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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90)화 (90/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90화

“뭐?”

다소 놀란 듯 신디가 눈을 크게 뜨며 돌아봤다. 진효섭도 신디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키가 비슷한 만큼 입술 위치도 비슷했다.

“접촉으로 모자랄 것 같다면, 키스 가이딩으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할 겁니다.”

사실은 키스 가이딩으로도 간당간당했다. 그러나 한계를 살짝 넘는다고 해도, 진효섭은 가이딩을 이어 갈 생각이었다. 집에 가서 열병에 드러눕더라도 어차피 하루면 털고 일어날 일. 큰일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지금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해야만 했다.

한편, 진효섭의 합리적인 생각과는 달리 신디는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다른 에스퍼 역시 흘끔 그들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 안에 유독 튀는 진득한 시선도 있었다. 누구의 시선인지 진효섭은 인지했으나 결심이 흔들릴까 봐 애써 무시하며 신디만을 바라봤다.

“그쪽에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이딩을 해 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가이드는 저입니다.”

“…….”

“기분 나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시길 바랍니다. 싫더라도 일단 저 역시 같은 길드원입니다. 만약 신디 에스퍼가 가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위험했다는 소식이라도 듣게 되면…… 무척이나 슬플 것 같습니다.”

신디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효섭은 그에게 바짝 다가서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진효섭은 신디의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잡고 입술을 살짝 벌렸다. 상대는 딱딱하게 굳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였다. 서툰 혀가 굳은 입술을 비집고 들어갔다.

키스 가이딩은 조건 자체가 서로의 입안 점막에 닿아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진효섭은 덤덤하게 혀를 그의 입술 안에 살짝 넣고 가이딩을 이어 갔다. 아까보다 작은 힘이었지만, 신디의 몸으로 흘러가는 양은 한층 더 많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진효섭은 제힘을 가늠해 봤다. 집에 가면 지긋지긋한 열병에 시달리겠지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늘 할 일은 이것으로 끝이고, 내일이 되면 괜찮아질 게 분명하니까.

먼저 혀를 비집고 넣어 힘을 흘려보내면서도 진효섭은 귀 끝 하나 붉어지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신디는 미동이 없었고, 자신은 그저 일하는 것뿐이므로. 이 접촉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길드원의 몸 상태가 완벽하면 안단테가 덜 위험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 이것은 모두 안단테를 위함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타인과 혀를 섞는 데 조금의 어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효섭은 집중을 위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접촉보다 더 깊은 가이딩이었기에 아까보다 훨씬 힘이 덜 들어갔다. 그러나 상대가 굳어 있어서인지 점막 접촉이 옅었다. 진효섭은 더 빠르게 가이딩하기 위해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혀를 더 깊게 집어넣으려는 찰나, 신디가 몸을 움찔 떨었다. 동시에 기척도 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진효섭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모르겠네.”

안단테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진효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입술을 향했다. 살짝 벌어져 드러난 벌건 속내와 촉촉이 젖은 입술에 표정이 더 짜증스럽게 변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예? 가이딩을 하던 중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왜 키스로 하냐고.”

“그, 그건 아까 들으셨다시피 신디 에스퍼까지 가이딩하기에 힘이 부족해서입니다.”

“그럼 내일 하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미리 해 두면 좋잖습니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신디 에스퍼도―”

“에스퍼 사정에 맞추지 마요.”

안단테는 금방이라도 이를 드러낼 듯이 사납게 말했다.

“가이드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가이딩을 하면 되는 거예요. 거기에 에스퍼의 사정 따위 끼워 넣을 필요 없어요.”

“…….”

“가이딩 받지 않으면 자기 손해일 뿐이에요. 가이드가 왜 싫다는 놈한테 사정해서 가이딩을 해 줘야 하는데? 그냥 무시해요. 앞으로 그 어떤 새끼도…….”

말끝이 흐려지더니 멈췄다. 순간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진효섭도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였다. 안단테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눈치챘다.

“어떤 새끼도…….”

