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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55)화 (155/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54화

“폭주용 안정제를 가져와!”

분주한 상황. 그 중심에는 안단테가 있었다. 핏줄이 터졌는지 울긋불긋 물든 뺨은 기괴했고, 번뜩이는 황금빛 눈동자는 섬뜩했다.

다행히 안단테는 움직이지 않고 굳어 있었다. 덕분에 S급 다섯 명이 달려들어 그의 목뒤에 안정제를 주입했다. 잠깐 폭주를 늦추는 용도였지만, 이조차 지금 당장 필요했다.

“얼른 속박하고. 그대로 병원으로 이송해!”

“예, 예.”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그 속에서 안단테는 폭주가 아슬아슬한 건지 미동조차 없었다. 에스퍼들이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을 옮기듯 긴장한 기색으로 안단테의 몸을 속박했다.

그러나 평범한 S급도 아니다 보니 단순 속박으론 누구도 안도할 수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안단테가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을 작게 내뱉자 모두가 흠칫했다.

“흐, 크……. 큭-”

안단테의 주위로 아지랑이처럼 투명한 일렁임이 더 커졌다. 그것은 열기를 품은 듯 주위 공기를 후끈하고도 무겁게 만들었다. 능력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건 폭주의 징조였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안정제를 다시 한번 주사한 에스퍼가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

“노, 노아피 길드원은 없습니까? 비상사태라고 연락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아피 길드원들이 순식간에 도착했다. 그 뒤로는 정말 순식간이었다. 마치 지금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코다가 손목에 차던 쇠사슬로 안단테의 팔과 다리를 속박했다. 동시에 신디는 안단테의 등 뒤로 돌아가 살얼음이 맺힌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안단테의 피부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더니 곧 서리가 끼었다. 마지막으로 플랫이 품에서 꺼낸 약을 가차 없이 목덜미에 꽂았다. 한 개, 두 개, 그리고 세 개째가 되어서야 안단테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주위의 살벌한 기운도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하얀 피부에 뚜렷하게 튀어나온 핏줄이나 귓불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는 여전했다. 폭주가 안정된 게 아니라, 잠깐이나마 멈췄을 뿐임을 알려 주듯.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미지수였다.

쌍둥이는 안단테를 부축해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뒤를 길드원들이 따랐다. 향하는 곳은 아마 에스퍼 전용 병원이리라.

그렇게 안단테를 비롯한 노아피가 사라지자 싸늘한 침묵이 좌중에 내려앉았다. S급 에스퍼가 폭주해도 피해가 막심한데, SS급은 어떠할지. 생각하기만 해도 불안했다. 게다가 지금은 변형 게이트로 시끄러울 때라 제각각 더욱 심경이 복잡했다.

어떻게든 안단테의 폭주를 가라앉혀 줄 가이드를 찾아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든 가이딩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런 가이드가 존재할지……. 막막함에 모두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신해창만이 태연히 옷을 털어 내며 휴대폰을 맡겨 둔 에스퍼에게로 향했다.

게이트 출구 쪽에 멍하니 서 있던 유진이 휴대폰을 건네받는 신해창을 발견하곤 한걸음에 그에게로 다가갔다.

“해, 해창아.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거 어떻게 된 거냐고.”

“보는 대로. 들어가기 전부터 아슬아슬하더니, 폭주할 뻔했다.”

“말도 안 돼!”

눈앞에서 안단테의 폭주 직전을 봐 놓고서도 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그럴 리가 없잖아. 안단테는…… 평생 아슬아슬한 상태로 살아왔어. 내가 가이딩을 해 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폭주하지 않았잖아. 폭주하는지도 모를 만큼 힘을 쓰는 그런 놈이 아닌데, 대체…….”

유진은 혼란스러워했다. 아무리 미운 놈이라지만 아는 사이인 안단테가 폭주할 지경인 걸 보니 마음이 복잡한 것 같았다. 신해창은 그런 유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주위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힘 조절을 못 해서가 아니다. 아마, 던전에 있을 리 없는 것을 발견해서였겠지.”

“던전에 있을 리 없는 것?”

“그래.”

신해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게이트 입구 쪽을 흘끔거렸다.

“워낙 강하게 쥐고 있어서 뭔지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진효섭 가이드의 흔적이었을 거라 예상된다.”

“효섭이 흔적? 잠깐. 신해창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진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리자, 신해창이 그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끌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신해창은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네가 걱정할까 싶어 말하지 않았다. 진효섭 가이드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뭘! 뭔데!”

“진효섭 가이드. 아무래도 변형 게이트 탓에 던전에 갇힌 듯하다.”

“……뭐? 더, 던전에 갇혀?”

유진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전에 안단테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더불어 안단테가 했던 대답도.

‘내 곁에 있을 바에 죽음을 선택할 줄 알았다면, 그냥 손에 쥐었어야 했지. 그래서 후회돼. 이성이 내리는 명령 따위는 무시하고 원래 내 모습대로 행동하고, 결정했어야 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으니까.’

그때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진실을 알게 되니 뜻을 알게 됐다.

