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어쨌든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우리는 제법 재미있게 놀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면적이 매우 좁은 하이레그 패션 수영복이었지만 수영복을 입고 왔고···.
우리는 모두 모여서 바닷가에서 물을 튀기면 즐겁게 놀았다.
“꺄하하··· 주인님~. 나 잡아 보세요.”
“···으음··. 싫어.”
“아잉~ 좀 잡아 보라니까요?”
“정 원한다면야····.”
난 염동력으로 은하를 잡아서 내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살짝 등을 터치하면서···.
“자~, 잡았어.”
“부우~. 이런걸 말 하는게 아닌거 알잖아요?”
토라진 표정이 은근히 귀엽다.
난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거면 충분해···. 이미 많이 놀았는 걸?”
“아아···. 더 놀고 싶은데····.”
“좀 쉬는게 좋아. 배고프기도 하고····. 오늘은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자.”
“아~!! 정말요?”
은하가 고기라는 말에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좋은 고기하고 숯을 가져왔어.”
“만세~~!! 주인님 고마워요.”
“나도요 주인님~!!”
특히 먹을 걸 좋아하는 은하와 최지선 선생님이 내 품에 안기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솔직히 말해서 시아와 진아 선배의 시선만 아니면 마음껏 즐겼을 정도로 좋은 감촉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진아 선배의 시선까지 신경 쓰는 거지?’
난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바닷가에서 올라온 우리는 고기를 구울 준비를 했다.
내가 드럼통을 반으로 자르고 그걸 지면에 반쯤 파묻어서 고정 시켰다.
그리고 거기에 숯을 넣고 전격으로 불을 붙였다.
파직~. 파지직~~.
“꺄하하···. 주인님 꼭 가스 레인지 같아요.”
“은하야~!!”
은하의 말에 진아 선배가 핀잔을 주기는 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초능력은 편하게 이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꼭 전투에만 쓰라는 법이 뭐 있단 말인가?
세상의 시선을 신경 쓰지만 않았다면 평소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시아의 가사 일을 돕는 다던가···.
장보기를 돕는 다던가···.
그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주변에서 괴짜로 취급하거나 정신 감정을 하려고 하겠지···.’
초능력으로 여자의 수발을 드는 남자는 이 세계에 절대로 없다.
여자를 시키면 되는데 뭐 하러 초능력을 쓰겠는가?
그게 보통 이 세계의 남자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무인도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거다.
“우와~~!! 고기 마블링 봐.”
“주인님··. 이 고기 어디 고기에요? 굉장히 비싼 고기죠?”
“으음··· 뭐 조금.”
횡성 한우를 한 마리 한 명의 전속 축산업자가 붙어서 애완동물처럼 공 들여서 키웠다고 하는 ‘초한우’라는 고기다.
한 마리 5억 정도 하는 놈인데 그 놈을 부위별로 도축해서 한 마리 분량 전부를 통째로 사 왔다.
‘어차피 놀러 왔으니 평소 보다 좀 특별한 것을 먹이고 싶기도 했고····.’
최근에 34위로 승격한 덕분에 한 마리 5억이라고 해도 중학교 때 햄버거 하나 사먹는 감각 정도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치이익·····.
숯불에 고기가 굽혀지기 시작했고 은하와 최지선 선생님은 행복한 표정으로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고기는 거의 안 익혀도 되죠?”
“그래. 자기 취향대로 익혀서 먹으면 돼.”
“그럼 나 먼저····.”
짝~.
은하의 손등을 응징한 것은 진아 선배였다.
“주인님이 먼저 드셔야지.”
“아야···. 히잉~. 언니 너무 엄해.”
은하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아 선배는 고기를 정성 들여서 굽더니 그걸 상추와 깻잎에 싸서 마늘 한 점을 얹어서 나에게 진상하듯이 건냈다.
“주인님···. 여기····.”
“저기··· 저도···.”
어라? 이건·····?
진아 선배뿐만이 아니라 신아도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는 딱 한입 크기로 되어 있는 쌈이 들려 있었다.
“··············.”
“··············.”
두 여성은 무언의 압박을 주면서 나에게 쌈을 내밀고 있었다.
“아··· 고마워. 그럼 잘 먹을게···.”
난 시아의 쌈을 받아서 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그런 나를 보고 시아는 몹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맛있어. 시아야. 고마워.”
“아니요. 또 싸드릴게요.”
아니 그보다는 모처럼 손 써서 구한 고기니까 너도 좀 맛을······.
“······저기 주인님··· 제 것도 드셔 주시지 않을래요?”
시아의 쌈을 먹고 나서 진아 선배가 나를 간절한눈 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 먹으면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도 맞을 분위기인걸?’
난 그녀의 쌈을 입에 넣고 마찬가지로 맛있게 먹었다.
“고마워요. 선배. 맛있네요. 아~!! 두 사람 스톱~. 이제 편하게 자기가 먹기.”
진아 선배의 쌈을 먹는 와중에 또 공들여서 쌈을 싸고 있는 최지선 선생님과 은하가 보여서 원천 봉쇄 해 버렸다.
“히잉~. 이거 안 드실 거예요?”
“나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들 먹어. 모두가 맛있게 먹기를 원해서 구한 고기니까···.”
“예~.”
잠깐 토라진 얼굴을 했던 은하지만 워낙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금방 밝은 얼굴로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으음~~. 맛있어. 따뜻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행복해.”
은하는 먹는 모습만 봐도 식욕이 생길 정도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최지선 선생님이 굽는 정도와 방법을 바꿔 가면 고기를 시식하듯이 신중하게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소스 보다는 소금만 살짝 뿌려서 먹는게 더 좋은 것 같아. 고기 자체가 너무 좋아.”
“그래요? 난 소스가 좀더....”
