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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46)화 (146/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45화

‘그렇다면 지금 나라에 있는 네 명이 전부라고 봐야 하나.’

문제는 국가안보국 소속인 두 명이 아닌, 다른 소속 길드인 두 명이었다. 그중 하나는 분명 노아피의 길드원인 신디 에스퍼.

‘골치 아픈 일이 되겠군.’

노아피 모두가 그러하듯 신디 역시 종잡을 수 없었다. 다중인격인지, 이중인격인지 그 이상한 성격도 한몫하고 말이다.

“일단 지금부터 여러 방면에서 보호계 에스퍼를 끌어들일 방법을 구상해 보십시오. 저 역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단장님. 그 보호계 에스퍼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뭡니까?”

“여기, 며칠 전 저희 길드에 외국인 보호계 에스퍼가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외국인?”

이채를 띤 신해창이 에스퍼가 내민 지원서를 훑었다.

“발현한 지는 한 달 채 되지 않은 에스퍼입니다.”

“에콰도르?”

“예. 현재 무법 지대로 지정된 아르헨티나와 같은 대륙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서도 작은 시골에서 발현된 에스퍼입니다. A급에 등급 검사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막 발현한 에스퍼이기도 하고, 열아홉 살이라 해도 미성년자라서 길드에 들일 수 없었기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신해창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국에서는 보통 미성년자의 경우, 양성소로 들어간다. 그렇기에 길드에 들일 수 없다. 굳이 보고를 들을 필요도 없던 일. 그러나 지금은 보호계 에스퍼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어찌할지 물어본 듯했다.

“면접 날짜를 잡으십시오.”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법이…….”

“비상시잖습니까. 법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그럼 면접 날짜는 3일 뒤로 잡겠습니다.”

상대가 외국인이든, 막 발현했든, 미성년자든, 지금은 보호계 에스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을 위한 일이다.

“그런데 단장님. 에콰도르 자체에서도 보호계 에스퍼를 구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관계없습니다. 어차피 현재 [SSS]에서 남미 전역을 봉쇄하자는 안건에 과반수가 찬성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는 없으나, 위험성을 알리고 원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지원금과 함께 약 2년의 긴급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에콰도르도 마찬가지입니까?”

신해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미 전역이니 에콰도르도 포함이었다.

“다른 남미 지역 에스퍼 중에서도 보호계 에스퍼를 들일 수 있으면 최대한 알아보십시오. 또한, 당분간은 아르헨티나 전역에 게이트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니 그곳에 전투계 에스퍼 몇 명을 배치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에스퍼는 아까 말했던 것들을 차분히 정리하고는 꾸벅 허리를 숙인 후 문을 열고 나갔다. 혼자가 된 신해창은 지원서를 빤히 쳐다봤다.

[테디 홀거(TEDDY HOLGER)]

갈색 머리에 갈색 눈. 특별할 것 없는 만 18세. 시골 소년 태가 묻어 있는 에스퍼였다.

* * *

새벽 한 시. 바뇨스의 광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시골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뿐이라 당연했다.

진효섭도 그들의 습성이 몸에 뱄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안쪽 광장으로 향한 그는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끄트머리에 자리 잡았다. 그러곤 전파가 잘 드는 곳임을 확인한 후 대충 나무 벤치에 몸을 걸쳤다.

시간은 정확하게 1시 04분을 향하고 있었다. 진효섭은 곧바로 휴대폰으로 티브이를 틀었다. 한쪽 구석에는 생방송 표시가 떠 있었고, 화면에선 위험천만한 게이트가 보란 듯이 송출되고 있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 나타났다는 S급 변형 게이트였다.

‘저게 변형 게이트…….’

사람의 눈처럼 뚜렷한 모양을 갖추지 않고 일그러진 모습부터, 안에서 뻗어 나오는 검은 그림자 손까지. 진효섭이 봤던 것과 유사했다.

진효섭은 마른침을 삼켰다. 휴대폰을 쥔 손안이 미끈거렸다. 진효섭은 몇 번이고 손을 번갈아 가며 티셔츠에 땀을 닦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처음 보는 게이트도 아니면서 왜 이리 긴장을 하는 건지. 그는 쉽사리 긴장을 내려놓지 못하고 영상을 바라봤다.

영상 속 앵커는 변형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나열했고, 주위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아무래도 다소 늦게 생방송을 틀어서 에스퍼들은 이미 던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스스로 확인해 보겠다고 생방송 시간에 맞춰 나와 놓고는 안단테가 보이지 않아 안도하는 모습이 다소 우스웠다.

