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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60)화 (160/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59화

진득한 키스가 이어지고, 진효섭은 어느새 안단테의 위에 올라탔다. 얇은 옷을 두고 몸을 겹치자 묵직한 이물감이 닿아 허리가 움찔거렸다. 저도 모르게 기대하는 듯한 반응을 내비친 탓에 누가 보지도 않았는데 민망해졌다.

진효섭은 생각을 깊게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다. 다음 단계인 더 깊은 가이딩을 위해 잠깐 입술을 떼어 냈는데, 안단테가 상체를 일으키며 혀를 감는 바람에 실패했다.

“자, 잠깐…….”

말리기 위해 가슴께를 밀었다가 맨살이 손바닥에 닿아 진효섭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마치 블랙홀에 손을 집어넣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새삼 접촉으로는 가이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느끼며 몸을 물렸다.

진효섭이 접촉을 거두자마자 안단테가 짐승처럼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절그럭- 손목과 이어진 쇠사슬이 서슬 퍼런 소리를 냈다.

덜컹, 덜컹. 이내 침대가 부서질 듯 움직였다. 얼마나 거칠던지, 그 위에 올라탄 진효섭이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였다. 안단테의 손목에 이어진 쇠고랑이 끊어질 듯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처음에는 단단해 보이던 것이 지금은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

안단테는 발버둥 치며 진효섭에게 닿기 위해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중간에 끊긴 가이딩에 흥분한 것도 같았다.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확실하게 느껴져 진효섭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곤 떨리는 손을 밑으로 내렸다. 빨리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긴장되고 어색했다.

하지만 벨트를 푸느라 잠깐 꾸물거리는 사이, 챙강! 쇠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시야가 뒤로 넘어간 뒤였다. 천장을 등진 안단테가 시야에 가득해졌다.

“하아, 하아……. 하…….”

굶주린 얼굴을 한 그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순간, 진효섭은 먹힌다고 생각해 버렸다. 동시에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콰득 소리와 함께 살갗이 따끔거렸고, 미약한 피 냄새가 스쳤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강한 체향에 코는 순식간에 마비됐다. 짙은 스모크 향이 진효섭의 온몸을 감쌌다. 그 어떤 것도 맡지 못하도록, 그가 제 것이라는 사실을 천 리 밖에 있는 이들에게도 알릴 듯이 진득하게. 마치 소유욕과도 같았다.

“으, 아, 으윽.”

안단테는 자비라고는 없이 진효섭의 손목을 틀어쥐고서 게걸스럽게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었다. 진효섭이 할 수 있는 건 몸을 바르작거리는 것뿐이었다. 손목이 빠질 듯이 시큰거렸으나 안단테는 결코 놔주지 않았다.

“으, 흣……. 윽, 아프- 흣…….”

“효섭아, 효섭아…….”

그 와중에도 안단테는 몽롱하게 진효섭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목을 짓씹던 입술이 더듬더듬 올라오더니 드디어 원하는 곳을 찾았다는 듯 입술을 한입에 삼켰다.

안단테가 나직한 한숨과 함께 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너무 깊어서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지만 진효섭은 그가 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진효섭…….”

입술이 살짝씩 떨어질 때마다 안단테는 진효섭을 불렀다. 애절한 어조에 진효섭은 눈을 꽉 감고서 아득하리만큼 빠르게 뽑히는 가이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고개를 틀고 혀를 얽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돌연 키스에서 짠맛이 느껴졌다. 놀란 진효섭이 눈을 번쩍 떴고, 눈앞의 광경에 멍해졌다.

‘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안단테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처량한 얼굴로.

상상조차 한 적 없는 모습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역가이딩이 아니었다면 흘려보내던 힘조차 끊겼을지도 몰랐다. 상처로 가득한 몸에 열흘은 굶은 표정을 하고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안단테는 그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진효섭은 목석처럼 뻣뻣이 굳어 그를 멍하니 올려다봤다.

혀를 얽는데도 반응이 없자 다급해진 건지 안단테가 무게를 싣고서 기대 왔다. 그를 옥죄고 있는 건 왼팔에 연결된 것뿐. 세 개의 쇠사슬은 힘을 다한 듯 바닥에 늘어진 지 오래였다.

몸이 겹쳐지며 자연스레 허리가 들렸다. 맞닿는 묵직한 무게에 몸이 절로 벌벌 떨렸다. 하지만 진효섭은 떨리는 팔로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몸을 비집고 들어오는 열에 진효섭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안단테는 지금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지. 지금 뭘 하는 건지.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서 하는 건지.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기억하지 말기를 바라며 가이딩 전에 약물을 주입하기까지 했으면서, 또다시 홀로 기억할 밤이 생긴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니.

