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3분후.
인스턴트 컵라면 하나 만들 정도의 시간 만에 한수진에게 시비를 걸었던 남자들이 전원 옥상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놈들의 공통점은 큰 상처는 없는데 모두들 눈물 콧물을 쏟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으··· 으으····.”
“아아·····. 아··· 제발·····.”
“아으····. 주·· 죽을 것 같애····.”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한수진은 차갑게 비웃었다.
‘평소 너희들이 괴롭히던 여자들의 고통의 100분의 1이나마 느껴라.’
그녀는 그 상태로 쓰러진 주재진에게 가서 머리를 발로 밟아 버렸다.
콰직~.
“으··· 으으··· 이게····.”
주재진은 여자한테 자기 머리를 밟혔다는 치욕이 치를 떨었다.
그런 주재진에게 한수진이 말했다.
“아프지? 아니 아마 아픈 정도가 아닐거야···. 손이 끊어지는 것 같을걸?”
“으··· 이···이거 당장 풀어···.”
“훗~,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으으······. 빠드득····.”
한수진은 주재진의 머리를 밟은 발에 지그시 힘을 주면서 말했다.
“잔소리 하지 말고···. 아까 걔한테 가서 사과해. 무릎 꿇고. 그럼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 주지···.”
“웃기지 마~!!!!”
발악하듯이 소리치는 주재진을 보고 한수진의 눈빛이 더욱더 차가워 졌다.
“아····· 그러셔?”
그리고 한 수진의 손이 주재진의 어깨쪽을 슬쩍 훑었다.
그러자·····.
“아아아악~!!!!! 아악~~~!!!”
주재진은 미친듯이 고통스러워 했다.
뭐를 어떻게 했는지 온몸을 활처럼 휘면서 미칠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런 주재진에게 한수진이 다시 한 번 찬스를 준다는 듯이 말했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안 그러면 다음에는 쇼크사 할지도 모른다.”
“으으··· 으그극··· 으윽····.”
미칠 것 같은 고통으로 잇몸이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있는 주재진에게 수진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까 그 애한테 가서···. 사과해. 무릎 꿇고 대가리 바닥에 박고, 싹. 싹. 빌라고 이 개. 새. 끼. 야.”
“으··· 으그그·········.”
“아~? 뭐라고? 안 들려.”
“···아···악그그····· 내···· X이나 빨아. 이·····아아가가가·····.”
“··········.”
주재진의 말에 한수진의 눈이 더없이 차가워 졌다.
그 눈빛은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심판자의 눈이었다.
어째서 주재진은 이렇게 고통 앞에서도 개김성 짱짱하게 개기는 것일까?
이런 근성있는 인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주재진은 과거에 민재와 트러블이 일어났을 때 재빨리 도망갔다.
그리고 그 후에는 자기 슬레이브인 최지선을 바치면서 까지 바싹 꿇어 엎드렸다.
애당초 강자에게 맞서서 자기 권리를 지킬 배짱과 근성은 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놈은 자존심을 위해서 미칠 것 같은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보통 사람은 고통 앞에서는 약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고문이라는 것이 고래부터 횡횡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가끔은 그 고문조차 통하지 않는 타입들이 있다.
그런 타입의 공통점은···. 육체의 고통조차 굴복할 수 없는 강렬한 의지에 있었다.
애국심. 충성심. 신념.
뭐 그런것 들이다.
물론 주재진이라는 놈이 그런 훌륭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놈은 아니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태어나 자란 주재진에게 있어서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굴복한다?]
주재진의 머릿속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현대인의 관념으로 보면 자기 가족을 죽여라. 라는 개념 정도로 놈의 머릿속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철저한 남성우월주의에 젖어서 여자를 그냥 말하는 암컷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놈에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같은 남자인 민재에게는 굴복했지만 한수진에게는 굴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설마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최후의 보루 같은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좀 잘못 봤다.
“후회는········. 없는 걸로 알겠다.”
한수진의 손이 마치 사신의 손길처럼 주재진의 안면을 향해서 다가왔다.
설마설마 했던 주재진은 생애 최대의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그때····.
“그만하지 그래?”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그리고 손길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니 거기에는 민재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침묵하는 그녀에게 민재가 말했다.
“그 능력···. 안면이나 심장에 쓰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마치 내 능력이 뭔지 알겠다는 듯 하군.”
“그래. 알아.”
“··············.”
점심을 먹은 후 교실에 들어오니····.
분위기가 엉망진창 이었다.
여자애들 중에 몇몇은 훌쩍이고 있었고 바닥에는 피자판이 어지럽혀 져있고···.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난 여자애들 중에 한 명에게 전후 사정을 물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사정을 알게 되었고 한수진과 남자들이 한판 붙기 위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알았다.
“····교실 치우고··. 선생님 오고든 나하고 수진이는 조퇴하고 전해.”
“예. 저기··· 민재님?”
“왜?”
“······조심 하세요.”
난 그녀의 말에 피식 웃어 버렸다.
마치 지금부터 내가 옥상에 가서 남자들과 한수진의 싸움을 말리려고 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가?
