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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32화 (32/176)

33화

마지막에 ‘야한 거라도’ 라는 말을 하면서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부끄러워했다.

시아의 그 모기만한 목소리가 최지선 선생님이나 은하의 노골적인 유혹보다 100배는 더 치명적이었다.

역시 상대가 시아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런 순수한 태도 자체가 날 더욱더 기쁘게 하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둘 다인 것 같다.

난 순간 정말로 그런 부탁을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내가 하고 싶은 원래의 부탁을 말했다.

“딱 한번이라도 좋아. 날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아줘.”

내 말에 시아는 곤란한 듯이 말했다.

“····주··· 아니··· 하지만 그럼 뭐라고 하죠?”

“이름을 부르면 되잖아?”

“···저··· 저보고 주인님의 이름을 부르라고요?”

시아는 기겁을 했다.

시아의 성격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강하게 밀어 붙였다.

꼭 시아의 입에서 내 이름을 듣고 싶었다.

“뭐든지 들어준다고 했잖아?”

“하지만 제가 어떻게·········, 못해요. 감히 주인님의 이름을······.”

“딱 한번이라도 좋아. 여기서는 아무도 안 듣잖아?”

“················.”

“시아야 제발·····.”

내가 간절하게 애청하자 시아의 작은 입술이 달삭 거렸다.

“······재····.”

“응? 안 들려.”

“·······박····민재님.”

“님자 빼고···. 민재야. 라고 한 번만···.”

“주인님····.”

“제발···. 우리는 나이도 동갑이잖아? 응?”

내 간청에 시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고운 목소리로 내가 바라는 말을 해 줬다.

“········미····민재야.”

“시아야····.”

난 순간 격정을 참지 못하고 시아의 가녀린 몸을 내 품안으로 꼭 끌어안았다.

시아의 입에서 내 이름이 들리는 순간 내 가슴 속에서 뭔가 부족했던 어떤 것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때까지 쭉 빠져 있던 어떤 조각이 와서 딱 맞아 떨어진 듯한 느낌···.

몇 천 번··· 아니 몇 만 번이고 불린 것이 내 이름이었다.

하지만 시아의 입에서 들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세상에 내 이름 석자를 다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

시아가 불러준 순간 내 이름이 몇 배는 소중한 것으로 변한 것이다.

“시아야···.”

난 시아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했다.

이제까지 했던 그 어떤 키스보다도 황홀한 키스였다.

시아도 내 목에 팔을 감고 격정적으로 나에게 어울려 줬다.

시아에게도 내 이름을 반말로 부른다는 행위는 자극적인 행위였던 것일까?

뭔가 경계가 무너진 것처럼 평소보다 나의 키스를 받아 들이는 것이 적극적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산호초와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아름다운 바다속에서 키스를 나눴다.

“좋았어~~!! 오늘도 바다로 고고씽~!!!”

아침에 은하가 활기찬 목소리로 바다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무인도에서 바캉스도 이제 2주일째다.

너무 오래 보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새로 짓고 있는 집이 완공되기 전에는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었다.

시아는 그 말을 듣고 나에게 의아하게 물었다.

“주인님···. 여름 방학 안에 완공이 되기는 할까요? 방학기간이라고 해도 고작 3달이잖아요?”

대환란 전에 비하면 세계의 교육열도 많이 사그라 들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초능력이 되다 보니까 공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몇몇 여자들에 한정된 것이다.

그래서 방학도 제법 늘어나서 여름 방학 3달, 겨울 방학도 3달이었다.

학생들은 일 년에 반을 노는 것이다.

뭐··· 어차피 남자들을 자기들이 놀고 싶을 때 놀지만 말이다.

하여튼 3달이라고 해도 내가 주문한 대 저택을 짓기에는 좀 짧기는 했다.

하지만····.

“으음··· 본래는 어림없는데···. 내가 정부에 돈을 많이 주고 억지를 좀 부렸어. 그러니까 해 준데.”

“괜찮을까요? 부실 공사라도 하면····.”

시아의 걱정거리는 알고 있다.

건물이 무너지고 누가 다칠까봐 그러는 거겠지? 워낙에 착하니까·····.

“아니 괜찮아. 잘은 모르겠지만 정부 소속의 능력자 중에서 건축 계통으로 초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능력가가 있데. 그 사람이 도와준다나 봐.”

초능력자의 최고 가치는 전투력이다.

하지만 전투력이 전무한 초능력자들도 가끔씩은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사회에서 다른 면으로 활동하면서 자기 능력을 살려서 거금을 버는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 다른 능력은 없이 오로지 텔레포트 능력만 비정상 적으로 높은 능력자가 있었다.

그의 능력치는 최고 레벨인 7이라고 해도 설명이 안 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라스베가스 까지 고작 세 번의 텔레포트로 가는 것이 가능했다.

인터벌이 좀 있기는 했지만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30분이 안 걸린다고 하는 자였다.

그는 이 세계에서 모든 비전투 초능력자 중에 가장 귀한 취급을 받고 있는 자다.

