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에러의 등장>
에러.
여자이면서 초능력을 타고 나는 존재들···.
그래도 남자들에 비해서 천대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보통 여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우대 받고 있는 여성판 귀족.
그게 에러들이었다.
사실 워낙에 휘귀한 경우라서 나도 직접 조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나라에 등록된 에러는 틀림없이 100명이 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100명도 안 되는 희귀한 인간 중에 한 명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니····.
그때 그녀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말했다.
“미리 말해 두겠는데···. 거기 남자.”
“··········나?”
“여기 남자가 너 하나 밖에 더 있나?”
“····어·······그렇네.”
세상 살면서 나한테 손가락질 하는 여자도···. 나한테 너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도 처음 봤다.
‘뭔가 신선하기까지 한 걸?’
그녀는 그 상태로 나에게 도도하게 말했다.
“경고하지. 날 어떻게 해 보려고 덮친다면 지옥을 보여 주겠다.”
“··············.”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여자에게 협박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그리고 나한테 경고를 날린 그녀는 그대로 빈자리로 척척 걸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담임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어째····. 뭔가 많이 변할 것 같은걸?’
심상치 않은 폭풍이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오늘 우리반은 마치 시체 안치소라도 된 것처럼 조용했다.
원인은 새롭게 전학 온 한수진이라는 여자였다.
그녀와 나 사이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것 뿐이지만····.
하여튼 덕분에 분위기는 험악했다.
때문에 반의 여자애들은 모두들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있었다.
난 이럼 분위기가 불편해서 점심시간이 되자 교실의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대로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시아들이 오면 점심 먹으로 가버릴 테다.
내가 나가서 복도에서 기다리자 교실에서 한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큼~, 모두들 들어줘.”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난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은 내가 전학온 첫날이고···. 또 모두에게 인사하는 의미로 점심을 살게. 내키지 않는 사람은 안 껴도 좋지만 피자를 시켰으니까 모두들 먹어주지 않을래?”
“피자?”
“정말~?”
반의 여자애들이 한 목소리로 좋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복도 끝에서 피자 배달부가 우리 반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
“나 전에 딱 한 번 먹어 본적 있어.”
“아~. 콜라하고 스파게티도 있어.”
“치킨도····.”
여자애들이 들뜬 기분으로 좋아하는 목소리 사이에 한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해 한다.
프리인 여자들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정규 식사 외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하늘에 별 따기니까 말이다.
프리인 여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요리사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녀들은 거의 유일하게 맛있는 것을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직종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수진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모두들··· 날 너무 어려워하지 말아줘. 에러라고 해도 난 여자야. 같은 여자의 편이니까 날 믿어줘. 그리고 혹시 다른 남자들이 뭔가 패악질을 한다면 나한테 말해 줘. 그 개새끼들 내가 박살을 내 버릴 테니까.”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난 피식 웃어 버렸다.
‘좀 과격한 걸?’
에러의 직급을 부여 받은 여자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하지만···.
‘모두 저런 걸까? 아니면 그녀가 유별난 걸까? 어쨌든····. 그리 나쁘지는 않군.’
난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지었다.
복도 끝에서 시아들이 오는게 보이니 나도 점심이나 먹으로 가야겠다.
한수진.
그녀는 에러라고 불리는 직급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자라난 그녀는 어지간한 남자들 보다 훨씬 더 강했다.
에러인 여자들이 모두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수진 그녀의 힘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여자인 이상 랭킹도 없고, 소집에서의 테스트도 없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상당한 보호를 받고는 있었다.
여자이면서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기한 존재들···.
세계 각국에서는 그런 희귀한 샘플인 그녀들을 가지고 초능력에 관해서 해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때문에 에러인 그녀는 남자들과는 다른 의미로 귀중한 인력이었던 것이다.
그런 한수진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남자들이었다.
어린 시절에 정부의 시설에서 자랄 때는 몰랐다. 하지만 세상에 나오고 남자들과 자라오면서 점점 남자라는 지저분한 생물에 환멸을 가지게 되었다.
성욕 덩어리에···.
추잡하고 더럽고 지저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를 노예 취급밖에 하지 않는 남자들을 향한 그녀의 혐오감은 두터웠다.
하지만 세상의 상식이 있는 이상 그녀도 노골적으로 남자를 적대시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리 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남자를 싫어하게 된 결정적이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에러인 그녀의 위치는 여자 이상 남자 미만이었다.
