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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100)화 (100/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100화

[끼야아악!]

안단테는 손에 잡은 괴물의 꼬리를 대충 바닥에 던졌다. 쇠 바닥도 갈아 내는 칼날 같은 꼬리를 맨손으로 뽑았는데도 상처 하나 없었다.

다음은 순식간에 어깨의 딱딱한 껍질 부분을 뜯어냈다. 그리고 다음은 무릎의 껍질. 안단테의 손아귀에 잡히는 족족 괴물을 휘어 감은 껍질이 부서져 내렸다.

[끼야아악! 끼야아아악!!]

괴물의 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질수록 안단테는 점점 더 빨라지고 강해졌다. 이것이 본모습이라는 걸 보여 주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분명 괴물과 인간의 싸움이었는데, 외관을 보지 않는다면 누가 괴물인지 모를 만큼 안단테는 엄청났다. SS급 던전의 가장 강하다는 보스 괴물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했다.

[“다음은 목이야.”]

[킥… 킥…… 키기이이갸아갸갸갹!!]

마지막을 알리듯 괴물이 더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 음의 파동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엄청난 울림에 영상이 흔들거릴 정도였으나 안단테만은 미동 없었다. 안단테와 괴물이 서로를 마주했다.

안단테가 괴물의 목으로 손을 뻗었다. 껍질을 뜯어냈던 것처럼 금방이라도 괴물의 목을 뽑을 것 같았다.

그러나 괴물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밑으로 미끄러져 안단테의 뒤를 잡았다. 아까 안단테가 했던 행동을 배운 듯했다. 괴물 주제에 학습 능력이라는 게 존재하는 놈이었다.

휙 안단테가 몸을 돌렸을 때였다. 언제 생겨난 건지 괴물의 얇은 꼬리가 안단테의 발을 묶었다. 그리고 1초도 되지 않는 그 찰나, 괴물은 그대로 안단테의 배를 쑤셨다. 길쭉한 손톱 다섯 개가 안단테의 배를 뚫고 뒤로 삐져나왔다. 피가 손끝을 타고 뚝, 바닥을 적셨다.

잠자코 지켜보던 노아피 길드원이 죄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단장!”

“단장님!”]

노아피의 당혹스러운 외침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짙은 잿빛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 떨어져 괴물의 이마 부분 껍질을 툭 적시고 내려갔다.

안단테는 배가 뚫렸음에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은 채 손을 뻗었다. 이윽고, 그 손끝이 괴물의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그제야 괴물은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는지 몸을 뒤로 물리려고 했다. 그러나 안단테의 배에 박힌 한쪽 팔은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팔 한쪽 또한 이미 안단테에게 잡혀 있었다. 재생한 지 얼마 안 된 꼬리 역시 발에 밟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랬다. 무력하게 사로잡힌 건, 안단테가 아닌 그것이었다.

[긱, 기, 기야아아악!!]

안단테가 손에 힘을 주었는지, 머리 쪽의 껍질에 금이 갔다. 괴물은 고통스러워하며 발버둥을 쳤다. 덜 재생된 꼬리가 크게 요동치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와르르, 사방에서 돌무더기가 무너졌다.

괴물은 안단테의 배에 꽂은 칼날 같은 손톱을 있는 힘껏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안단테의 머리를 찢어 갈기기 위해 손을 움직였을 때였다. 쩌적,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머리 쪽 껍질이 파사삭 부서져 내렸다. 결국 손톱은 안단테의 가면을 건드린 채 그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기릭…. 긱… 기긱…….]

괴물이 멈추자 안단테 역시 손에서 힘을 뺐다. 동시에 껍질이 와장창 부서졌다.

껍질이 괴물의 약점이었다는걸 알아차렸다는 것도 대단했고, 배에 상처를 입고도 한 손으로 이렇게 끝을 냈다는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괴물이 힘을 잃은 듯 쓰러지는 순간, 확실하게 심장을 찢어발길 줄 알았던 안단테가 그것을 안아 들었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손길이었다.

[기… 긱…….

“그래.”]

안단테가 ‘그것’을 끌어안았다.

