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43화 (43/176)

45화

<민재 분노하다.>

교장실에 가니 거기에는 교장과 함께 내가 모르는 남자가 한 명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정부의 관리자중에 한명인 남오수하고 합니다.”

“····박민재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아··· 그게 그러니까···. 우선 좀 앉을까요? 얘기가 길어 질 것 같습니다.”

“······그러죠.”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교장은 우리한테 차 한잔을 타주더니 그냥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얌전하게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큼···· 우선··· 얘기에 앞서서 이번에 랭킹이 대대적으로 오른 것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은 별로 안 감사하다.

“저기··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조금 꺼림칙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게 뭡니까?”

“최근에····. 한수진이라는 에러가 박민재님 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녀를 좀 눌러 줬으면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얘기가 좀 이상해진다.

여자라고는 해도 한수진은 에러다.

귀중하고 희귀한 샘플 취급받고 있는 그녀는 어떤 의미로는 어지간한 남자 이상으로 정부에서 애지중지 보호 받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정부의 관리자가 나를 보고 그녀를 눌러달라고 하는 걸까?

“뭐···. 죽여 달라는 말 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 행동에 문제가 좀 많아서 골치를 썩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어제만 해도 무고한 남자들을 공격해서 큰 부상을 입히지 않았습니까?”

“·············.”

별로 무고한 남자 소리 들을 놈들은 아니었는데?

더구나 여러 명이서 한 명을 다구리 치려다가 거꾸로 당한 머저리들의 복수 따위는 해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자라는 사람은 계속해서 자기 입장을 말했다.

“저도 사살 상당히 곤란합니다. 하필이면 제 구역에 그런 사고뭉치가 와서···. 민재님이 그녀를 눌러주기만 한다면··. 그럼 뒤처리는 제가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 주시겠습니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 같아서는 단칼에 싫다고 거절하고 싶었다.

그녀와 딱히 싸울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여자한테 힘을 쓴다는 것이 매우매우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자의 말을 무작정 거절 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내 앞에서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고 있지만 저 사람은 정부에 끈이 닿아있는 존재다.

나보다 초능력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국가 권력을 동원 할 수 있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상대에게 NO를 말할 때는 조금 생각을 하고 말해야 했다.

괜히 찍혀봐야 피곤한 것은 나와 내 식구들뿐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진짜 어쩌지? 내가 안 한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

하염없이 고민하면서 난 교실로 돌아갔다.

‘도대체 그 새끼는 정체가 뭔지?’

한수진은 신경이 날카로웠다.

그녀는 오늘 하루종일 작정을 하고 민재에게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마치 뉘집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무시만 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남자라는 생물의 통상적인 행동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관점으로 봤을 때, 남자라는 생물은 여자에게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병신 같은 생물이었다.

그런데 도발에 도발을 거듭해도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어째서일까? 타고난 성격이 별종인 걸까?

아니면 자기한테 겁을 먹은 것일까?

‘어쨌든···. 이대로는 안 돼. 더 강하게 시비를 걸어서 그 놈도 박살을 내버릴 거야. 그리고 이 학교의 여자애들을 구해 줘야지.’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4교시가 끝났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민재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민재의 슬레이브인 시아와 진아들이 나타났다.

“어머~. 주인님이 안 계시네?”

“정말? 어디 가셨나?”

“도시락 어쩌지?”

항상 복도에서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민재가 보이지 않고, 교실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아는 주변 여자애들에게 물었다.

“저기, 우리 주인님 못 봤니?”

“아~. 민재님은 아까 교장실에 호출을 받아서 가셨어.”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방송.”

“깜빡 했네····.”

“어쩔까? 교장실로 갈까?”

“아니·· 기다리자. 괜히 가다가 길만 엇갈리는 것 보다 그게 나아.”

“히잉~. 배고픈데····.”

“조금 참아.”

그리고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녀들에게 한수진이 다가갔다.

“아~. 너희들··· 혹시 민재놈의 슬레이브니?”

“·······예. 혹시····.”

“아~. 그 놈이 나에 관해서 말 했나 보지? 그래. 내가 한수진. 에러야.”

“·····안녕하십니까? 한수진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수진님.”

“처음 뵙겠습니다.”

공손하게 허리 숙여서 인사하는 그녀들을 보고 한수진이 미소로 화답하면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그 새끼의 슬레이브란 말이지····.”

움찔~.

순간 한수진의 말에 시아를 비롯한 세명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였다.

남자들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주인을 여자인 그녀가 ‘그 새끼’라고 폄하하는 것을 듣고 순간 반응한 것이다.

더구나 한수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희들도 고생이 많구나····. 그 새끼가···.”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뭐?”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한수진의 말에 반응해서 대꾸한 것은 바로 시아였다.

은하는 의외로 험악한 분위기에는 국으로 엎드리는 성격이었고···.

최지선은 현장에 없었다.

그리고 진아의 경우는 듣기는 거슬렸지만 여자 중에서 가장 고위의 신분이라고 할 수 있는 에러인 한수진에게 대항할 생각은 없었다.

그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당연한 순리였다.