그런 위치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남자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주변에 만만한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그녀를 건드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라나면서 점점 아름다워 지는 그녀의 미모는 서서히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주변에 만만한 여자는 얼마든지 있지만····.
한수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지간한 슬레이브 보다 훨씬 아름다워지는 그녀의 미모는 서서히 남자들의 표적이 되어갔다.
“야~. 그거 어떻게 못하냐?”
“누구? 뭘 말하는 건데?”
“한수진 말이야. 그거 진짜 눈에 거슬려. 안 그래?”
“아아···· 그래. 맞아. 여자 주제에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잘난체하고 말이야····.”
그녀와 같은 중학교 출신의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수진의 뒷 담화를 했다.
사실 이런 건 여자들이 많이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래 남자들도 없는 곳에서 호박씨 까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인간의 사회적인 습성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현장에 없으면 까임을 감수해라.]
남자든 여자든 주로 정면에서 말하기 거북한 사람은 까임의 타깃이 되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 중딩들에게 있어서 한수진은 정말로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보통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라면 그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프리라면 모두 달려들어서 범해 버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해서 자기 슬레이브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수진을 상대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에러.
여자지만 법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를 받는 여자인 것이다.
그래서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있는데도 이 중딩들은 그냥 전전긍긍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얄팍한 사춘기 사내 녀석들의 인내심이란는 것은 한계가 지극히 짧은 법이다.
“야~. 우리 그냥··· 확~ 덥쳐 버릴까?”
“뭐? 그래도 돼?”
“그래···. 내가 알기로···. 에러의 경우 강제로 하면 범죄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냥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데.”
“정말? 그럼···· 한 번 해볼까?”
“그래···. 자고로 여자는 밖아 줘야 하는 법인데 그 년은 안 밖아 주니까 너무 도도하게 굴잖아? 안그래?”
“맞아. 맞아····. 한 번 제대로 밖아 주면 그년은 신고도 안 할 거야. 원래 여자는 그렇게 해 줘야 하는 생물이잖아?”
“하긴····. 에러라고 별것 있겠어. 여자가 여자지···.”
“좋았어. 그럼······.”
결국 녀석들은 작당 모의를 넘어서 자기들 끼리 리얼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자라는 존재를 그냥 성의 대상으로 밖에 배우지 않은 놈들에게 있어서는 지금까지 참은 것만 해도 충분히 많이 참은 것이었다.
하굣길···.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수진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데····.’
뒤를 돌아봤지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누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혹시 하이딩 스킬을 가진 남자가 따라오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한수진은 뭔가 꺼림직 함을 느끼고 텔레포트를 시전해서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서 같은 학교의 남자 한 명이 나타나더니····.
“쳇~. 눈치 하나는 빨라 가지고····.”
그리고 그 놈은 휴대폰을 꺼내서 다른 동료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어이~. 그래····. 눈치 챘나봐.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게.”‘
전화를 끊고 놈은 이를 갈면서 중얼 거렸다.
“어디 두고 보자. X년····, 기필코 따먹어 버릴 테다.”
참 비장한 태도로 한심한 맹세를 하는 중딩이었다.
집으로 들어온 한 수진은 급하게 숨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들 태도가 이상한 것 같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최근에 2차 성장기의 징후가 나타나면서 점점 여자다워 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후우~, 내일은 혹시 모르니 정부의 기관에 말해 둘까?”
에러인 그녀는 원하지도 않으면서 남자에게 순종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 정부에 보호를 의뢰하면 어느정도 연막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너무나 안이한 것이었다.
그날 밤.
그녀의 집 주변으로 10명 남짓의 그림자가 은밀하게 다가왔다.
“어이~. 정말 여기 맞지?”
“그래. 내가 학교에서 선생을 협박해서 알아냈단 말이야.”
“그래····. 오늘에야 그 썅년에게 여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려 줄 수 있겠군.”
그들은 오늘 한수진을 미행했던 중삐리들이었다.
원래는 미행하다가 불시에 제압하고 근처 공사장에서 윤간하려고 했지만···.
그게 실패하자 계획을 바꿔서 야밤에 침입하기로 한 것이다.
문이 잠겨 있었지만 텔레포트 능력자가 있는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몰래 문을 열고 들어간 남자들은 수진의 침실을 찾아 냈다.
“여기 같지?”
“그래····. 모두 준비 됐지?”
“조심해. 일단 초능력을 쓸 줄 아니까 뭔가 반격 할 지도 몰라.”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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