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시아의 질투>
아침이 밝았다.
“주인님····. 일어나세요.”
시아가 날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럴까?
평소보다 좀 늦게까지 잔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시아가 깨워 주기 전에 알아서 일어났는데······.
“으음··· 시아··········.”
난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시아의 눈빛이 좀 이상하다.
뭐가··· 약간··· 경멸? 이랄까? 그런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요. 그럼··· 두 사람 다 씻고 내려오세요.”
두 사람? 아~!!
난 그제야 내 침대에 누워 있는 진아 선배가 떠올랐다.
그녀는 내 침대에 누워서 알몸으로 뒤척이고 있었다.
아니 알몸은 아니군.
팬티는 입었다.
그래··· 팬티는 입었는데····.
어째 그게 더 야하다.
‘제길~, 하필 아침에····.’
남자의 성욕이 가장 왕성한 시기가 아침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진아 선배의 반 나체를 보자 나도 모르게 욕정이 끌어 올랐다.
어제 밤에도 한 번 봤지만 아침 햇살을 선명하게 보이는 그녀의 나체는 한층 더 감회가 새로웠다.
햇살을 반사하는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몸매는 신이 만든 예술품 같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누드를 감상하다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웠다.
“선배~, 진아 선배~, 오늘부터 다시 학교 가야되요.”
“으음····, 주인님·····?”
“예. 일어나세요. 아침 먹어야죠.”
“예.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녀는 이내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속옷과 네글리제를 챙겨서 입었다.
남자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해 진 것일까?
원래 여자는 자신의 속살이나 속옷을 보이는 것에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게 정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주인을 잘못 만난 슬레이브들은 항상 세미 누드 같은 옷 차림을 하고 다녀야 할 때도 있었다.
뭐··· 당연히 난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그때···.
쪽~.
“고마웠어요. 주인님·····.”
“에····· 뭐·····.”
진아 선배가 내 입술에 기습적으로 살짝 키스를 했다. 이 선배 갑자기 너무 귀엽게 구는 것 아닌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거기에는 시아가 아침상을 차려 놨다.
항상 있는 일상이지만 정말 고마운 일이다.
“잘 먹을게.”
“············.”
내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지만 시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하는 말에는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시아인데····.
“저기 시아야···?”
내가 조심 스럽게 묻자 시아가····.
“왜 요~!?”
푹~!!
순간 가슴속에 뭔가가 박힌 것 같았다.
시아의 목소리에서 명백하게 짜증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시아가 나한테 짜증을 내다니···.
‘어떻게 이럴수가····?’
쇼크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밥 잘 먹고 있던 다른 세 명도 크게 놀랬다. 세 명은 갑자기 내 눈치를 슬슬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그거야···.
다른 남자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크게 화를 냈을 것이다.
슬레이브에게 무시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남자는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시아를 향한 마음은 그런게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화풀이는 하지 않는다.
난 어색하게 웃으면서····.
“하하··· 모두 밥 먹고 빨리 가죠? 선생님? 차 면허 있으시죠?”
“예~? 예. 있어요.”
“집에 그냥 굴러다니고 있던 차 한 대 있으니 오늘부터 쓰세요.”
“예~. 고맙습니다.”
“그럼 모두들 그걸로 등교하죠.”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선생님은 얌전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난 그렇게 화제를 바꾸고 태연하게 식사를 했다. 하지만 머리 속으로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시아가 왜 저러지? 설마 그날?’
아니 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나한테 저렇게 화낸 적은 없었는데···.
난 한숨을 푹 쉬었다.
화해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정말 여자는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병신을 위해서 해설 하겠다.
시아가 하고 있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여성이 당연하게 해야 마땅한 행위.
자신의 남자를 빼앗겼거나 혹은 빼앗길지 모르거나 할 때 느끼는 감정.
즉, 질투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도 여성의 질투는 존재했다.
슬레이브 간에 주인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경쟁할 경우 여자들은 서로를 질투하기도 했다.
다만 민재도, 그리고 시아도 자신들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둘이서 부대끼고 다독이면서 살아온 둘이었다.
즉, 둘이서 쭉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둘만의 생활 공간에 이제는 다른 여자들이 들어왔으니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새로 들어온 여자들은 모두들 여자가 아닌가? 더구나 그 세 명은 모두 재성이를 유혹하는게 어떤 의미로는 일(?)이다.
이제까지 시아는 그냥 주거 환경에 새로운 인원이 늘어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무의식 중에 그녀들과 민재의 사이에 일어날 어떤 썸씽은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 일을 현실로 눈앞에서 봐 버렸다.
민재를 깨우러 간 침실에서 민재와 진아가 뒹굴고 있었다.
진아의 옷차림을 봐서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밥을 먹으면서 맞은 편에 앉은 진아가 시아의 눈에 살짝 들어왔다.
