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물론 이제까지 지켜본 민재의 성격 상으로는 아무리 예쁜 여자들이라고 해도 무분별하게 취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사에 유비무환이라고····.
일단 대비는 해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저렇게 모호한 경고를 가하는 것이었다.
가장 손쉬운 것은 절대로 주인님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공지 하면 자신들도 민재를 유혹할 수 없게 되지 않는가?
시아의 아성의 굳건함을 실감한 그녀들이었지만 그래도 포기 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민재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매일매일 노력하는 그녀들이었다.
사실 그녀들의 입장은 포지션이 좀 위태롭기도 했다.
위에는 민재의 절대적인 신뢰와 총애를 받고 있는 시아.
그리고 밑에는 새롭게 들어온 아름다운 외국인 슬레이브 50명···.
그 사이에 끼인 그녀들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선을 긋는 것 보다는 모호한 경고로 얼버무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 모든 것을 민재가 위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최지선도 미처 몰랐다.
난 위층에서 지선이와 다른 애들이 하는 것을 보고 중얼 거렸다.
“흐음~, 저런 식으로 하려는 건가····?”
어느 정도의 텃세나 견제는 허용했지만 저런 식으로 아애 계급을 정리해 버릴 줄은 몰랐다.
‘아마도 지선이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 같은데····.’
저대로 두면 내가 왕.
그리고 지선이들이 내 총애를 받는 후궁.
그리고 나머지 50인들은 마치 궁녀 같은 포지션이 되어 버린다.
대외적인 신분은 다 슬레이브지만 내 집에서는 은연중에 이런 계급이 생성되는 것이다.
저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당초 분란을 제거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텃세를 괜찮다고 허락한 것은 내가 아닌가?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다.
“가자 시아야.”
“예? 어디를요?”
“글쎄····? 왕비를 소개하러?”
“···········.”
이럴 때 무슨 말인지 몰라 하는 시아가 너무 귀엽다.
‘착하기도 하지····.’
“모두들 조용히····. 여기 주목~.”
난 고풍스러운 계단의 난간에 기대서 새롭게 늘어난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내 옆에는 시아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모두들 새로운 환경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차 느껴가면 될 테고····. 한 동안 모르는 일이 있거든 너희들 앞에 있는 세 사람에게 물어봐라.”
내 말에 지선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내가 모두 보는 앞에서 공시적으로 이렇게 지지해주는 것은 효과가 크다.
그래···. 그 큰 효과를 십분 발휘해서 난 다음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시아야.”
“예. 주인님····.”
“앞으로 새로 늘어난 식구들 관리 잘 부탁해.”
내가 시아의 어깨를 감싸면서 다정하게 말하는 순간 50명의 새 식구들의 눈이 반짝였다.
아마도 한 순간에 파악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이거면···. 시아를 피곤하게 하는 일은 없겠지?’
시아의 위치가 나 다음으로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거 하나면 나머지 자잘한 일은 그럭저럭 알아서 돌아가게 내버려 두면 괜찮을 것이다.
새로운 식구가 늘어나고 그 식구들에게 적응할 겨를도 없이 학교가 개학이 되었다.
“주인님~. 다녀 오십시오~.”
“주인님~. 다녀 오십시오~.”
“주인님~. 다녀 오십시오~.”
“주인님~. 다녀 오십시오~.”
좌우로 25명씩 여자들이 모두 쫙~, 늘어서서 나를 배웅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묘한 기분이다.
세계 각지에서 끌어 모은 금발 블론드의 미녀들이 메이드 복을 입고 나를 향해서 공손하게 인사하는 장면은 솔직히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녀올게. 모두들 내가 없는 동안은 편하게 있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모두들 한 목소리로 맞춘 것처럼 말하는 것이 좀 재미 있기는 했다.
학교 가는 길에 차안에서 은하가 나에게 말했다.
“주인님~. 새로 들어온 여자들은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은하보다 예쁜 여자는 없죠? 그렇죠?”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은하를 보면서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예쁘기야 당연히 예쁘지. 그래도 아직 아무도 안 건드렸어. 괜히 애들 견제 하지 마.”
“그치만······.”
시아는 물론이고 지선이나 진아도 새로운 여자들에게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은하만 조바심을 내고 있다.
왜 그런걸까?
그런 나의 해답은 운전 중이던 지선이가 풀어줬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네 가슴은 원래 가장 작았으니까····.”
“사··· 상관하지 마요~!!!”
은하가 소리를 빽~ 지르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자신의 가슴이 새로 들어온 여자들 보다 작은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난 별로 거유 취향은 아닌데····.’
굳이 말하면 무작정 큰 것 보다는 좀 작아도 적당한 크기로 비율이 좋은 편을 선호한다.
그 편이 보기도 좋고 만졌을 때 기분도 좋다.
‘·····시아것 처럼 말이지···.’
결국은 시아의 가슴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새로 들어온 여자들 몸매는 거의 압권이었다.
서구인 특유의 큰 키에 동양인 보다는 확실히 풍만한 발육 상태···.
뭐··· 개중에는 이탈리아계나 러시아계처럼 슬림한 매력이 더 눈에 띄는 여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보다 작은 여자는 없었다.
