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요구대로 건물은 본관 하나와 그에 딸린 별관 두 개. 그리고 뒤편에 작은 별채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좋군요. 건물의 디자인은 여러분이 하신 건가요?”
“예. 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풍과 바로크 양식을 저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뭐라고 계속 알아듣기 힘든 설명을 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건물을 환상적이었다.
건축에 관해서 문외한인 내가 봐도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이 멋지게 공존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ㄷ’자로 본관을 양 옆의 별관을 중심으로 중앙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저것은 은하의 요구 사항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은하를 위해서 집안에는 이런저런 운동 시설을 많이 만들게 했다.
지하에 가면 수영장 말고도 볼링장과, 당구장, 헬스장, 그리고 농구장도 있었다.
지하 하나를 통째로 운동 시설로 만든 것이다.
그건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본관의 1층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 백명을 초대해서 파티를 해도 될 정도로 넓은 홀이었다.
“우선 홀은 최대한 넓고 높게 만들었습니다. 이 건물은 5층 건물이지만 3층까지는 이 홀이 내려다 보이도록 만들어서 커대한 동공처럼 했습니다.”
“그렇군요···. 이건 실내인대도 답답한 기분이 하나도 들지 않네요?”
“전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창문을 크게 배치해서 최대한 햇살이 많이 들어오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래서 실내인데도 이렇게 아늑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동시에 드는 거구나.
“그 외에도···. 주문하신 사우나, 바 셀러, 핫터브, 그리고······.”
“아~!! 이제 됐습니다.”
이 사람의 실력은 이제 잘 알겠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수상한 차림새는 둘째 치고···. 실력은 진짜 초 일류였다.
어째서 랭킹권의 능력자들이 모두 이 사람에게 자기 집 설계를 맡기는 지 이제는 알겠다.
물론 돈이야 어마어마하게 많이 청구했었다.
이 집을 설계하는데 시공에 들어가는 돈 말고 순수하게 자기 설계비만 1,000억이 들었다.
시공비까지 합하면 5,000억 정도가 날아갔었다.
하지만····.
“들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군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 말로 좋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가자 아우야.”
“응. 형.”
그렇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강철의 건축 술사 형제는 가 버렸다.
난 두 형제를 배웅하고 집안으로 네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들은 정신없이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와아~!! 주인님~. 이거 봐요. 부엌에 냉장고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오븐과 레인지도 완벽하게 업소용····. 꺄~. 가마도 있어. 피자도 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응··· 그래···.”
다른 세 사람의 반응이야 이해했지만 시아까지 이렇게 흥분 할지는 몰랐다.
시아는 사실 저번 집에서 추억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이사를 약간 아쉬워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새 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주인님~. 지하에 운동 기구 정말로 제가 다 써도 돼요?”
“그래···. 마음껏 써.”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 소녀 은하도 기분 좋아하고···.“
“주인님····· 이 서재도····.”
“진아 네 거야. 필요한 책 있으면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주문해.”
책을 좋아하는 지적인 안경 소녀인 진아도····.
“주인님~. 바 셀러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아~!! 오늘 한잔 하실래요? 제가 섹시 바텐더 해 드릴게요.”
“아니···. 나중에···.”
지선이도 매우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케익 같은 단 음식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와인을 즐긴단 말이야.’
그녀를 위해서 비싼 술들도 한 가득 가져다 놓았으니 이제는 됐다.
꼬박 한나절 동안 집 구경을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지쳐있는 네 사람에게 내가 말했다.
“모두들 알다시피····. 이 집을 만든 이유는···.”
“저 운동하라고 만드신 거죠? 고마워요.”
“큼~, 그것도 있지만 은하야·····.”
“아~! 죄송해요. 헤헤····.”
너무 흥분한 자신을 귀엽게 웃으면서 반성하는 은하는 내버려 두고···.
난 다시 설명했다.
“모두들 알다시피 내일이 되면 새 식구가 들어올거야. 그것도 50명이나····.”
“예. ·····알아요.”
“그렇죠····.”
“슬레이브 50명이라··· 7명까지는 같이 생활애 봤는데 그 정도는 처음 인걸?”
“···········.”
모두들 다른 슬레이브가 온다고 하자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아 역시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미미한 근심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상의하고 싶어. 갑자기 50여명이나 늘어난 식구를 어떻게 할지 말이야.”
내 말에 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의 감정이 들어 있었다.
“너무 그렇게들 놀라지 마. 가족이 늘어나니까 기존의 가족들하고 의논하려는 것 뿐이야.”
내 말에 그녀들은 결국 내가 이런 성격이라는 것을 이해한 듯이 체념하고 말했다.
“일단···. 어떤 여자들이 올지 봐야 알겠지만 어디가서 함부로 입 놀리지 못하게 하려면 한 동안은 집안에 두는게 좋겠어요.”
“맞아요. 주인님이 이렇게 좋은 분이라는게 다른 남자들 귀에 들어가면 그리 좋지 않을 거예요.”
그녀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여자들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50여명이나 있으면 개중에는 아무리 잘해줘도 불만이 생기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그녀들이 정부에 내 행동에 관해서 보고라도 하거나 한다면 곤란했다.