‘·······나쁜····.’
시아는 은근히 배신감 까지 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잘 해 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하다니·····?
시아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순수한 여자아이였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도 민재의 보호를 받으면서 비교적 안전하게 자랐기 때문일까?
시아는 정말 착하고 순수하게 잘랐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랐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질투 만큼 인간을 추하게 하는 것은 없다.
식사가 끝나고 민재가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슬레이브들도 마찬가지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시아가 갑자기 진아를 불렀다.
“선배~, 다 먹었으면 설거지는 해야죠?”
“아~~ 미안···, 갔다 와서 하면 안 될까? 지금 안 가면······.”
“못하겠다는 거에요?”
“···········.”
시아가 갑자기 강압적으로 위압하며 말하자 진아는 당황했다.
어제 그렇게 친절했는데 갑자기 왜 이런단 말인가?
답은 바로 나왔다.
진아는 그렇게 둔한 여자가 아니었다.
‘오늘 아침의 일 때문이구나····?’
시아가 자신을 질투하기 때문에 괴롭힘이 시작된 것이다.
진아는 그렇게 이해했다.
“아침 차리는 것은 내가 했잖아요? 그럼 설거지 정도는 선배가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알았어. 할게.”
진아는 그렇게 말하고 교복 소매를 접으면서 싱크대로 향했다.
그리고 시아는 그런 그녀를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최지선이 차를 몰고 거기에 민재와 은하가 타고 있었다.
차는 최고급 리무진이었다.
국가에서 랭킹100위 안의 초능력자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것으로 미성년자인 민재가 차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그녀가 타자 민재가 말했다.
“시아야? 진아 선배는?”
“····잠시 있다가 올 거에요. 우리 먼저 출발하면 되요.”
“뭐~? 다 같이 가는게···.”
“그냥 가면 된다고 하잖아요~~~~~~!!!!!!!”
“············.”
“············.”
“············.”
차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심지어는 시아 본인조차도 스스로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질려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슬레이브가 주인에게 대놓고 소리를 지르다니···.
악랄한 주인의 경우에 따라서는 무슨 벌이 내려져도 할 말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최지선과 민재의 옆 자리에서 아양을 떨던 이은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민재의 판결을 기다렸다.
“·········모두들 먼저 가. 난 좀 있다가 선배하고 같이 갈게.”
그리고 민재는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나는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시아에게 느낀 감정은···· 솔직히 말해서 실망이었다.
나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한 집에 슬레이브가 여럿이면 종종 슬레이브들 끼리 알력 싸움이 일어난다고 말이다.
다른 여자들이 우리 집에 올 때도 내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난 만에 하나 시아가 최지선 선생님이나 다른 여자들에게 괴롭힘 당할 것을 걱정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시아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말이다.
다른 슬레이브들의 쇼핑을 시아에게 일임하고 맡긴 것도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아가 주도권을 잡으면 무시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시아가 진아 선배를 괴롭히다니·····.
“왜 그런 걸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진아 선배가 어느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 주인님···, 먼저 안 가셨어요?”
“····같이 갈려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금방 끝났네요? 시아가 뭐 시켰던 것 아니에요?”
“아~, 그냥 설거지요···.”
설거지라···.
그러고 보니 시아는 항상 아침에 담궈 뒀다가 집에 와서 끝냈지?
괴롭힌다고 시킨게 고작 설거지라니····.
‘10분도 안 걸리겠다.’
괴롭히는 것도 별로 소질이 없어 보이는 시아였다. 동화책에 나오는 팥쥐가 차라리 시아보다 더 소질 있을 것이다.
난 한숨을 쉬면서 진아 선배에게 말했다.
“그럼 가죠. 다른 사람들은 먼저 가라고 했어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나와 진아 선배는 둘이서 학교로 등교했다.
그런데 선배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저기···, 가능하면 팔짱 끼고 가게 해 주세요.”
“····예?”
“주인님이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 줘야 할 최소한의 그런 것이 있어요.”
“············.”
무슨 말인지 반도 모르겠다.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 줘야 할 최소한의 그런 것?
그게 뭐지?
“부탁 드려요. 주인님·····.”
“알았어요.”
간절하게 부탁하는 진아 선배의 얼굴에 그냥 OK해 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등교 시간에 누군가와 스킨쉽을 하면서 가는 것은 처음이다.
이게 시아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문득 옆을 슬쩍 내려보니 진아 선배가 무진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내 팔에 와 닿은 선배의 가슴의 감촉 이상으로 내 마음을 흔드는 진아 선배의 미소였다.
이 선배 전에도 생각했지만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 건지?’
그렇게 학교에 도착하기 까지 난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 작품 후기 ============================
시아에게도 라이벌은 필요한 법이죠.^^일단은 일차 후보 입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PS. 추천 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저의 의욕에 버프를 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