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결국 아레나에 나와 상대가 올라갔다.
‘직접 올라오는 것은 처음이군····.’
여기서 초능력자들끼리 싸우면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본 적이 있었다.
가능하면 난 여기에 올라오고 싶지는 않았다.
내 랭킹을 넘기고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의 의지로 랭킹을 양보하거나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은 나 역시 도전을 받은 이상은 이 빌어먹을 아레나에 올라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올라온 이상은 둘 중에 하나다.
이겨서 살 던가····.
아니면 져서 죽 던가····.
“어이 애송아~. 각오는 되어 있냐?”
“··············.”
굳이 대꾸할 가치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만에 하나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내 재산은 아마 모두 저 남자에게 압류 되거나 정부에 귀속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아가 슬퍼하겠지? 아마 울겠고······.’
내가 죽을수 없는 이유는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파이트~!!]
시합 시작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난 바로 텔레포트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 불꽃이 터졌다.
‘발화 능력자····. 저게 주 능력인가?’
랭킹 100위 쯤 되면 몇 개나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능력자간의 전투라는 것은 서로의 능력에 관한 정보를 캐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니 초반에는 상대의 능력을 탐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난 우선 염동력으로 충격파를 날렸다.
퍼퍼펑~!!!
자동차도 박살 낼 수 있는 충격파였는데 상대는 그것을 방어막으로 막아냈다.
‘나와 같은 염동력인가?’
내 염동력 레벨은 6이다.
최종 레벨인 7바로 직전인 나의 능력을 가볍게 상쇄했다는 것은 상대도 최소한 6, 아니면 7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주력으로 쓰고 있는 능력은 발화 능력.
아까부터 사방에 불꽃을 날리면서 튼튼하게 개조된 아레나의 특수 합금벽을 삐걱 거리게 하고 있다.
저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7의 능력이었다.
‘·······그렇다면···. 텔레포트는 불가능 한 건가?’
상위 능력의 전투에서 가장 유용한 것은 텔레포트였다.
레벨 3부터 본격적으로 전투에서 이용되는 텔레포트는 전투에서 거의 필수적인 스킬이다.
상위권이라면 모두들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쥐새끼 같은 놈~!!!”
퍼엉~!!
지금 나만 해도 놈의 불꽃 공격을 모두 텔레포트로 피하고 있지 않은가?
저 놈처럼 무식하게 서서 막는다는 것은 힘의 소비가 크다. 내가 하는 것 처럼 텔레포트로 피하면서 상대 하는게 이상적이다.
그런데 놈이 텔레포트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놈의 방어 수단은 염동력으로 인한 방어력 하나 뿐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염동력은 응용력이 높은 초능력이지만 최고 레벨에 도달한다고 해도 다른 능력보다 공방력에서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 증거로 놈도 공격을 발화 능력의 불꽃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에게도 있다.
놈의 염동력을 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창이 말이다.
파지지직~~.
“응? 애송이 그런 것도 할 수 있었냐?”
내 전신에서 뇌전이 방전되기 시작하자 상대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나의 전격능력은 레벨 7.
마음먹으면 이지스함도 한방에 가라앉힐 수 있다.
“간다~~.”
난 공중으로 높이 뛰어 올랐다.
그리고 온몸에 뇌전을 두르고 한줄기 벼락처럼 놈에게 떨어졌다.
우르릉~~!! 콰쾅~!!!!!!!
천둥 번개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면서 내 공격이 놈에게 작렬했다.
확실한 한수.
절대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고, 난 이 공격이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크···· 으윽···.”
“크··· 크하하하하하··· 애송이. 역시 아직 한참 멀었군.”
빌어먹을···.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회심의 공격이었는데····.
“뭐지?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어떻게 된 건지 본 사람?”
아레나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어째서 내가 피를 흘리고 있고 상대는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능구렁이 자식···.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내가 회심의 공격을 날린 순간.
내 공격이 적중하기 직전에 놈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느낀 것은 나를 향해서 떨어지고 있는 한 줄기의 벼락이었다.
“위치 교환이냐?”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렇다. 난 폼 나게 캐슬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와 자신의 위치를 바꾸는 능력이라니···.