미국에서는 그를 소중한 국가 인력으로 취급하면서 여러 가지 유사시에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사회 곳곳에는 자기 능력을 이용해서 거금을 버는 자들이 제법 있었다.

시아도 그런 초능력자 중에 한 명이 건설을 담당한다고 하니 안심했다.

“아아··· 그렇군요.”

“그래···. 그런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난 시아의 가는 허리를 팔로 감아서 내 품으로 끌어 안았다.

시아는 그런 나를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내 가슴에 자기 얼굴을 기대었다.

행복하다···.

이런 시간이 평생 계속 되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텐데···.

“주인님. 아침 드세요.”

“아~! 고마워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진아 선배가 간단한 아침을 차려왔다.

커피에 토스트,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진아 선배는 서양식 아침 식사를 종종 차리고는 했다. 아무래도 시아가 잘 하는 한식 말고의 식사를 주로 담당하고 싶은 모양이다.

‘예전 같은 알력 싸움은 아니지만····. 최근에 진아 선배가 좀 이상하단 말이야.’

첫날을 빼고는 은하와 최지선 선생님의 어필은 거의 없었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이 개인 리조트처럼 꾸며 놓은 무인도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은하는 매일 같이 바다로 나가고 최근에 들어서는 낚시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커다란 우럭을 잡아와서 모두가 맛있게 먹기도 했다.

그리고 최지선 선생님은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태양을 즐기고 있었다.

뭐····. 수영복 자국이 생기는 것이 싫다고 알몸으로 누워 있는 것은 좀 지적을 할까 말까 생각중이지만·····.

어쨌든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진아 선배는 다르다.

내가 아침을 먹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마치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바라보는 것처럼 부담 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약간···· 어색한 걸?’

먹는 걸 누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색했다.

진아 선배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하지 말라고 하기도 좀 그래서 난 그냥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워 버렸다.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진아 선배는 얌전하게 그릇을 받아서 1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2층의 테라스에는 나와 시아만이 다시 남았다.

하지만 우리가 분위기를 다시 잡기도 전에····.

“·············.”

어느새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온 진아 선배가 내 옆에서 서서 나를 뻘쭘하게 했다.

그녀는 뭔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주인에게 순종하는 강아지처럼 내 옆에서 대기 중이었다.

요 2주일 동안 내내 말이다.

“큼··· 진아 선배···. 혹시 뭔가 다른 볼일이라도···.”

“아니요. 그냥 주인님 곁에 있고 싶을 뿐입니다.”

“········예.”

저렇게 말하는데 내 주변에 있지 말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시아를 바라보니 내 옆에서 조금 쑥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셋이서 계속 있기도 그렇고····.

“아~!! 영화라도 볼까? DVD 많이 사왔는데?”

“예. 그럼 그렇게 해요.”

“제가 간식 만들어 올게요.”

내 말에 시아와 진아 선배가 동시에 움직여서 내가 영화를 보기 쉽게 만들어 줬다.

대환란 전에는 영화나 예술 산업들이 많이 흥했다고 하는데 세계가 이렇게 미쳐 버리고 나서는 그런 예술 분야가 많이 쇠락했다.

영화의 장르도 대부분 코믹 아니면 액션이 대부분이었다.

남녀 공용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코믹 영화가 좋았다.

여자들은 액션은 그다지 재미 없어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시아와 진아 선배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면서 쇼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내 옆에는 시아와 진아 선배가 다소곳하게 앉았다.

“어머~? 이 영화 남자분도 나오네요?”

“응. 저 남자가 취미로 만든 영화라는 말이 있어.”

“아~!! 그래서 남자들도 나오는 군요.”

“그런 거지···.”

영화는 제법 재미 있었다.

중간 중간에 웃긴 장면들이 긴장을 풀어주고 말이다. 하지만····.

재미 있는 것은 나 뿐이었나 보다.

처음에는 깨어 있던 시아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배게 삼아서 잠들어 버렸다.

툭~.

‘시아야·····.’

시아가 내 어깨를 기대서 잠들자 난 입가에 빙긋 미소가 맺혔다.

뭔가 흐뭇한 감정이 든 것이다.

그때····.

툭~.

반대편 어깨에서도 비슷한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진아 선배가 내 반대쪽 어깨에 기대서 자들어 버렸다.

‘·····뭐지? 이 상황은?’

어째 내가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옆에서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 때문에 어느새 영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장이 두근 거리고····.

뭔가 지금 잠들어 있는 이 둘에게 뭔가 해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

난 둘이 완전히 잠든 것 같자 일단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이 쇼파에 앉아 있는 둘을 보고 담요를 가져와서 덮어줬다.

“으음····.”

“음~.”

둘은 담요가 몸을 누르자 잠깐 뒤척거렸지만 그게 다였다.

그나저나·····.

잠들어 있는 둘의 얼굴이 마치 천사 같이 보였다.

‘평소에도 예쁜 둘인데···. 어째서 잠들어 있으니까 한층 더 예뻐 보이는 걸까?’

일종의 불가사의 같다.

혹시 내가 이상한 놈인 걸까?

============================ 작품 후기 ============================

연참할 맛나게 추천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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