하지만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필요 없다고 하면 가이딩하지 마요.”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단테는 그 어떤 부정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단호했고, 다른 길드원을 포함한 모두가 싸함을 느꼈다.

묘한 분위기를 그 역시 느낀 건지 안단테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마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일단 집으로 가죠.”

아무 말도 못 하고 진효섭이 재차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안단테가 그대로 안아 들었다.

“혀, 형!”

“가만히 있어요. 떨어질라.”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들어 올렸으면서도 그는 놓칠세라 그렇게 말했다. 밖으로 나서려던 안단테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신디.”

“…….”

“두 번 참았어. 세 번째는 절대 안 참아.”

“으응……. 미… 안…….”

신디는 어느새 우울했던 처음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 어차피 네가 들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으응. 그래도 알아… 들었을 거야. 다… 공유하니까……. 다만…… 얘가 이렇게…… 갑자기 들어간 건… 조금 의외…….”

살짝 붉어진 얼굴로 신디가 진효섭을 흘끔거렸다.

“부끄러웠나……?”

“다시 보이면 입 찢어 버리겠다고도 전해 주고.”

“어… 어……? 그건 내가… 곤란… 한데…….”

“난 간다.”

뒤에서 신디의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안단테는 곧장 밖으로 나섰다. 진효섭은 안단테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터라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묘하게 화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전에는 키스 가이딩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했으면서. 진효섭으로서는 안단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차 내부에 묵직한 스모크 향과 침묵이 함께 가라앉았다. 진효섭은 여전히 화가 나 보이는 안단테의 모습에 어디로 가는 거냐고도 묻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30분 정도는 훌쩍 넘었겠다 싶을 때쯤 차가 멈춰 섰다. 창고로 보이는 곳에 주차하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도착했으니까 내려요.”

“여긴 어딥니까?”

“내 집이요.”

진효섭의 눈이 동그래졌다. 안단테의 집이라니. 처음이었다. 언제나 안단테가 자신의 집에 놀러 오기만 했었으니 말이다.

“들어가죠.”

안단테가 앞장서서 걸었다. 진효섭은 주위를 훑어보며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안단테의 걸음이 다소 빠른 탓에 제대로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아주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주택이었다. 처음 오는 그의 집에 궁금증이 샘솟아 진효섭은 연신 두리번거리다가 안으로 향했다.

내부 역시 마찬가지로 깔끔한 베이지와 화이트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미약한 스모크 향에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듯했다. 그의 품에 안겨 있을 때 느끼던 것과는 또 달랐다. 은은하게 배어 있는 향에 진효섭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여전히 소름 돋을 정도로 좋은 향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집에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어쩐지 저번에 그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흥분하며 날뛰었을 때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진효섭 씨.”

“예, 예?”

진효섭은 뒤늦게 안단테에게 시선을 줬다. 그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명 저번에 접촉 가이딩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랬습니다.”

“근데 오늘은 뭐예요.”

어쩐지 취조받는 듯한 기분에 진효섭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저 가이딩을 한 것뿐입니다. 원래도 수위는 키스까지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키스는 점막 가이딩인데?”

“그, 그건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 좋은 가이딩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키스 가이딩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

진효섭이 연신 안단테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왜 화가 나셨습니까?”

“화가 안 날 수가 없잖아요. 내 애인이 다른 사람이랑 키스를 하는데.”

마치 모두 진효섭이 잘못했다는 듯한 말에 억울함이 치솟았다.

“하지만 전에는 가이딩은 가이딩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예. 체르니 에스퍼의 제약을 풀 때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를 떠올렸는지 안단테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그때는 진효섭 씨가 거절하지 않았나? 무리할 정도로 가이딩하면서까지 키스는 안 했잖아요. 이번에는 왜 했어요?”

“그건…….”

“설마 신디가 마음에 들어요? 그놈이라면 할 만했나?”

순간 안단테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가 한 걸음 가까워지자 진효섭은 어쩐지 그 기운에 압도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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