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여자에게···. 그것도 처녀에게 옷을 벗긴다는 것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중에 하나라는 반증이었다.
민재는 덜덜 떨고 잇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를 벽에 밀어 붙이고 양손을 머리위에 올려서 한 손으로 구속했다.
그녀는 더 이상 가리지도 못하고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을 민재에게 보였다.
시아와 은하의 중간 같은 타입인 그녀는 벗겨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슬림하고 잘 단련된 몸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인어를 연상시키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나체를 그녀는 가리지도 못하고 모든 것을 보이는 수 밖에 업었다.
“크윽·······.”
자신의 은밀한 속살을 빤히 바라보는 민재의 눈길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다.
시아나 진아 같은 슬레이브들에 비해서도 전혀 빠지지 않는 그녀의 아름다운 나체였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민재의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그리고 민재는 자기 바지의 벨트를 풀면서 말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날 저주하든 말든 그건 네 유일한 자유다.”
‘설마·····?’
“아··· 안 돼? 하지 마~!! 악~!!”
불길한 상상으로 다시 한 번 힘을 줘서 방해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민재의 주먹이 다시 한 번 그녀의 복부를 가격했다.
이제는 늑골이 부러졌는지 내장이 압박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민재는 손을 내려서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서 자기 무릎으로 고정 시켰다.
덕분에 그녀의 한쪽 다리가 벌어져서 그녀의 은밀한 음부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리고 민재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끝이다····.”
“안 돼. 하지 마····. 제발~~!!”
에러로 태어난 덕분에 고이고이 지켜온 자신의 순결이 끝장날 위기에 처했다.
벌어진 다리 사이의 음부에서는 민재의 손길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쓰다듬고 있었다.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 없었다.
민재는 그대로 가차 없이 그녀를 범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주인님····. 부탁 이예요. 그만 하세요····.”
시아가 민재를 뒤에서 껴안고 애원했다.
그리고·····.
민재의 눈빛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한 거지?’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내 정신은 아니었다.
모순되는 표현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나에 관해서 설명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시아의 뺨과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을 본 순간 내 안에서 뭔가의 스위치가 올라갔다.
딸칵~.
머릿속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은 다음부터는 나 자신도 놀랄 만치 냉정하게 한수진을 짓밟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토해질 정도로 잔인하게 짓밟으면서 난 마치 이게 꿈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현실 감각이 도무지 없는 것이다.
틀림없이 내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이 감각···.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의 잔학성에 놀라면서도 내 몸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결정타가 터졌다.
내가 한수진을 강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성을 남자가 힘으로 안는 것이야 늘 벌어지는 일이다.
프리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한 번 정도는 겁탈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맹세코····,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당초에 내 슬레이브인 시아들도 결국 건드리지 않은 나였다.
그런데 그런 내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생면 부지의 여자를 강간하려고 하다니···.
그녀가 싫다고 애원했지만 난 오히려 그런 그녀의 애원에서 승리감과 도취감을 느꼈다.
그녀를 안고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해서 그녀를 범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그녀보다 우월한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내 가슴속에서 무럭무럭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본격적으로 유린하려 할 때···.
“주인님····. 부탁 이예요. 그만 하세요····.”
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때서야 난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내 정신이 온전해 졌다.
정신을 차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내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수진과 내 등 뒤에서 날 꼭 껴안고 있는 시아였다.
“후우~.”
난 한숨을 길게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방금 있었던 일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뭔가의 부작용이 일어난 건지도···.
어쨌든 상관없다.
이제 제 정신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이게 다·····.
“고마워. 시아야···.”
“·············?”
그래. 이게 다 시아 덕분이다.
한바탕 난리가 난 후····.
민재는 뒷일을 대강 정리하고 일단 오늘은 학교를 조퇴했다.
최지선을 불러서 시아와 다른 진아들까지 모두 집에 데려가라고 하고 중상을 입은 한수진을 직접 병원에 데려다 줬다.
집에 돌아가는 길·····.
“················.”
“················.”
“················.”
‘····애들이 왜 이러지? 분위기가 왜 이렇게 무거워?’
운전을 하고 있는 최지선은 어색한 분위기가 몹시도 불편했다.
“아~~. 그러고 보니···. 결국 오늘은 나까지 땡땡이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모두들 집에서 같이 놀까? 볼링? 노래방? 아니면 영화?”
“별로요.”
“됐어요.”
“저도 오늘은····.”
차례대로 진아, 은하, 시아였다.
“·····아~. 그래·····.”
