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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7화 (17/176)

17화

학교에 도착한 시아는 기분이 저조했다.

그녀는 반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두고 수근 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거 들었니? 아침에···.”

“아~! 난 직접 봤어. 민재님이 진아 선배하고 다정하게 팔짱끼고 등교했어.”

“정말? 그럼 이제 시아는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민재님이 평소에 시아를 아끼는 것이야 유명하지만···. 그래도 남자들은 항상 잡아놓은 물고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더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지····?”

시아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시아의 반에 슬레이브는 그녀 하나 뿐이다. 나머지 애들은 모두들 프리였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남자들은 여자가 아쉽지 않았다.

그래서 슬레이브로 삼는 것은 정말로 매력적인 여성들 뿐이었다.

그래서 슬레이브를 찾아 보기가 힘들었던 것이고···, 또 프리인 여자들에게 있어서 슬레이브는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단 슬레이브가 되면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나서 약간이나마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가?

프리인 여성들은 철저하게 정부의 관리를 받으면서 정해진 스케줄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그것을 어기면 강도 높은 정신 교육을 다시 받아야 했다.

그래서 반에서 단 한명 뿐인 시아는 여자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오늘은···, 그 관심이 조금 이상한 쪽으로 변질되었지만 말이다.

‘···괜찮을 거야. 주인님이··· 날 버릴 리가 없어.’

시아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둘의 시간을 믿었다.

점심 시간이 왔다.

시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도시락을 들고 민재의 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은하야···. 진아 선배? 여기서 뭐 해요? 선배랑 은하 도시락은 따로 싸 줬잖아요?”

시아의 말에 은하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도 주인님하고 같이 먹으려고.”

그리고 진아도 말했다.

“평소에 네가 주인님하고 같이 도시락 먹는 것은 유명하니까····.”

“············.”

시아는 기분이 찹찹했다.

단 둘만의 공간과 시간이 침범당한 기분이었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커무니케이션 중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인간은 고대부터 사냥을 하고 그것을 같은 가족끼리 나눠 먹었다.

즉, 음식을 함께 먹는 다는 것은 친밀한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최소 단위의 커무니케이션이었다.

최지선은 아무래도 교무실에서 먹는 모양이다만···.

이은하와 민진아는 용감하게 시아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시아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두 사람을 돌려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응? 두 사람도 왔네? 그럼 가지···.”

그런 시아의 마음도 모르고 민재가 나와 버렸다.

시아는 속으로 발만 동동 굴렀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오물오물····.

정말 적막하게 밥 먹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아니··· 평소에 내가 시아하고 밥 먹을때도 별 대화를 하는 타입은 아니다.

시아는 기본적으로 말을 아끼는 타입이고, 나 역시 수다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두 명일 때의 침묵과 네 명일 때의 침묵은 어쩐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때···.

“하하··· 모두들 너무 조용히 먹는다. 주인님. 제가 먹여 드릴까요?”

선천적으로 성격이 통통 튀는 이은하가 입을 열고 주변을 선동했다.

그녀는 외모도 활발하고 귀엽게 생겼지만 성격도 거기에 딱 어울리게 활동적이었다.

그리고 나서 은하의 주도하에 분위기는 좀 밝아졌다.

그녀는 진아 선배나 시아는 물론이고 주인인 나에게도 말을 거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정말 선천적으로 타고난 밝은 성격이었다.

그런데···.

끝까지 시아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은하의 말에 대꾸는 해 주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은 쭉 저기압이었다.

‘정말 왜 이러는거야?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이제는 나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 하기는 누가 봐도 민재의 잘못이 컸다.

당초 원인 제공을 한 것이 민재가 진아와 뒹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알 몸으로····.

다만 이 미쳐버린 세계의 상식에 익숙해진 민재에게 있어서 바람을 핀다던가 하는 사고 방식은 있지도 않았다.

시아를 세상 누구보다 아끼는 민재였다.

하지만 이 세계의 상식으로 민재가 설령 시아 외의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고 해도 그게 잘못은 아니다.

그러니 지금 시아가 하고 있는 질투를 이해하지 못하고 못마땅 한 것이다.

원래 질투는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또, 사람은 자기 앞에서 계속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마음이 가라앉는 법이다.

만약 거기에 납득할 이유가 있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이해를 하고 납득을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다.

계속해서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은 덩달아 짜증이 나는 것이다.

참고로····. 남녀 관계에서 싸움이 심각해 져서 결별하는 팬턴의 50%정도가 이런 식이다.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중간에 고치지 않으면 문제는 점점 심각해 지는 것이다.

보통 당초의 발단과는 전혀 상관 없을 정도로 문제가 커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적색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지금 민재와 시아가 그렇다.

“··············.”

“··············.”

‘···불편해····.’

‘두 사람 왜 이러는 거지?’

‘혹시 평소에도 이러고 살았나?’

집에서 하루 종일 침묵하는 민재와 시아를 보고 다른 세 명음 몹시 불편해 했다.

이 집에 들어오고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대 하루하루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 않은가?

어떨 때는 몹시 친절했다가?

어떨 때는 민재의 기분이 최악이다가···.