‘·····뭐, 그렇게 할 거지만····.’
그리고 옥상에 올라온 나는 하이딩 스킬을 시전한 상태로 한수진과 남자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그 결과는 솔직히 놀라웠다.
난 원래 한수진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전제로 도와주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압승 할 줄이야···.
특히 그녀의 능력은 놀라웠다.
처음에 주재진과 싸울 때는 나도 저 능력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 단체로 덤비는 남자들을 제압할 때 그 능력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리고 감탄했다.
초능력은 노력보다는 재능이 우선적이라는 말이 통념적이다.
하지만···. 저것은 그 통념에서 벗어나 있었다.
흔한 능력이지만 ‘그 능력’을 저기까지 갈고 닦는 것은 아마도 범상치 않은 그녀의 노력이 필요 했을 것이다.
난 그녀가 화를 참지 못해서 주재진을 죽이려고 하자 중간에 끼어들어서 막았다.
주재진 같은 놈은 죽든 말든 내 알바 아니었다.
하지만···. 에러라고 해도 여자인 그녀가 남자를 죽이면 정부에서 제재가 들어갈지도 몰랐다.
뭐···. 정확히 말하면 어떤 상황이 될 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끼어 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허세는 일품이군···. 어디 내 능력이 뭔지 한 번 말해 보실까? 정답을 맞추면 네 동료는 놔 주지.”
딱히 그 개자식이 내 동료는 아니다.
하지만 능력이 뭔지는 알겠다.
“네 능력은··· 결빙. 레벨은 아마도 7이겠지? 하지만 컨트롤까지 따지면 아마 X급일걸?”
움찔~.
차갑고 날 깔보는 표정이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동요의 기색을 보였다.
“어떻게 알았지?”
“대강···· 아까 놈들을 상대할 때 순간 네 손이 반짝이는 것을 봤거든.”
“단순히 그것만으로 알았다고?”
“아니 그것 말고도 저 심상치 않은 고통과 표면의 피부가 검은 빛을띄기 시작한 상태를 보고 짐작했지.”
“············.”
“아마도 결빙의 능력을 이용해서 인체에 인위적인 동상 상태로 만든 거겠지? 그것도 평범한 동상이 아니라 세포단위까지 꽁꽁 얼려 버리는·····.”
“·······똑똑하군 그래···.”
인간은 일정 이상의 더위나 추위에 약한 법이다.
하지만···. 더위가 주는 감각은 괴로움이지만 추위가 주는 감각은 엄연한 고통.
즉 통각에 가깝다.
특히 동상의 경우 표피 동상을 넘어서면 그때 부터는 무시무시한 고통을 수반한다.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느끼고····.
혈관 수축과 세포 파괴····.
한 마디로 지옥 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보통 동상은 피부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파고 들어가지만 그녀의 동상은 내부의 근육과 뼈까지 순식간에 결빙 시켜 버리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고통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후후···· 하하하······.”
“············.”
그녀는 실컷 웃어 재끼더니 주재진의 멱살을 풀어주고 나에게 다가오면 말했다.
“정답이야···. 난 몸에 내 능력인 결빙의 능력을 꼼꼼하게 둘러 두지.”
“과연···. 공격이자 방패라는 건가?”
아까 주재진의 공격에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실제 놈의 주먹은 그녀에게 닿지도 않았다.
그녀의 전신에 두르고 있는 결빙 능력의 실드에 막히고 동시에 그녀의 결빙에 주먹을 당한 것이다.
실로 공방 일체의 절묘한 능력이다.
무엇보다···. 처음 보는 사람은 저 능력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초능력자간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상대의 능력을 봉쇄하는 것.
그 기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 말이 뜻하는 것은···.
“제법 많은 전투를 해 봤나 보군.”
“세상에 개새끼들이 워낙에 많아서 말이야.”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 나는 살짝 몸을 긴장 시켰다.
저 능력은 나라도 당하고 나면 골치 아프다.
소멸의 능력이면 저 결빙의 방어도 뚫을 수 있을 테니 그리 두려울 것은 없지만···.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군.’
원래 싸움을 즐기는 나도 아니지만 여자하고의 싸움은 더욱더 피하고 싶었다.
다행이 그녀는 내 옆을 스쳐서 지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나직하게 경고를 했다.
“저 쓰레기들은 넘겨 주지···. 하지만 앞으로 몸 사려라. 아니면 내 눈앞에서 꺼지던가.”
그리고 옥상에서 내려가는 그녀를 보고 참 터프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너무 드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다····.
옥상에서 내려온 한수진는 한 숨을 내쉬었다.
‘위험했어····. 설마하니 내 능력을 꿰뚫어 보는 남자가 있을 줄이야····.’
겉으로는 최대한 여유 있는척 했지만 사실 그녀는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인 결빙을 이용해서 상대를 순식간에 동상 상태로 만드는 이 능력은 단 한 번도 적에게 파악 당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은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 치열하게 연구를 한 끝에 만든 커스텀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추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이렇게 미친듯이 연참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응원에 감사드리며 제 글이 여러분들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해 줄수 있기 바랍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전 다시 집필 모드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