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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74)화 (174/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73화

현재 진효섭은 안단테의 유일한 가이드라는 점과 신해창이 유진을 내보내면서까지 옆에 둔 가이드로 유명했다. 대체 가이딩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면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개중 더러운 상상을 하는 사람도 몇몇 존재했다.

다시금 들려오는 그들의 더러운 수군거림에 안단테가 낮게 중얼거렸다.

“하나같이 X같은 얘기를 하고 있네. 입을 찢어 버리고 싶게.”

덤덤하게 꾸민 표정과 달리 힘이 잔뜩 들어간 손에는 푸른 핏줄이 섰다. 당장에라도 더러운 말을 지껄이는 놈들을 짓밟아 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저 개새끼가…….”

그러나 정작 안단테의 시선은 신해창에게 닿아 있었다.

신해창은 진효섭에게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참 알콩달콩한 모습이었다. 달콤한 과자들을 탁자에 늘어놓은 신해창이 초콜릿 같은 것들을 까 줬다. 당황한 진효섭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민망한 얼굴로 받아먹는 게 가관이었다.

그걸 보는 안단테는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펑, 하고 터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저곳에 있는 게 안단테 자신이었다면. 그렇다면 과자를 챙겨 주기에 앞서 더러운 입을 놀리는 새끼들을 먼저 죽여 놨을 텐데. 절대 두고 보지 않았으리라 맹세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해창은 들릴 게 분명한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주위를 의식한 행동을 할 뿐이다.

물론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신해창은 안단테를 약 올리고 싶은 것뿐일 테니까. 그러니 우습다고 콧방귀를 뀌어 주면 되는데…… 쉽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진효섭의 곁에 있는 건 신해창이었다. 머릿속에서는 둘을 찢어 놓은 지 오래였지만 차마 실행하지 못했다. 안단테는 진효섭의 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일 뿐이니까.

“하, 진짜 이해할 수 없네.”

그때, 신디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플랫한테 뭐라고 하긴 했지만…… 솔직히 나도 이해가 안 돼. 대체 왜 그러고 있는데?”

“…….”

“정말 너답지 않은 일이야. 저번에는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그렇게 마음에 들면 빼앗아. 손에 넣으라고. 그럼 되잖아.”

무슨 말을 해도 침묵을 잇던 안단테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넌 내가 진효섭을 곁에 두는 걸 탐탁잖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진짜 그놈이 너랑 이렇게까지 상성이 잘 맞는지 몰라서 그랬던 거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어. 아노의 대타든 뭐든 필요하면 곁에 둬야지.”

“대타라…….”

안단테의 시선 끝에 있던 진효섭과 신해창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친분을 과시하듯 신해창이 진효섭의 허리에 손을 얹고 출입구로 향했다. 가까이 붙어 있는 꼴이 퍽이나 다정해 보였다. 꼴 보기 싫은 장면인데도 불구하도 안단테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가 진효섭을 대타 따위로 생각했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그럼? 정말 사랑이라도 한다는 거야? 그렇다면 더욱더 손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지고 싶으면 가져. 너는 그럴 힘이 있잖아.”

신디가 신해창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신해창은 죽이면 그만이고, 진효섭은 빼앗아서 곁에 두면 되고. 어렵지 않아. 각인도 있는데 뭐가 문제야? 너답지 않게 두고 보기만 하지 말라고. 시답잖게.”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야.”

안단테가 쉽사리 수긍하자 듣고만 있던 플랫이 눈을 크게 떴다. 이내 플랫이 무언가 말을 이으려고 할 때였다. 안단테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나답지 않은 일이야. 당장에라도 신해창을 죽이고 저 자리를 꿰차는 거,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다음은?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다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곁에 두면 그만이잖아.”

“아니. 그렇게 되면 잃게 될 거야.”

머릿속에 진효섭의 말들이 스쳐 지나가 안단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곁에 있으면…… 진효섭은 죽을 테니까.”

