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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04)화 (104/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04화

“솔직히 절반만 줘도 됐어.”

“주긴 뭘 줘. 그냥 협박하면 됐지.”

“그것도 그렇네. 그럼 이렇게 복잡해질 일도 없을 거 아니야.”

“맞아. 맞아.”

마치 그를 탓하는 듯한 시선이 이어졌지만 안단테는 신경 쓰는 척도 하지 않았다. 쌍둥이가 뭐라 하든 화면으로 들어갈 만큼 휴대폰을 가까이서 빤히 바라봤다.

플랫이 호기심에 안단테를 흘끔 보고는 말을 걸었다.

“단장, 아까부터 대체 뭐 봐요?”

“그냥.”

심드렁한 대답에 플랫이 슬쩍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깊은 잠에 빠진 진효섭의 모습이 있었다. 플랫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몸서리를 쳤다.

“미, 미친. 단장이 미쳤어.”

“왜? 왜?”

“왜? 왜?”

쌍둥이가 궁금해하며 고개를 기웃거리자, 안단테는 그제야 휴대폰을 내렸다.

“쓸데없는 건 신경 쓰지 마. 그보다 다들 각자 일은 잘되고 있어?”

두루뭉술한 물음에도 모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날 며칠 밤낮으로 움직여 문제는 차츰차츰 해결되고 있었다.

체르니는 신디와 함께 대외적으로 SS급 던전 내부를 정리하는 데 힘쓰고 있었고, 플랫은 미국과 미국 대표 길드를 오가면서 LEOM 길드의 재건에 여러 조건을 덧붙여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자리에 없는 코다는 전 LEOM 길드가 노아피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자리 잡기까지의 부분을 맡고 있었다.

안단테는 그중 가장 복잡하지만 중요한 일을 맡은 쌍둥이를 바라봤다.

“예의 물건에 대한 실험 진전은?”

“나쁘지 않아요.”

리디안이 간결히 대답하자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C급 가이드에게 사용했을 때는 두 등급 위의 가이딩 효과를 냈어요. B급 가이드는 한 등급에서 두 등급. 사람마다 달랐고, 이번에 A급 가이드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엄청났었지. 올 S급 효과를 냈잖아.”

“맞아. 엄청났어. A급과 S급은 가이딩 양의 차이가 커서 안 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효과의 폭이 가장 좋았어.”

안단테의 표정이 흥미로워졌다.

“그거 재밌네. 그럼 S급은?”

“아직은 안 해 봤어요. 등급별로 쓰는 방법도 다 달라서 찾는 게 어려운데, 특히 S급은 까다롭더라고요.”

“맞아. 그래도 어제인가, 몇몇 방법을 추리긴 했어.”

“응. 이제 실험해 줄 S급만 있으면 될 텐데…….”

쌍둥이가 서로를 보며 뺨을 긁적였다.

“도와줄 S급 가이드가 마땅찮아요. 해 줄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우리가 유명해져서인지 자꾸 이상한 조건을 내걸어서요.”

“맞아. 노아피의 가이드가 되고 싶댔어.”

“아냐. 걔들은 하나같이 단장님 바라는 것 같더라.”

쌍둥이가 동시에 안단테를 바라봤다.

“어떻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실험 재개해요?”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어 보여요.”

현재 노아피는 가이드 관련한 실험을 밖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는 중이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 인도적인 차원이라는 이름으로 실험 중 제약이 많을 게 뻔한 까닭이다. 그래서 발생한 문제가 S급 가이드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뒷세계의 S급 가이드들을 정체 숨기고 꼬셨겠지만, 지금은 힘든 방법이었다. 노아피가 너무 유명해진 탓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뒷세계에서 노아피가 가이드들과 많은 접촉을 해 왔던 탓이다.

안단테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야. 거짓으로 꾀어냈다가는 나중에 노아피가 표면상 나라에서 길드로 자리 잡을 때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아.”

“하지만 그런 거짓말이 아니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걸요. 그런 문제라면 협박도 힘들 테고.”

“맞아. 거짓말로 꾀어내는 게 아니면 실험할 S급들이 없어요.”

“음…….”

고민하듯 소파 끝을 툭툭 건드리던 안단테가 곰곰이 고민하다 물었다.

“너희가 알아본 S급들 몇 명이야?”

“세 명 정도요.”

“명단 줘 봐.”

안단테의 말에 쌍둥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요?”

“단장님이 만나 보게요?”

“그러려고. 만나서 차차 얘기해 봐야지. 원하는 게 그것 말고도 더 있으면 들어줘도 좋고.”

그의 입가에 어린 다소 악당 같은 미소에 쌍둥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들은 안단테가 움직인다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는 바로 실험 준비나 할게요.”

“준비할게요.”