“효, 효섭이가 안단테를 피해서 던전에 들어갔단 말이야? 아니면, 변형 게이트의 특성 탓에 던전으로 끌려 들어갔다는 거야?”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가 아닐까 싶은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체 왜 그렇게까지…….”

말끝이 흐려지더니 적막이 흘렀다. 유진으로선 도저히 진효섭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신해창은 게이트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SS급 에스퍼의 폭주. 그 위험성에 [SSS]는 싸늘하게 가라앉을 테고, 세간은 뜨거우리만큼 시끄러워지겠지. 분명 머리가 아픈 일이지만, 신해창의 표정은 묘하게 들떠 있었다.

* * *

벌떡! 진효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대폰을 쥔 손끝이 벌벌 떨렸다. 눈에 띄는 행동이었는데도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주시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리라.

모두가 휴대폰을 들여다본 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진효섭의 마음을 대변하듯, 옆에서 두 남자가 한숨을 푹 쉬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야. 안단테 에스퍼가 폭주라니…….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맞는 거야?」

「하, 씨. 뉴스에 떴으니까 진짜겠지.」

「그럼 앞으로 변형 게이트는 어떡해?」

「그게 문제냐. 괴물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 SS급이 폭주한다는데. 변형 게이트보다 더 큰 문제가 될지도 몰라. 폭주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 보면 말 다했지.」

「폭주하기 전에 죽인다니, 그게 또 뭔 소리야?」

「너 이건 안 봤냐? 봐 봐. 지금 폭주 직전에 안단테 에스퍼를 일시적으로 결박해 놨다잖아.」

남자가 옆에 있는 이에게 제 휴대폰을 보여 줬다. 두 사람은 작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질린 얼굴을 했다.

「아, 진짜네……. 그럼, 멀쩡히 되돌아올 확률도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런 확률이 있으면 이런 뉴스가 떴겠냐. 결박당하자마자 가이딩해서 기사 하나 안 떴을걸.」

「하긴……. 근데 그게 가능은 하냐. SS급을 죽이다니.」

「결박도 당했는데 가능하지 않겠냐? 어쨌든, 여러 사람이 죽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지도.」

「하아, 별 개 같은 일이 다 벌어지네. 그러게 왜 가이딩을 계속 안 받고 지랄인지.」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 거지. 받을 상대가 없잖아. 오웬이 가이딩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거야 매번 했던 말이고. 그나저나 이번에 처음 얼굴을 봤는데, 하필 이런 영상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네.」

남자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분명 자기 애인이 죽고 나서부터 계속 아슬아슬한 상태였을 거야. 그런데 SS급 던전까지 다녀왔으니까 폭주 직전이 됐겠지.」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상하지 않아? 가이딩해 줄 애인도 없는데, 그런 아슬아슬한 상태로 왜 미친놈처럼 던전을 전전해? 가이딩 부족 현상이 오면 힘을 아껴야 하는 거 아닌가.」

「음…… 그건 그렇네. 그럼 진짜 실수인가?」

「모르겠다, 진짜……. 근데 만약 실수라면 존나 개새끼 아냐? 죽을 거면 혼자 죽어야지. 주위에 피해는 다 끼치고. 에이 X발, 안 되겠다.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당장에라도 떠나야지. 변형 게이트 꼴도 그렇고, 안단테도 그렇고, 이러다가 우리 다 죽어.」

「어어……. 정말 폭주한다면 그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 게 뻔하니까.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다.」

그들은 심각성을 인지한 듯 잽싸게 광장에서 벗어났다.

상황이 위험해져서인지 사람들의 감정 역시 격해졌다. 오늘부로 바뇨스에 남아 있던 절반 중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것이다. 안단테가 폭주한 곳은 아르헨티나고, 결박된 곳 역시 아르헨티나 부근이라 전해졌으니 당장 피해야만 했다.

그러나 진효섭은 벌떡 선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두 눈은 정처 없이 흔들리기만 했다.

언제나 그랬듯, 일과처럼 광장에 들러 확인했던 뉴스였다. 그러나 검색창의 첫 번째에 뜬 [SS급 에스퍼 폭주]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 부디 자극적인 타이틀로 클릭 수를 모으려는 것이길 바랐으나 소망과는 달리, 그것은 진실이었다.

‘말도, 안 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안단테의 주위에는 많은 가이드가 있었다. 상성이 좋지 않더라도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을 터. 그 증거로, 안단테는 진효섭이 없던 시절에도 문제없이 살아오지 않았나.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불안하긴 했다. 가이딩 부족 현상을 보이는 건 명백했으므로.

그렇다고 도와주자니 그를 만나야 한다는 게 부담됐다. 가이딩을 전하기 위해서는 접촉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어떻게 도망쳤는데, 다시 만나러 간단 말인가. 진효섭은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뉴스를 검색할 때마다 매번 여러 생각들이 부딪혔다.

그렇게 계속 결정을 미루고, 안단테가 다른 가이드에게 가이딩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걱정을 끊어 내지 못하고 매일같이 광장에서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뉴스를 검색하고, 안단테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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