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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96)화 (195/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95화

“내가 더 잘할게. 앞으로는 다 말할 거야. 그러니까…….”

새삼 목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간절한데, 이 간절함을 어떻게 해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무슨 방법이든 조금이라도 진효섭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면 상관없다. 그를 붙잡고 싶어 애가 탔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전처럼 돌아가고 싶다고, 기회를 달라 애원하고 싶었다.

“다시 곁에 있을 기회를 줘.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

던전을 다녀오기 전에는 사랑하냐고 잘만 물어보던 진효섭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까와는 완전 반대가 된 상황에 안단테는 닦달하지도 못하고 진효섭의 입술에 집중했다.

이제껏 그를 갈망하고 기다린 시간이 압축되어 스쳐 지나갔다. 대답을 기다리는 짧은 찰나가 1년과도 같다 착각되었다. 이미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왜 그가 뱉을 다음 말이 이토록 떨리고 긴장되는지 모를 일이다. 제발, 그가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고맙습니다. 말해 줘서.”

진효섭이 안단테의 어깨 부근에 뺨을 비비적거렸다. 부드러워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동그랗고 불그스름한 귓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둘은 서로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됐다. 안단테에게도, 진효섭에게도, 더 청산해야 할 과거는 없었다. 오해도 다 풀었으며, 응어리진 마음도 없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딱 알맞은 타이밍이었다.

“다음에는, 숨기는 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 말할 테니, 형도 다 말해 주십시오. 사소한 것도요.”

다음. 그 말에 긴장이 확 풀렸다.

“효섭아.”

“네.”

고개를 든 진효섭이 안단테와 눈을 마주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사랑에 빠진 이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안단테는 그런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품에 가득한 온기, 달콤한 향과 붉은 뺨, 올곧게 올려다보는 시선. 그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눈앞이 흐렸다.

“사랑해.”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도, 동생의 죽음에 절망에 빠졌을 때도 나오지 않던 것이 뺨을 타고 흘러 진효섭의 머리카락을 적셨다.

사랑하는 이의 손이 뻗어 와 허리를 두르고 등을 쓸어내렸다. 그것만으로 안단테는 가슴이 사랑으로 충만해졌다. 그를 사랑한다. 모든 걸 끝냈던 전보다 더. 앞으로는 더욱더.

“네가 지금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할게. 절대…….”

품 안의 연인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동결됐던 시간이 이제야 흘러가는 듯했다.

* * *

“허. 내 참. 하.”

플랫은 눈앞의 광경에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효섭은 그들의 시선이 불편해 몸을 꼼지락거려 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안단테는 꽉 껴안은 팔에서 힘을 풀지 않았고, 진효섭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안겨 있어야 했다.

사실 노아피의 이런 시선쯤이야 이전에도 겪었던 일. 익숙하다면 익숙하니 크게 부끄럽진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선에는 노아피 길드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커흠, 흠, 크흠흠.”

함께 따라온 테디가 노아피의 길드 사무실에 어색하게 서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처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훑어봤는데, 그것도 길지 않았다. 노아피 길드 사무실이 처음과 달리 황폐한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괜히 사무실로 왔나…….’

던전 주위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리를 옮길 때, 진효섭은 굳이 노아피 길드 사무실을 택했다. 안단테는 집으로 가 둘이 있고 싶어 하는 기색이 다분했지만 애써 외면했다. 마음이 다시 이어진 지금,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면 최소 이틀은 나오지 못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길드 사무실도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듯하다. 저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저, 흠……. 이제 슬슬, 집에 가 봐야 할 텐데…….”

테디가 연신 손목시계를 흘끔거렸다. 어느덧 시간은 열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안단테는 진효섭의 목덜미에 묻은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코다. 손님 가신다는데 안내해 드려.”

코다가 보던 책을 잠자코 덮고 일어나자 가 봐야 한다고 말을 꺼냈던 테디가 당황했다.

“예, 예? 아니, 저기-”

“안내하겠습니다.”

“그, 이게 저 혼자 가면 안 되는……. 그러니까, 오늘 해야 할 일도 있고…….”

테디의 말에 안단테가 시큰둥하게 중얼거렸다.