아마도 슬림하게 보이는 것은 동양인 여자보다 평균 5cm는 더 큰 신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가슴 크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 하다니····.’
난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도 충분히 예뻐.”
“정말요?”
“물론이지.”
거짓말이 아니고 은하도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미인이다.
발랄한 단발 머리에 마치 작은 돌고래를 보는 듯한 탄력 넘치는 몸매····.
가슴이 작은 것도 아니다.
그냥 평균 레벨일 뿐이고 모양도 예쁘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저번에 무인도에서 수영복 차림을 봤을 때 확실히 체크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 하나는 내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예쁠 것이다. 본인 말로는 선크림을 안 발라도 태양에 타지 않는다고 하는 은하의 피부는 매끈매끈해서 태양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녀의 피부는 아름답다. 를 넘어서 어떤 의미로는 신비롭기 까지 했다.
그것은 다른 여자들···. 심지어는 시아에게도 없는 그녀만의 매력인 것이다.
‘결국···. 내 여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말이지····.’
그런데도 자기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부분이 있다니····.
여자들의 미모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드디어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한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박민재 랭킹 34위로 승격]
이라고 적혀 있는 쪽팔리는 현수막이었다.
“··············.”
내가 말없이 저 현수막을 노려보고 있자 옆에서 지선이가 말했다.
“큼···, 주인님? 싫으시면····.”
“지선아. 저거 당장 때줘.”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저런 쪽팔리는 현수막을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달다니···. 교장실에 쳐들어 갈까? 말까? 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교실에 들어가니 수다 떨고 있던 우리 반의 여자들이 모두 조용히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남자인 나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 짓도 오랜만에 당하니 어색한 걸?’
이 왕따(?)는 아무리 당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개학하면서 저번에 나와 트러블을 일으켰던 남자 놈들이 다를 반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놈들은 나와 같은 반에 있는 것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나야 꼴보기 싫은 놈들이 사라졌으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때 우리 반의 담임교사가 들어와서는 모두에게 말했다.
“큼~, 오늘은 전학생을 소개하겠어요.”
전학생?
여자가 학교를 옮기는 일은 거의 없으니···. 아마도 상대는 남자겠지?
‘쯧~, 같은 반에 남자가 없다는 것이 내 학교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이제까지 학교생활 하면서 반에 남자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에 남자들이 2명 있었다.
그리고 그 놈들은····. 정말 나를 귀찮고 피곤하게 했다.
반의 프리인 여자애들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가지고 놀면서 나보고 같이 하자고 하거나···.
자기들 슬레이브를 가지고 와서 누가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거나···.
하여튼 놈들이 하는 짓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에 놈들이 시아를 한 번 보고는 나 보고 한 번만 빌려 달라고 했을 때.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그 자식들하고 크게 싸웠다.
사실 싸웠다기 보다는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그리고 난 정부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나와 싸운 놈들의 부상이 제법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나에게 경고를 내린 것이다.
‘당시에는 내 초능력 수준도 그저 그랬고···, 랭킹에도 들기 전이었으니까····.’
그러니 정부에서도 나를 제법 빡빡하게 규제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번에 전학온 병신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아나 내 슬레이브를 가지고 나한테 시비를 건다면···?
장단하건데 죽여 버릴 것이다.
지금 내 랭킹에는 이유만 확실하면 보통 남자 한 둘 정도는 죽여도 정부에서 면책권을 부여 받을 수 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여자.
아름다운 얼굴에 다소 차가워 보일 정도로 도도한 표정. 그리고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서 올렸는데 그게 무척이나 어울렸다.
몸매는 옷 위로 슬쩍 보기만 해도 환상적인 비율이었다.
저 정도 미모면 절대로 프리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의 슬레이브일 텐데····.
‘주인하고 같이 전학 온 건가? 그럼 남자는 다른 반이겠군.’
하지만 나의 예상은 틀렸다.
“큼~, 그럼··· 자기 소개 하세요. 한수진양.”
담임은 그녀를 몹시도 조심 스러운 태도로 대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밝혀졌다.
“내 이름은 한수진. 슬레이브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니다.”
그녀의 말에 주변이 술렁 거렸다.
저 미모를 가지고 남자들이 내버려 뒀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뒷말이 이어지고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내 직급은 에러. 여자이면서 초능력을 지니고 있는 에러의 직급니다.”
‘····에러라고?’
주변의 여자들도 놀랬지만 나 역시 상당히 놀랬다.
태어나서 에러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초기 설정부터 준비했던 에러의 등장입니다.
굉장하게도 이걸 예상한 분도 계시더군요. 오늘 막 쓴 따끈따끈한 것이었고, 에러에 대한 설정도 작품 초반에 살짝 설명했을 뿐인데.....
그래서 그 댓글을 본의 아니게 지워야 했습니다.
굉장한 예지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더군요. 감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스포일러는 지울 겁니다. ^^;;;;;;
그럼 즐감하시고... 제가 미치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내일도 연참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무리를 해야 하는 것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설은 제가 쓰는 것이지만 제 의욕에 불을 당기는 것은 여러분들의 뜨거운 응원입니다.
추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