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까마득한 어둠이었다. 불 한 점 켜지지 않은 곳에서 남자아이가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에는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달빛이 밝은 날에는 어둠도 견딜 만하건만.
아쉬움에 한숨을 삼킨 그는 틀만 겨우 보이는 창문 밖을 여전히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눈앞에 전등 스위치가 있었지만, 손을 뻗을 수는 없었다. 깨어 있다는 사실을 디트리가 알아차리는 게 무서웠기에.
디트리의 집착은 아이, 진효섭이 조금이라도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으면 시작된다. 그는 언제나 진효섭이 자신만을 바라보길 원했다.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인형처럼 집에서 지내기를 바랐다. 그가 모르는 진효섭의 시간을 싫어했기에 집 앞에 있는 마트를 다녀오는 것조차 막았다.
매일같이 살인자라며 분노를 쏟아 내다가도 열띤 눈으로 허리께를 훑는 에스퍼. 소름 끼쳐 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족쇄는 진효섭, 혼자만의 힘으로 벗을 수 없었으므로.
-너 때문이야.
벌레 울음소리와 함께 익숙한 환청이 들려왔다.
-너 때문에 우리 형이 죽었어. 네가 가이딩만 잘해 줬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 다 너 때문이야. 네가 형을 죽인 거라고.
“죄송합니다…….”
진효섭이 할 수 있는 건 사과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라서 무서웠다든가. 처음인 상황에 패닉이 왔다든가. 폭주할지 몰랐다든가. 변명은 여럿 있었지만, 가족을 잃은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사실 진효섭도 똑같이 생각했다. 그 순간 맡은 바를 다했다면, 좀 더 빠릿빠릿하고 능숙하게 굴었다면, 그 에스퍼를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 하고.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손안에 남은 것은 후회와 좌절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연신 죄를 빌었으나 환청은 끊이질 않았다. 하나같이 직접 들었던 말이기에 무엇보다 선명했다.
-살인자 새끼.
가슴에 비수가 쿡쿡 박혔다.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져? 형은 벌써 죽었어. 백날 사과해 봐야 형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넌 내게서 하나 남은 가족을 빼앗아 간 거야.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에게 진 죄를 갚을 방법을 알지 못해 막막했다. 디트리는 그런 진효섭의 마음을 간파라도 한 듯 먼저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평생 속죄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