하지만 설마하니 평소에 가장 얌전했던 시아가 한수진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해 버렸다.

‘시아야······.’

‘애가 어쩌려고 이러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진아와 은하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한수진은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로 시아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라니? 뭘?”

“····제 앞에서 제 주인님을 험담하지 말아 주세요.”

또박또박하게 말하는 시아를 보는 한수진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미소였지만 기쁨의 감정을 눈꼽 만큼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래····. 너 같은 여자들이 있기는 있지····. 여자면서 여자의 적인 여자들이 말이야.”

“····저기··· 죄송합니다. 애가 뭘 몰라서···.”

옆에서 진아가 끼어들려고 했지만 그전에 한수진의 손이 먼저 나갔다.

짝~.

시아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고, 그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손이 제법 매웠는지 시아가 비틀 거렸다.

그런 시아에게 한수진이 말했다.

“왜~. 여자한테 맞은게 처음이야?”

조소하며 시아를 비웃는 한수진의 얼굴에는 명백하게 경멸의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더 힘껏 시아의 뺨을 때렸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나고 동시에 시아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쓰러졌다.

한수진은 그런 시아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교복 상의를 잡았다. 그리고···.

쫘아악~~!!

“·····꺄악~!!!”

여자에게 미처 이런 일을 당할줄은 시아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녀는 양팔로 상체를 감싸 쥐고 수치심에 비명을 질렀다.

한수진은 그런 시아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얼굴을 들어올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예쁜걸? 고운 피부에 수려한 이목구비···. 이게 그놈의 취향인가 봐?”

“··············.”

시아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한수진의 눈을 피할 뿐이었다.

주변에 지켜보는 남자는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은 부끄러웠다.

애당초 이런 경험은 한 번도 없었던 시아였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런 시아의 태도조차 한수진에게는 거슬렸던 모양이다.

“네가 이 어여쁜 몸으로 남자들에게 아양이나 떨어서 편하게 사는 동안··· 보통 프리계급의 여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줄 알아?”

“··············.”

“예쁜 옷에 맛있는 음식. 그냥 남자들 앞에서 너 같은 골빈 년들이 다리만 벌려서 손쉽게 손에 넣는 것이지. 그런데 그런 년들이 감히 내 앞에서 뭐가 어쩌고 저째?”

한수진의 분노는 어제 남자들을 상대할 때 이상이었다.

원래 확고한 사상을 가진 인간들은 좋고 싫고도 뚜렷한 법이다.

자기편과 적의 경계가 뚜렷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배신자들이었다.

자신이 돌봐 줬는데 배신했다.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 배신자들을 향한 분노는 적을 향한 증오 이상이었다.

지금 한수진이 시아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한편 시아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까지 그녀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본격적인 폭력이라는 것을 겪어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과거에 주재진과 몇몇 남자들이 그녀를 성적으로 추행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민재가 막아 주었다.

무엇보다 민재는 대한민국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능력자이다.

그런 민재에게 애지중지 보호 받아온 시아는 이제까지 이런 본격적인 폭력은 처음이었다.

‘····무서워···. 주인님···.’

시아는 눈앞에 자기를 매도하고 있는 한수진이 무서웠다.

그리고 이럴 때 마다 나타나주는 자신의 주인을 꼭 불렀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에 대답이 들려왔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방은 조용했다.

이제 민재를 제법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던 진아와 은하도 지금은 침묵을 지켰다.

살기.

아주 진한 살기가 이 공간에 찐~하게 퍼져 있었다.

마치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로 공기가 무겁고 찐득찐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살기라는 것은 인간부터 야생동물까지 모두들 느끼는 것이다.

약장수들이 단전에서 뭔가가 올라와서 안광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헛소리가 아니다.

살기라는 것은 일종의 살의나 자기 보호본능의 경고다.

상황이나 눈치로 지금 자기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파악하는 본능인 것이다.

간단하게····.

자기 미간 앞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뾰족한 펜이나 나이프를 가져가면 그 위화감은 더욱더 강해진다.

그런 식으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위기감을 느끼는 센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었다.

[까딱 잘 못 하면 죽는다.]

라고 말이다.

이 자리에 있는 여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굶주린 사자와 한 우리에 가둬진 토끼 같이 느껴졌다.

심지어 이 사태를 초래한 한수진 등줄기를 타고내리는 식은땀을 느꼈다.

‘····이 정도였던가?’

강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설마 했었다.

상위 100명 안에 들어가는 랭커라고 해도 같은 초능력자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민재가 자꾸 양보하고 호구처럼 굴자 자신감은 더욱 더 커졌었다.

하지만···.

정작 민재가 몸을 일으키고 어금니를 드러내자···.

그제서야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실감했다.

다른 여자들이 사자 앞의 토끼처럼 느끼고 있다면 그녀는 사자 앞의 여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사자 앞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생물들이었다.

============================ 작품 후기 ============================

뜨거운 응원에 감사드리며 연참하고 또 즉시 집필에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 추천 덕분에 저도 요즘 의욕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뭐... 이브에 할 일이 글 쓰는것 밖에 없다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