이건 어떤 의미로는 텔레포트보다 더 결정적으로 유용한 능력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기기만 하면 말이다.
“쿨럭~. 일부러 내가 결정타를 날리도록 유도한 거냐?”
난 피를 토하면서 놈에게 질문했다.
“그렇지. 너한테 강력한 한방이 날아오기를 기다린 거지.”
“·····애송이라고 부르는 상대에게 꽤나 신경을 쓰는 걸?”
내 조롱에 놈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애송이일 리가 있나?”
“··············.”
“정부에서 34위라는 랭킹을 매겼다면 네놈에게 나름 그만큼의 능력이 있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아직 어린 놈이니 할 만하다고 생각한 거다. 너 자기하고 비등한 상대하고 실전을 치러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
“·············.”
“경험의 부족은 레벨이나 능력하고는 전혀 다른 거거든? 그러니 이 꼴이 되는 거다.”
결국 이 인간도 상당한 너구리라는 말이다.
“후우~, 충고 고맙군····.”
난 놈이 지껄이는 동안 어느 정도 몸을 추스렸다.
아까의 그 공격···. 보통은 항공모함이라도 바다로 가라앉힐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나에게 결정타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전격술사는 전격술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놈이 모르는 능력이 아직도 있었다.
놈은 나에게 깊은 데미지를 입혔다고 생각하고 자기 잘난 듯이 지껄여 댔지만····.
내 데미지는 이미 완벽하게 회복 되었다.
치유력.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초능력이었다. 레벨은 4로 전투에 있어서는 몹시도 유용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이 각성한 것은 작년 테스트를 마친 후의 일이었다.
이 치유력은 무척이나 유니크한 능력이다.
아마도 이게 내가 랭킹이 갑자기 오른 원인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능력과·····.
난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비장의 카드인 최강의 능력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좋은 충고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보답 하나만 하지.”
“·····뭐냐? 무슨 꿍꿍이야?”
놈은 치명타를 먹였다고 생각한 내가 멀쩡해지자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당황함이 드러났다.
난 놈의 그 당황함에 절망을 더할 것이다.
“살겠다는 생각은 포기해라. 그게 최소한 마음은 편할 것이다.”
그리고 난 몸을 숨겼다.
하이딩 스킬로 몸을 숨긴 것이다.
“이 놈이~~!!!”
펑~ 퍼펑~ 펑펑펑~~!!!
사방에 놈이 날린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면서 아레나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놈은 내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무차별로 공격을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나는 하이딩과 텔레포트를 병용해서 놈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텔레포트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놈이 날 맞추는 것은 로또 맞추는 것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다.
“나와 위치를 변환하는 능력을 쓰면 내 위치를 알 수 있을 텐데? 왜 안 쓰지?”
“닥쳐~!!!!”
퍼퍼엉~!!
놈은 화를 내면서 사방에 공격만 날리고 있을 뿐.
내가 말하는 대로 위치교환의 능력을 쓰지는 않았다.
“역시·····. 네놈이 인지하는 위치에 적이 없으면 그 능력은 못 쓰는 거야? 그렇지?”
“닥치라고 했다~~!!! 이 개자식아~!!”
쾅~ 퍼펑~ 펑~.
사방으로 불꽃을 날리면서 지랄 발광을 하는 놈이었지만 그 공격이 나에게 맞는 일은 절대 없었다.
난 놈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하나만 말해 두지. 원래는 널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이익···· 이놈이~!!!”
놈은 마치 분노로 미쳐버린 광인처럼 으르렁 거렸다. 눈에 핏발이 선 것이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따른 당황.
패배에 따라올 죽음의 공포.
그 모든 것이 놈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네놈이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 나도 거기에 따라주마.”
“··············.”
“이 다음 공격으로 네놈은 죽는다.”
“····죽는건··········. 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순간 놈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순간 자폭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마도 놈의 발화 능력에 염동력으로 공기를 압축 시켜서 파이어 백 같은 현상을 만든 것 같다.
“후··· 후후후··· 어디 있는지 몰라도 다 날려 버리면 그만이지·····.”
놈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모양이다.
하지만···.
“미안하군. 잘 가라.”