‘확인만 하자. 모든 게 문제없을 거라는…… 확인만.’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에 나타났다는 변형 게이트를 두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효섭은 확인하고 싶었다. 변형 게이트의 출현에도 이곳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테디가 말했던 ‘미친 에스퍼’의 상태를 보고 얻을 수 있을 터. 진효섭은 정체 모를 불안을 곧 가라앉힐 수 있다고 믿었다. 미쳤다는 말은, 너무나도 강대한 힘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진효섭은 차분히 마음을 다스렸다. 다행히도 게이트는 아직 미동도 없었고,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기다림은 고요하게 흘렀다. 같은 남미에서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바뇨스는 한없이 조용했다. 기다림이 길어져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다 못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서야 게이트에 약간의 변화가 일었다.

[아, 미약한 움직임이 드러났습니다.]

이윽고 아나운서의 높은 목소리와 함께 게이트가 크게 떨렸다. 한 번 더 움찔거리자 주변을 일렁이던 검은 손 모양의 그림자가 일제히 사라졌다.

[드디어 들어갔던 에스퍼가 모습을 드러내려나 봅니다.]

그 말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손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옅게 남아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를 헤치고 제일 먼저 나온 이는, 안단테였다.

“…….”

진효섭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정말,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고작 반년 만이었지만, 이상하게 더 오래된 것만 같았다. 무척이나 긴 시간을 떨어져 있던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 고작 반년 만에 놀랍도록 달라진 안단테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왜…….”

진효섭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거침없이 앞을 향하는 걸음과 살짝 치켜올린 턱 끝, 그리고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은 최정상의 에스퍼 그 자체였다. 여전하다면 여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찢어진 상의와 그 안에 빼곡하게 새겨진 상처, 그리고 목까지 올라온 푸른 핏줄은 그를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손등에서부터 목까지 여러 갈래로 타고 올라온 핏줄은 징그러울 만큼 선명했다. 거기다 빛이 나는 것 같은 황금빛까지 합쳐지자 안단테는 마치 폭주한 에스퍼처럼 보였다.

그 증거로, 화면 속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차례 시간이 흘러 안단테가 괴로운 비명 하나 없이 멀쩡히 걷자 그제야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 오늘 열린 변형 게이트 안에 들어간 에스퍼는, SS급인 안단테 에스퍼와 다른 S급 에스퍼 열 명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잇따라 S급 에스퍼들이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상처는 깊어 보이나,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아나운서는 S급 에스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지만, 영상은 여전히 안단테를 찍고 있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게 누구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번에 열린 게이트는 S급 던전이지만, 전과는 다른 변형 게이트입니다. 국가안보국 역시 이번 던전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가 최대한 일반인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상의 설명이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흘러 나갔다. 무언가 말이 계속 이어지는데 모든 감각과 정신이 안단테에게로 쏠린 듯했다.

‘무서운 괴물’. 왜 일반인이 안단테를 두고 그렇게 표현했는지 이해해 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그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그러나 잘 갈린 칼날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이가 나가서 녹이 슨 데다 피가 잔뜩 묻은, 하지만 그 끝만큼은 한없이 뾰족한 칼날이었다.

[그런데, SS급인 안단테 에스퍼가 꽤 많이 다친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변형 게이트 속 던전이 위험하다는 의미일까요?]

아나운서의 물음에 현장에 나와 있는 앵커가 마이크를 잡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내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받았습니다만, 위험한 던전이기는 하지만 SS급 던전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안단테 에스퍼 말고 다른 S급 에스퍼들은 상처가 깊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안단테 에스퍼는 어째서 저렇게나 많이 다친 건가요? 혹시 보스급 괴물과의 전투 탓입니까?]

[“아니요. 상처는 가이드의 부재 탓으로 예상됩니다.”]

“가, 가이드의 부재?”

진효섭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물음을 꺼냈다. 동시에 아나운서 역시 같은 것을 물었다.

[가이드의 부재라면, 몇 달 전부터 문제로 떠오르던 것 말씀이신가요?]

[“예. LEOM 시절 때도 안단테 에스퍼는 가이딩에 크나큰 애를 먹었었죠. 그래도 그때는 아노 가이드와의 상성이 좋았기에 문제없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그런 가이드가 없어 문제가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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