 변한 나에게서는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 시아의 일로 트러블이 일어났을 때 놈이 도망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너무 흥분해서 냉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냉정하게 상황만 파악했다면 놈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주재진이 꿇고 우리 학교의 다른 놈들도 내 앞에 와서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보는 쌍판들은 이 어색한 분위기에 어리버리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꿇어.”
내 말에 놈들 중 몇몇이 쭈뼛거리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분위기상 내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대강 눈치 챈 것 같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남자가 50명 가까이 모여 있다.
이렇게 되면 몇몇 정도는 호기를 부리는 법이다.
“에이~썅~. 넌 누군데 갑자기 나타나서 지랄이야?”
저기 저 근육 바보처럼 말이다.
뭐하는 놈인지 몰라도 대머리에 근육만 짱짱한 변태처럼 생긴 놈은 내 쪽을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내 앞으로 와서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말했다.
“어이~ 꼬맹이~. 죽고 싶냐?”
“······아니. 내 눈에는 네가 그런 걸로 보이는군. 셋 샐 동안 얌전히 꿇어라.”
“하~! 그러셔. 꼬마야 네가 잘 모르나 본데 나는 초능력 부대의 입관 시험에 2차 통과 고지까지 받아본 인간이다.”
“하나······”
그게 어쨌다고?
기껏해야 국가의 전투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 보는 시험일 뿐이잖아?
더구나 결국은 3차에서 떨어졌다는 말이고···.
내 경우에는 거기 원서 밀어 넣으면 바로 별을 달아준다.
“보아하니 젊은 녀석들 중에서 힘 좀 쓰나 본데···. 경력의 차이가 뭔지 보여줄까?”
“둘·····.”
경력이라···.
이 자식한테 들으니까 기만 찰 뿐이다.
하다못해 랭커끼리의 싸움을 한 번이라도 해 본 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다.
“지금이라도 형 말 듣고 얌전히 고개 숙이고 꺼지면 한 번은 봐 주마.”
“셋. ·····이놈이고 저 놈이고 말 뿐이군.”
“뭐~?”
“죽어~.”
기회는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줬다.
파지지지지직~.
“으아아아아아아~~!!!”
이러쿵 저러쿵 실컷 떠들어 대는 놈이었지만 전격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니까 그제야 시끄러운 입을 닥쳤다.
난 쓰러진 놈을 보고 중얼 거리듯이 말했다.
“확실히 전격이 편하단 말이야···. 어지간한 물리 방어력은 다 파고 들어가 버리니까····.”
보통 전투형 초능력자들은 대부분 염동력을 쓸 수 있고 그걸로 물리공격을 방어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내 전격은 어지간한 염동 실드는 다 파고 들어가 버린다.
한 마디로 잔챙이들 상대 할 때는 최고로 편하다.
놈들도 그것을 알았는지 신속하게 모두들 무릎을 꿇었다.
난 그런 놈들에게 시선을 내리 깔면서 말했다.
“아직 할 놈 남았나?”
“···········.”
“···········.”
“···········.”
“···········.”
내 말에 대답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이 여자는 내가 데려가겠다. 너희들에게 넘겨 주기는 아까운 여자야.”
난 그렇게 말하고 한수진을 내 어깨에 들쳐 메고 내 차에 태웠다.
놈들에게 엉망으로 당하기는 했지만 나한테 당했을 때보다는 경상이었다.
다만 지금은 데미지 때문에 기절 했을 뿐.
앞으로 또 이런 잔챙이들이 올지 모르니 우선은 우리 집에서 간호 하는게 좋겠다.
“··········으음···. 헉~?”
한수진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넓은 방과 푹신한 침대였다.
“····여기는··· 병원은 아닌데?”
그녀가 누워 있던 병원의 특실도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으으····, 아파라···.”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중간에 정신을 잃었던 그녀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준 것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도 말이다.
“·······후우~, 병 주고 약주는게 취미인가?”
이번에 그 남자들에게 진 이유는 민재에게 당한 부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를 구해준 것도 민재이니···.
뭔가 말하기도 애매해져 버린 것이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약간 비틀 거리면서도 걸어서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루브루 박물관? 아니면 궁전?”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대저택의 인테리어와 그곳을 청소하고 있는 몇몇 메이드들이었다.
“····여기는 어디지? 설마 죽고 천국에 온 것은 아니겠지?”
“천국은 아니고 우리 집이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확 틀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민재가 손에 사과 하나를 통째로 들고 씹어 먹고 있었다.
“좋은 아침. 하루 종일 자더니 이제 일어났네.”
“·····무슨 상관이야?”
“상관이야 없지만···. 배 고프지 않아?”
“··············.”
고팠다.
대답 없는 그녀를 보고 민재는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아직 안 먹었어. 같이 먹자.”
“·······좋아. 단 특별이야.”
그녀는 그렇게 민재하고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녀는 민재의 집안의 인테리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닥에 꼼꼼하게 깔려 있는 양탄자는 그냥 호텔 로비에 깔려 있는 그런 싸구려가 아니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발이 푹신하게 드러가는 것이 마치 솜 덩어리 위를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줬다.
그리고 벽면에 걸려있는 미술품들은 하나같이 격조가 있는 것들 이었고, 계단을 내려가서 위를 살펴보니 홀의 천장에 달려있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넓은 홀의 구석구석까지 태양빛을 자연스럽게 반사하고 있었다.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왕자님과 공주님이 사는 성 같았다.
그녀는 주변을 연신 신기한 듯이 두리번 거리다가 민재에게 말했다.
“·····돈 많은가봐? 랭킹 100위권 안이라고 했지?”
“그·래···. 그렇지.”
“돈이 얼마나 나오는데···. 한 100억?”
그녀의 말에 민재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기가 얼마나 받고 있는지 설명했다.
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민재가 랭킹 97위였던 시절에 년 간 지급액만 해도 120억에 면세 해택이었다.
거기다 랭킹에 진입했을 때 일시불로 200억의 현금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랭킹34위인 민재의 해택은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현금 5,000억 지급.
정부 제공의 차량 10대와 전용 헬기 2대. 전용 비행기 1대, 개인 보트 1대.
모든 세금 면제.
법적 우대 등급 1급. (살인도 특별한 대상이 아닌 이상은 벌금 정도로 끝난다.)한도 매월 1,000억 상당의 국가 법인 카드 발급.
이게 지금 민재가 국가에서 받고 있는 해택이었다.
============================ 작품 후기 ============================
좋겠다.... 돈 많이 받아서.....
으으... 연참을 그만두니 순위가 많이 내려갔어요.ㅠㅠ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서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 즐감하시고... 오늘 '독한놈 미친놈' 완결이 나왔습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제 슬슬 이벤트도 한 번 해야 겠군요...
제 이벤트가 뭔지는 노예상인 시절의 독자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PS. 뜰에 한 번 놀러 오십시오. 제가 추천하는 뮤직 비디오(?)를 몇개 올려 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