머리를 뒤덮던 껍질이 벗겨지고 그 사이로 옅은 갈색의 긴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소름 끼치기만 했던 손톱 역시 단정한 모양으로 변했다. 안단테가 품에 꽉 안고 있어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괴물의 껍질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는 것은 옆모습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가느다란 어깨선과 긴 머리카락, 그리고 호리호리한 몸 선. 괴물이었던 사람을 받치고 있는 안단테의 손이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윽고 안단테의 가면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껏 보이지 않던 가면 아래에서 안단테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달콤하면서 다정한, 한없이 상냥한 미소. 품 안에 있는 사람이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진효섭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소이기도 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안단테가 그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제 그만 푹 쉬어.”]

구름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조명이 군데군데 깨져 우중충한 던전에 반짝이는 햇빛이 두 사람을 축복하듯 비췄다. 숨이 멎을 정도로 신비롭고, 또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노!”

“아노!!”]

코다를 첫 번째로 노아피들이 그에게 뛰어갔다. 코다는 눈물까지 보이며 괴물에서 벗어난 그를 끌어안았다. 햇빛 사이로 그의 눈물이 선명하게 빛났다. 플랫도 체르니도, 쌍둥이도 하나같이 그를 둘러싼 채 고개를 숙였다.

괴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들의 행동이라기엔 일반적이지 않았다. 과연 저 괴물 안에서 나온 인물은 누구일까. 누구길래 노아피가 저렇게나 애틋하게 쳐다보고 있는 걸까.

언뜻 보이는 하얀 뺨은 젖어 있었고, 늘어진 팔은 미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매우 편안해 보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효섭은 가만히 그들 사이에서 늘어진 가느다란 손목을 바라봤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 심장께가 뻥 뚫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노…….”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언젠가 안단테가 잠들었을 때 중얼거렸던 이름이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곧바로 잠들어서 잊고 있었는데.

독특한 어감이었기에 이름이 아닌 단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괴물에서 튀어나온 상대를 향해 노아피가 불렀으니, 저이가 바로 그 아노라는 사람이리라.

진효섭의 가슴이 느리게 쿵쿵 뛰었다. 잠들었을 때까지도 잊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이름. 가이딩을 한계까지 뽑은 가이드의 말로. 10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려서 SS급 던전을 다시 찾은 이유. 그리고 언젠가 신디가 말했던 단 하나뿐인 가이드.

모든 정보가 이어지지 못하고 두둥실 떠올랐다. 그때, 옆에 있던 유진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아노……. 맞아. 기억났어.”

진효섭의 눈이 천천히 화면에서 유진에게로 향했다.

“10년 전, 오웬(OWEN)의 가이드이자 세계 1위였던 LEOM 길드의 하나뿐인 가이드. 아노.”

느리게 뛰던 심장이 끝내 소리를 잃고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코드네임은 피아노.”

삐― 세상의 모든 것이 백색소음에 묻혔다. 복잡하던 모든 의문이 차례차례 제자리를 찾아갔다.

노아피. 피아노.

어째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토록 대놓고 말하고 있는데. 노아피 길드는 ‘아노’라는 가이드를 위해서 생겨난 것이다. 그 존속의 이유가 저 가이드였다. 모든 거미줄은 저 가이드에서부터 뻗어 나오고 있다.

‘아. 그래서 나는 노아피의 가이드가 될 수 없었구나.’

그에게는 주어지지 못했던 끈끈한 신뢰와 애정. 그 모든 것에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생을 마감했으나, 제 길드 에스퍼의 축복을 받는 가이드. 자신이 바라고 상상했던 관계가 눈앞에 보였다.

동시에 진효섭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그 모든 걸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앞의 노아피는 행복해 보였다. 진효섭은 처음으로 노아피가 완벽해졌다고 생각했다.

* * *

<‘SS급 던전 생방송’ 그대로 송출, 마지막은 누구?>

어제, 오후 4시경 서울 해안에 10년 전 열렸던 SS급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가 열렸을 당시 이미지)

영상석을 통한 영상은 일부 S급 에스퍼에게 송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SS급 던전의 영향으로 전파에 이상이 생겨 영상이 전 세계 모든 미디어에 생방송으로 내보내지는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잔인성 때문에 현재 해당 영상은 지워졌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절반은 이미 영상을 보고 던전 속 위험성을 다시 인지했다. 그와 동시에, 현재 인터넷에서는 그 영상 속 인물들에 관한 관심이 극대화됐다.

