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그렇게 세 명이 모두 옷을 차려 입자 시아가 말했다.
“모두 잘 어울리네요. 나머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전에 적당히 식사라도 하지 않을래요?”
“식사~!?”
“우리끼리 하자고?”
“그래도 괜찮아?”
시아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꼬박꼬박 놀래는 그녀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저한테 카드 있어요.”
시아의 말을 들으면서 그녀들은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세 명은 백화점의 식당가에 가서 회전 초밥집에 앉았다. 시아가 고민 끝에 세 명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선택한 것이다.
평범한 식당에 데려가면 아마도 뭔 시키면 좋을지 한참 고민할 테지만 이런 가게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신이 접시를 집지 않으면 절대로 식사를 할 수 없는 식당이 아닌가?
시아의 예상대로 거기서 세 명은 무척 만족스럽게 식사를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굴었지만 한 접시 두 접시 먹는 사이에 점점 더 즐겁게 식사에 열중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식사를 마음대로 하는 권리 조차도 없었다.
정부의 관리 하에서 먹는 식사는 맛이 없는 평식이었고···, 주인이 가끔씩 상으로 주는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로 슬레이브에게 필요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슬레이브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살이 찌고 추해진다는 속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뭐···, 맛있는 식사는 보통 기름기와 당분이 많고 살이 찌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남자들은 그 미신 같은 속설을 매우 맹신했다.
식사가 끝나고 여자들은 시아에게 상당히 친숙해 졌다.
일단 자신들 보다 민재와 알고 지낸 시간이 긴 선배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백화점에 와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시아의 행동이 그녀들의 눈에는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최지선이 용기를 내서 시아에게 말했다.
“저기 시아야···. 혹시 근처의 빵집에서 꼭 먹고 싶은게 있는데 사도 될까?”
“예? 으음~, 식 후에 뭐 먹으면 살 찔 텐데····.”
시아의 말에 최지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생각해 보니 아까 초밥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저기···, 사실은 예전에 케이크를 먹어 본적이 있거든? 그거······ 안 될까?”
“케이크?”
“그거 남자들이 생일날 먹는 것 말이죠?”
케이크라는 말에 은하와 진아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주지 말아야 할 음식들 중 1순위가 바로 단 음식이었다.
당연히 그녀들은 한 번도 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시아는 그녀의 생일마다···, 아니 그냥 먹고 싶을 때 마다 먹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어쩌지? 밥 먹고 바로 케이크 먹으면 아무리 그래도 살 찔 텐데····.’
민재는 시아의 체중에 일절 간섭 하지 않았다.
대신에 시아는 스스로 자기 체중을 관리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남자들은 여자를 성노예로 쓰기 위해서 아름답게 관리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여자는 스스로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법이다.
그래서 시아는 평소에 자신의 체중을 스스로 꾸준하게 관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밥 먹고 케이크는 부담 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지. 딱 한 번만·····.’
여자들이 워낙에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자 시아는 그냥 이번 한 번만 넘어가기로 했다.
“케이크는··· 빵집보다는 카페에 가는게 좋을 거에요. 우리 가요.”
시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른 세명의 표정이 호나해졌다.
한 번 케이크를 먹어본 최지선은 물론이고 다른 여자들 까지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시아의 뒤를 따랐다.
카페에 도착한 시아는 조각 케이크를 종류별로 네 종류 시키고 홍차도 주문했다.
“케이크에는 홍차가 어울려요. 같이 드셔 보세요.”
“응, 잘 먹을게···.”
“고마워 시아야···.”
“·········.”
한 번 먹어본 최지선은 물론이고 이번이 처음인 다른 두 명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시아가 하는 대로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서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순간···.
“아····.”
“세상에···.”
“으음~~~♥”
그녀들은 지극한 행복에 감싸였다.
가뜩이나 식사 제한으로 당분은 거의 절제되다 시피 살아온 그녀들이었다.
아마도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케이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여자는 그쪽 업계에 종사하는 여자들 뿐일 것이다.
이 세 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달콤함과 푹신함에 듬뿍 매료되었다.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에서 이렇게 멋진 감각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녀들의 미소를 보고 시아가 말했다.
“일부러 네 종류를 시켰으니까 서로 돌아가면서 맛 보는게 좋아요. 아무리 그래도 한 조각 이상씩 먹으면 살 찔 테니까···.”
시아의 말에 세 명은 그렇게 돌아가면서 서로의 케이크를 먹으려고 했다.
“잠깐만····· 은하, 너 내 초콜릿 케이크 너무 많이 떴어.”
“진아 너야 말로 내 치즈 케이크를 반이나 거덜 냈잖아?”
“선생님. 딸기 부분을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마지막까지 아끼려고 한 부분이란 말이에요.”
“연장자한테 양보 할 줄을 알아야지~?”
“그런게 어디 있어요?”
티격태격하는 세 명을 보고 시아는 홍차를 홀짝 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냥 가는 길에 하나씩 더 사갈까?’
칼로리야 좀 걱정 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뭐라고 하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어이~!!! 여자들이 어디 함부로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있어~!!!?”
카페의 한쪽에 자기 슬레이브를 끼고 희희낙락 하고 있던 한 남자가 일어나서 세 명에게 말했다.