“등심은 몰라도 부드러운 안심은····.”
최지선 선생님과 은하는 고기를 부지런히 구워 먹으면서 뭔가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미식가가 다 됐단 말이야.’
체중을 늘리지 않으면서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양이 제한되는 법이다.
그래서 최근에 이 두 사람은 맛없는 음식은 함부로 입에 넣지도 않을 정도로 미식가가 되었다.
‘뭐····, 괜찮겠지?’
이제까지 힘들게 살아온 그녀들이다. 먹는 것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반동으로 보상 심리가 좀 생겼다고 해도 그리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난 뒷정리를 그냥 내가 초능력으로 해 버렸다.
“주인님~. 제가 할 게요.”
“그러지 마세요. 저희 주세요.”
시아와 진아 선배가 나한테 발을 동동 구르면서 자기들이 뒷정리를 한다고 말렸다.
하지만 초능력으로 하면 금방인데 그녀들을 고생 시키는 악취미는 없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걱정 말고 두 사람은 쉬어요.”
“하지만····.”
“주인님이 일하시는데 어떻게 저희가···.”
하여튼 너무 착한 것도 때에 따라서는 탈이다.
“저기 저 두 사람을 봐요. 얼마나 편하게 쉬고 있어요.”
내가 가르킨 곳에는 오랜만에 신경 쓰지 않고 작정하고 포식한 두 사람이 누워서 태양과 포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 맛있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먹은 고기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아직 한참 남았지?”
“설로인은 다 먹었지만 아직 많은 부위가 남았어요.”
“아까워라····.”
“주인님에게 부탁하면 또 사주지 않으실까요?”
“그럼 네가 부탁 해 봐.”
두 사람을 보면서 진아 선배는 얼굴을 붉히고는 외쳤다.
“선생님~!! 은하야~!!”
그녀는 가서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 우리 집의 잔소리 당번이 된 것 같은 그녀였다.
‘이제까지 있었던 인생의 불행만큼····. 앞으로는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그게 내가 진아 선배에게 바라는 점이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저녁은 모두들 간단하게 때우거나 넘어가기로 했다.
과일만 약간 썰어서 샐러드처럼 늘어놓고 먹은 것이다.
나도 과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다지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여자들이 하듯이 나도 과일이나 한 두 조각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해변으로 나왔다.
밤바다의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달 빛 아래에서 혼자 해변을 걷고 있으니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철썩 거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해변을 걷고 있는데 앞에서 전등의 빛이 보였다.
‘누구지?’
천천히 가까워지는 사람을 보니····.
“시아야?”
“주인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응? 그냥 산책.”
“저도요····. 점심 먹은게 아직도 소화가 안 되요.”
얌전하게 웃으면 대답하는 그녀가 참으로 예쁘다.
난 그 미소에 이끌려서 둘 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 산책이라···. 그럼 지금부터 조금 특별한 산책을 가 볼까?”
“예?”
“따라와.”
난 어리둥절해 하는 시아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이끌었다. 우리는 그대로 해변가에서 바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머~? 주인님···.”
“걱정 마. 날 믿어.”
“······예.”
시아는 곱게 웃으면서 아무 망설임도 없이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난 공기를 내 주변에 모아서 지름 5미터는 될 법한 공기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닷가로 천천히 들어가자····.
“와아~!!!!”
“어때? 괜찮지?”
“예····. 이건···· 너무 예뻐요.”
시아와 나의 눈에 해저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가끔씩 TV에서 해저의 풍경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기는 하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 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밤이라서 그런지 한층 더 로맨틱한 분위기가 났다.
바다위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달빛은 아름다웠고 시아가 들고 있는 전등의 빛이 비추는 곳은 자연이 숨겨진 속살을 보여주듯이 신비로웠다.
“주인님···· 고마워요.”
“뭐가?”
“전부요···. 제 인생 전부가 주인님의 은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
“진아 언니나 다른 사람들을 보고 최근에 생각한게 있어요····. 제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나도 그래?”
“예?”
내 말에 시아가 뜻 밖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마 이건 그냥 빈 말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다.
“·····아마··· 나한테 최초로 배정된 슬레이브가 네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 다른 남자들하고 같은 놈으로 자랐을지 몰라.”
“설마요? 주인님이 어떻게···.”
시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사실이었다.
최근 들어서····.
그러니까 소집에 갔다 와서 생각한 것이 있다.
난 어째서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게 자랐을까?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난 이제 고2인데도 아직도 동정이고 여자들을 폭행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난 그 이유를 차분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고찰해 봤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에게는 없고 나에게는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답은 바로 나왔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주인님·····.”
시아는 내가 자기 뺨을 쓰다듬자 잘 익은 사과처럼 상기된 얼굴을 하고 나를 올려다봤다.
시아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한 감정이 벅차오른다.
시아의 체온을 느끼고 있으면 가슴속에서 뭔가 따뜻하고 훈훈한 감정이 생긴다.
시아가 행복하게 미소 짓는 것을 보면 보고 있는 내가 더 행복할 정도다.
그런 시아가 있기 때문에 난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너야 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축복이야.”
“주인님·····.”
“····시아야. 부탁이 하나 있어.”
“예. 뭐든지 말 하세요.”
“어려운 부탁 일거야. 꼭 들어줘야 해.”
내 말에 시아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 드릴게요. ·····그····· 야한 거라도····.”
============================ 작품 후기 ============================
연참 들어갑니다.
오늘부터 비축분을 쏟아서 한 판 승부를 보려고 합니다.
제가 연참 할때 항상 걱정하는 것이 평소보다 추천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참하고 추천이 줄어 들어서 다음에 또 연참을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욕이 푹 꺽이거든요.
그러니 부디 읽고 재미 있으셨다면 다음 화로 넘어가기 전에 추천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