일부는 그들을 두고 10년 전 죽었던 세계 정점에 있던 길드 ‘LEOM’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과거에 SS급 던전을 한번 왔다는 듯한 뉘앙스로 이어졌고,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전투는 미리 파훼법을 생각해 둔 자의 행동이었다.

또한, 마지막에 보스를 해치웠던 남자(길드장으로 추정)는 LEOM의 길드장이었던 오웬(OWEN)처럼 능력을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다. 특히 디버프 능력은 오웬(OWEN)이 가지고 있던 능력과 아주 유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던전의 마지막에서 싸우던 괴물 속에서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들은 괴물 속 인간을 두고 ‘아노’라고 불렀다.

‘아노’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지만, 모두가 ‘아노’를 코드네임 ‘피아노’라고 확신하고 있다.

(13년 전, 처음으로 던전에 드나드는 가이드로 유명세를 탄 ‘LEOM’의 가이드 이미지)

(영상 속 한 장면, 아노 이미지)

얼굴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하얀 피부와 갈색의 긴 머리카락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 봐도 이상하지 않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LEOM의 하나뿐인 가이드 코드네임 피아노로 추측하고 있으며, 그를 안고 있는 길드장 역시 오웬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어째서 그 가이드가 괴물 속에 있었던 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확실한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또한 그 길드가 한국에 거처를 두었던 것이 속속히 드러났다. 세계는 한국이 내놓을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이 모든 추측이 진실이라면, 세상에 다시 SS급 에스퍼가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 SS급 에스퍼가 어둠의 길드에 소속됐다는 점을 비롯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그리고 SS급 던전을 탈환했다는 점에서 또 어떤 이득을 얻게 될지에 관해 세간의 관심이 주목된다.

카닙스 기자([email protected])


댓글

us****: 백퍼 오웬임

le****: 누가 제발 오웬 사진 좀 가져와 봐... 오웬 전성기때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일 아님?

└ 그딴 거 없음; 10년 전에 오웬은 자기 얼굴 알려지는 거 꺼린다고 밝혔음

└ ㅇㅇ파파라치한테 어디 한번 자기 사진 찍어 올려보라고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가르쳐주겠다고 언플했엇자나

└ SS급인데 파파라치한테 사진 찍히는 게 더 이상하긴 함ㅋㅋㅋㅋ

r3****: 근데 진짜 SS급이면 너무 사기 아니냐? 저 등급에 저 얼굴이라니; 소설도 이 정도로 개연성 없지는 않겠네

└ 222

└ 33333

Vv****: 영화보다 . 더 영화같던. 생방송이었습니다~~ 능력도 그렇고 . 얼굴이 개연성 없는 것까지 완벽. 하네요~ 앞으로도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해 . 주세요~ 응원합니다 ^^~~~

45****: 난생처음으로 6시간 동안 뉴스 부여잡은 인간1

└ 물론 지금도 뉴스 안 올라오나 부여잡고 있음

Yy****: 속보. 쟤들 한국에서 C급 길드인 척하던 애들임. 뒷세계 잡아먹은 거 사실이고, 길드장은 혼혈. 오웬도 혼혈이었잖아. 100%임. 능력 두 개/디버프/혼혈/아노/ 이건 오웬이 아니라는 게 더 말 안돼.

└ 헐... 이거 빼박;;;

└ 진짜 안 죽고 살아있었나??

└ ㄴㄴ아직 피셜x 그런 추측이 많긴 한데 그럼 왜 굳이 살아있는데 뒷세계에 있었냐는 말이 많음

└ 222 굳이 어둠의 길드로 있을 필요가 어디 있어? 그냥 정체 밝히고 당당하게 가면 되지

└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혹시 10년 전처럼 다른 에스퍼들이 따라붙을 걸 걱정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 그건 얘기하면서 풀면 되는 거고. 에스퍼들이 너처럼 멍청이인 줄 암?

└ ? 갑자기 디스를 한다고? 똑똑한 척하려면 맞춤법이나 똑바로 쓰든가. 암 아니고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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