두려움에 물든 시선, 떨리는 손끝. 진효섭은 안단테의 집착이 무섭다고 말했다. 벗어나고 싶다고. 그러면서 입에 담는 죽음에 안단테는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의 죽음을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못했던 때는, 진효섭이 죽을 바에 어떻게든 숨통을 붙여서 제 곁에만 두겠다고 다짐했다. 죽는다는 길밖에 없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그래서 진효섭을 다시 마주했을 때도 안단테는 여전히 그 생각밖에 없었다. 진효섭을 손에 쥐겠다고. 그리고 다시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죽음조차도 그의 곁에 있지 못하도록.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진효섭을 죽이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안단테 자신이다. 자신의 곁에 있으면 진효섭의 말로는 역가이딩으로 인한 죽음이 될 터. 역가이딩은 안단테에게 저주와 같았다. 언제나 조심스러웠고,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끝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으니까.

새삼 안단테는 자신이 진효섭에게만 물렀다는 걸 인정했다. 옛날엔 진효섭이라면 정말 역가이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왜 그리 안일하게 생각했던 건지.’

잘 맞는 상성에 너무 마음을 푼 게 문제였다. 그가 진짜로 괜찮을 거라고 여겼다니.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하물며 역가이딩을 참으면 된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향은 이성을 붙든다고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으니까. 그날이 다가오면 안단테는 저번처럼 이성을 잃고 그를 탐할 게 분명했다. 순간 진효섭이 뱉은 피로 눈앞이 다시금 어질해지는 것 같았다.

“신디. 넌 코다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해?”

“뭐? 그거야…… 그냥 진효섭을 좋게 봐서겠지.”

“달라.”

안단테는 진효섭이 떠난 자리를 빤히 바라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가이드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안단테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보는 것밖에 없었다. 그 또한 코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뒤늦게 말뜻을 알아들은 건지 신디가 멈칫했다. 반면, 플랫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두 번? 웬 두 번?”

안단테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그 뒤를 따라가는 신디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어두운 표정만을 하고 있었다.

* * *

예상이 완벽하게 깨졌다. 진효섭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 안단테를 모임에서 마주했던 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자위했었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당황스러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으므로.

사실 같은 나라 내에서 길드 활동을 하니 마주칠 일이 아예 없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마주한다고 해도 간혹가다 한 번쯤이라고 생각했다. 노아피는 모임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안단테는 그날 이후 매번, 매 모임,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무시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단테는 노골적으로 진효섭만 쳐다봤고, 그가 참석하는 모임에만 얼굴을 비췄다.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소문까지 묘하게 돌자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

‘대체, 어째서……?’

진효섭은 오늘도 어김없이 멀리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안단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워낙 뜨거운 시선인지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그 덕분인지 진효섭은 안단테가 있는 방향으로는 무의식으로라도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안 그래도 모임이다 보니 시선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신경 쓰였는데, 안단테가 쳐다보고 있으니 더 피곤해졌다.

‘대체 이게 며칠째인지.’

급기야 차라리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터놓길 바라게 됐다. 하지만 그는 며칠째 가만히 쳐다만 봤다. 모임에 참여해 놓고도 일언반구 없이 말 그대로 정말 쳐다만 봤다. 그래서 더 당혹스럽고 머리가 복잡해진다는 걸 아는 건지. 진효섭은 도통 그의 행동을 해석할 수 없었다.

‘하아…….’

반복되는 상황에 고개를 숙이며 내심 한숨을 푹 쉬었을 때였다. 옆에서 함께 차를 마시던 가이드 중 한 명이 진효섭을 불렀다.

“저, 진효섭 가이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기품 있어 보이는 미소를 지은 남녀가 눈앞에 있었다. 모임에 참석하자마자 신해창을 통해 인사했던 타 상위 길드의 가이드들이었다.

“지루하십니까? 말없이 고개만 숙이셔서요.”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원래 말수가 별로 없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런 거라면 정말 다행입니다.”

주위에 모인 세 명의 가이드들은 모두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진효섭의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어 미간을 찌푸릴 법한데 온화하기만 했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그래도 역시 부담스러우신 거죠?”

“예? 아닙니다. 이건 그냥 제 표정이-”

“아니에요. 보면 알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저것 봐. 어떻게 안 부담스럽겠어.”

포니테일로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묶은 여인이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서 목소리를 낮췄다. 시선은 안단테 쪽을 흘끔거린 채였다.

“안단테 에스퍼, 매번 모임 때마다 저렇게 진효섭 가이드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서요?”

“…….”

그쪽 얘기였구나. 진효섭이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손끝을 꼼지락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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