“하, 효섭아…… 읏, 효섭, 효섭아…….”

안단테는 기억하지도 못할 부름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한동안 귀에 달라붙어 잊지 못할 부름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전염성이 높은 눈물에 옮은 것뿐이다. 진효섭은 흐느낌을 삼킨 채 안단테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형…….”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가 안단테를 불렀다. 미련이 없다는 말이 바보 같은 거짓말이었다는 게 드러났지만 괜찮았다. 보는 사람은 없고,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하는 건 진효섭 혼자뿐일 테니까.

* * *

‘진효섭, 효섭아…….’

눈앞에서 진효섭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것을 어떻게든 잡기 위해서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몸은 생각과 달리 움직여 주지 않았다. 눈앞에 진효섭이 있는데. 어째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닦아 줄 수 없는 건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진효섭.’

안단테가 할 수 있는 건 진효섭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밖에 없었다. 그를 쥐기 위해 손에 힘을 주고자 애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짧았다. 진효섭은 금세 손안에서 빠져나갔다. 분명 눈앞에 있던 이가 어느새 금방이라도 떠나갈 듯이 저 멀리 문 앞에 서 있었다.

‘효섭아, 가지 마. 제발, 제발 가지 마.’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는 계속해서 진효섭을 부르며 붙잡았다. 다시 눈앞에 데려다 놓기 위해서, 손안에 쥐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제발, 안 돼. 가지 마. 날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

힘으로도 속박할 수 없으니,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절절한 애원이 효과가 있었는지 진효섭이 잠깐 주춤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결국 안단테를 혼자 두고 떠났다.

‘진효섭. 효섭아, 진효섭!’

계속해서 그를 불렀지만, 닫힌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속이 뒤틀렸다. 어떠한 독이나 상처에도 덤덤할 만큼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고통은 몸의 아픔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 썩어 있으리라 확신할 정도로 속이 탔다.

발버둥을 치고 몸을 비틀었지만 소용없었다. 몸이 심해로 처박히는 듯한 감각만이 가득 찼다. 끊임없이 물을 헤쳐 비로소 눈을 떴을 때, 당연하게도 안단테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깜빡. 모래알이 한 움큼 들어간 듯한 건조함이 느껴졌다. 핏줄 선 눈동자를 굴리던 안단테가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몽롱했던 정신이 점차 현실감각을 되찾았다. 방금까지 보고 느꼈던 것이 모두 꿈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으나 상실감은 강렬하게 남아서 안단테를 괴롭혔다.

“……X발.”

이마를 짚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고 드니 절그럭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자, 손발을 옥죄는 쇠사슬이 보였다.

뒤늦게 고개를 돌려 보니 휑한 병실이 시야에 들어왔다. 흥분한 짐승을 넣어 둔 듯 여기저기 할퀴고 팬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신을 잃고 난동을 부렸던 흔적이었다.

정작 그 흔적들을 보는 안단테는 덤덤했다. 폭주 직전의 기억까지는 선명했기에 왜 저랬는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직 죽을 때는 아닌가 보네.”

가까스로 살아난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심드렁했다. 죽지 못한 게 아쉬워 보일 정도였다.

안단테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진효섭이 떠나는 꿈을 꾼 탓에 기분이 저조했다. 그는 쇠사슬을 곧장 뜯어냈다. 갈아 끼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지 튼튼했으나 빼곡한 문양을 손톱으로 긁으니 두부를 반으로 쪼개는 것만큼 간단히 떨어져 나갔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안단테는 무작정 병실을 나서기 위해 침대를 벗어났다. 하지만 바닥에 발을 디딘 순간, 그는 못 박힌 듯 우두커니 설 수밖에 없었다. 찌푸려진 눈이 제 몸을 훑었다.

“뭐야, 이거.”

몸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상처를 세는 것보다 없는 부위를 찾는 게 더 나을 정도였던 몸이다. 지하철 한복판에 붙여 둔 도화지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던 몸이, 놀라우리만큼 깨끗해져 있었다.

안단테는 뒤늦게 자기 몸을 갉아 먹던 독도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가이드가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유명할 확률이 높을 텐데. 아니면, 모르는 가이드가 자신과 상성이 잘 맞았던 걸까. 꼭 진효섭에게 가이딩을 받았을 때와 유사했다.

‘……진효섭?’

심장이 쿵, 쿵, 뛰기 시작하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안단테는 또다시 기대하기 시작한 심장을 다스리며 기억을 찬찬히 돌이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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