“밤에 일은 무슨. 국가안보국은 가이드에게 잠잘 시간도 안 주고 굴려?”

“예? 아, 아뇨. 그, 일이라는 게 국가안보국 일이 아니라 집안 일인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테디가 진효섭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Help me’. 그 도움 요청에 진효섭이 결국 입을 열었다. 안단테의 간절함과 애틋함에 지금까지 차마 뿌리치지 못했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형. 오늘은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딜.”

“집에 돌아가야 하잖습니까.”

“하지만 네가 돌아올 곳은 이제 여기잖아.”

애교를 부리듯 안단테가 진효섭의 목덜미에 제 뺨을 비볐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살갗을 간지럽혔다.

“가지 마.”

진효섭은 다시금 입을 꾹 다물었다. 한 시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도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고 말하니 안단테가 갖은 달콤한 속삭임으로 진효섭의 입을 꾹 다물게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테디도 물러서지 않았다.

“티나가 잠도 안 자고 있다고 하던데…….”

눈을 데구루루 굴리는 테디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한참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와 연락하는가 싶더니 그게 티나였나 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형.”

“오늘 정도는 같이 있으면 안 돼? 우리 오래 떨어져 있었잖아.”

살짝 몸을 떼어 낸 안단테가 애절함을 담고 진효섭을 응시했다. 드디어 함께 있을 수 있게 됐는데 정말 이렇게 갈 거냐는 간절한 시선이었다. 순간 이대로 눌어붙고 싶었지만, 티나가 기다린다는 사실에 진효섭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은 앞으로도 많지 않습니까.”

“앞으로 언제.”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옆에서 테디가 슬쩍 끼어들었다.

“진. 내일은 아침부터 모임이 잡혀 있어.”

“그래? 그럼 내일보다는 모레가 나을 듯합니다. 모레에는 일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진효섭이 말을 끌며 테디를 바라보자 긍정의 의미로 그가 고개를 끄덕여 줬다. 당장 내일은 아니라지만 모레라면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영원히 보지 못할 뻔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안단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내일은 일정 때문에 바쁘고, 모레쯤-”

“국가안보국의 일정을 네가 왜 챙기는데?”

“예?”

진효섭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너무 당연한 걸 물어 잠깐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안단테는 그런 진효섭에게 몸을 가까이 붙이며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우리, 마음이 통했던 거 아니었어?”

민망스러워 뺨을 긁적이긴 해도 진효섭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다시 국가안보국으로 돌아가려고 해. 혹시 내가 뭘 더 잘못한 게 있어? 아니면 아직 풀리지 않는 게 있었나? 그런 거라면-”

“아니요.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다급해지는 목소리에 진효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풀리지 않은 것은 없다. 이제 의심 가는 것도 없고. 안단테의 말대로, 두 사람의 사이는 전보다도 더 탄탄해졌다.

“그럼 왜 국가안보국의 일을 신경 쓰는 거야?”

“그건…….”

무어라 대답해야 좋을지 진효섭이 말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테디가 머쓱하게 진효섭을 향해 휴대폰 화면을 들어 보였다.

[PIGLET]

새끼 돼지……. 누구를 뜻하는 건지 진효섭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녁 열 시만 되면 잠드는 티나가 지금 전화를 했다는 건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는 의미다.

“형, 일단 지금은 바로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

안단테는 아무 말이 없었고, 노아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르륵 풀린 손에 진효섭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문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침울해진 듯한 안단테의 물음에 진효섭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만 대답해 줘. 우리 길드로 다시 들어오는 건 맞지?”

“아……. 예. 물론입니다.”

“그래. 그럼 됐어. 이틀 정도야 기다릴 수 있지.”

모레에 일이 끝나면 국가안보국에서 나올 거란 가정이 깔린 말에 진효섭은 급하게 집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문을 열고 나서지 못했다. 안단테가 착각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저기, 형. 저는 국가안보국과 계약했기에 1년 동안 묶여 있습니다.”

“알아. 하지만 계약은 깰 수 있지. 어느 정도 페널티가 있겠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야. 정 어렵다면 내가 도와줘도 되고.”

모두 자신이 감당하겠다는 기세였다. 그걸 느낀 진효섭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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