그때 진아가 손을 들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주인님. 이건 질투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들을 우리들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무리일 거예요.”
진아의 말은 조심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내가 진아가 질투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봐 그런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 줄래?”
“예.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도 주인님에게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아~!! 주인님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상관없어. 계속 말해봐.”
“예. 그러니까···· 주인님의 대우는 세간의 다른 남자들 보다 너무 파격적이에요.”
“나도 알아.”
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마 뭔가 이상한 괴짜처럼 보이겠지?
나라고 그걸 왜 모를까?
그래서 조심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이 많으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어지는 법이지···.
그때 지선이가 나에게 말했다.
“주인님···. 부탁이 있어요. 이번에 새로 오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저희에게 맡겨 주시지 않을래요?”
“뭐? 어떻게 하려고···.”
“딱히 텃세를 부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자들 사이에도 은연중에 서열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에요. 그리고 그게 서지 않으면·····.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저기··· 그러니까 주인님에게 있어서····”
답지 않게 어렵게 말을 꺼내는 최지선을 보고 내가 피식 웃으면서 얘기를 종결 시켰다.
“너희들이나 새로 오는 여자들 중에 누가 더 소중한지 나보고 정하라는 말이지?”
좀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예. 불쾌하셨다면 죄송···.”
“당연히 너희들이 더 소중하지.”
내 주저없는 말에 시아를 제외한 세 명은 또 놀란 얼굴을 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새로 오는 여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내 식구들에게 더 큰 권력을 실어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난 피식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혹시···. 내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한 그런 남자라고 생각했던 거야?”
“········예.”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난 그녀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생판 모르는 여자들 보다는 너희들이 훨씬 더 소중하니까····.”
“주인님·····.”
“새로 오는 식구들은 너희들에게 일임할게. 단~, 괴롭히지 말고 적당하게 우대할 것. 알았지?”
“예~.”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알아서 잘 할거라고 믿겠어.”
크게 감격하는 세 사람을 보고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날 무슨 성자처럼 생각하나 본데····.
난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성자도 뭣도 아니다.
바로 얼마 전에만 해도 성욕이 복받쳐서 지선이를 안으려고 했지 않은가?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자가 아니다.
내 여자들이 중요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을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인간 하나는 너무 작으니까···.
감격하는 세 사람들 뒤에서 나를 보는 시아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알고 있는 걸까?
내 여자들이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시아 단 한 명이라는 것을····.
다음날···.
드디어 새로운 식구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한 50여명의 여자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랬다.
‘그 자식··· 이런 취향 이었던건가?’
난 전에 나에게 죽은 능력자를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의 슬레이브 50명이 우리 집 정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50여명이 전원····.
“싹 다 외국인이냐?”
헛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가끔씩 외국에서 여자를 사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금발의 푸른 눈···. 소위 백마 매니아라고 하는 특이 성향의 인간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설마 그 자식이 그런 인간이었을 줄은···.
모든 여자들이 외국인이고 특히 전부 금발에 하얀 피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놈이 소위 말하는 백마 매니아 취향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여자들을 보고 지선이가 나에게 말했다.
“애들 한국어는 할 줄 알까요?”
“으음···. 아마도 하겠지? 프로필을 보면 국적은 다양하다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충분히 한 모양이야.”
“다행이네요. 그런데··· 국적이 다양하다니·· 몇 개국인데요?”
“으음····. 프로필에 의하면····. 러시아,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여기저기서 돈 많이 들여서 막 사왔군. 인종 박람회라도 만들고 싶었던 걸까?”
“하··· 하하하····.”
“그럼··· 난 여기는 너희들에게 맡길게. 난 그만 올라간다.”
“예. 알았어요. 주인님.”
난 지선이들에게 뒤를 맡기고 시아와 함께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니까 발코니에서 뭐하는지 슬쩍 구경이나 해 볼까?
“주인님은 가셨고···. 이제 시작해 볼까?”
최지선은 민재가 물러나자 50명의 여자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잘 왔습니다. 전 저희 주인님의 슬레이브인 최지선이라고 합니다.”
“············.”
“모두들 방금 전에 주인님을 봤을 겁니다. 우리 주인님은 보통의 남자들 보다는 훨씬 좋은 분이십니다. 하지만 만약 화나게 한다면·····.”
최지선은 스산한 분위기를 잡으면서 뒤의 말을 의미심장하게 흘렸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도 여자들 눈에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역시 통하는군····.’
최지선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뒷 말을 아꼈다.
“모두들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알겠죠?”
“예~.”
한 목소리로 나오는 대답을 들으면서 최지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민재가 여자를 상대로 손찌검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주인의 권위를 세우려면 어느 정도는 공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괜히 어설픈 협박을 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들로 위협한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확실히 발군이었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식구가 늘었습니다.
그것도 50명이나.
심지어 전부 금발에 푸른눈동자라는 서구인 취향.......
임달영 선생님 히로인들 50명이 튀어 나왔다고 하면 생각하기 쉽겠네요.^^
추천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덕분에 조금씩 상위권에 안착하고 있습니다.
근데 다시 추천이 줄어드는 기미가....ㅠㅠ이러면 연참하는 보람이 줄어드는데.......
즐감하시고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