쌍둥이는 안단테가 세 명의 가이드를 모두 꾀어서 실험 후보로 넣을 거라고 확신했다. 골치 썩이던 문제가 해결된 덕에 표정이 밝았다.

“그래, 그렇게 해. 나는 S급 가이드들이나 꼬시러 가 봐야겠다.”

안단테 역시 늘어뜨렸던 몸을 바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단장님. 잠깐만요.”

그때 잠자코 있던 체르니가 안단테를 불러 세웠다.

“가이딩 증폭기 말인데요, 그거 실험을 계속한다 해도 우리가 온전히 가지기 어렵지 않아요?”

“아, 그거.”

가이드 후보 얘기할 때도 덤덤했던 안단테의 표정이 조금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렇게 일이 복잡해진 것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미국에서 죽치고 실험을 이어 가게 된 것도, 모두 가이딩 증폭기 때문이었으니까.

노아피는 SS급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괴물을 없애자마자 밖으로 나왔었다. 그리고 안에 있는 물건들은 알아서 한국이 가져가게끔 했다. 본래도 그러한 약속이었고, 안단테가 던전 속 재화나 물품들에 별 관심이 없었던 이유도 있다.

그렇게 미국과 LEOM 길드 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고 한국으로 가려고 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가이딩을 증폭시키는 물건. 즉, 가이딩 증폭기가 SS급 던전에서 나왔다는 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이제껏 에스퍼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물건이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 물품 같은 건 많았지만, 가이드의 힘과 관련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노아피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상에 그런 물건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가이딩 증폭기는 나왔고, 안단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얻어야만 했다.

그러나 하필, 그 물건을 얻은 한국에서도 가이딩 증폭기의 숨은 힘을 눈치채지 못하고 미국으로 팔아넘겼다. 그리고 미국에서 보석을 세공하려다가 눈치를 채 이 사달이 나 버렸다.

“좀 거지같이 꼬이긴 했지…….”

한국만 알았더라면, 암암리에 거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 두 나라와 눈치 싸움을 해서 그 물건을 온전히 되찾으려고 하니 상황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노아피가 탈환한 던전이라지만 이미 소유자가 미국으로 정해진 물건을, 그것도 세상에 처음 나온 사상 초유의 물건을 소문나지 않게 손에 넣는 것은 까다로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때 옆에서 플랫이 툴툴댔다.

“그러게 왜 확인도 안 해 보고 서둘러요? 평소에는 가지지도 않을 물품도 하나하나 확인하는 편이면서.”

쌍둥이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단테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전부터 생각했던 듯했다. 그에 안단테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실수했네.”

이런 실수는 안단테로서도 드문 일이었다. 그가 가장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회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하면 되는데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겠나. 멍청한 행동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음, 그래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좀 조급했거든. 약속을 어겨 버려서.”

안단테가 손에 쥔 휴대폰을 문질렀다. 검은 화면 위로 아까 봤던 진효섭의 잠든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짜증으로 구겨졌던 표정이 절로 온화해졌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마. 내가 못 가질 리 없을 테니까.”

물건이야 차차 협박과 회유를 더해서 굴리면 결국 제 손안에 떨어지게 될 테니까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짜증이 났던 건, 그 일 때문에 진효섭과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서다.

“못 주겠다고 하면 진짜 협박이라도 하지 뭐.”

“캑……. 미국이랑 한국 두 군데를 상대로 그게 가능하긴 해요?”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면야.”

그 말에 옆에 있던 체르니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단장님은 효섭 형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가져야 해요? 별 필요 없지 않나.”

“그거랑은 또 다르지. 혹시 모르잖아. 효섭이가 아플 수도 있는 거고. 언제나 옆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체르니가 조금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어……? 그거 설마 형이 다른 길드로 가겠다면 보내 주겠다는 뜻이에요?”

안단테의 눈썹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상황이 매번 다르니까 어떻게 효섭이에게만 가이딩을 의지하겠냐는 뜻이었지.”

게다가 아무리 상성이 맞다고 해도 가이딩을 한계까지 뽑아내는 것은 몸에 부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진효섭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었다.

“아아. 그런 거구나? 하긴.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죠.”

체르니도 이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일이 바빠서 형 어떻게 지내는지도 못 물어봤네. 효섭 형은 잘 지내고 있대요?”

“아마도? 코다 말로는 국가안보국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은 채라던데…….”

안단테가 말끝을 늘이며 다시 제 휴대폰을 바라봤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진짜 우직하지. 얌전히 있으라고 한다고 진짜 얌전하게 있잖아. 다른 놈들이었으면 벌써 나서서 일을 쳐도 쳤을 텐데.”

“효섭 형이 원래 그런 스타일이잖아요.”

“맞아. 그래서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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