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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83)화 (83/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83화

‘SSS’는 전 세계 최고의 S급들이 모이는 자리를 의미하는 문자였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국가안보국 에스퍼들이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다, 단장님.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우물쭈물 입을 연 그 역시 국가안보국의 자랑스러운 S급이었건만, 자리가 자리다 보니 긴장한 기색이었다.

사실 신해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최고 길드의 길드장이지만, 세계적으로 본다면 고작해야 16위 남짓이다.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 본 적은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신해창은 금방 덤덤해졌다.

“긴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다 같은 S급이니까.”

신해창은 묵묵히 제 손에 있는 정보를 내려다봤다.

요즘 들어서 게이트 파인더가 이상하다 싶더니 문제가 터졌다. 신해창은 급하게 사태를 확인하고, 전 세계에 연락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의 [SSS]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렇게 48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각지에서 에스퍼들이 모여들었다. 이 안건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듯 신속했다.

“너희는 각국 길드장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 써. 이상한 놈이 들어올 수 없도록 주변도 확실하게 확인하고.”

“예, 예. 단장님.”

“네. 단장님.”

국가안보국 에스퍼는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강당을 나섰다. 신해창은 마지막으로 옷을 반듯하게 다렸다. 처음 내비쳤던 약간의 긴장은 온데간데없었다.

‘고작해야 같은 S급들이지.’

주눅 들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에스퍼들 앞에 선다는 사실이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남들 앞에 선다는 건, 신해창에게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러한 긴장을 동반한 흥분은 또 처음이었다.

뚜벅, 뚜벅. 강당에 당찬 구두 굽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날카로운 S급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안보국 길드장, 신해창입니다.”

신해창이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수많은 S급을 앞에 두고도 절대 꿀리지 않은 기색이었다. 이내 그는 아주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주변을 훑었다.

“다들 바쁘신 시간을 내주었으니,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의 말은 빠르게 해석돼 각 자리에 그 나라 문자로 떠올랐다. 길드장들은 그것을 흘끔거리며 잠자코 신해창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게이트 파인더가 먹통이 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게이트 파인더는 하나같이 똑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유는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채였다.

“그런데 정확히 58시간 전. 게이트 파인더가 먹통이 된 이후, 한국 해안에 이상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신해창의 손짓에 [SSS]라고 적힌 3D 화면이 다른 것을 띄웠다. 58시간 전에 얻은 게이트 파인더 정보였다. 붉은색의 점이 바다 한가운데에 따닥따닥 모여 있었는데, 그 옆에 나타난 게이트 파인더 수치는 ‘측정 불가’였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커졌다. 작은 탄성들은 복잡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미리 들어서 알고는 있겠지만 직접 보니 그 심각성이 한층 더 와닿은 것이다.

보통 게이트 파인더에 나오는 붉은 점은 게이트가 열릴 장소를 뜻한다. 그리고 그 옆에 나타나는 수치는 등급을 알려준다. 하지만 측정 불가가 떴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했다. 1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에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10년 만에 SS급 던전이 다시 열릴 겁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바다 정중앙에 열리는 SS급 던전은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붉은 점이 알려 주고 있었다.

“여기, 전에 나타난 SS급 던전의 규모와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신해창은 미리 준비해 둔 10년 전 SS급 던전과 70년 전 SS급 던전의 게이트 파인더 정보를 띄웠다. 70년 전, 그리고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 열리는 것 역시 엄청난 규모였다. 아니, 크기가 더 커진 것도 같았다.

“아마 10년 전 SS급 던전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백 명이 있는 자리였지만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모두가 미동조차 않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리에 모인 에스퍼 대부분은 10년 전 SS급 던전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그 당시 SS급 던전으로 들어갔던 에스퍼들은 하나같이 유명한 길드의 잘나가던 인물들이었다. 즉, 더없는 천재들의 모임이었다.

고작 10년 전이었으니 지금 모인 사람들은 분명 그들과 친분이 있을 터. 그들의 길드장, 아니면 동경하는 에스퍼, 어쩌면 존경하는 스승이었을 수도 있다. 비록 SS급 던전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다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SS급 던전은 S급이 아닌 점, 그리고 한 나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던전으로 판단돼 모든 나라가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을 알려 드립니다.”

신해창은 작게 숨을 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던전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LEADER 권한은 던전이 생겨난 나라에서 가져간다는 조항이 있기에 한국에서 권한을 가집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좌중은 침묵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10년 전이야 SS급이 존재해서 그가 리더 권한을 가져가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인재가 없으므로.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권한을 가져간다고 해서 좋은 점이 조금도 없다는 걸.

SS급 던전의 리더 권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내로라하던 상위 에스퍼가 죽어 나간 던전. 참여했던 나라는 S급 에스퍼 여럿을 잃었고,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패가 보장된 일이니 모두가 리더를 도맡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다.

사실 운이 나쁘게 된 건 한국이라고 볼 수 있었다. 주최국과 리더를 겸함으로써 SS급 던전이라는 핵폭탄을 끌어안게 됐으니까. 만약 이번 SS급 던전이 파훼된다 하더라도 주위가 난장판이라면 그 피해는 오롯이 한국이 떠안아야 한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신해창은 다소 가라앉은 표정이 되었다. 예상했음에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 이번에 생길 이 SS급 던전의 LEADER 권한은 한국 길드인 국가안보국에서 가져가겠습니다.”

신해창은 누구나 아는 가벼운 설명을 이었다.

LEADER 권한. 리더라고 하나, 각 나라의 S급들을 제 맘대로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말 그대로 던전에 관해 나오는 안건을 접수하고, 다수결을 토대로 한국에서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 모든 지휘를 이끄는 존재가 된 것뿐이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다수결에서 5:5가 됐을 때, 결정권이 한국에 있다는 점이다.

혹시 모르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꼼꼼히 설명한 신해창은 마지막으로 결정권 얘기까지 하고 나서야 게이트 파인더 정보를 띄운 화면을 껐다.

시선을 뺏는 것이 사라지고, 신해창만이 그 가운데에 우뚝 섰다.

“그럼 이제 SS급 던전에 대한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SS급 던전. 겉으로 보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과연 그것이 가져올 부가 얼마나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그 던전을 클리어하기만 한다면, 위상은 어마어마하게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하면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눈앞에 엄청난 보석이 있으면 시선이 가고 손을 뻗게 되는 법이니까.

“우선 한국에서 먼저 안건을 내놓겠습니다.”

묘한 흥분을 띤 침묵이 감도는 사이, 신해창의 눈이 반짝였다.

“한국은…….”

사실 신해창에게는 예전부터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살아생전에 그 던전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하겠다 결심했던 일.

“SS급 던전 입구를 봉인하길 권합니다.”

좌중이 술렁였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공통점은 모두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 많은 에스퍼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10년 전, 얼마나 많은 천재가 SS급 던전에 자진해서 들어갔는지를 말입니다. 그 안에는 한 세기에 있을까 말까 한 천재, SS급 에스퍼 오웬도 있었습니다.”

오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커다란 강당에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그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알려 주는 듯했다.

“당시, 그가 있기에 문제없을 거라는 여론이 90%였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땠습니까? 죽음과 전멸입니다.”

물론 단순히 전멸이라고 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SS급 에스퍼였던 오웬은 나오지 못했지만, 절반가량의 에스퍼들은 나올 수 있었으니까. 다만 모두 폭주하는 바람에 생존자는 0명이 됐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전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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