‘도대체 애들 왜 이러는 거야?’
세 사람이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운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 보겠다.
먼저 진아의 경우····.
‘······난 왜 그때 말리지 못했지?’
지금 진아의 가슴 속에 가장 강하게 맴돌고 있는 감정은 후회였다.
민재가 한수진을 짓밟고 그녀를 범하려고 할 때.
그때 시아는 뒤에서 민재를 끌어안고 간절하게 애원하면서 민재의 폭주를 말렸다.
순간 진아는 자칫 잘못하면 시아조차 혼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화가 난 민재를 본 진아는 감히 나설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엉청났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
주인이 화가 났을 때는 그냥 가만히 순종하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의 슬레이브들이다.
그게 예의고 일종의 생존 법이었다.
하지만······, 시아는 달랐다.
시아는 폭주하는 민재를 말린 것이다.
자신의 체온과 자신의 목소리로 말이다.
“휴우~.”
진아는 그게 분했다.
‘나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아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는 사람도 가장 소중한 사람도 주인인 민재였다.
그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진아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민재가 화가 났을 때 진아는 스스로의 몸을 사리고 있었다.
민재가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본인의 안전을 우선시 한 것이다.
하지만 시아는?
그녀는 자기 몸을 던져서 폭주하고 있는 민재를 말렸다.
그리고 그게 통한 순간 진아의 가슴속에는 깊은 패배감이 들었다.
몸을 사리고 뒤로 물러난 자신.
몸을 사리지 않고 민재에게 매달린 시아.
패배감과 후회감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하의 경우····.
‘주인님이 화나면 그렇게 무서운 분이셨나?’
은하는 과거의 주인이었던 사람에게 지독한 학대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SM쪽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는데···.
여자를 때리고 부수고 파괴 시키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중증 변태였다.
그 남자의 슬레이브로 팔렸던 은하는 거의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약 4개월 남짓···.
그 남자의 슬레이브로 있던 은하는 삶의 기력도 모두 사라지고 이제 그만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더 이상 괴롭혀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축 늘어져 있는 은하는 그 남자에게 더 이상 취향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은하를 팔고 다른 슬레이브를 샀다.
그리고 은하는 그 남자에게 해방 되었고, 운이 좋아서 몸도 회복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한 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폭력과 고통에 과민반응 하는 것이다.
성적인 능욕은 괜찮았다.
그 남자와 있을 때에 비하면 성적인 대상으로 희롱당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통에 관해서는 다른 여자들 보다 몇 배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시아에게 민재가 얼마나 때리냐고 물었을 때···.
그때 은하는 사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리고 시아가 절대로 주인님은 자신을 때린 적이 없다고 하자 크게 안심했다.
다른 것은 다 괜찮았다.
주인님은 좋은 사람이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기 몸을 쾌락의 도구로 취급당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폭력에 비하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크게 안심하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오늘 은하는 민재가 여자를 때리는 것을 봤다.
그래···. 시아의 말은 틀렸다.
아니·· 시아의 성격상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맞지 않은 것은 시아였지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뜻하는 것은····.
‘나도 주인님을 화나게 하면 맞을 거야. 그렇게 잔인하게·····.’
은하는 그게 무엇보다 걱정이었다.
평소에 성격이 밝아서 분위기 메이커를 하던 그녀도 오늘 만큼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아의 경우는····.
침묵은 침묵이라도 좀 다른 의미였다.
그녀는 우울한 이유로 침묵 하는게 아니라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인님이 왜 그러셨을까?’
시아의 생각의 주제는 이것 이었다.
시아는 어려서부터 쭉 민재와 함께 자란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빛만 봐도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아에게도 오늘 민재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상해···. 주인님이 그러실 리가 없어.’
여자를 잔인하게 짓밟고, 여자를 강제로 능욕하려고 하다니····.
전혀 민재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하실 주인님이 아니야.’
진아나 은하와는 다르게 시아는 근본적으로 민재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그런 그녀였기에 조금이나마 눈치 챌 수 있었다.
민재 본인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오늘의 일을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 일은 민재와 시아에게 있어서 커다란 변혁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다.
============================ 작품 후기 ============================
여러분들의 응원에 항상 감사드리며 오늘도 연참을 했지만....
슬슬 페이스 배분을 신경써야 할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 '끝장난 세계의 히어로'와 '마왕이 될 테다.'를 비축분만 가지고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러다가는 다른 소설의 연재 페이스에 지장을 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래도 여러분들의 광폭 추천에 보답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도까지는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매일 연재 만큼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