그제야 세 명은 아차 싶었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소음을 내거나 하면서 남자들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
프리의 여자가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에 남자들에게 혼나기 마련이다.
슬레이브인 그녀들은 민재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렇게는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른다.
그녀들을 보호해줄 민재는 이 자리에 없고, 무엇보다 법은 멀고 폭력은 가깝지 않은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건들건들 거리면서 시아들에게 다가왔다.
상대는 20대 초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 같았다. 직업이 뭐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들거리는 태도와 위와 입술에 출렁 거리는 피어스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척 봐도 양아치 같이 보였다.
놈은 시아들에게 다가오더니····.
“호오~, 이거 미모를 보아하니 프리 같지는 않군. 너희들 주인은 어디 있지? 슬레이브 교육 하나 못 시키나?”
남자의 말에 여자들 중에 가장 경험이 많은 최지선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은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저희들이 소란을 피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원래 카페에서 여자들이 좀 웃고 떠들었다고 이렇게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사죄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자들은 남자의 심기를 철저하게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나마 최지선은 요령이 좋았다.
주인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알면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핑계를 댄 것이다.
‘이제 이 남자가 그냥 자리를 떠나면 좋을 텐데···.’
그녀는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들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흐음~, 그래? 잘못을 알기는 아는군. 그런데 너희들 주인은 지금 자리에 없다고?”
“예···. 잠시 자리를 비우셨···.”
“그럼 너희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뭐. 슬레이브를 잘못 교육시킨 사과도 받고 말이야.”
“·············.”
“·············.”
“·············.”
“·············.”
남자의 태도에 여자들을 안색이 굳었다.
민재가 이 자리에 올 리가 없다. 지금 여기는 자신들끼리 오지 않았는가?
이러다가 그게 들키면···?
그럼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주인이 곁에 없다고 해도 타인의 슬레이브를 함부로 대하면 그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그렇듯이 법이란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들켜도 주재진이 한 것처럼 적당히 합의를 하거나 할 수도 있고 말이다.
결국 자신이 크게 다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들을 종종 주인의 눈을 피해서 남의 슬레이브를 건드리기도 한다.
언제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취할 수 있는 프리들에 비하면 남의 슬레이브를 건드리는 것은 색다른 쾌감이 있다는 놈들도 있었다.
그 놈들은 이 미쳐버린 세계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거의 유일하게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놈들이다.
최지선이 보기에는 여기 이 놈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자신을 비롯해서 시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끈적끈적했다.
마치 뱀이 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놈은 자리에 앉아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진아의 어깨를 감싸면서 능글맞게 말했다.
“호오~, 이거 제법 괜찮은 걸? 너희들 모두 주인이 같은 거냐?”
“··········예. 그렇습니다.”
“운 좋은 놈이군. 이 정도의 상등품을 네 마리나 가지고 있다니 말이야·····.”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에 두른 손을 자연스럽게 내려서 진아의 가슴을 쥐었다.
“으음·····.”
진아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게 다였다.
뭔가 더 저항을 하려고 해도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을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 자리에는 그녀의 주인인 민재도 없지 않은가?
더구나 남자는 그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흐흐흐···, 어떤 병신이 이렇게 예쁜 애들을 자기들 끼리 외출 시킨 거야? 나 같으면 방 구석에 알몸으로 꽁꽁 가둬 놓고 즐기겠다.’
남자는 이미 이런 일을 몇 번인가 겪어본 것처럼 배테랑 같이 행동했다.
진아의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이윽고 그녀의 옷 속으로도 손을 집어넣어서 진아의 속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이러시면···· 안 되요····.”
“뭐? 안 들려. 똑바로 들리게 말하라고.”
진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반항했지만 남자는 오히려 더 능글맞게 말했다.
그러면서 손을 능숙하게 움직여서 진아의 젖가슴을 희롱했다.
실컷 주무르고 비틀고, 첨단의 앙증맞은 유두를 꼬집기도 하고····.
마치 옷 속에 들어간 손에 눈이 달린 것처럼 능수능란한 손놀림이었다.
진아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달리 수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했다가는 큰일이다.
하지만 이 대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해도 마찮가지로 큰일이다.
그녀는 슬레이브다.
주인 이외의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면 그것이 자의든 강제든 그녀의 죄로 취급 받는다.
그때 남자의 다른 손이 진아의 스커트 안쪽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저기····. 제발 용서해 주세요.”
“뭐가? 너희들 정말 슬레이브 맞아? 사실은 프리 아니야?”
“아니에요. 저희들 정말로 슬레이브예요. 스마트 폰으로 조회해 보면 금방 알수 있잖아요?”
옆에서 은하가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너희들 주인을 직접 데려오면 되잖아? 안 그래?”
“아······.”
남자가 스커트 안의 손을 어떻게 했는지 진아가 부끄러운 신음을 내었다.
여자들은 그런 진아를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내 슬레이브에게 뭐하는 짓이냐?”
그녀들의 입장에서 천국 같은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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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타이밍 하나는 최고인 주인공이었습니다.
추천수 100이 그렇게 가뿐하게 넘을 줄이야....^^;;;;
솔직히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른 두개의 신작인 '끝장난 세계의 히어로'와 '마왕이 될 테다.'도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