후웅~.
놈의 뒤에 나타난 나는 그대로 놈의 몸에 나의 능력을 발현 시켰다.
아까 놈의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폭발의 범위 밖으로 급하게 공격을 피했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강대한 폭발이라도 거리가 떨어지면 위력은 크게 줄어드는 법이다.
놈의 공격은 애당초 근거리용이어서 내가 있는 장소 까지는 도달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시 놈의 뒤에 도착한 나는 나의 비장의 초능력.
소멸의 능력을 발현 시켰다.
“쿠··· 쿨럭~~!!!”
놈은 가슴에 주먹 만한 구멍이 난 상태로 날 뒤로 돌아봤다.
난 놈의 원망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말했다.
“억울한 것도····, 궁금한 것도 많겠지만···, 그냥 죽어라.”
스르륵···· 털썩~.
결국 놈은 쓰러졌고 그제야 길고 길었던 우리의 승부가 끝났다.
[승자. 박민재.]
정부에서는 내 승리를 선언했고 난 살아남아서 아레나에서 내려왔다.
“···마지막에 그거 뭐였지?”
“갑자기 상대의 가슴에 구멍이 생겼어. 염동력?”
“염동력으로 그런 상처는 못내? 무엇보다 상대도 염동력으로 방어막을 두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나를 두고 이런저런 의견들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 능력을 알아내는 것은 힘들 것이다.
내가 쓴 능력의 이름은 소멸.
레벨은 X다.
즉, 아직 미지수라는 뜻이다.
소멸의 능력은 문자 그대로 내가 원하는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소멸 시켜버린다.
물체는 물론이고, 물도, 불도, 바람도, 심지어는 빛과 중력마저도····.
몇 달 전에 각성한 이 능력은 전 세계에서 오로지 나만을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었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내 소멸의 능력을 검사하고는 일단 레벨을 미지정하고 X등급의 능력이라는 고지만 내렸다.
차후에 좀 더 연구와 관찰을 해 본 다음에 나의 레벨을 정하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가끔씩이지만 전 세계에 오로지 한 명 밖에 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유니크 능력자라고 해서 제법 진귀한 인간 취급을 받는다.
뭐···. 유니크 능력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아주 쓸모없는 하찮은 능력도 있다.
예를 들어서····.
이 세상 모든 동물의 암수를 파악 할 수 있는 능력 이라던가····.
지하의 수원을 찾을 수 있는 능력 등등····.
그런 것들은 초능력자가 나설 것도 없이 그냥 일반 기계로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이 소멸의 능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야말로 전투에 있어서는 최강의 일격이다.
일단 급소에 먹히기만 하면 그 순간 승부는 끝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진호 - 이 자식.... 먼치킨은 내 영역이었는데....
민재 - 후후후. 시아를 지킬려면 강해져야지.
시아 - (감격한 표정으로) 주인님.....
민재 - 시아야....
샤를리즈 - 자~, 닭살 커플은 둘째 치고.... 해설 하자면 이번 화는 전투에 주력 된 장면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주요 능력인 소멸은 앞으로도 점점 키워갈 것이며...
민재 - 어이~. 샤를리즈. 스포일러~~.
지호 - 호오~, 민재 너 지금 내 약혼녀를 스스럼 없이 이름으로 불렀냐? 그리고 반말로?
민재 - 뭐 불만 있냐?
지호 - 좋았어. 내 황룡의 권능에도 네 소멸이 통하나 한 번 보자.
민재 - 그걸 해 봐야 아냐~!!?
둘이서 투닥거리는 것을 보고 뒤에서 진호가 물끄럼히 구경만 하고 있는다.
나영 - 별일이네요? 저기 안 끼어요?
진호 - 동정 둘이서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은 흥미 없어.
민재, 지호 - 뭐야~!!?
진호 - 최강 동정 결정전이라고 불러 줄까?
결국은 셋이서 투닥 거리기 시작한다.
시아 - 으음.... 정리하자면.... 모두들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리며 오늘도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연참은 작가님이 다음 선작수가 2,000이 넘을 때를 대비해서 조금씩 비축하고 있으니 잘 부탁 드려요. 그럼 즐감하시고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