또 어떨 때는 시아의 기분이 최악이다가···.

지금에 와서는 얼씨구?

드디어 둘 모두의 기분이 최악이 되었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은 하루 종일 불편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결국 민재는 더 이상 분위기를 불편하게 하기 싫어서 그냥 2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민재가 자리를 비우자 선천적으로 조용한 것을 참지 못하는 은하가 입을 열었다.

“후우~, 무서워서 혼났네····. 정말··· 시아야. 혹시 우리 주인님 화나면 무서워? 때릴 때 뭘로 때리는데?”

쫑긋~.

말을 꺼낸 것은 은하였지만 최지선과 민진아도 시아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주인의 체벌 정도를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대처할 때 어느 정도 각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슬레이브에게 친절한 민재니까 그렇게 엄벌은 내리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시아는 기분이 별로 안 좋은 듯이 대답을 아꼈다.

“············.”

침묵하는 시아에게 은하가 옆에서 매달려서 칭얼 거렸다.

“응? 시아야. 제발 말 해줘. 너 지금 뭐 때문에 주인님한테 거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노라니 내가 아주 죽겠단 말이야? 응?”

은하가 보기에는 시아가 무슨 자살행위 하는 애처럼 보였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시아는 별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은하가 너무 끈질기게 매달리자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우, 주인님은 저 때린 적 없어요.”

“·····진짜? 한 번도?”

“한 번도요. 주인님은 그런 분 아니세요.”

“············.”

입이 쩍 벌어진 것은 은하 뿐만이 아니었다.

최지선과 민진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슬레이브 중에는 재수 없으면 허구 헌날 얼굴에서 멍이 사라지지 않는 애들도 있었다.

험악한 주인을 만난 불행으로 오히려 프리보다도 더 혹독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인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슬레이브는 대부분 주인에게 맞은 경험이 있었다.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체벌의 의미로···.

혹은 성적이 취향으로 슬레이브를 때리는 것을 즐기는 자들도 있었고···.

가장 많은 것은 어이없게도 화풀이었다.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혹은 그냥 신경질이 날 때.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자기 소유의 슬레이브를 폭행하는 것이다.

대환란 전의 세계 같으면 법률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눈총 맞아 죽을 일이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그것에 비일비재한 일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민시아라는 여자는 그 미쳐버린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살면서 남자에게 한 번도 안 맞아본 여자라니···.

그런 여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세 사람이었다.

“우와~, 우리 주인님··· 좋은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완전 천사다.”

은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연하지.”

은하가 민재를 칭찬하니까 시아의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은하가 의기양양해서 계속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인님 생긴 것도 상당히 잘 생겼지?”

“그건 그렇지···. 내가 아는 어떤 슬레이브는 주인의 체중이 120kg짜리 돼지래.”

“으아··· 그거 재난····.”

“밤에는 어떻게 한 대요?”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찬다고 해서·····. 자기가 위에서 움직이다고 하더라고.”

“아아···· 난 평생 주인님 옆에 있어야지···.”

여자들의 수다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가도 다 비슷한 법이다.

미용법이나 패션.

혹은 자기 남자 얘기···.

남자들이 여자들 가지고 얘기하는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에 관해서 얘기 한다고 한다.

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얘기한다고 한다.

크기, 색상, 형태, 지구력, 예술 점수 등등····.

비참하지만 정말 모든 것을 얘기한다고 한다.

결국 수다는 여자들이 친해지기 위해서 최고의 도구인 모양이다.

분위기는 점점 좋아졌다.

“아~, 그러고 보니 진아 언니 어제 주인님하고 했죠? 어땠어요? 좋았어요?”

“··············.”

“··············.”

“··············.”

수다는 확실히 좋은 커무니케이션이다.

·····지뢰만 밟지 않으면 말이다.

은하의 무심한 한마디에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말한 은하도 그제야 자신이 뭔가를 잘못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지선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생각했다.

‘쯧~, 시아하고 진아하고 척 봐도 기싸움 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거기에 기름을 붓니?’

이래서 어린애들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은·····, 무척 좋았어. 잘 하시고···, 솔직히 나도 실제로 그렇게 여러번 까무러친 것은 처음인걸?”

빠직~.

순간 시아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래요? 진아 선배가 주인님 취향이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는데·····.”

시아의 말에 진아도 눈썹을 꿈틀 거렸다.

“그래? 그럼 아마도 욕구 불만이셨나 보지? 평소에 누군가가 충분히 만족 못 시켜서 말이야····.”

“···············.”

“···············.”

아침에는 얌전히 시아가 시키는 대로 설거지 하러 갔던 진아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까지 시아보다 훨씬 더 험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여자였다.

이런 여자들 사이의 기 싸움이라면 시아보다 훨씬 더 익숙한 그녀였다.

그리고···· 이 둘보다 훨씬 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너희들, 이제 그만 좀 해라.”

바로 최고 연장자인 최지선이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아파서 컨디션이 좋지 못하네요.....

부디 많은 추천과 댓글 부탁 드립니다.

작가의 창작욕을 부추기는 것은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 밖에는 없습니다.

전 '끝장난 세계의 히어로'를 업로드 하고 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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